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272)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272화(272/431)
제272화
신검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갑자기 한국인이 영어로 뭐라 뭐라 하더니 우락부락한 놈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마 덴마크 어로 욕을 말하면서.
“예, 형님.”
분위기가 그랬고 얼굴이 그렇게 말하고 몸이 그렇게 표현했다.
‘예, 형님?’
저건 덴마크 욕일 것이다.
신검은 직감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도대체 왜 나한테?’
설마.
신검은 조금 전 진서준이 몸을 돌리고 뭐라 뭐라 말을 한 게 떠올랐다.
‘이 자식이 왜곡해서 쟤한테 이상한 말을 전달한 거 아니야? 그런 뜻 아니야가 덴마크 어로 뭐지?’
알 리가 없다.
신검의 몸이 바짝 얼어붙었다. 눈동자만이 세차게 떨리며 그의 동요를 모두에게 알리고 있었다.
압도감.
2m가 넘는 허리만 한 팔뚝을 가진 거구가 인파를 헤치며 점점 다가온다.
아무리 신검이 현실 속 싸움에 자신이 있어도 괜히 격투기가 체급을 나눌까.
그의 몸이, 본능이, 머리가, 모든 곳에서 경고 신호를 보낸다.
못 이기는 야생의 괴물이 다가오고 있는 위험 상황이라고.
‘저 미친 방쯔 자식! 저놈의 주둥아리가 문제야!’
그가 생각하기에 서준의 가장 큰 장점은 악마의 입이다.
문제는 서준은 신검의 적이라는 것.
“이, 이봐 말로 하자고….”
“뭐? 뭐라는 거야 이 친구가. 하하.”
‘영어? 프, 프렌드? 왓 이라고?’
신검은 희망을 봤다.
주먹부터 나오는 게 아닌 걸 보니 해명을 요구하는 걸 텐데 이제 잘만 말하면.
‘어서 번역기로 나는 당신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말을 해야!’
그 순간이었다.
“이봐 욘.”
서준이 욘을 불렀고.
“예, 형님?”
신검은 당황했다.
욘이 또 덴마크 욕을 해서.
그러거나 말거나 둘은 얼어붙은 신검을 뒤로한 채로 서준은 영어로 욘은 덴마크 욕(?)으로 대화를 나눴다.
“처리하라는 건 농담이었고 잘 놀아줘. 나한테 못 오게. 알겠지?”
“예, 형님.”
“그래. 대답이 싹싹해서 좋네. 대답은 그렇게 하는 거야.”
“예, 형님!”
“그럼 가 봐.”
“예, 형님.”
계속해서 욘이 험악한 얼굴로(원래 인상이 험악하다) 덴마크 욕을 내뱉는 걸 옆에서 실시간으로 지켜본 신검의 얼굴이 완전히 썩어들어갈 때쯤.
서준이 뒤로 빠지고 욘이 신검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신검.
그는 사회적 말살을 서준에게 당할 때도 느끼지 못했던 것을 지금, 느끼고 있었다.
생명의 위기 말이다.
“하하하하!”
욘이 웃었다.
“하하하하…….”
신검도 따라서 웃었다.
신검의 원래 목적은 서준에게 현실에서 본때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복수는 당연히 그들의 메인 필드, 그리고 그가 당한 가상현실에서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한 역사서의 참가였다.
베뒤아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다른 영웅으로 참가하면 당연하게도 그의 명예는 떨어질 게 뻔했어도 그는 다른 영웅으로 참가했다.
그러니 현실에서의 본때를 보여주는 일도 이 복수와 연관된 일이었다.
기선제압과 상대에게 불안감을 심어주는 것.
그는 스파링이든, 펀치 머신이든, 에어하키든, 전부 서준을 이길 자신이 있었다.
집중의 지속은 지는 걸 인정했다 하더라도 순간적인 퍼포먼스는 그가 더 뛰어날 테니까.
그래서 올라 온 것이다.
마음에 안 들지만 인사도 하고 대화도 나누고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보려 했다.
그런데.
“하하하하!”
“하하…….”
그 자식은 현실에서는 그를 이길 자신이 없는지 이런 치졸한 방식을 썼다.
그 사람 살살 긁는 악마의 주둥아리로.
‘도대체 뭐라 한 거냐!’
바짝 긴장한 신검을 향해 욘이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얼굴을 들이댔다.
딸꾹.
진짜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던 신검은 딸꾹질을 시작했다.
그리고 욘이 툭툭 신검의 핸드폰을 건드렸고 신검은 핸드폰을 욘에게 고분고분하게 건네주었다.
욘은 이윽고 번역기를 통해서 신검에게 뜻을 전했다.
“웃어.”
‘웃으라고?’
이어서 다음 문장이 번역되었다.
“친구 때문에 내가 저 괴물한테 또 불렸잖아. 하하하. 웃어. 친구. 빨리.”
신검은 입꼬리를 덜덜 떨면서 올렸다.
