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282)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282화(282/431)
제282화
서준은 퀘스트와 여러 장비들을 받은 후에 통로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통로는 크레시트의 사유지에 있었다.
서준은 이계로 향하는 통로를 그냥 열어놔도 되는지 몰라서 크레시트에게 물었었고 크레시트는 괜찮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댔는데 서준이 걱정하는 요지는 이거다.
‘분명 뭔 일이 터질 것 같은데.’
매드 사이언티스트들은 원래 괜찮다고 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불러온다.
‘뭐, 지구는 아니니까.’
옛날에 거대 강입자 충돌기를 만들 때 블랙홀이 나타나 지구를 삼킬 거란 걱정을 했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아무튼.
서준은 여러 가지 중요한 얘기들을 들었다.
일단 그 안에서 싸움은 가능하다.
하지만, 크레시트는 혹시나 다른 영웅에게 공격당할 경우 누구한테 공격당했다는 걸 증명하는 조그만 룬을 만들어 뒀다.
그래서 만약 공격당한 영웅이 무사히 현세로 돌아와 룬을 보여주면 공격했던 영웅은 크레시트가 트레인의 적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싸우지 말라는 거다.
싸운다면 확실히 그 안에서 죽이라는 거고.
‘나쁘지 않아.’
게임 속에서 처음 시작 지점인 우물로 귀환하듯, 그들은 이계로 갔다가 원한다면 몇 초간 아무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귀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게 이계로 가도 그쪽의 존재들은 넘어올 수 없다고 하는 이유였다.
이동 통로인 균열은 크레시트의 정예 용병들이 지키고 있고 말이다.
역사서에서 귀환석은 마나로 사용되고 이계는 마나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라고 한다.
참고로 이 귀환석은 서준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언제든 아시어스로는 귀환할 수 있다.
‘어쨌든 웬만하면 빨리 그리고 남들보다 많이 모으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서준이 이계로 이동할 수 있는 관문이 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였다.
“이봐 한국인. 지각생이 이렇게 여유로워서 되겠어?”
누군가가 다가왔다. 중국말로 말했지만, 자동으로 번역되어 서준의 귀에 들어왔다.
게임 속이라 실시간으로 가능한 일이다.
그는 중국의 프로 선수.
‘이름이…….’
음.
“태산이다.”
“나는 카엘이다.”
레이첼은 뒤로 빠졌다. 끼기 싫나 보다.
“…….”
“그래서 왜?”
“그냥 충고 좀 하러 왔지.”
태산이라 자신을 소개한 프로 선수는 서준을 향해 살짝 웃으며 말했다.
서준도 마주 웃어줬다. 비웃음이었다.
‘충고는 무슨.’
서준이 턱짓을 했다.
충고가 아닌 걸 알지만 어디 재롱을 더 해보라는 거였다.
태산은 서준의 그 여유로운 태도에 살짝 짓던 미소를 잠깐 지웠다가 이내 만들었다.
험악한 분위기가 형성된 가운데 서준이 먼저 말했다.
“이봐 거기 뒤에 있는 놈. 신검인가?”
서준은 신검이 왜 다가오지 않는 건지 몰라서 일단 불렀다.
뒤에서 꿍꿍이를 숨겨놓게 만드는 것보다는 앞에서 그냥 대놓고 달려들게 만드는 게 나았다.
“너는 안 오고 뭐 하냐?”
“…….”
신검은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서준에게 다가왔다.
“드디어 만나는군. 도네이션 테러범.”
신검이 태산 옆에 섰다.
두 중국인은 같이 다니는 것 같았다.
서준은 낄낄 웃었다.
그리고 태산은 약간 신검의 발언이 마음에 안 든다는 기색을 보였다.
왜 그럴까.
‘설마 부끄럽나?’
가능성이 높긴 했다.
“그래 오랜만이다. 실력은 올랐고?”
서준의 진심을 담은 걱정에 신검은 표정을 찡그렸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하지는 않았다.
예상 밖의 모습이어서 서준은 연이어 말했다.
“베뒤아를 포기한 건 멋졌어. 빠른 판단 대단한걸?”
이번엔 진심을 담은 칭찬이었다.
“머리는 꽤 좋은가 봐. 검 실력은 별로던데.”
이래도 안 넘어와?
신검은 결국 넘어왔다.
