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291)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291화(291/431)
제291화
“이게 뭐 하는 거죠?”
서준이 갑자기 도시를 누비기 시작했고 사라는 캐스터의 물음에 해설을 해야 했다.
“도시 탐색 아닐까요?”
“도시 탐색을 왜 해요?”
“싸움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자세히 보는 건 언제나 득이면 득이지 손해 볼 건 아니죠.”
“시간이 아깝잖아요.”
“어차피 1등인걸요.”
“그런가요?”
“네. 아마도 트레인에서 싸움이 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거 아닐까요?”
“역시! 최상위권 플레이어들은 언제나 다음을 준비하는군요!”
-그렇군!
-어쩐지 방향이 지조 없다 했는데 다 훑어보는 거였구나
-저 한국인 의외로 꼼꼼한데?
-저게 실력의 비결 중 하나인가. 리스펙하겠다
-그런데 그러면 뭐 하나. 습격당할 텐데
“어차피 습격당하고 오늘 끝난다니요.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겁니다. 지금 카엘이 줏대 없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습격을 안 당할 수도 있는 겁니다.”
캐스터의 말에 사라가 피식 웃었다.
“아닐걸요?”
“왜죠?”
“어제 경비원으로 있던 흑막의 모습을 보면 일말의 위화감도 없더군요.”
“그런가요.”
“네. 지금도 지켜보고 있을지 누가 압니까.”
“하하하.”
6일 차의 카메라는 아무것도 안 하는, 정확히는 매우 지루하게 도시 탐색이나 하는 카엘을 찍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 일이 안 일어나면 일단 화면은 카엘을 고정할 것이다.
언제 습격당할지 모르니까.
사라는 박수를 쳤다.
“카엘이 열심히 도시를 둘러보는군요. 차라리 이계에 들어가시지.”
“이계요?”
“네. 그곳에선 적어도 NPC한테 습격당할 확률은 낮을 거 아닙니까.”
“그렇겠네요.”
“하아암. 습격당할 위기인데 저렇게 평온하시다니.”
-하하하 맞다
-하지만 난 이렇게 평온한 카엘도 보기 좋다
-왜?
-이상한 짓 안 한다
-하지만 최고 부자지 하하하하
“그러게요. 업적 포인트 다 못 쓰고 죽는 것도 엄청 억울하시겠는데?”
사라는 심드렁하게 화면을 보며 해설을 했다.
다른 영웅들도 아직 초반이라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을 테고 이대로 꼼짝없이 5분은 더 카엘을 보게 생겼다.
그리고 그 순간.
“어? 뭐 하는 거죠? 하하하!”
캐스터와 사라는 웃었고.
“복면을 갑자기 쓰다니! 또 무슨 짓을 하려고!”
서준의 시야에서 눈을 슬쩍 굴리는 순진무구한 NPC가 화면에 담긴 순간.
-뭐야!!!!!!
-나만 소름 돋았어?
-공포다… 이건 공포다……
-둘이 뭐 하던 거야
-맵을 돌아다닌 게 아니라고?
-엄청난 눈치싸움이?
-하하하하하! 사라도 전혀 몰랐다! 하하하하하!
지루한 상황이 순식간에 급변했다.
***
사실 눈이 마주쳤다고 해서 습격자가 아닐 수도 있었다.
서준의 피해망상일 수도 있었다.
서준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는 범죄 허가증이 있었다.
습격하고 아니면 살려주면 그만이다.
서준은 당황한 NPC와 눈을 마주친 상태로 싱긋 웃어줬다.
왜 당황하고 멈추고 그래.
‘그러면 진짜 습격자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잖아.’
어쭈? 뒷걸음질까지?
이러면 진짜 그어보는 수밖에.
서준은 상대 몸에 새겨진 하얀 선을 공격했다.
그리고 검이 시작점에서 이동하며 몸을 긋는 동안, 상대의 신체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찾아왔다.
신체가 부서지기 시작한 것이다.
순식간에 타들어 가듯 살은 쪼그라들었다.
그 표면은 마치 썩는 듯 부패했으며.
안쪽에서는 초록빛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진짜였네?’
서준은 자신의 감에 대한 확신을 더욱 확고하게 다졌다.
괜히 이상한 게 아니다.
틀린 적이 없으니 매번 확인은 해 보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습격자냐?”
서준의 검이 이어서 다음 급소를 베었다. 점이었다.
상대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무기를 들어 올렸다.
서준은 그 무기의 형태에 집중했다.
왼손에는 로프가 달린 탐험가의 갈고리와 오른손에는 작은 단도가 있었다.
후드를 뒤집어쓴 게 기본값이니 얼굴을 보긴 힘들 것 같고.
“그래.”
반격이 날아들었다.
파앙!
상대 손에 있던 갈고리가 쏘아졌다.
