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306)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306화(306/431)
제306화
잘못 걸렸다는 브래들리의 직감은 정확했다.
5분 정도 가만히 있으면 체력은 다 차오르는데 그때 서준은 기도를 마치고 일어선다.
“형제님? 다시 연습하셔야겠지요?”
벌써 세 번째다.
이 미친놈은 그에게 강요한다.
죽고 싶지 않으면 연습하라고.
“잠시만!”
“예?”
할 짓 없는 백수도 아니고 역사서에서 이게 뭔가.
“혹시 나한테 원수졌어요? 내가 신검처럼 무언가 잘못한 일이라도 있어요?”
카엘이 신검의 창고를 턴 것과 그 후에도 괴롭혔다는 걸 들은 브래들리다.
그도 무슨 잘못을 했나 싶었다.
만약 있다면 브래들리는 사과할 의향이 있었다.
솔직히 없어도 사과할 의향이 있었다.
“무슨 소리십니까, 형제님. 함께 흑막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훈련 중 아닙니까?”
네 데미지는 뭔데 그럼.
브래들리는 그렇게 묻는 대신 짙은 회의감이 묻은 얼굴로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아까부터. 계속.
귀족 회의를 맨날 신경 쓰던 두 녀석들처럼.
아.
그들은 이럴 걸 알고 있어서 그저 현명하게 대처한 것뿐이구나.
“일어나시죠. 힘을 내서 함께 무찌르는 겁니다! 흑막을!”
저 미친 놀이에 안 어울려 주면 죽이겠지.
젠장.
그래도 신검이 살아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좋아요! 대신!”
“오. 열의를 되찾으셨군요. 아주 보기 좋습니다. 뭡니까?”
“저는 스킬을 쓰겠습니다.”
“흐음. 스킬이요?”
“네. 어차피 스킬 써도 너를 죽이는 건 무리겠지요. 안 그래요?”
“어떻게 그걸 아십니까?”
“체력이 높잖아요.”
“그러니까요. 도대체 어떻게 아시냐고요.”
“……?”
“절 한 대도 못 때리셨잖습니까.”
서준이 비웃고 있었다.
그보고 체력 바를 본 적이 있냐고.
그렇게 비웃고 있었다.
‘아오 씨. 죽든지 말든지 확 그냥 들이박고 싶네.’
그 정도로 얄미웠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하나다.
“대신 저도 내기의 대가를 좀 포기하죠.”
“어떻게요?”
“카엘 님 보고 퀘스트 포기나 자결 같은 걸 요구하지는 않겠습니다. 그저 절 놓아주는 걸 요구하도록 하죠.”
“이번 퀘스트 내내요?”
“예. 이 정도면 충분하잖아요.”
“좋습니다.”
“고민이 없으시네요?”
“어차피 제가 이길 거라서.”
서준이 다시 비웃었다.
사실 얼굴 자체는 비웃는 게 아니었지만, 내용은 100% 비웃고 있는 게 맞았다.
“하…….”
그래.
검을 잘 쓰는 건 알겠다.
하지만 아까부터 약간의 요행이 깃들어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겠지.
브래들리는 검을 쥔 오른손에 힘을 꽉 줬다.
여섯 번의 타격으로 더 이상 시달리지 않는다.
그리고 살아남는다!
***
서준에게는 몇 가지 장애물이 있었다.
가장 큰 장애물은 사람을 죽이지 못 한다는 것이다.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사실상 이번 퀘스트는 너무 쉬웠을 테니 합당하긴 하다.
이 장애물을 넘기 위해 처음에 서준이 생각한 방법은 하운드들을 미리 잡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막혔다. 사실 해도 되기는 하는데.
[크하하하! 원한다면 다 잡아라. 하지만 그렇게 되면 네가 곤란할 거다.] [왜 곤란해지냐고? 그곳에 남아 있는 하운드는 통로가 강화된 후에 내 힘을 받아 더 강력해질 예정이다. 그리고 다란을 침공하는 역할을 하겠지. 곧바로. 크하하.] [다란의 영웅들은 그 하운드들을 막으려고 발이 묶일 거다. 그래, 네가 아투라로 협박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거지.] [역시. 바로 알아차리는군. 네 말대로 다란의 영웅들은 네 정체를 퍼뜨릴 여유가 없게 될 거다. 도둑 길드? 아바란 자가 올린 정보가 퍼지기도 전에 내 하운드들이 지부를 파괴할 거다. 협력자를 나도 도와줘야지.]즉 하운드들을 서준이 죽이면 안 된다.
일정 수의 하운드들은 잡혀도 된다. 그러나 서준이 다른 참가자들을 방해할 정도로 잡는다면 서준은 스스로에게 불리한 행위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체를 발견하지 못하게도 해야 하지. 네가 죽였어도 그들은 에너지를 수집 가능하니까, 하하하! 한번 잘 막아보라고!]더 귀찮아진다.
퀘스트 난이도는 그렇기에 높다.
눈치싸움밖에 답이 없으니.
하지만 마냥 안 좋은 건 아니다.
높은 만큼 대가를 얻을 수 있다.
[내가 가진 힘은 무한하지 않다. 지금도 계속해서 원활한 침략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너에게 나눠주는 힘이 가치 있게 사용되는지 안 되는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더 투자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거다.
