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279)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279화(279/431)
제279화
텔레포트로 아투라에 돌아온 서준은 그곳의 지휘관에게 곧 전장에 그를 투입하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냥 잠시만 기다리라는 거다.
퀘스트를 진행할 거라면 이 정도의 규칙은 따라야 한다.
바로 가도 되지만 그러면 전선을 적국 수도까지 밀어도 퀘스트 성공은 할 수 없다.
잠시 기다리자 다른 참가자가 도착했다.
참여 인원은 둘이었으니 동료일 터.
“안녕하세요.”
먼저 인사를 해 왔다.
일면식이 있는 사람이다.
미국의 크리스티나.
정글러이자 아시어스 쪽 영웅인 검날이 자유자재로 늘어났다 줄어들고 구부러지는 성물을 사용하는 레온의 참가자다.
레온은 남자 영웅이지만 중요한 건 아니다. 알아서 다 조절된다.
“안녕하세요.”
서준은 기억하고 있다. 크리스티나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를 사냥감 바라보듯 봤었다.
보다 정확히는 베테랑 사냥꾼도 목숨을 걸고 도전해야 하는 큰 사냥감 보듯이.
자신에 대한 믿음과 인정한 상대에 대한 경계가 그대로 눈빛에 배어 있었던 게 인상 깊었다.
과연 조심해야 할까?
“참가 인원이 둘이던데 그러면 서준 님과 우리 둘이 다란 쪽 영웅 둘과 싸우겠네요?”
“그렇겠죠. 아투라 쪽 퀘스트를 거부할 만한 사람은 적을 테니.”
적긴 하지만 없는 건 아니다.
다란은 가끔 가문의 퀘스트에도 좋은 게 나온다고 한다.
서준과 크리스티나는 바로 임무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서준 님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따로 다니실 건가요?”
아투라에서 전선을 미는 방법은 간단하다.
퍼져서 싸우고 있는 곳곳에 가서 상대 병사를 많이 처치하면 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전선은 천천히 밀어진다.
전투지는 굉장히 넓어서 상대와 마주치지 않을 수도 있었다.
2 대 2라면 결국 언젠가 마주치긴 하겠지만.
“따로 다니는 게 낫지 않을까요?”
서준은 대답했다.
“서준 님은 교전을 최대한 피하시게요?”
좀 더 효율적으로 전선을 빠르게 밀어낼 수 있다.
단점은 상대와 만날 때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없으니 교전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고.
서준에게는 한 가지 더 장점이 있다.
배신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눈을 바라보면 다 답이 나오기에 괜찮지만.
“굳이요?”
“아, 하긴. 교전을 피할 이유는 없죠. 상대가 몇이든.”
말은 통하네.
서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그녀에게 말했다.
“교신기 사러 가죠.”
교신기는 1 업적 포인트로 살 수 있는 기기다.
참가자들은 시스템처럼 사용 가능한데 원하면 상대와 연결을 해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핸드폰이라 봐도 무방했다.
“네. 그런데 데니스 님이 없네요? 리안이었나 그랬던 것 같은데.”
크리스티나가 주변을 둘러봤다.
그들은 누가 죽었는지 시스템적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서준은 웃었다.
“그분은 회개하시고 돌아가셨습니다.”
시작부터 낌새가 안 좋아서 같이 갔었다. 그리고 이단이어서 죽였다.
그것뿐이다.
“네?”
“그렇습니다.”
서준은 크리스티나를 응시했다.
잔잔한 미소와 함께.
“…….”
눈빛을 보니 굳이 배신하려는 것 같지는 않았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만 낌새가 보이면 척결하면 그만이다.
무엇보다 캐릭터 성격상 카엘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서준, 그는 카엘이다.
즉 서준이 하는 말은 거짓이 아니다.
완벽한 논리가 성립됐기에 그는 한 손에는 명분을 한 손에는 심판검을 쥐고 휘두를 수 있었다.
서준과 크리스티나는 아투라 진영의 보급소로 갔다.
둘은 교신기를 사고 지도도 샀다.
둘 다 1포인트다. 전날에는 포인트가 없어서 사지 못했다.
지도는 전선만 그려져 있는 마법 아이템이다.
참고로 게임에서는 마법이란 이름은 만능이라 치환할 수 있다.
크리스티나가 물건을 산 뒤 서준에게 말했다.
“혹시 내년 시즌에 추가될 소모품에 대해서 아시죠?”
