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28)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28화(28/431)
제28화
이건영은 부스스 잠에서 깼다.
시간은 정오였다.
커튼을 치우자 어두운 방에 쨍쨍한 햇빛이 들어왔다.
습관적으로 아무런 연락이 없는 핸드폰을 잡고 아이튜브에 들어갔다.
스크롤을 내리다가 볼 게 없어서 껐다.
그리고 다시 아이튜브에 들어갔다.
스크롤을 내리고.
흥미가 동하는 썸네일이 없자 그는 다시 껐다.
“으으음.”
그는 10분 정도 그렇게 침대 위에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책상으로 갔다.
그리고 절전상태의 컴퓨터를 켠 뒤 트래블을 켰다.
그의 아이디는 공중화장실벽돌갈취왕.
그는 항상 이 시간대쯤이면 봐오던 스트리머의 방송을 틀어놓고 수분을 섭취하러 갔다.
꿀꺽꿀꺽.
“흠. 밥은……. 안 먹지 뭐.”
이건영은 점심을 안 먹기로 했다.
사실상 점심이 아닌 아침이지만 말이다.
식욕이 없다.
밥하기도 귀찮고.
그는 씻고 집을 대충 청소한 뒤 다시 방으로 돌아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계속 이렇게 살 순 없는데.’
벌써 2년이다.
이렇게 은둔 생활하게 된 것이.
그는 원래 적당히 외향적인 데다 사교성도 있었고 친구도 꽤 많았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미대 입시를 위해 다닌 학원에서 괴롭힘을 당하면서 자신감을 잃고 수능도, 시험도 포기하고 도망쳤다.
이후.
친구들을 만나는 게 싫어졌다.
스스로가 너무 초라해서, 사람과 만나면 이런 모습을 들켜야 하니깐.
방 안에 있으면 마음이 편했다.
의외로 좀 잘 맞는 걸지도.
방송을 보고 인터넷을 하다 보니 하루가 어느새 순식간에 지나고 하늘이 어두워졌다.
그가 늦게 일어났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지만 햇빛이 가신 밤하늘은 사람을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이건영은 저녁을 준비했다.
그냥 냉동만두 몇 개 꺼내서 에어프라이어에 돌리면 끝.
‘식욕이 없어서 다행이네. 흐흐.’
내일은 또 오늘 같은 하루가 반복되겠지.
생활비를 보내 주시는 부모님한테 죄송스럽다.
아들이 입시에, 재수에 실패해도 묵묵히 뒷바라지해주는 부모님.
하지만 그는 실패한 게 아니었다.
도전조차 하지 못한 거였다.
실패가 무서워서.
“하아아아.”
이건영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쓰레기야.”
돈을 낭비하진 않았다.
애초에 방구석에만 있다 보니 이런 생활이 몇 달을 넘어가면서부터 최소한의 생활비 빼고는 돈을 사용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보다 중요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그도 알고 있다.
“바뀌고 싶다…….”
정말로.
본인이 한심해서 죽을 것 같았다.
하지만 바뀔 힘이 없었다.
그때 컴퓨터에서 스트리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지금 편집자를 구하는데, 혹시 시청자 여러분들 중에 제 영상 편집하고 싶으신 분 있으면, 제 게임 플레이 영상 중……]편집자를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말을 한 스트리머의 이름은 진서준이었다.
방송한 지 일주일도 안 된 스트리머.
누구는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승승장구하면서 아이튜브를 만든다고 생각하니 뭔가 기분이 오묘하면서도 부러웠다.
스트리머는 자신과 정반대의 사람이었다.
뛰어난 재능과 살짝은 재수 없는 자신감 넘치는 성격.
‘나도 그랬었는데.’
하지만 그가 어렸을 적 가졌다 착각한 재능은 자라면서 허상처럼 사라지고. 실패하고 숨은 은둔형 외톨이만이 남아있었다.
[자 그럼 진짜로 트바!]방송이 꺼졌다.
방종 화면도 설정 안 한 초보 스트리머답게 어두운 화면이 떠올랐다.
그의 얼굴이 모니터에 비친다.
그는 모니터에 비친 눈동자를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편집자. 한번…… 해 볼까?”
뭐라도 도전할 거리가 필요했던 것일까.
그는 홀린 듯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영상 편집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평소의 그라면 트래블을 뒤적거리면서 다른 방송을 찾았을 시간에.
* * *
다음날도 그는 영상을 편집했다.
“이건 이렇게 하고, 단축키는…….”
무언갈 배우면서 발전하는 향상심.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즐겁다. 쓸모가 생긴 느낌이었다.
“여기서는 이렇게 하고. ……또 다른 효과를 넣는 법은 없나? 찾아봐야겠다.”
