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284)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284화(284/431)
제284화
하늘에서 보면 괴물들이 이루는 원이 두 개가 생겨있었다.
32마리일 때, 괴물은 인당 16마리씩 달려들었다.
두 영웅을 포위한 들짐승들은 앞에서도 뒤에서도 뛰어들어 그들을 공격했는데, 괴물의 공격은 물기와 할퀴기로 단조로웠다.
그 공격의 움직임 패턴은 고작해야 4개.
그러니 패턴을 파악하고 숙련되기는 어렵지 않았다.
한 번 본 것만으로, 아니 처음 보는 것도 완벽하게 피해내는 서준은 일단 차치해도.
욘과 같은 프로들도 딱 한 번씩만 경험해 본다면, 다음번 공격에는 도움닫기만 보고도 어떤 패턴인지 파악하고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을 정도였다.
싸움 자체의 난이도가 높지는 않다는 거다.
아니, 쉬운 편이다.
일반 RPG의 잡몹 정도.
하지만 한 번에 공격이 네 개가 다섯 개가 들어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니, 그것마저도 잘 피하고 막아낼 수 있겠지만.
그게 쉴 틈 없이 들어온다면?
[저걸 어떻게 다 피하는 거냐!]==
카엘이 무섭다.
==
[저 스트리머는 광휘의 축복을 가끔 쓰지만 안 써도 그냥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도대체 한국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궁금하다.
==
[하지만 욘의 체력이 문제다! 한국인의 발목을 잡는다!]==
프로 선수가. 하하하.
==
[역사서 최악의 멍청한 짓! 하하하하하하!]==
그 스트리머는 실력도 제대로 못 뽐내고 탈락하겠구나! 하하하하하하하!
꼴 좋다.
==
-너 중국인이냐?
서준은 피했다.
32마리의 들짐승들이 정말 쉴 틈 없이 계속 달려들어도.
완벽하게.
하지만, 욘은 그러지 못했다.
한 번에 날아드는 다섯 개의 공격을. 여섯 개의 공격을.
모든 방향에서 전조를 파악하고 여러 개의 궤도를 그려 몸을 움직이는 일을 해낼 수가 없었다.
순간적으로 시야에 담고 그것들을 피하는 건 가능해도 완벽히 계속해서 하는 건 불가능하다.
[욘 위기!]==
체력 절반!!!! 그 이하!!!
==
체력이 줄어든다.
16마리를 상대해야 할 때 욘은 몇 번의 공격을 허용하며 체력의 5분의 1 정도를 잃었다.
그리고 32마리를 상대하게 되면서 10초가 지난 시점 욘은 순식간에 체력을 절반 이상 잃게 됐다.
이를 보고 순식간에 무수히 많은 글들이 올라왔다.
[하하하하하! 이제 곧 죽는구나! 한국인!] [솔직히 안 죽고 깽판 쳐 줬으면 하는데 내가 한국인들한테 너무 물든 건가?] [화이팅! 살아라!] [아니 빨리 그냥 죽어라 욘!] [덴마크여 고맙다! 우유 많이 먹겠다!] [너 때문에 방장 죽으면 우유 불매로 복수하겠다. from korea] [글 새로 나오는 속도 봐 어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장 클라스]계속해서.
전 세계에서 말이다.
늦었지만 그걸 뒤집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되는 시점.
[5인궁을 하는 데 필요한 시간 최소 20초?]==
하하하!
20초 안에 될까?
32마리가 계속해서 야바위처럼 뒤섞이는데?
==
서준이 움직였다.
이단 표식의 지속 시간은 30초.
사위에서 날아드는 괴물들을 몸을 틀어 피하며 한 마리의 몸통에 검을 갖다 대 그대로 급소를 긋는다. 이어서 괴물이 착지하는 순간 두 번째 급소를, 그리고 다음 공격들을 피하며 세 번째 급소를 긋는다.
위에서 본 원 중 하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정 거리에서 떨어져 감싸고 있던 괴물들은 서준이 이동하는 만큼 빠지고, 또 달려들 놈들은 달려든다.
검을 낮춰 하이에나만 한 크기의 짐승의 몸통을 베고 찔렀다.
이단 표식이 생겼다.
걸린 시간은 4초.
순식간이었고 서준은 다음 타자를 이미 물색했다는 듯 바로 급소를 공략한다.
32마리의 괴물들의 몸통에 서준이 바라보는 곳마다 하얀 급소들이 생성되는 복잡한 시야 속에서 서준은 괴물을 놓치지 않았지만.
