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299)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299화(299/431)
제299화
서준은 공방의 건물에서 나오면서 봤던 퀘스트 창을 보고 또 봤다.
이렇게 될 거라 당연히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더 까다로운 주문이었다.
‘참가자들을 줄이는 것에 앞으로 제한을 두겠다는 거군.’
왜냐하면 서준 그가 당장 강력해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안 들키는 게 가장 중요했다면, 지금은 들키고 말고를 떠나서 보이는 족족 최대한 죽여서 줄여나가는 선택이 가능해진다.
‘내가 진짜로 그렇게 게임을 풀려 했으면 진작에 했겠지.’
안 한 이유는 단순하다.
게임을 너무 쉽게 쉽게 가는 것도 딱히 좋은 건 아니어서다.
아무튼, AI의 의중은 그렇고 세 명을 잡으라는 건.
‘이미 흩어졌군.’
건물 밖으로 나온 서준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욘.
나머지는 서준이 들어간 순간 빠르게 이동했을 것이다. 서준에게 정보를 물어봤자 답해줄 가능성도 적을뿐더러, 남는다고 알려줄 정보라면 다른 곳에 가서도 언젠간 얻을 정보라는 뜻이니.
서준이 별다른 언질을 준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렇다면 저기 저 계단 아래에서 서준을 기다리고 있는 욘은 왜 남았냐 하면.
“형님! 축하드립니다! 와! 형님! 역시 괜히 재료 수집 1등을 하신 게 아닌 거죠! 빨리 상점도 파악하고 나오시네요!”
이러기 위해서다.
욘은 껄껄 웃으며 서준에게 다가갔다.
물론 그도 알고 있었다.
무언가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을.
그가 서준에게 재료를 몰아준 건, 일단 협력이라서, 가장 뛰어난 서준에게 협력하는 게 전체적으로 볼 때 이득이어서가 가장 큰 이유였다.
1등의 보상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가 아니란 거다.
둘은 이를 미리 명시한 상태로 협력 중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형님, 뭐 좋은 거 나오셨습니까? 아무래도 이런 대규모 협력 퀘스트의 1등이면 좋은 게 나왔겠죠? 흐흐.”
뭐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욘은 그렇게 생각하며 서준에게 다가갔다.
이에 대한 서준의 감상은.
‘약간 미안해지는군.’
여기서 손을 비비며 다가왔다면 엄청 비굴하게 느껴져서 죄책감이 많이 증폭됐을 수도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바뀌는 건 없었겠지만.
“있었지.”
“뭔데요 형님?”
“아이템. 300포인트짜리.”
“오오! 와아…….”
서준의 말에 호응해 주며 순간 텐션을 올리던 욘은 300포인트 가격의 아이템이라는 말에 급격히 탈력감이라도 찾아온 듯 힘을 잃었다.
“다른 건……?”
“없었어. 300포인트짜리 아이템 네 개.”
“아하……. 그럼 우리도 내일 그 상점 볼 수 있는 건가요?”
“나한테만 크레시트의 상점이 열린 것 같고, 제대로 된 소모품은 내일 열릴 것 같네.”
“그래요? 형님은 그것 외에 다른 걸 본 건 아닌 겁니까?”
“어.”
“아이템 옵션이나 보죠. 설마 안 보여줄 건 아니죠?”
“여기.”
서준은 아이템을 꺼낸 다음에 욘에게 건네주었다.
욘은 연신 부럽다를 남발하더니 서준에게 아이템을 다시 돌려주었다. 착하네.
“와, 이제 진짜 형님한테 덤비면 안 되겠네요. 한 번에 가겠는데? OP 아이템이잖아요.”
“맞아.”
욘은 서준이 별말 하지 않았기에 아이템 하나만 사고 끝난 거라 생각했다.
서준은 아이템을 받은 뒤 말했다.
“욘, 이제 뭐 할 거지?”
“음……. 포인트 수급하러 가야겠죠? 전 다른 퀘스트나 유적 같은 것보단 포인트가 급하네요. 혹시 포인트 주실 수 있으십니까?”
“내일 상점에서 필요한 게 있으면 사 주지.”
“캬 역시 형님. 의리 최고십니다.”
“속으로 욕하는 거 다 들린다. 욘아.”
눈빛이 불순했다.
“크흠. 아무튼 그래도 포인트 벌러 갈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러면 이만 해산하자고. 내일 다시 여기서 봐.”
“알겠습니다. 형님은 뭐 하실 겁니까?”
“나도 포인트.”
“오, 같이 가시겠습니까?”