“따라와.”
“하오(좋다).”
“웃으면서.”
“하오.”
둘은 계단을 내려갔다.
서준의 눈을 피해.
2층으로 1층으로.
그리고 파티 건물의 외진 구석에 도착한 뒤 욘은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누굴 찾는 것일까.
신검은 궁금해했다.
이윽고 욘이 신검에게 말했다.
“잘 들어라. 저 친구는 괴물이다. 괴물이라고. 이왕이면 친구는……. 그냥 역사서 포기하는 게 좋을 텐데. 하.”
저 친구.
서준을 말하는 것인가?
긴장이 풀린 신검이 말대꾸를 하려 할 때였다.
“아니…….”
“그래. 뭐 역사서는 친구 맘대로 하고. 중요한 건, 친구가 또 다가가면 분명 그 괴물이 나를 다시 그……. 그럴 거란 말이지.”
그 뭐.
꿀꺽.
욘이 침을 삼켰다.
신검도 침을 삼켰다.
“그래서, 잘 들으라고 친구. 오늘은 쟤한테 더 이상 다가가지 마. 그냥 눈에 띄지 마. 그러면 친구와 나는 현실에서 다시 볼 일이 없을 거야. 알겠어?”
신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아니 무슨 일이야!
-욘이 왜 한국말 하냐고 방장아!!!!! 빨리 말해!ㅋㅋㅋㅋㅋㅋ
-방장을 보면 형님이 나오는 건 당연한 자연의 이치인데 뭐 문제라도?
-ㄹㅇㅋㅋ
-괴담 또 생겼네ㅋㅋㅋㅋ
-어제 무슨 일이 있던 거냐 도대체 ㅋㅋㅋㅋ
서준은 신검을 데리고 사라져 가는 욘의 뒷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본 뒤 카메라로 시선을 돌렸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왜 저러실까요?”
-몰? 루???
-ㅋㅋㅋㅋㅋㅋ 알잖아 방장아 아오 ㅋㅋㅋ
-그 체육관에 데려간 거임??
-그냥 묻고 따지지도 않고 팬 건 아니지? 아닐 거야
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닙니다. 전 정말로 한 게 없어요. 그래서 어제는 뭐 했냐고요? 어제는 그냥 호텔에서 푹 쉬었죠. 원래 바깥에 나가는 걸 좋아하지도 않아요.”
-ㅇㅋ 괴담 장소는 일단 호텔
-대상은 두 명
-특이현상: 핀란드인이 한국말을 하게 됨
-괴이의 중심에는 언제나 그가 있음ㅋㅋㅋㅋㅋ
-트수들 단합 잘 되네 ㅋㅋㅋㅋㅋ
이런.
“에휴. 전 아무튼 잘 모르겠고요. 그래서 태우는 어디 갔지? 방송하고 싶지 않은데. 저 휴가 나온 상태라고요.”
-휴가: 세계 최고의 컨텐츠
-역사서를 휴가 삼아 나오는 사람이 있다?
-외국 유명한 정보 아튭에도 방장 소개되는 중!
-ㄷㄷㄷ
-진짜 월클이야 이제!
-난 방장이 학폭만 안 터지면 만족할래 그냥 ㅋㅋㅋ 정말로 이제는 걱정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
“무시하시는군요. 태우의 위치 제보 받습니다.”
제보를 받겠다고 하자마자 서준은 태우를 찾을 수 있었다.
이미 알고 있는지 채팅이 바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아. 펀치 기계 앞에 있다고요?”
서준은 펀치 기계가 있는 곳으로 즉시 이동했다.
미리 한 번 주변을 둘러봤기에 이동에는 거침이 없었다.
“야. 가져가.”
서준은 줄을 서 있는 태우의 어깨를 건드렸다.
“그래. 잠시만 기다려 봐. 세 번 뒤 내 차례인데 저것만 친 뒤에 받을 테니까.”
“무슨 에어하키 같이할 사람 구한다면서.”
“하지만 이걸 참을 수는 없잖아.”
“왜?”
“여기 펀치 머신 점수 엄청 짜다는데? 아직도 최고 점수가 900점이 안 돼.”
“그렇군.”
“내가 보여줘야지.”
-오 방장도 하자!
-펀치 머신은 못 참지 ㅋㅋㅋㅋ
-보여줘! 보여줘! 보여줘!
-이건 진짜 못 참지ㅋㅋㅋ
-방장 날렵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실 파워는 없을 듯?
-점수는 몇 점 나옴?
서준은 채팅을 읽고 웃었다. 그저 웃었다.
그리고 태우는 채팅을 읽다가 서준의 미소를 보고 소름이 돋았다는 듯 조용히 팔을 쓸어내렸다.
굳이 말을 삼간 이유는 서준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다.
서준이 나서면 어떻게 될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태우였다.
그러는 동안 서준의 감각에 그를 주시하는 시선이 잡혔다.