마치 에릭의 마법진에서 사슬이 튀어나오듯.
다른 부분은 달라도 쏘아지는 형태 자체만큼은 같았다.
“그걸 피해?”
전조가 있었다.
순간적으로 손에서 갈고리가 살짝 떨어졌고 서준의 머리를 향해 방향을 잡았다는 것.
“그럼 안 피하냐?”
에휴.
한숨을 쉬며 서준은 그대로 접근해 세 번째 급소를 베어냈다.
“흡.”
단도가 급소를 노리는 서준의 어깨를 공격하고 있었지만, 서준은 스킬을 사용하지도 않은 채로 어깨를 뒤로 젖히며 그대로 몸을 돌려 피했다.
그리고 검은 그대로 위에서 보면 원을 그리듯 이어지며 다음 급소를 베었다.
순식간에 네 번의 공격을 허용하자 상대는 정말로 당황한 눈치였다.
이럴 때 주로 할 수 있는 건 흐름 끊기인데.
휘이익!
그는 로프를 다시 손으로 잡아당기면서 뒤로 빠졌다.
정확히 예상한 대로였고 서준은 이를 방해하지 않았다.
갈고리가 당겨지면서 위협적으로 서준의 몸을 스쳤다.
스치기만 했다.
“맞으면 체력이 많이 줄어드나? 아니면 CC기가 있는 건가?”
“내가 정보를 말해 줄 것 같나 한국인.”
“그럼 안 풀게? 너는 나에 대해 다 알잖아.”
“그래도 안 낚이지.”
“굳이 내 앞에 나타난 거 보니까 나 사냥하려 했던 거 아니야?”
서준이 다시 접근했다.
몇 합을 더 섞었고.
습격자는 다시 뒤로 이동했다.
골목에서 빠져나온 습격자였다.
도망칠 것 같진 않았다.
“체력이 많나 보네?”
서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상대만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했지만 체력 수치는 현재 서준과 상대가 비슷했다.
“며칠만 지나면 더 많아질 수 있었지.”
“그런데 날 찾아온 건가? 아니면, 날 찾아온 건 아닌데 내가 발견한 건가.”
서준이 계속해서 흐름을 끊을 수 있게 하는 이유에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가 컸다.
“널 찾아왔다!”
이번에는 습격자의 몸이 쏘아졌다.
다시 골목 안으로 전장이 바뀌었다.
서준은 그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갈고리를 튕겨내어 옆의 벽에 박히게 만들고 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쳤다.
상대는 그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공격이 급소를 베는 게 아님을 알고는 막지 않고 서준을 그냥 공격했다.
‘스킬인가? 아닌 것 같은데.’
서준의 감은 상대의 이번 공격이 서준의 스킬을 빼려는 시도 같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준은 바라는 대로 스킬을 썼다.
[광휘의 축복]“걸려들었군!”
아니다.
“막아봐라!”
어떻게 피해 볼까?
고민되었다.
상대의 갈고리가 쏘아질 전조를 보였다.
그런데 이번엔 초록색 기운이 훨씬 더 진하게 뭉쳐 있었다.
‘중첩되어 있다?’
팡!
쏘아진 갈고리는 여러 개였다.
초록색으로 이루어진 것과 본체 하나.
그것들은 마치 투망처럼 서준의 주변으로 촤악 펼쳐졌는데, 그때 바로 상대가 왼팔을 잡아당기는 모션을 취했고 서준은 꼼짝없이 그 갈고리가 등에 박히면서 끌려갔다.
CC기였다.
‘거의 확정이니 쿨타임은 길겠군.’
“하하하!”
스킬 데미지에 연이어 단검으로 공격까지 당하니 데미지가 상당하다.
체력이 3분의 1이나 줄어들었으니.
CC기가 풀렸지만 상대는 여기서 끝낼 생각으로 공격을 이어가며 궁극기를 발동했다.
그의 몸에 초록빛 기운이 커지더니 순간 폭발하며 사방으로 기운이 퍼져 나갔다.
당연하게도 서준은 이를 처음 보고 피할 수가 없었는데, 데미지가 들어가거나 특정 상태 이상이 걸리진 않았다.
하지만 서준의 옆에 이계의 괴물 한 마리가 바닥에서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궁극기지?”
“그래 맞다. 그리고 네가 아는 그 특성 그대로 가지고 있지. 그런데 나도 상대해야 한다.”
그대로는 아닐 텐데.
“흠.”
“이제야 죽는다는 게 실감이 나나 보군.”
“으음…….”
“당황해서 말도 안 나오고. 그 복면이나 벗지, 그러냐.”
“으으음.”
괴물이 달려들고 흑막이라 추정되는 참가자가 공격을 쏟아붓는 상황 속.
서준은 고민했다.