편집하느라 하루가 다 지나갔다.
시간이 전보다 더 빠르게 지나간 것처럼 느껴졌지만, 시간의 흐름이 오늘만큼은 허무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 재능도 있는 것 같았다.
이건영은 이 시궁창 같은 자신에게서 벗어나 제대로 일을 해 보고 싶었다.
편집 일은 심지어 적성에도 맞는 것 같았다.
‘이제 영상도 올렸겠다 메일을 쓰면…….’
되는데.
마우스에 붙어있던 손이 떼어졌다.
이건영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그리고 메일 창을 닫고 핸드폰을 들고 침대에 뛰어든 뒤 아이튜브를 열었다.
‘오늘은 많이 했으니 내일 해야지.’
그는 그렇게 콧노래를 부르며 평소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 그는 메일 보내는 일을 미뤘다.
그리고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영상 편집과 관련된 생각을 머릿속에서 치워둔 지 5일이나 지났다.
그는 편집 프로그램을 삭제하면서 생각했다.
‘어차피 안 됐을 텐데 뭐…….’
부정적인 생각이 도피를 합리화 시켰다.
고작 배운지 하루 만에 만든 영상이 통과될까?
아니다.
그럼 어차피 안 될 텐데 보내서 뭐 해.
의미가 없는데.
포기하면 편하다.
* * *
[오늘 퀸 잡으러 갑니다.]스트리밍이 켜졌다.
“여러분들 안녕하세요.”
-ㅎ2
-서하
-서하
지난 1주일간 시청자 수는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빠졌다.
태우도, 무비 소프트도 서준도 예상했던 결과였다.
당시의 시청자 중에서는 서준을 보기 위해 들어오는 사람도 있었지만, 서준의 실력을 보기 위해서 찾는 사람들도 많았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서준이 무비 소프트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있었다.
‘콘크리트층.’
스트리머의 방송 내용과 관계없이 스트리머가 좋아서 계속 봐주는 시청자층을 말한다.
서준은 지난 1주일간 얕게나마 콘크리트층을 다졌던 것이다.
게임을 항상 지배자만 잡을 순 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이 빠지진 않았다.
‘마탑주를 잡을 때가 3,000명.’
전날 방송은 2,300명이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수치.
-퀸 ㅈ밥 쉑ㅋㅋㅋㅋ 딱 대라
-무쌍의 원조는 다르다 이 말이야
-방장이 어떻게 원조임? 암살단의 여명이 이번 시리즈만 있던 것도 아닌데
-잘하면 원조임ㅇㅇ. 국밥집도 맛있으면 원조임
-ㄹㅇㅋㅋ
[‘사기주사위’님이 10,000원 후원!] [서하! 저 서준 님 보고 암살단의 여명 시작하려 하는데 어떤가요?]“아, 만원 후원 감사합니다. 이 게임 재밌어요. 그리고 완전 쉬움. 저만 따라 하시면 돼요.”
아직 입금되진 않았지만, 무비 소프트는 광고주였다.
그래서 입에 발린 말을 좀 해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말 듣지 마라
-무쌍 하려고 사면 백 퍼센트 후회한다ㅋㅋ 하지만 사는 건 추천.
-방장 이 악마야
-제발 암살단의 여명은 사드세요
-며칠 전에 공략 방송한답시고 기만 질만 실컷 하던 거 생각나네
이게 아닌가?
뭐가 되었든 좋다.
“뭐. 그렇고요.”
서준은 지금 로비였다.
“잠깐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할 말이 있습니다.”
서준은 시청자 검색을 통해 벽돌갈취왕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뭐지?
-중대 발표?
-알고 보니 여친이 있었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ㄷㄷ
-지금까지 번 돈을 전부 기부하겠다니. 힘든 결정이었을 텐데 저희는 그 결정을 존중하고 응원합니다.
서준은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가는 채팅창을 무시하고 창을 열었다.
바로 아이튜브의 벽돌갈취왕이 올린 지원 영상!
“지금 방송 보고 계시는 벽돌갈취왕님? 이거 본인 맞으신가요?”
-어떻게 아이디가 공중 ㅋㅋ 화장실 ㅋㅋ 벽돌 ㅋㅋ 갈취왕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런 닉네임을 가진 사람이 과연 세상에 둘이나 있을까?
-이 집은 닉네임이 다 왜 이래.
“제가 영상에 댓글도 남겨보고 트래블 아이디로 연락도 드렸는데 안 보시더라고요. 할 얘기가 있는데 연락 확인 좀 부탁드립니다.”
전날 서준이 본 영상의 퀄리티는 그의 맘에 쏙 들었다.
