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302)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302화(302/431)
제302화
“이대로 얘기하면 되는 건가? 어이 대답.”
서준은 말하면서 크레시트의 공방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스펙업은 할 수 있을 때 하는 게 좋다.
[그래, 원한다면 너는 언제든 나와 대화가 가능하다. 그런데.]“뭐.”
[예의가 없구나.]“하하하.”
서준은 입을 손으로 가리고 헛기침했다.
여기서 이렇게 태클이 걸려 올 줄은 몰라서 당황했다.
그냥 말투 신경 쓰지 않고 답할 줄 알았다.
‘하긴, 추기경 이안만 해도 나한테 뭐라 뭐라 했었지.’
이계의 파편은 분명 초월적인 존재다.
그리고 여기서 서준이 밀리면 대화를 통해서 어떤 순간에 주도권을 뺏길지, 혹은 다른 귀찮은 일이 생길지 수 있었다.
설정이 그렇다.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것도 최소한으로 오직 퀘스트로만 당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차피 나 아니면 흑막을 내세우기도 힘들어. 그러니 내가 갑이다.’
서준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마음에 안 드십니까, 형제님?”
[내 힘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지 않나? 나름 인간이란 존재들 사이에선 똑똑해 보였는데 아닌가? 설설 기지 않는 태도는 좋지만 과하구나.]목소리가 비웃고 있었다.
하지만 서준은 저 비웃음이 진짜 여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눈치채고 코웃음을 쳤다.
“똑똑하니까 아는 거지요, 형제님.”
[뭐를?]“너한테는 지금 나 이외에 다른 옵션이 없다는걸. 안 그렇습니까?”
정확히는 AI한테 다른 옵션이 없는 거겠지만.
그래서 AI가 저 이계의 파편인가 뭔가 하는 놈한테 다른 옵션을 주지 않을 거라는 게 바뀌지는 않을 거 아닌가.
그러니, 다른 이유가 생겨있겠지.
[하하하하!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애송아? 가장 작은 사과 한 조각부터 시작해 한 세계 전체를 집어삼킨 게 나다! 그리고 이 세계도 지배할 게 나고!]광오하다.
목소리가 웃는다.
서준도 광오하게 웃었다.
“하하하하하하! 그래도 형제님은 고작해야 파편 쪼가리 아니십니까?”
블러핑을 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AI는 이런 것까지 세세하게 구현하고 있다.
-이 새끼 이제 NPC랑도 기 싸움 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성격 진짜 레전드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트리머하려고 태어난 새끼. 실력도 인성질 하려고 키운 게 분명한 새끼 ㅋㅋㅋㅋ
[내 본체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모르니까 할 수 있는 말이다. 고작해야 파편인 나도 너에게 얼마나 많은 힘을 주는지 정말 모르는 거냐?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힘을 다시 거둬가도 괜찮겠지?]“형제님.”
[왜 애송아.]“힘을 거둬가면 그 통로고 뭐고 제가 그냥 확 다 닫아 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조용히 하시고 묻는 말에나 대답하시죠.”
실제로 그러진 않을 거다.
그는 역사서의 참가자니까 정말 여론을 생각 안 할 수는 없지 않은가.
AI도 알고 있을 거다.
아닌가?
AI라면 지금 그가 정말로 트롤링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려나?
‘에이 설마, 그 정도는 아니겠지.’
아무튼, 지금 서준의 말에 정말 불리한 상황이라면 이계의 파편이 취할 수 있는 답변은.
[…….]침묵이었다.
“꼬리를 내렸군요, 형제님.”
서준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기선제압 방장 승
-일단 수월한 정보 공유를 위해 ㅋㅋㅋㅋㅋㅋㅋ 모든 건 다 계획된 플레이임. 절대 성격이 더러워서 아님 ㅋㅋㅋ
“자, 그러면 이제 대화할 태도가 갖춰졌으니 잠시만 기다리시죠. 아이템 좀 사 오겠습니다.”
무적 시간을 주는 파괴자의 갑옷과 체력 흡혈 효과를 주는 파괴자의 장갑.
서준은 그 둘을 구매했다. 빠르게.
“이걸 안 막네요.”
분명 밸런스 때문에 구매 제한이 생길 거라 생각했는데 어째서지?
이 정도는 가져도 된다는 건가.
서준은 당연하지만 모르고 있었다. 팀장들이 절대 건드리지 못하게 설정해 놨다는 것을.