포인트를 버는 스팟은 정해져 있었다. 욘은 그래서 웃으면서 서준에게 같이 갈 거냐 물었다.
서준이 가면 뭐가 됐든 좀 편해질 것이다. 지금은 사기 무기도 있고.
“아니.”
“왜요. 버스 태워주시기 싫으십니까?”
“그런 게 아니라서.”
“설마…….”
“뭐.”
“사냥은 아니지요?”
욘이 말한 사냥에서 앞의 단어가 하나 빠졌다는 사실은 서준도 욘도 잘 알고 있었다.
인간 사냥.
금기시되는 건 아니고 굳이 그렇게까지 하면서 안티팬을 생성하려는 참가자가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는 흑막이 아닌 이상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그런 포인트 벌이법이었다.
“어떻게 알았냐? 불순한 무리가 있는 것 같더라고.”
“하……. 형님……. 그래, 마음대로 하세요.”
그래서 서준은 살짝 긴장했다.
그가 흑막이라는 걸 조금이라도 의심할까 봐.
하지만 욘은 다른 종류의 걱정만 할 뿐이었다.
참가자가 줄어든다는 그런 걱정.
서준은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라. 흑막은 내가 제어할 수 있다니까.”
욘!
게르트!
너무나도 든든했다.
***
서준은 조금 전 그냥 신검 쪽으로 가서 다 죽이면 되는 거 아니냐고 했지만, 실제로 퀘스트가 그렇게 쉬울 리는 없었다.
일단 싸움의 승리는 자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3킬의 제한이 있었다. 3킬을 초과하게 된다면 그는 힘을 잃는다. 퀘스트도 실패다.
‘여섯 명 이상이라면 피해야겠군.’
보상을 모두 잃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크다. 불확실성을 서준은 좋아하지 않았다.
정석으로 가면 이길 자신이 있는데 왜?
‘그리고 트레인에 남아 있는 사람들도 생각해야 한다.’
신검 무리와 트레인에서 붙게 된다면 목격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그럴 때 신검의 짓이라고 하면 편할지는 몰라도 확실한 방법은 아니다.
누군가가 싸움을 목격할 수도 있는 거고.
그렇기에 까다로운 주문이라는 거다.
“일단 길드 지부로.”
서준이 조금 전 파괴자의 아이템 두 개를 사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길드에 있었다.
페온의 복면, 서준이 잘 써먹은 아이템이다.
그런데 그만큼 잘 써먹을 아이템이 길드 상점에 또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페온의 장갑 좀 주지.”
“몇 개?”
“3개.”
“3개나? 어이쿠. 심판관이 왜 그리 많은 장갑을 필요로 하지?”
시끄럽군.
페온의 장갑은 킬을 했을 때 상대의 소지품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었다. 소지품이라 함은 업적 포인트도 포함이다.
장갑은 소모품이다. 가격은 30포인트.
웬만해선 사는 사람은 없지만, 좋은 아이템이긴 하니까.
더군다나 그는 흑막이다. 업적 포인트를 사용 가능한 흑막.
지금까지 흑막 중 업적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서준을 제외하면 없었다.
‘대신 능력치로 얻는 보상이 적겠지. 아마도 진짜 습격자였던 정체 모를 그 사람이 이틀간 퀘스트를 진행했으니 딱 그만큼 부족하려나?’
AI가 그렇게 조정할 것이다.
그런 만큼 서준은 이 업적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사냥을 대놓고 한다 하더라도 그는 흑막이라 문제는 없을 테고.
안티팬?
안티팬도 팬이다.
“준비는 끝났고 이제 시작합니다.”
서준은 길드 지부의 건물에서 나오고 복면을 썼다. 그리고 목을 양옆으로 풀고 뒷짐을 졌다.
광장으로 가 본다.
그 자리에 있을 확률이 높겠지만, 아니라 하더라도 하루 종일 수소문 하면 오늘 안에는 만날 수 있을 터.
“오히려 내가 찾아오길 바랄지도 모르겠네요. 안 그래요, 여러분?”
***
신검은 주변을 만족스럽게 둘러봤다.
그의 말을 대다수가 아예 믿지 않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부딪혔지만 그래도 명실상부 서준은 서준이었다.
그저 서준을 마음에 안 들어 하는 사람 세 명, 그리고 그의 말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 한 명까지.
총 네 명이 관심을 가지고 지하실에 남았었으니 말이다.
비록, 모두가 믿지 않은 게 정말로 이해가 안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대화를 나눠보니 상황을 알게 됐다.
