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286)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286화(286/431)
제286화
“다시 말하지만, 서준 님의 동화율은 이상할 정도로 낮아요. 정말 유례없을 정도로.”
“그래요?”
“네. 동화율을 구하는 방법은 너무 복잡하니 그냥 간단하게 설명하면 캡슐은 현실의 뇌와 가상현실을 연결해 주는 신경, 아니 통로입니다.”
오지혜는 기본적인 것부터 다시 설명했다. 7년, 아니 8년 전에도 들었던 것이다.
이 팀장 때문에 처음부터 짚는 것이리라 서준은 추측했고 그것은 정답이었다.
“이 통로가 넓어지면 정말 정말 사소한 뇌의 명령까지도 온전히 가상현실 서버에 들어가 반영이 되고, 가상현실에서 보내주는 정보도 정확히 뇌에 전달돼 생생하게 즐길 수 있죠.”
비싼 캡슐이 좋은 이유다.
“0.3%. 동화율이 50일 때 미세하게 손실되는 신호의 양이죠. 정확히는 여러 조건에서 0.3% 정도 손해를 봐서 50인 거라 선후관계가 바뀐 설명이지만 아무튼.”
이 팀장은 흥미롭게 옆에서 잠자코 얘기를 들었다.
오지혜가 그녀에게 양해를 구하며 이곳에 왔을 때는 자세히 듣지는 못 했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아도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한 상태였다.
“현실을 99.7%만큼 진짜 같이 느낀다는 거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아요. 아무리 좋은 캡슐을 써도요.”
이 정도면 정말 약간의 위화감 정도밖에 없는 수준일 것이다.
“그런데 서준 님은 1%.”
“헉.”
이 팀장이 숨을 들이켰다.
생각보다 훨씬 높은 차이였기 때문이다.
“에서 3%.”
“허어억.”
오지혜가 이 팀장을 째려봤고 이 팀장은 입을 손으로 가리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팀장이 장난스럽게 비명을 지른 것은 아니었다. 정말 놀란 것이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죠. 일단 뇌 자체가 캡슐이란 통로랑 잘 안 맞는 것도 있어요. 하지만 이건 특별하긴 해도 역사상 유례없을 정도의 수준은 아니죠.”
그렇다.
서준이 동화율이 낮은 이유는 복합적이다.
“가장 큰 원인은 기본적으로 서준 님이 보내는 정보의 양이예요. 이런 케이스가 서준 님뿐이라 신기하긴 한데, 일반인들보다 눈에 띌 정도로 높다는 거죠. 왜 그런지 아시죠? 분명 아실 것 같은데 알려주세요.”
오지혜가 설명하다 말고 급발진했다. 분위기 환기를 위해서였고, 연례행사 같은 질문이었다.
그러나 서준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매번 솔직하게 대답하는데?
“네, 안다니까요. 왜냐하면…….”
“그 전생을 기억해서 많은 것들을 배웠고 정말 몸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모두 느낄 수 있다는, 감각이 남달라서라는 대답 말고요.”
“오?”
이 팀장이 그럴듯하다고 손뼉을 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지혜는 이어서 설명했다.
“아무튼 그래서 서준 님이 가상현실에서 느끼는 현실감은 97%에서 99%. 숫자로는 1에서 3%지만 나온다지만, 분명 체감은 우리 생각을 뛰어넘어 훨씬 심하겠죠.”
몸이 아파 조금만 무거워지거나 불편해져도 다 느끼는 게 사람이다.
그런데 1에서 3%의 손실이라면.
체감이 어느 정도일지는 그 누구도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이를 모를 리가 없는 이 팀장은 서준을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다.
듣다 보니 아주 심각했던 것이다.
“예전 캡슐에서는 그것보다 심했고요?”
이 팀장이 물었다.
그녀를 위해 설명해 주고 있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맞아요. 다시 비유하자면 캡슐은 통로. 그런데 서준 님은 어마어마한 신호들을 잘못 끼워진 캡슐에 계속해서 집어넣고 계시죠. 평상시에는 1%지만, 훨씬 더 많은 집중을 요구하는 특수한 상황에는 4%의 손실까지도 보입니다.”
이는 흔치 않았다.
있어봤자 하루에 한 번. 가장 최고로 어려운 순간.
“잠시만요. 생각해 보니 그 말은 어려운 플레이일수록 서준 님한테는 훨씬 더 난이도가 올라간다는 건가요? 낮은 동화율 때문에?”
“정확해요.”
“하긴 생각해 보면 어려운 플레이가 아니라 쉬운 플레이조차도 남들보다 더 불리한 상황이죠. 그런데 어려운 플레이로 가면 갈수록 더 불리해진다니……. 그리고 4%면.”
“맞아요. 그 정도면 무리가 갑니다. 최고급 캡슐이란 현시점 가장 튼튼하고 넓은 통로를 사용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통로가 과열되면, 식혀줘야 한다.