[욘 죽는다 방장아!!!! 빨리!]욘의 체력이 3분의 1밖에 안 남게 되었다.
욘은 이제 아예 디펜시브필드를 두른 부분에만 공격을 허용하며 한 대만 맞는 걸 목표로 플레이 중이었다.
체력이 줄어들지 않는 순간이 없다는 거다.
현실이었다면 욘은 어마어마한 땀을 흘릴 정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게 최선이었다.
[이단 표식 2개!] [욘 체력 4분의 1!] [이단 표식 3개!] [욘 체력 5분의 1! 아니 6분의 1! 딸피!]가만히 있는 욘의 원과, 계속해서 이동하는 서준의 원이 점차 가까워졌다.
시간은 15초가 지났고 서준은 남은 한 마리의 괴물을 쫓고 있었다.
그리고.
한 대만 맞아도 욘이 죽고 두 원이 가까워진 순간.
[죽었다!] [이대로 실패!] [욘 컷!!!! 덴마크 농장 컷!]성공했네.
서준은 괴물의 급소를 타격해 네 번째 이단 표식을 생성하는 대신.
중얼거리며 욘이 죽을 걸 알면서도 관성으로 허용한 하나의 공격을 막았다.
[???] [여기서 욘을 보고 막아주는 판단을? 눈이 몇 개임?]궁극기.
서준이 한 번 더 중얼거리며 그대로 몸을 회전시켰다.
원래 쫓던 괴물의 급소가 서준의 검에 닿았고 그 괴물의 머리 위에는 네 번째 문양이 자리 잡았다.
총 64마리의 괴물들이 0.5m도 안 되는 거리에 둘러싸였고.
두 배가 되기까지 2초 남은 상황.
[디펜시브필드 전환]욘이 한숨을 돌리며 데미지를 축적하는 무적 상태, 즉 푸르스름한 궁극기의 배리어를 온몸에 감쌌고 서준이 욘의 급소를 빠르게 베기 시작했다.
서준은 더 이상 괴물들의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몸이 할퀴고 물릴 때도 서준은 흔들림 없이 욘만을 노렸다.
피해 감소 버프가 없는 서준의 체력이 빠르게 닳았지만, 다섯 번째 표식이 생기는 게 더 빠를 수밖에 없었고.
동시에 64마리의 괴물들도 어딘가에서 나타나 순식간에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심판검]한 개의 심판검이 욘의 머리 바로 위에서, 그리고 네 개의 심판검이 근거리에 무작위로 꽂히기 시작했다.
콰아앙!
장관.
하늘에서 괴물들의 떼들을 향해 거대한 검이 떨어지는 장관이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광휘의 축복]이어서 서준은 무적 스킬을 발동했고 욘은 축적된 에너지를 방출했다.
콰아아아아앙!
조금 전보다 더 큰 소리가 지축을 흔들었다.
충격파가 일대를 휩쓸었다.
에릭의 궁극기 사거리보다 범위가 큰 욘의 궁극기다.
절대 궁극기를 사용한 욘을 건드리지 마라.
리그의 유명한 격언이었고.
4개의 심판검 스플래시 데미지와 한 개의 심판검, 그리고 서준이 급소를 벤 데미지와 괴물들이 공격한 데미지가 합산된 충격파가 괴물들을 쓸었기에.
후두두둑.
괴물이 재로 화하면서 수많은 재료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3일 차의, 아니 역사서에서도 분명 손에 꼽을 만한 장면이었다.
***
“성공! 성공했습니다! 성공했다고요! 와!”
정말 숨도 못 쉬고 보고 있던 방주는 환호했다.
욘의 상황이 너무 급박했다.
체력은 줄어들지 않는 틈이 없는 상황.
그때 서준이 여유롭게 막아내 주면서 처리하고, 이어지는 궁극기 연계.
“심판검 다섯 배! 그리고 받아치기!!!! 성공했습니다!”
-와 진짜 ㅋㅋㅋㅋㅋㅋㅋ 프로가 발목을 잡을 뻔하네
-욘 개딸피 ㅅㅍ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이 합이 좋은 건 모르겠고 잘 버틴다
-방장이 미친놈이라니까? 프로 위 피지컬이라니까?
-ㄹㅇㅋㅋ
-이건 진짜 말 안 되긴 하거든요
-자 이제 재료 줍고 가자!
“캬! 서준 님은 정말……. 감동이 있습니다! 여기 커뮤니티 보면 설레발이 잔뜩 있습니다! 이것 보세요!”