‘그런 식으로 포인트도 뜯고, 호감작까지 하다니.’
지독하다.
정말 너무나 지독해서 신검은 그냥 차라리 처음부터 그 자식과 엮이지 않고, 그도 역사서에 나오지 않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나약한 생각이 머릿속을 잠깐 스쳐 갔다.
어떻게 사람이 그런 발상을 할 수가 있을까.
하지만, 그렇게 사악한 만큼 타도해야 한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무엇보다 그냥 흑막이니까.
“그 사람 지금쯤이면 최상위 보상을 독식했겠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그냥 잡죠.”
“네 명, 다섯 명이라면 충분히 잡고도 남지. 왜 진작에 제대로 뭉칠 생각을 못 했을까.”
물론, 그중 세 명은 흑막이라는 건 딱히 안 믿는 것 같지만 그래도 좋았다.
다른 의도를 갖고 있든 말든 그 자식을 잡으면 되니까.
신검의 말에 흥미를 보이던 한 사람은 조금 뒤 공격을 가면 합류하겠다 하고 트레인을 둘러보러 나간 상태였다.
“그럼 형제들, 언제 잡으러 갈까?”
심검이 대화를 듣다가 일행들을 향해 물었다.
아직 서준이 공방에서 나올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이제는 슬슬 습격할 준비를 시작해야 했다.
“그냥 대놓고 여기로 오라 하지? 우리 사설 퀘스트로? 그리고 오면 퀘스트와 상관없이 잡자고.”
“5분 컷 내시죠.”
“아까 3 대 1 하던 사람들은 대충대충 했지만, 우린 봐 줄 생각이 없으니까.”
“그런데 길드 상점 여신 분 있나요? 보상 생각하면 페온 아이템 사야 할 것 같은데.”
“킬 하는 사람이 사야 해요, 그거.”
그렇게 떠드는 와중.
누군가가 지하실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1시간 전 신검은 헐레벌떡 소리를 내지르며 내려왔다면, 지금 내려오는 사람의 발소리는 아주 여유로웠다.
“누구지? 아까 잠깐 둘러본다던…….”
신검은 알 수 있었다.
“아니, 그 자식이다. 모두 습격에 대비해라.”
그의 오감이 말하고 있었다. 이런 순간에 저렇게 여유를 부리며 일부러 위압감을 주는 자식은 단 한 명뿐이며.
“뭐? 아니 벌써?”
그 자식은 지금 싸우기 위해 오고 있다고.
“맞아 신검, 정답이야.”
이어서 계단의 통로에서 뒷짐을 쥔 서준이 웃는 얼굴로 나타났다.
“역시 너였군.”
“아니, 그거 말고. 다른 게 정답이라고.”
“뭐?”
“어디 보자. 하나, 둘, 셋, 넷. 아까 봤을 때는 대충 다섯 명 정도였던 것 같은데 한 명은 어디 갔지? 하필 또 네 명이네. 아주 운 좋게.”
“왜. 다 죽이게? 네가 할 수는 있고?”
“…….”
서준은 대답 대신 싱긋 웃어줬다.
지하실의 통로는 현재 서준이 가로막고 있었다.
다른 통로들은 대피 상황이 되면 열리고, 평상시에는 서준이 뒤로한 그 한 곳만 쓴다.
서준이 가만히 있자 신검은 초조해져서 일행 중 원거리 딜러의 참가자에게 말했다.
“저거 쏴봐, 체력부터 확인해 보자.”
“그런데 진짜 흑막 맞아?”
“아니면 쟤가 저러고 있겠냐!”
“잠시만.”
서준이 말했다.
“왜, 뭐.”
“신검 님. 당신을 따르는 자들을 모두 죽이면 어떡합니까.”
“뭐? 무슨 소리야.”
“도대체 트레인을 떠나서 어디로 갔기에 유혹에 빠진 겁니까? 그렇게도 저한테 복수하고 싶었습니까? 흑막과 손을 잡아서라도? 옆의 사람들을 희생해서라도?”
저게 무슨 소리냐고 일행들이 신검에게 눈을 돌렸다.
“아오, 저 미친놈이. 또 시작이네.”
하지만 신검은 알고 있었다.
그냥 돌아버린 거다. 단단히.
서준은 급기야 두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은 뒤 눈을 감았다.
“아아…….”
“…….”
“미래를 보았습니다. 혼자 남아 있는 신검 당신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 말에 신검은 최대한 빨리 남은 한 명이 돌아오길 빌었다.
불길한 기운이 그의 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