“그래도 죽이지는 못하게 했으니까.”
[그건 어쩔 수 없다. 내 힘이 네가 누군가를 죽이기 시작하면 누군가가 관측할 충분한 이변이 나타날 정도로 많이 쌓였다. 조심해야 한다.]“그렇군.”
이것 봐라. 미리 기선제압을 딱 하니까 수월하지 않은가.
“그래서 궁금한 게 있다.”
서준은 이후에는 아시어스행 열차로 몸을 이동했다.
다란행 열차는 안 된다.
잠입?
열차를 타고 출입국을 하게 되면 검문이 얼마나 까다로운지는 서준은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서준이 몰래 탈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무조건 테러를 일으켜야 한다.
복면을 쓰니 정체는 안 들키겠지만, 제일 큰 문제는 다란의 영웅들 그들이 나서기 시작할 테니까.
죽일 수 없는 그의 상황을 잘 생각해야 한다.
[궁금한 게 뭐지? 협력자.]협력자. 나쁘지 않은 단어가 튀어나왔다.
만약 서준이 설설 기었다면 그건 카엘과도 맞지 않았겠지만(이미 카엘과는 전혀 맞지 않았다. 전세계 사람들은 카엘이 사춘기가 왔다고 합리화 중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앞서 말했듯 NPC가 대하는 태도다.
자유도가 큰 게임의 장점은 플레이어가 하는 만큼 게임 속 환경이 변한다는 거고, 단점은 플레이어가 하는 만큼 게임 속 환경이 변한다는 거다.
개는 견주가 하기 나름이다?
NPC는 플레이어 하기 나름이다.
이는 캡슐 시대로 넘어와 어마어마한 기술의 발전이 있게 된 이후 유명해진 게이머들의 격언이다.
그러니 서준은 약간의 신경전으로 미리 귀찮음을 막은 것이 된다.
아마도.
절대 성격이 더러워서가 아니었다.
***
서준은 아시어스로 가는 열차에 탄 뒤 본격적으로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네 목표는 뭐지? 이제 슬슬 알아야겠다. 나도 충분히 발을 담근 것 같은데?”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할 때가 되었다.
[그래, 충분히 담갔지. 이미 수많은 영웅들을 다치게 했으니. 내가 기억을 읽었을 때 너는 이미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아니, 망가져 있었다.]그렇게 가는 건가.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이미 나는 5킬이나 해 버렸군. 돌이킬 수 없잖아?’
이미 타락한 상태였던 거다. 카엘은. 설정상으로는.
‘처음부터 반말한 게 다행히 잘 연결되겠군.’
[나는 네 기억을 통해서 분노의 원인을 찾았다. 그리고 세상을 훑어봤지. 이 땅은 네가 지킬 가치가 없다. 그러니 협력해라.]“무엇을.”
[네가 이 땅을 집어삼키는 것을.]“역시 목표는 침략인가?”
[크하하. 그렇지. 이 땅과 내 본체가 제대로 연결되기만 하면 본체는 긴 잠에서 깰 것이다. 전쟁이 벌어지겠지.]“연결하는 방법이 그 통로인가?”
[그래. 이 대륙 곳곳에 나는 포탈을 숨겨뒀다. 절대 닫을 수 없게 안정시키려면 꽤 많은 힘과 시간이 필요했기에.]“위치를 알려줄 수 있나?”
[못 할 것까지야.]서준에게 지도 시스템이 추가되었다. 그 아이콘을 누르자 대륙의 지도가 나타났고 이계의 통로로 추정되는 표시들이 나타나서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많이도 심어뒀군. 다란은 저긴가.”
전체 지도는 흑막을 배려하는 시스템이리라.
[이미 두 개는 폐기된 상태다.]“두 개나?”
“그러도록 하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서준이 탄 열차는 아시어스에 도착했고, 서준은 손쉽게 입국했다.
‘다란으로 들어가는 법은 다양하지.’
일단 단순히 필드를 걸어 국경을 넘어 밀입국을 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의 장점은 간단하다는 거다.
그냥 거대한 땅을 엄청 걸어다니면 된다. 국경도 넘고,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고.
단점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
‘아주아주 많이.’
이동 수단이 따로 있지 않은 이상 패스다. 그리고 서준에겐 그런 이동 수단이 없었다.
두 번째 밀입국 방법은 열차에 몰래 타는 것이다.
‘이럴 경우 매 역에서 테러 행위를 벌여야겠지.’