쉽게 낚인다.
“하. 잘 들어라! 너는 어차피 여기서 뭘 못 할 거야! 물론 나가도 뭘 못 할 테지!”
“왜.”
“여기 트레인은 네가 지각을 해서고, 다른 곳에서는 내가 결국 널 죽일 테니까!”
“자신 있어?”
“당연하지. 당연하고말고.”
오.
한번 혈이 풀리자 신검은 참고 있던 얘기를 속 시원하게 풀 듯 서준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왜 참았는지가 궁금해진 서준이었다.
“그렇군. 기대하지. 그래서 그쪽은?”
서준은 이번엔 태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뭐, 나는 너한테 악감정은 없다고. 저 형제처럼.”
“그래서?”
“그래서 충고하는 거지. 지각생은 여기서 좋은 걸 얻을 수 없을 거라고.”
“흐음.”
“잘 생각해 봐. 이미 2일 차가 지났고 30분이 더 지났지. 만약에 이게 한 10일 차 넘게 진행되는 퀘스트라 해도 네가 놓친 기간은 20%야.”
맞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방법이 없을까? 과연?
“지금도 많은 참가자들이 계속해서 쉴 틈 없이 하고 있어. 그러니 여기서 뭘 얻는 건 포기해. 그리고 다른 곳에나 가.”
서준은 피식 웃고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재료를 많이 구하는 게 좋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조건이 아닐 수도 있잖아?”
서준도 재료를 많이 구해다 주는 게 좋은 보상을 얻을 확률이 제일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하하. 멍청하군.”
“그래?”
명분이 쌓인다.
서준의 미소가 짙어졌다.
“그래. 네가 신검을 어떻게 이겼는지 모를 정도로.”
“혹시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건 아닌가?”
“네가 경쟁자? 하하하하.”
태산이 크게 웃었다.
“정말 웃기는 소리를 하는군. 넌 내 경쟁자가 아니야. 해 봤자 신검의 경쟁자지. 프로인 내가 진짜 네 경쟁자라 생각해?”
역시.
그는 신검을 은근히 무시하고 있었다.
불쌍한 신검 같으니.
그나저나 서준은 태산이 왜 이렇게 건방지게 나오나 생각해 봤다.
아무리 스스로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전세계가 보는 앞에서 속마음을 대놓고 말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미지를 생각해야 하지 않은가.
‘나는 뭐.’
다 방송 컨셉 때문이고.
태산도 이미지 메이킹인가?
아니면 중국인들이 이렇게 하는 걸 원하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맞아 경쟁자는 아니지.”
“오?”
“당연히 내가 가장 많은 재료를 모을 테니까.”
서준의 목소리는 당연한 사실을 말하는 평범한 어조였다.
그리고 이렇게 나올 줄 태산은 알고 있었다는 듯 웃었다.
“하 이럴 줄 알았지! 역시 멍청하네. 불나방 같고. 그래. 충고 안 듣고 후회하지나 말라고. 난 이만 가지.”
이럴 줄 알았다는 건 충격이었다.
어쨌든 명분은 쌓였고 중국인 둘은 초록색 포탈, 아니 균열 속으로 들어갔다.
레이첼이 다가왔다.
“저기 서준 님?”
“네?”
“진짜 가장 많이 재료 모으시려고요?”
“네.”
“카엘은 다른 해야 할 거 있을 것 같은데, 발을 걸치는 거면 몰라도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트레인 퀘스트에 계속 있는 건 좀 손해일걸요?”
“걱정 마세요.”
“…….”
그리고 말을 하던 와중 균열에서 한 참가자가 나왔다.
둘의 고개가 동시에 균열로 돌아갔다.
조금 전 들어간 중국인은 아니었다. 참가자는 거구의 바이킹이었다.
영웅은 트레인 소속의 방벽 타란.
그리고 프로 선수.
이름은.
서준이 씨익 웃었다.
“일단 제가 믿고 있는 것 중 하나입니다.”
욘.
“혀, 형님?”
***
“그러니까 지금 제 재료들을 모두 형님한테 넘겨주라는 겁니까?”
제대로 들은 게 맞나?
혹시 번역이 잘못된 것인가?
욘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 맞아. 내놓으라니까?”
서준은 당당하게 요구했다.