일반적인 수준 내에서라면 4시간 게임하고 한 시간 쉬고 다시 4시간 게임 하는 정도면 무리는 거의 없지만, 어느 임계점을 넘어가면 부하가 대폭 커지기 마련이다.
그 임계점이 4%.
“그리고 통로에 문제가 생기면 그때는 열기가 뇌까지 번질 수도 있습니다. 가상현실 서버는 워낙 튼튼하고 관리 인원도 있고 크기도 방대해서 연결이 끊긴다고 문제가 생길 수가 없지만, 사람의 뇌는 다르죠.”
그래서 필요한 게 강제 종료다.
3일 차에 일어난 몰이사냥의 순간은 한 시간마다 한 번씩 일어났던 거라 바로 강제 종료가 필요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건 확실히 어쩔 수 없는 문제겠네요.”
“맞아요. 역사서가 엉망이 되더라도 김빠지는 결말을 맞이하더라도 안전사고가 터지는 것보다는 낫죠.”
이 팀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오지혜에게 말했다.
“그러면 조금 뒤 팀장들에게 설명하러 갈 때 와서 도와주실 수 있나요?”
“그럼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서준 님을 응원하면서 그리고 부디 사고가 안 나길 기원하면서 이만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넵.”
이 팀장은 나갔고 서준은 룸 서비스를 시킨 뒤 생각을 한 번 더 정리했다.
‘흠.’
이건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역사서가 그의 건강보다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니.
그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 본다.
서준은 오지혜에게 기준을 물었다.
“한 시간 쉬면 충분한가요?”
“아예 캡슐 밖으로 나온 상태에서 한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통로가 열기를 식히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만약에 제가 몰이사냥을 30분 정도 계속 연속해서 한다거나 했다면 강제 종료인가요?”
“비슷해요. 아마도 오늘 나왔던 수치로는 전투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10분에서 40분? 쉬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40분 정도가 한계겠네요.”
오늘 나왔던 수치라는 말에 서준은 오늘 집중했던 정도를 기억에 새겼다.
그는 자신이 어느 정도로 집중했는지를 알고 있다.
‘확실히, 다른 게임이었다면 가끔 나오는 몇 초 정도면 끝날 수준의 집중을 30초에서 1분 넘게 유지하긴 했지.’
오지혜의 말 그대로 몰이사냥은 난이도가 생각보다 엄청 높은 게 맞았다.
“그 후에는 예외 없이 한 시간 휴식이요?”
“네, 1시간이면 확실히 안전하죠. 저는 7년 만에 얘기를 할 때도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혹시 위험하다면…….”
“네네. 잘 압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집중하지 않고 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
‘부담을 최대한 덜어내는 식으로 몸을 움직인다면?’
잘 모르겠다.
되는지 안 되는지가 아니라 그게 얼마나 영향을 미쳐서 싸움을 유지할 수 있을지 말이다.
“그럼 저도 이만 갈게요 서준 님. 푹 쉬시고 4일 차도 응원하겠습니다.”
“네.”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오늘 같은 수준의 집중을 해야 할 순간이 역사서 기간 내내 한 번도 안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맞는 말이다.
몰이사냥도 더 할 필요 없게 됐고, 그 정도의 상황이 자주 있을 일은 아니니까.
한 번도 안 쉬어도 될 확률이 더 높았다.
“하지만 주제넘게 첨언하자면 그 순간이 왔을 때, 무리하시다가 나가게 돼서 설명하기 곤란해질 바에는 그냥 지는 것도 방법일 거예요. 어디까지나 그런 순간이 온다면 말이죠.”
여러모로 복잡해진 순간이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장이 갑자기 로그아웃한 이유 떴다!]==
AI가 더럽고 치사해서 빡종!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개웃기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긴. 자꾸 꿀 빨려 하면 컨텐츠에서 밴 때리는 데 화가 안 날 수가 없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왜 나는 행복할 수 없는 거야!!!!!!
└그렇다기엔 압도적 1등이긴 해 ㅋㅋㅋㅋ
└가진 놈이 더한다더니 독한 자식 ㅋㅋㅋㅋㅋㅋ
└ㄹㅇ 방장 개 독한 듯ㅋㅋㅋㅋ
[그거 앎?]==
이대로 방장 아예 안 돌아옴ㅋㅋㅋㅋㅋ
역사서 ㅈ됐음!!!
==
-역사서 그냥 망하게 하려고 진짜 그럴 수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I를 엿 먹일 수 있는 최고의 방법ㅋㅋㅋㅋㅋㅋㅋㅋ
-역대급 행보를 보이던 참가자가 갑자기 빡종하고 관둔다? 일단 한국에선 폭동 일어날 듯ㅋㅋㅋㅋㅋㅋㅋㅋ
└레게노
└한국 말고 세계에서도 폭동 일어날 수도 있음. 지금 방장 팬 개많음
-안 많을 수가 있나 ㅋㅋㅋㅋ
[와 씨. 지금 관계자들 열심히 호텔에서 설득 중인 거 아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그럴 것 같으면 개추 ㅋㅋ
==
[빡종이 맞음?]-아니겠냐? 그 성격에?