굉장히 귀찮고 수고스럽지만, 안 들키는 법이 있었는데 서준은 그 정도로 하고 싶지는 않았다.
가장 편한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위조 신분증.’
이런 일에 빠지면 섭섭한 도둑 길드에서 만들어 주는 위조 신분증의 장점은 함께 주는 인피면구를 쓴다면 웬만하면 안 걸리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은 가격. 100포인트다.
‘이제 사냥도 안 되고 바빠질 것 같은데 포인트를 함부로 쓸 순 없지.’
무엇보다 조금만 더 포인트를 얻으면 마지막 한 개 남은 아이템을 살 수 있다. 아껴야 한다.
그렇기에 아시어스로 온 것이다.
도둑 길드에서 구매할 거였다면 그냥 트레인에서 구매한 뒤 바로 다란으로 가면 됐었다.
그렇다면 마지막 남은 방법은 무엇이냐.
그 위조 신분증을 다른 곳에서 구하는 것이다.
바로 권력자인 다란의 귀족들에게서.
“아투라로.”
서준은 텔레포트 마법진을 사용해 다란과의 분쟁지인 아투라로 이동했다.
초반에 치열한 접점이 오가지만, 이제 중반으로 접어든 만큼 아투라에서 드잡이질을 하는 영웅은 없었다.
애초에 퀘스트가 나오질 않는다.
[무슨 생각인 거냐? 아투라를 통해 다란으로 몰래 들어가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 안에서 텔레포트 마법진을 사용할 수도 없을 테니 걸어야 할 테고.]초월체답게 훑어본 것만으로도 전반적인 지식을 꿰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파편아.”
[뭐냐. 애송이.]“왜 궁금해하냐?”
[협력자가 제대로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는 중요한 일이다.]“풉.”
설마 AI도 궁금해하는 건가 싶었다.
서준은 계획을 말해주기로 했다. 시청자들도 궁금해할 것이다.
“당장 도둑 길드에서 신분증을 사는 건 비싸서, 다란의 귀족에게서 신분증을 얻으려고 그러지 파편아.”
[뭐? 어떻게 말이냐? 너보다는 훨씬 적은 비용으로 신분증을 만들 수 있겠지만 그걸 너한테 왜 해주겠냐는 거다.]진짜 궁금해하는 건가?
그 AI가?
“간단한데 이걸 모르다니.”
[…….]“좋아 알려주지.”
[뭐냐.]“일단 집에 불을 내.”
[설마…….]“그래. 그러면 뭐라도 주겠지.”
서준은 몸을 푼 뒤, 전선을 밀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편이는, 아니 AI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파편이 당황함?ㅋㅋㅋㅋㅋㅋㅋ
***
협곡 아투라.
아시어스와 다란을 이어주는 드넓은 평원의 협곡은 수많은 전설들이 탄생한 분쟁지이다.
전투에 미친 전쟁광, 고결한 귀족, 전설의 심판관 등등 수많은 영웅들이 맞서 싸우는 이곳의 전선은 언제나 같은 힘을 가진 두 사내가 줄다리기를 하는 것처럼 팽팽했다.
사실은 팽팽할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아투라는 전선이 밀리면 나라가 점령당할 수도 있는 지역이다.
그러니 두 국가 모두 필사적으로 최소한 상대만큼은 병력을 집어넣는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중요하기에 서로 밀어내지 못한 지역이란 것이다.
스토리상으론 그렇고 다란의 참가자들한테는, 특히 의회에서 퀘스트를 조작하거나 미리 보는 두 명의 프로에게는 퀘스트만 안 뜨면 딱히 중요할 게 없는 지역이었다.
그런데 퀘스트가 떴다.
그리고 그 퀘스트를 확인한 두 플레이어는 할 말을 잃었다. 일전에 서준과 한번 붙었다가 동료를 잃고 패배한 뒤, 열심히 자기 할 일을 하던 이들이었다.
“…….”
“…….”
동료를 잃었던 아픈 기억이 떠올라 그들이 말을 잃은 건 아니었다.
[긴급 상황]==
아투라의 전선이 심각하게 많이 밀렸음.
지금 즉시 전선의 복구가 필요.
늦을 시 사태 수습 불가.
목표: 전선의 복구
보상: 없음
실패 시: 다란의 멸망
==
퀘스트 공인으로.
“이, 이게 무슨 일이냐?”
갑자기 나라가 멸망하게 생겨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