매우 심각하게.
이는 중요한 문제였다.
그리고 서준을 힘들게 만드는 그 고민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이제 죽일까?’
얻을만한 정보는 거의 다 얻은 것 같은데.
그래 죽이자.
“스킬 설명은 안 해 줄 거냐?”
“하. 스킬 쿨타임이 20초 남았다는 것만 말해 주지. 넌 그때 한 번만 더 당하면 죽을 거다.”
“안 알려주려나 보군. 그러면 죽어라.”
서준의 눈빛이 변했다.
이제 얻을 정보는 충분히 얻은 것 같다.
그때부터, 서준은 단 한 번도 광휘의 축복을 사용하지 않고 상대를 몰아쳤다.
가장 먼저 괴물부터.
날아드는 갈고리를 피하고, 단검을 들고 오는 상대를 발로 차 날리고, 괴물을 처리하는 일은 간단했다.
체력도 이계의 괴물보다 많지는 않았다.
“쿨타임 돌았다! 한 번만 더 당하면!”
“아직도 그걸 믿는 건가?”
어떻게든 서준의 무적 스킬을 빼려고 하는 게 보였다.
하지만.
“한 번만……. 한 번만 쓰면!”
서준은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상대는 너무나 쉽게 당해가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도 못한 채로 서준의 스킬을 빼려고만 했다.
이 모든 건.
‘흠.’
틈이 너무 잘 보여서 가능한 일이었다.
얼핏 보이는 기본기에 비하면 이렇게까지 틈이 보이나 싶을 정도로.
무기가 익숙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는 사실도 서준은 파악이 됐다.
‘일반 검이었다면 훨씬 훨씬 더 잘 싸웠겠군. 저 틈도 다른 사람들한테는 잘 안 보였을 테지만.’
그는 보인다.
더 높은, 지고의 경지에 올랐기에.
물론 전생에서다.
서준은 말투를 바꿨다.
분위기 잡을 시간이다.
“안 됐구나. 흑막의 하수인이여.”
“한 번만 더……. 뭐?”
“잘 가거라. 심판검의 처형 체력은 알고 있겠지?”
“어, 어? 언제 이렇게? 그것보다 하수인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
“이제 와서 네 정체를 부정할 생각을 하다니. 딱하구나. 쯧.”
“잠시만!”
체력이 일정 피해량에 근접해졌다는 걸 아는 습격자는 극심하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후드 밑으로 보이는 하관을 꽉 깨물고.
이전에 처리했던 다른 이단들과는 반응이 남달랐다.
그렇게나 역사서가 좋았나?
약간은 딱했지만 어쩌겠는가.
“잠시만! 멈추라고!”
완전히 회피하고 도망치는 거에 집중하는 습격자였지만.
서준은 쉽게 쉽게 따라붙어 가며 추가적인 데미지를 넣었다.
‘발악이 너무 심한데?’
“잘 가라.”
서준은 그의 앞 돌길의 틈 사이에 두 손으로 검을 꽂았다.
“안돼애애애애!”
[심판검]도시의 상공에 균열이 생기고.
서준은 두 손을 모은 뒤 기도를 드렸다.
“이걸로 악의 하수인이 한 마리 줄어들었습니다.”
“하수인 아니라고……!”
콰아아앙!
“……?”
죽는다.
습격자가.
누더기들이 타들어 가고 초록빛이 폭발해 가며.
도시가 또 파괴되었다.
괜찮다.
허가증이 막아줄 것이다.
서준은 잔해더미로 걸어갔다.
아직 안 끝난 것인가.
아니면 최종 보스와의 대화 기회인가.
아니면?
적의 시체는 유령과 비슷했다.
얼굴은 남아 있었고, 서준은 그에게 물었다.
대화가 가능한지.
“그래서 너 같은 사람들이 몇 명 더 있냐?”
패턴은 적당히 파악했으니 한 10명 정도면 지금 쓸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서준이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 대답이 들려왔다.
“없다. 미친놈아.”
“뭐라고?”
“내가 흑막이라고.”
“아하. 그렇군. 그렇다면 페이즈 2냐?”
“아니. 죽었다. 죽었다고! 끝이다, 카엘!”
멋진 척은 하고 있지만 동요하는 상대의 눈동자가 뒷감당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는 게 느껴졌고.
“음?”
서준은 상대의 반응을 통해 진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네가 최종 흑막?”
“그렇다.”
“발렸으면서 무게 잡지 말고.”
“…….”
“그래서, 끝?”
“아마도. 하하.”
서준은 그렇게 말하고 얼굴이 초록색 안개 덩어리로 화해 접속이 끊긴 시체를 내려다봤다.
서준의 눈에도 동요가 전파되었다.
‘망했군. 어떡하지?’
당연히 졸병인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