“네.”
게임 디렉터나 유명 개발자는 다음 시즌에 대한 예고 글들을 자주 남기는 편이다.
그리고 이를 역사서에서 좀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었다.
소모품.
서준이 200포인트를 아낀 이유기도 했다.
“서준 님. 그걸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단서는 찾으신 게 있나요?”
“아니요. 크리스티나 님은요?”
“저는 찾았어요.”
“오? 알려주실 건가요?”
“아니었으면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죠.”
웃는 크리스티나를 서준은 바라봤다.
왜 순순히 정보를 넘긴다는 걸까.
설마 알려준 다음에 비밀을 알았으니 살인멸구하겠다는 전생에 봤던 변태들 같은 부류인가?
그런 의문을 품은 채 서준은 크리스티나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저는 첫째 날 임무 때문에 트레인에 갔어요. 바로.”
마법과 과학의 도시 트레인.
준국가급 체급의 산맥에 있는 이 도시는 지하 터널과 그 터널을 통해 수많은 물자를 운반하는 마도공학 트레인으로 인해 어마어마한 부를 가진 대도시다.
수많은 세력들이 이 도시를 현재에도 탐내고 있지만 기술로 쌓아온 부와 힘은, 그리고 그로 인해 탄생한 영웅들은 준국가급의 도시를 지키고 운영하기에는 충분했다.
트레인은 중립도시이자 판게아의 중심에 위치한 만큼 다양한 소속의 참가자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첫날부터 크리스티나처럼 생각한 사람들이 다 몰려들었을 테니.
“그리고 트레인 소속 참가자들이 분명 새로운 아이템과 관련된 무언가를 위해 다 같이 업적 포인트를 모아야 하는 걸 봤죠.”
새로운 아이템이 성유물 같은 게 아닌 소모품인 이상 트레인에서 나오는 건 상당히 합리적인 말이었다.
“그걸 알려주시는 이유는요?”
같은 아시어스라서?
“그냥. 외부 참가자들도 무소속 참가자들도 그 임무를 할 수 있는 걸 보고 깨달았죠.”
“무엇을요.”
“아. 이번 역사서는 협력이겠구나.”
서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싸우는데요? 다란이랑?”
크리스티나는 피식 웃었다.
“아투라잖아요.”
맞는 말이었다.
“자, 그럼 서준 님? 갑시다.”
얼마 안 있어 충돌이 다시 시작됐다는 얘기가 지휘관에게서 나왔다.
서준은 왼쪽 크리스티나는 오른쪽을 맡기로 했다.
출발하기 직전.
“그런데 서준 님. 업적 포인트 얼마나 모으셨어요? 거기 가서 공헌도 1위면 가장 먼저 상점에 입장 가능할 것 같던데. 물론 카엘의 전용 이야기가 있겠지만. 아마 예언 같은 걸로?”
예리하군.
서준은 솔직하게 답하고 떠났다.
“200이요.”
순간 크리스티나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
병사들을 잡는 건 외형만 다른 미니언을 처리하는 일이라 해도 무방했다.
판정은 미니언이 아니라 일반 영웅과 싸우는 것과 동일하지만, 어렵지는 않다는 거다.
상대보다 빠르게 처리하는 게 어려운 일이다.
크리스티나는 서준의 말을 곱씹으면서 병사들을 처리해 나갔다.
‘어이없긴 하네. 크흠.’
그녀는 솔직하게 말했다.
모든 걸 말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메인 주제가 협력일 거라 예상되기에 큰 전력이 될 거라 기대되는 카엘에게는 망설임 없이 정보를 제공했다.
설마 카엘이 공공의 적이 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영웅 특성상 그냥 될 수가 없다.
‘미친 척하고 모두 덤벼보라고 트롤링 하면 몰라도.’
시스템적으로 카엘은 그냥 선한 역이다.
나빠질 수가 없다.
타락?
가능이야 할 것이다.
개발자들과 AI가 그렇게 짜면 되니까.
다만 이번 역사서의 주제가 카엘의 타락이라면 절대 참가자들은 이렇게 안 뽑혔다.
‘아시어스와 다란에서 그리고 관련된 영웅들에서 대거 뽑혔겠지.’
참가자가 악하다 하더라도 그렇게 하면 역사서 내 공공의 적이 되는 게 아니다.
그냥 세계의 적이 되는 거다.
여론이 중요한 스트리머가 그러겠는가.
한국인 중에도 안티가 대거 생길 테고.