-제발 돌아와 줘(방주 속마음)
└방주보단 욘이 더 ㅈ됐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죽을 뻔하면서까지 다 몰아줬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 업적 포인트도 많으니 뭐라도 떨어질까 기대 중인데 갑자기 안 온다?ㅋㅋㅋㅋ
[현재 재료 정리]==
신검 + 태산
2일 차 끝나고.
95개
3일 차 끝나고.
149개.
방장.
3일 차 (1일 차임)
150개.
한 개 차이 ㅈㄴ 아슬아슬하네.
그리고 이거 보니까 AI가 또 일부러 여기서 끊은 것 같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저번에도 예언은 딱 살 수 있게 하면서 끝내던데.
-그래서 방장이 떠난 거면 이 음흉한 기계는 파괴시켜야 한다고 생각함
└오함마로 ㅋㅋㅋㅋ
[방장이 로그아웃한 후의 마을을 도는 멍청한 카엘과]==
(카엘 옆에서 당황해하며 현실 부정 중인 욘 사진)
엌ㅋㅋㅋㅋㅋ
==
[저 방장 AI는 얼마나 쎌꼬…]==
그냥 싸울 때마다 나가라고 할까?
==
-ㅋㅋㅋㅋㅋㅋㅋ
-누가 저 AI 카엘 습격했음 좋겠다ㅋㅋㅋㅋ
-그래서 방장 오냐고 안 오냐고!
-안 오면 뭐… 최후의 1인이 마을에서 어슬렁거리는 카엘과 싸워서 지고 방장은 포기한 뒤에도 우승하는 거지 뭐
└ㄹㅇㅋㅋ 이거다
└역사서 한 편 다 봤다
└미친놈들아 ㅋㅋㅋㅋ 설마 AI한테 지겠냐고 ㅋㅋㅋㅋ
└그냥 방장이 오면 되는 거임! 빨리 와!
시청자들은 서준이 떠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설레발을 쳤다.
그리고 다행히도 서준은 역사서 4일 차가 시작되자마자 그 모습을 보여줬고, 관계자들의 설득이 성공(?)했음을 알렸다.
***
“형님, 왜 갑자기 끄셨습니까? 설마 화나신 건 아니죠? 예?”
“그런 건 아니고, 그럼 이제 털러 가자.”
서준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예? 벌써요?”
“어. 크레시트의 반응에서 뭔가 안 좋은 낌새를 눈치챌 수 있으니. 1등 하려면 경쟁자를 죽여야 하는 건 당연하고.”
“진짜 죽이신다는 거죠?”
비유적으로 말한 거였기에 욘의 물음은 서준을 기분 나쁘게 만들었다.
하지만 솔깃하긴 했다.
***
4일 차가 시작되었고 태산과 신검은 이전 역사서 속 3일 내내 그랬듯 함께 균열로 이동해 재료를 파밍할 자리를 찾았다.
“그 자식들 잡아야 하지 않을까?”
그들은 재료를 최대한 다양하게 모으고 있었다.
그냥 모든 재료를 다 많이 가져가야 하는지, 아니면 골고루 많이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그들은 신경 쓰고 있었고.
그들은 두루두루 모으는 길을 택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또 사소한 디테일이 차이를 만들어 내는 법이다.
그래서 발견한 사실이 있다.
오다가다 괴물과 마주치면 잡았고 괴물의 재료는 그럴 때마다 하나씩 가져다 내기로 했는데, 3일 차 마지막 순간 NPC가 안 받겠다고 했다.
“걔들이 확실해?”
태산에게 신검이 물었다.
“어. 조용하지만, 분명 걔네야.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짐작은 간다만.”
참고로 퀘스트에 대한 소문을 듣고 참가자는 계속해서 몰려드는 중이었다.
그렇게 이곳에 모인 참가자는 열일곱.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 퀘스트가 끝날 때까지.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 중 이변을 일으킬 만한 인물을 꼽으라면.
“역시. 죽여야겠어. 그 자식들 올 때까지 입구 지켜보자. 그게 급선무다.”
태산은 서준의 실력은 아니어도 의외성이나 특별한 몇몇 상황에서의 피지컬은 인정하기에.
이 정도의 갑작스러운 이변을 일으킬 인물은 서준밖에 없었다고 생각했다.
‘다른 재료들도 막히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 괴물의 재료만 막힌 걸 보면 아마도 어떤 방법으로 몰이사냥을 했을 터.’
따라 잡혔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태산이 위기감을 느끼고 경쟁자를 제거하려고 약간 떨어진 곳에서 균열의 입구를 바라보는 동안.
다른 한 시선 또한 더 멀리서 입구를 지켜보고 있었으니.
클라이막스.
중국의 레전드 프로 게이머이자 이번 흑막이 마침내 역사서에 들어왔다.
사냥을 위해.
서준이 4일 차에 불러온 가장 큰 이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