“아니, 형님……. 만약에 몰아준다면 그래도 형님이 저한테 몰아주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제가 지난 시간 동안 바친 게 있는데. 그리고 이렇게 대화하는 동안 시간 갑니다.”
시간 가는 건 괜찮다. 10분 뒤에는 현실 시간으로 50분이 지나게 되는데 이때는 자연스레 포탈이 닫히고 안에 있던 이들도 나오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10분간의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지금 들어가서 10분 열심히 한다고 큰 차이가 벌어지지는 않는다는 거다.
욘을 설득하는 게 더 중요했다.
적어도 서준 입장에선 그랬다.
“형님, 1등 하실 가능성 있습니까? 보니까 중국도 그렇고 몰아줄 가능성이 있는 팀이 몇 팀 있던데요.”
“있지.”
“여기 이 레이첼까지 해서? 셋이서? 그건 좀…….”
세 명이서 한 명을 몰아주는 경우는 아직 없어 보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리스크가 너무 크다.
어떤 보상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업적 포인트를 두 명이나 포기한다?
이건 아니다.
아니 애초에 두 명이서 한 명을 몰아주는 것도 마찬가지로 리스크가 있는 행위.
다만 이 퀘스트와 관련된 보상이 소모품들일 것 같고 나눠줄 수 있을 것 같기에, 그 정도의 리스크만큼은 지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자, 잘 들어봐.”
“예.”
“일단 이건 최후의 수단이지만, 내가 진짜 무조건 1등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 그러니 안 돼도 걱정은 말고.”
“그게 뭔데요.”
“나 말고 다른 사람을 다 죽이면 되지.”
순간 살기를 감지한 레이첼이 뒤로 떨어졌다.
하지만 서준의 말을 듣고 욘은 곰곰이 생각했다.
“그런데 언제 퀘스트가 끝날 줄 알고 인원들을 다 죽입니까? 다 죽이기도 전에 완료되면 끝입니다.”
“걱정 마라. 나는 다 아는 법이 있다.”
레이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나 욘은 수긍했다.
“그러면 다 죽여버리면 퀘스트 완료까지 오래 걸릴 텐데요?”
“그건 다른 참가자들 부르면 되지. 새로 온 참가자들은 나보다 높을 수가 없을 거 아니야.”
이내, 서준의 명쾌한 해설을 듣고 얼굴이 밝아진 욘은 손뼉을 탁 쳤다.
“그렇군! ……요!”
“…….”
레이첼은 두 사람을 보다가 고개를 한 번 더 절레절레 젓고 떠났다.
“……저는 남은 10분이라도 일단 모으다가 다시 돌아올게요.”
그리고 남은 두 남자는 진지하게 목소리를 깔고.
“그러면 이제 작전을 의논해 봅시다, 형님.”
정확히는 욘 혼자만 진지하게 목소리를 깔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계의 괴물.”
“예.”
“죽이지 못하면 계속해서 불어난다고 했지. 불어나면 불어날수록 더 처리하기 힘들어 엄청나게 위험해지고?”
“예.”
“걔들을 잡자.”
괴물의 부산물 또한 재료에 포함되어 있었다.
“네?”
“많이 잡자. 아주 많이. 몰아서.”
“아니, 그 형님? 그 괴물 만나 보신 적은 있죠? 한 번이라도 싸워 보신 적은 있으시죠?”
거구가 많이 당황했다.
***
이계.
초록빛의 저승과 같은 분위기를 보이는 이곳을 발견한 크레시트는 혼돈이라 명명했다.
그 속에서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재료를 구하기 위해 돌아다니던 태산은 앞서 이동하는 신검을 보고 생각했다.
‘그 건방진 자식과 여기서 만나게 된다면, 신검보고 시비를 걸라고 할까? 그걸 핑계로 죽여 버리게.’
명분은 그에겐 없어도 신검에겐 충분히 있다.
그러니…….
“이봐 신검 형제! 잡아!”
정면의 왼쪽에서 이계의 들짐승을 발견한 태산이 생각을 멈추고 소리쳤다.
일단 짐승부터 잡는 게 급선무였다.
저것들은 한 마리라도 잡기 귀찮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늘어나기 시작하면 답도 없이 복사된다.
그러면?
리타이어다.
‘카엘 잡을 생각은 조금 뒤 쉴 때 해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