방주는 화면을 하나 띄웠다.
수많은 저주와 응원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커뮤니티 글의 캡처 사진들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실패할 것 같긴 했지
-난 믿었는데?
-불신자들 같으니라고. 이단! 이단이다!
“사실 이 실패할 거란 불평분자들의 설레발은 1분짜리거든요~. 캬. 3분 카레에 이어! 1분 만에 또 커뮤니티를 이깁니다! 방장이!”
-방주야… 이 방 방장은 너 아니니?
-이방 방장도 방장입니다.
-쟤들은 해외인데 빨리 1분 만에 요리하는 해외 음식 찾아와 봐라
-1분 시리얼단ㅋㅋㅋㅋㅋㅋ
-방장! 방장! 방장! 방장!
과연 다른 공식 방송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방주는 3일 차가 끝나고 1시간 가량 쉬는 동안 그 리액션들을 볼 생각에 신나 하고 있었다.
고양이 머리띠를 한 카필의 반응이 특히나 기대됐다.
그리고 서준의 화면으로 다시 돌아온 순간.
[아아아아아!]수많은 재료들이 떨어진 사냥터 속 바이킹이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
욘은 고함을 내질렀다.
이유는 여러 가지로 복합적이었다.
가장 먼저 해냈다는 순간의 기쁨.
아드레날린이 증폭해 뇌가 터질 것 같은 순간이었다.
두 번째는 이 순간의 기쁨을 배가 시켜주는 죽을 뻔했다는 사실이다.
조금 전 그의 역사서가 끝날 뻔했다.
안전하고 지루한 퀘스트 속에서, 몰이사냥을 한다고 객기를 부리다가 죽는 결말을 맞이할 뻔했다는 거다.
세 번째는 서준은 한 대도 안 맞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사회적 죽음이다.
그는 서준과의 차이를 인정하고 있었다.
‘그때, 그런 걸 보고 당했으니…….’
그리고 많은 사람들도 서준이 웬만한 프로들을 뛰어넘는 실력을 가졌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준이 그 정도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도 그만큼이나 많았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그가 먼저 죽는다? 서준은 여유로웠는데?
그리고 그것 때문에 서준도 역사서에서 떠나서 그가 웬만한 프로들보다 뛰어나다는 걸 이곳에서 증명하지 못 한다?
서준을 형님이라 부르던 욘에게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다수의 사람들이 볼 때 증명해 내도 말이 나오는 게 이 세상이다.
그런데 다수의 사람들이 보는 무대에서 서준이 내려간다면.
‘내 평판은…….’
어쨌든 살아남았다.
“크아아아아!”
살아남았다고.
하지만, 다음은 안 된다.
욘은 힘들었다.
무리였다.
이 바보 같이 무식한 몰이사냥을 더 한다면, 살아남을 자신이 없었다.
그는 살이 물리는 와중에도 여유롭게 무적이 된 그의 급소를 공격하던 서준을 떠올렸다.
그건 광기였다.
‘그냥 인종이 달라.’
빌자.
욘은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방금 성공한 것만으로 아마 2일 치는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안전하게 64마리나 32마리로 사냥만 해도 남들보다는 빠를 테니.
당장 다음날 퀘스트가 마무리되지만 않으면 된다. 그들이 추격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그러니.
“형님?”
욘은 아이템을 줍던 서준에게 다가갔다.
“왜?”
“저, 다음부터는 128마리 대신…….”
“설마 쫄?”
아.
진짜.
욘은 순간 진지하게 사람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참았다.
회의감 들었다고 뭐라 하면 또 맞을 수도 있으니까.
다행히 서준이 무정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 뭐. 욘 네가 죽을 뻔한 거 보니까 많이 위험하긴 하더라.”
이해해 주는 건가?
바이킹은 살짝 감동했다.
“그렇죠.”
“그래서 말인데, 128마리 있잖아?”
“예.”
“그냥 내가 혼자 잡을게.”
“네?”
“너는 멀리 있다가 내가 잡으면 재료나 주우러 와.”
“…….”
“뭐.”
“설마 혼자 하실 수 있었어요?”
“어. 심판검 7개가 뭐 별거라고.”
“혼자 하실 수 있다는 계산은 그럼 언제부터?”
서준의 대답은 막힘없었다.
“괴물 처음 쳐 본 순간부터.”
“그럼 왜 저랑 굳이……. 같이?”
“재밌잖아.”
“…….”
누군 죽을 뻔했는데?
“뭐해 빨리 아이템 안 줍고.”
“이 개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