서준은 고개를 대놓고 돌렸고 그 시선의 주인들과 눈이 마주칠 수 있었다.
버나드를 비롯한 그때 있었던 인원들이었다.
서준은 가볍게 그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하, 여러분들. 저는 점수를 알 수가 없어요.”
영어로.
이유는 그를 지켜보는 이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다.
그때 있던 이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서준은 이해하지 못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서 한국말로도 다시 말해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뻥튀기 기계들로 해서 점수를 모르면 이제 확인하시면 되겠네요!
-근육이 없잖아요 아저씨 ㅋㅋㅋㅋ 허세 ㄴ
-욘도 저거 999는 안 나올 거라고 하더라
-욘이? ㄷㄷㄷㄷ
서준은 낄낄 웃으며 주변을 살폈다.
아는 사람들은 그를 말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심히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냥 이 자리를 피하는 사람도 있었다.
태우는 조용히 있었는데 여전히 서준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첫 번째 괴담을 자세히 모르는 시청자들만.
-아저씨! 빨리 보여주세요 그럼ㅋㅋㅋㅋ
-이 새끼 펀치 기계만큼은 ㅈㄴㅈㄴ 높은 점수가 나올 수가 없음
-ㅈㄴ 실압근이라면?
-욘 이겼다잖아ㅋㅋㅋㅋ 그러니 형님 소리 듣는 거고
-기술로 이겼겠지. 암바 걸고 엎어치고 이런 식으로 ㅋㅋㅋ
-ㄹㅇㅋㅋ 방장이 무슨 펀치 기계로 욘을 이겼겠냐? 욘 근육 못 봄? 실물 못 봄?
-근데 펀치 기계는 힘인 거 확실함?
계속해서 서준을 긁었다.
서준은 말했다.
“그러면 펀치 기계 두 개 값 님들이 물어주면 보여드릴게요.”
-우리가 왜????
-ㄹㅇㅋㅋ
-점점 뻔뻔해져ㅋㅋㅋ
“아니, 제가 치면 다 부서진다고요. 여러분들이 보여달라 해서 저것도 부서질 텐데 여러분들이 값을 물어야죠. 대신 안 부서지면 그만큼의 돈으로 제가 치킨 쏘겠습니다. 콜?”
에휴.
옆에서 태우의 한숨이 들려왔고.
-콜!
-가즈아!
-일단 돈 모아 미션 걸어!!!!
-여기가 가상현실인 줄 아는 방장 수듄 ㅋㅋㅋㅋ
-근데 그래서 왜 두 개 값임?
-모르겠고 걸어!!!!
-어차피 안 잃어!
-시즌 100호 안전자산(99개는 다 파산함). 이번에는 진짜 안전?
이날 파티는.
“오, 저 사람이 그 한국인인가?”
“확실히 잘생겼군.”
“펀치 기계를 쳐 보려나 봐. 900은 넘길 수 있을까?”
콰아앙!
“…….”
“…….”
“에휴…….”
서준의 적자를 시청자들이 메꿔주면서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
시작 하루 전.
중국의 왕 팀장은 선수들의 숙소가 아닌 조금 떨어진 곳의 호텔 룸에서 공식적인 50명의 참가자는 아닌 한 사람을 만났다.
왕 팀장은 애국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신검의 추태를 가장 마음에 안 들어 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이번 시련에는 유저들이 흑막이라 불리는 숨겨진 참가자가 존재한다.
이 참가자의 대륙의 습격을 막는 게 유저들의 주목적이 될 것이다.
그래서 그 참가자를 정하는 회의에서 왕 팀장은 한 중국인을 강력히 추천했다.
중국인의 추태는 중국인이 덮어야 하니까. 복수도 해야 하니까.
의견은 받아들여졌다.
왕 팀장의 개인적인 애국심 때문이 아니라 그 참가자가 역할에 걸맞은 위상을 가지고 있었고 참가에 수락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 곧이군요. 왕 팀장님.”
“맞습니다.”
“신검이 또 추태를 보였던데요.”
“그게 바로 선수와 일반인의 차이 아닐까요?”
그 사람의 이름은 이천.
프로 명은 클라이막스.
왕 팀장만큼이나 신검을 마음에 안 들어 하는 한국에 몰래 온 중국의 레전드이자 현 최정상 프로 게이머였다.
“가장 먼저 그 소국의 스트리머부터 습격해 탈락시키도록 하죠. 예로부터 한국은 우리한테 안 됐습니다.”
“꼭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반드시 가져오시길. 그럴 수 있는 위치이고 역할입니다.”
“그러도록 하죠.”
왕 팀장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가장 먼저 습격했다가 역으로 탈락당하면 망하는 걸 넘어서 역사서 전체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개판으로 흘러가겠지만, 그 이천이다. 클라이막스. 거기다가 기습하는 위치고.’
그러니 이번 역사서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이전과 차원이 다르게.
그리고 마침내.
D-day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