특별한 효과를 잘 썼거나 편집자만의 기술이 들어가서는 아니었다.
이유는 센스와 깔끔함.
과연 모든 생방을 챙겨본 시청자답게 벽돌갈취왕은 영상의 재미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콕콕 집어내고 이를 깔끔하게 다듬었다.
“왜 메일을 안 보내셨는지 모르겠지만, 진지하게 대화를 한번 하고 싶습니다.”
-오! 편집자 구하는 건가?
-영상 틀어줘
-아니 근데 왜 비공개로 안 하고 공개로 했댘ㅋㅋㅋ
-보고 싶다.
“영상이요? 님들이 직접 보세요.”
서준은 기왕이면 영상 조회수를 올려줄 목적으로 한마디 했다.
-소개 개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
-당장 찾아간다
[스트리머 서준 님 편집자 지원 영상입니다.안녕하세요! 형님! 저는 편집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지만, 열심히 할 자신이 있습니다!
남는 건 시간뿐이라서요. ㅎㅎ 저는 백수입니다.
또한 이번이 첫 영상이라 점점 더 발전할 수 있습니다!
성장형 편집자. 이거 완전 대박 아니겠습니까.
혹시 검증이 필요하다면 연락해 주세요! 다른 것들도 편집해 볼게요.]
-tmi 오지네ㅋㅋㅋㅋㅋㅋ
-백수였냐 벽돌갈취왕아!
-백수가 아니면 공중화장실 벽돌을 왜 갈취하겠냐고 ㅋㅋ
-그건 백수도 안 해. 내가 백수라서 앎ㅋㅋㅋㅋㅋㅋㅋ
* * *
“아 씹. 쪽팔려!”
이건영은 두 손으로 머리를 헝클다가 허벅지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저건 왜 공개 상태야!”
영상 소개에 대충 막 써놓은 문장들.
그리고 어디 가서 당당하게 말할 수 없는 부끄러운 아이디.
거기다가 처음 해 본 편집본.
쪽팔림 3종 세트였다.
“어떻게 찾은 거야. 조회수도 낮구만.”
그는 서둘러 아이튜브로 가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엌ㅋㅋㅋㅋㅋㅋ 순식간에 영상 내려감ㅋㅋㅋㅋ
-ㄲㅂ
-갈취왕 보고 있었냐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강제 수치플
-딱 봐도 잘 못 올렸네
[어. 잘못 올린 거였나요? 이런……. 전 모르는 일입니다. 아무튼 댓글 확인하고 연락 주세요.]-갈취왕은 너가 죽인거야 서준! 갈취왕은 너가 죽인거야 서준! 갈취왕은 너가 죽인거야 서준!
-수치사 하셨답니다
-이건 공개로 올린 사람 잘못이지 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 백수쉑
이건영은 트래블 댓글 창을 치웠다.
하지만 스트리밍 화면에서도 치울 수는 없었다.
그는 그냥 방송 화면을 닫았다.
“아오! 창피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이건영은 비공개로 내렸던 영상을 조심히 틀었다.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무섭고 당황스러워 영상을 내렸어도, 서준이 방송에서 언급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 이왕 들킨 거 무슨 말이라도 남겼는지…….”
이건영의 혼잣말이 멈췄다.
[진서준][20시간 전] [와 배운 지 하루 만에 만든 영상이었어요? 재능이 대단하시네요. 왜 메일을 안 보내셨는지 모르겠는데 저는 벽돌갈취왕님과 함께 하고 싶네요. 만약 생각이 있다면 꼭 연락 남겨 주세요,]그는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은 채로 화면을, 아니 댓글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눈이 붉게 물들었다.
정적이 한참 이어졌다.
마침내 그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대충…… 이런 내용일 거라 기대하긴 했는데…….”
하아아.
깊은 한숨을 내쉰 그는 천장을 올려다봤다.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쓰다 가끔 올려다보던 그 안락한 감옥 같은 천장이 다르게 보였다.
눈가에 물기가 차서는 절대 아니었다.
“…….”
그는 몇 번을 그가 편집한 영상을 돌려봤다.
“배운 지 첫날이라 내가 봐도 엉망인데 재능은 무슨…….”
그는 자조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누구보다 시원하게 웃고 있었다.
해방감.
미로에 갇혀 있다 탈출구를 발견한 느낌이다.
“그래 한번 해 보자.”
재능.
누구보다 뛰어난 스트리머가 그에게 재능이 있다고 하면서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만약. 열정페이로 부려 먹으려고 아무 말이나 한 거면 형님이고 뭐고 진짜 가만 안 둔다. 논란 생기면 본인만 손해지.”
그는 떨리는 손으로 메일을 작성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