‘진짜 200을 모았으면 아마도…….’
예언이든, 갑자기 이상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특별한 신물이든 뭔가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수치 아닐까.
물론, 그 신물이 결정적인 무언가라면 요구 업적 포인트는 400에서 500까지도 넘어갔겠지만.
‘어쨌든 200은 절대 못 얻었겠지.’
그런 임무를 줄 리가 없다.
‘퍼스트 킬을 했다 하더라도……. 잠만. 데니스? 퍼스트 킬?’
약간 싸해진 크리스티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 1일 차는 협력이라고 얘기해주기 전이니까.’
그녀가 서준에게 정보를 푼 두 번째 이유.
웬만하면 상대를 죽이지 말라고다.
영웅이 많이 살아남을수록 무언가로부터 더 대비가 될 수 있을 테니까.
다란 영웅을 만나도, 무소속 영웅을 만나도, 배신자를 만나도 적어도 리타이어 시키지는 않길 바라서.
‘충분히 알아들었겠지?’
싸움을 참아야 한다는 건 그녀로서도 많이 아쉬운 일이지만, 그래도 사적인 열망보다는 성공적인 컨텐츠를 위해 움직여야 한다.
그게 그들이 각 영웅의 대표자로서 가지는 무게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빠르게 한 무리의 병사들을 해치운 순간.
서준이 향했던 상공에서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에휴.’
크리스티나의 표정이 또 썩어들어갔다.
뜻대로 안 되는 전술 무기란 것도 있는 법이었다.
***
의외로 크리스티나가 생각한 것처럼 서준이 다란의 영웅과 싸운 것은 아니었다.
심판검의 쿨타임은 30초 안팎이다.
그들의 현재 스펙은 게임 속 만렙을 기준으로 하기에.
아투라의 전선은 빠르게 병사들을 잡아낼수록 자연스럽게 밀리는 것.
그래서 서준이 심판검을 시작부터 쓴 것이냐고?
“하.”
놀랍게도 그것도 아니었다.
분명 심판검은 다른 어떤 영웅도 아닌.
그저 시작 지점에서 가장 가까웠던 오른쪽에 있는 다란의 일반 병사에게 적중했다.
그런데 왜 서준이 빠르게 적을 잡기 위해 심판검을 쓴 것이 아니라 했냐면.
“와 진짜. 나를 뭐로 보는 거지? 이건 진짜 선 넘었는데?”
지금 말하는 다란의 귀족 영웅 때문이다.
씬.
풀네임은 길지만 게임 속에서 표시되는 것도 아니기에 아무도 외우지 않는 다란의 영웅.
또한 그는.
[상대는 두 명이 맞는 것 같군. 정말로.] [허, 이건 좀 많이 상하는데?] [AI가 무슨 고장이라도 났나. 한번 보여줘?] [아니야……. 그래도 참자. 임무만 이기면 되고, 우리가 훨씬 유리해.] [근데 방금 심판검 뭐야? 싸워?]1일 차에서부터 아투라를 노리던 둘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는 임무의 세 번째 참가자였다.
그는 조용히 있었다.
상대가 둘이라 놀란 게 아니었다.
“일반 병사한테 심판검을 써? 날 뻔히 봤으면서?”
목소리가 겨우 미세하게 들릴 정도의 거리였다.
그런데 심판검을 막 사용한 서준의 웃음소리가 씬에게는 너무나 선명하게 들려왔다.
이어서 서준이 말했다.
“궁극기는 너무 과한 대접 같아서.”
“하. 날 아나? 한국의 스트리머?”
영웅, 씬의 참가자는 탑급은 아니었지만 프로는 맞았다.
2년 차 루키.
그렇기에 다란의 다른 두 선배들이 조심하라 해서 따를 생각이었었다.
그런데 루키라서 얕보는 거라면.
그래서 심판검을 그냥 날려 버린 거라면.
“그래.”
“내 이름을 안다고?”
“이단. 그냥 이단이잖아.”
거리가 점차 가까워진다.
“…….”
“이단에게 궁극기는 과한 대접이지. 없어도 충분해.”
씬은 카엘의 개소리에 결국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무시를 해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닌가.
[강림]“그래 붙어 보자!”
그는 자가버프형 궁극기를 사용해 달려가면서 서준에게 소리쳤고 서준은 낄낄 웃었다.
“이걸로 2 대 2겠군 이단. 덕분에 우리의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