파편이는 힘이 본체와는 다르게 아주 부족하니까.
서준에게 능력치를 주는 건 꽤 많은 힘을 소모한다고 한다.
어쨌든 서준이 어려운 일을 해낸다면 반대급부가 당연하게도 적용이 된다는 걸 대화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크지는 않겠지만.’
밸런스 조절을 위해서라도.
하지만 AI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익 자체를 막은 적은 없었다.
너무 큰 이익을 적당히 잘라냈을 뿐.
이미 서준이 모은 포인트만 해도 밸런스 붕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남은 방법은 결국 참혹하고 끔찍하고 그의 마음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는 그것뿐이었다.
괴롭히기.
이 얼마나 서준과 맞지 않은 단어인가.
그래도 그것밖에 더 할 게 없지 않은가.
안 그러면 의심할 텐데.
눈에 고인 눈물을 머금고 서준은 무릎 꿇은 상태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브래들리의 내기 내용을 받아들였다.
“들어오시죠, 형제님.”
어차피 한동안 더 괴롭혀야 한다. 마음 아프지만 세상은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는 법.
그도 흑막으로서 살아남아야 하니.
상대의 스킬은 총 여섯 가지 종류가 있다.
상대를 한 번 타격 할 때마다 검에 서린 기운의 색이 바뀌는데, 그때마다 다른 효과를 가진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스킬이 신속이었던가요?”
순간적으로 고속 이동이 가능한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스킬이다.
신속을 통해서 첫 번째 타격을 성공시켜 다음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넘어가니까.
각 스킬의 쿨타임은 10초로 길다.
하지만 다음 상태로 넘어가면 그 단계의 스킬을 3초 뒤에 사용 가능하니 이론적으로는 3초마다 한 번씩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영웅이다.
그러니까 뭐다?
결국 안 맞는다면 뭐가 없다는 거다.
“맞습니다. 그리고 한 대만 맞힌다면!”
상대는 희망 회로를 돌리고 있지만.
서준은 의도적으로 상대에게서 눈을 짧게 돌려 주변을 파악하는 척했다.
찰나의 시간이었다.
눈동자가 제대로 배경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이동했다 돌아왔으니.
그리고 돌아온 서준의 시야에 잡힌 건, 갑자기 나타난 그 찰나의 시간을 붙잡아 내고 신속을 사용한 브래들리가 사라진 광경뿐이었다.
당연히 이럴 줄 알았기에 서준의 검은 왼쪽으로 다가온 브래들리의 공격을 막았고 반격할 뿐이었다.
촤아악!
허점이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안 보이지도 않았다.
“음. 10초 기다려 드릴까요?”
“…….”
“앞으로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뭐죠?”
“10초마다 한 번씩 신속을 사용해 저를 공격하실 수 있잖아요? 저는 딱 그때만 반격하겠습니다.”
“이동속도 빠르시죠?”
“왜요 신속으로 도망치시게요?”
“…….”
서준은 낄낄 웃었다.
“왜 도움을 부르지는 않습니까?”
10초를 기다리면서 하는 대화다.
그리고 상대는 열심히 서준을 공격하고 있었다.
서준만 반격을 그때 한다고 했지, 브래들리 보고 공격하지 말란 것은 아니었기에.
챙! 챙! 챙!
검격들이 가볍게 막힌다.
검로를 채 완성하지 못하고 중간 지점에서, 그리고 시작부터.
자유자재로 검은 막혔다.
“도움 불렀습니다! 아까부터!”
“인망이 두텁지가 못하시군요.”
“당신 때문이잖아! 당신 때문! 팀원들이 왜 비상식적이게 됐는데! 다 당신 때문 아니야! 아오!”
화를 내는 척, 흥분하는 척하던 브래들리가 순식간에 또 시야에서 사라졌다.
신속이다.
그리고 서준의 몸은 자연스럽게 그가 향한 방향으로 돌아가 있었다.
챙!
두 번째 공격은 온 힘을 실은 횡 베기.
지면과 수직으로 세워놓은 서준의 검에 막힌다.
“이게 왜 안 되는데!”
“아직 기회는 많습니다, 형제님. 이걸로 두 대입니다.”
***
가장 큰 괴로움은 무력감이었다.
실력의 격차를 계속해서 느끼게 만드는 패배를 강제 주입 당하는 무력감 말이다.
“벗어날 방법이 뭡니까 도대체.”
마침내 가련한 참가자의 입에서 서준이 원하는 질문이 튀어나왔다.
일곱 번째로 체력을 회복했을 때였다.
그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내기를 이길 수 없다는 걸 안 브래들리는 자포자기 상태였다.
‘하 씨. 이 정도 실력이라면 진짜 4 대 1 했어도 졌겠네.’
“벗어날 방법이라니요.”
‘그냥 죽이라고 할 수도 없고.’
아무리 그래도 참가자가 스스로의 삶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다.
‘그런 참가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시청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겠지.’
신검이 이미 그랬다는 걸 그리고 사람들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단 걸 브래들리는 알지 못 했다.
“그럼, 죽여요.”
서준이 말했다.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예?”
“딱 한 명만 죽이면 제가 당신이 악몽에서 벗어나게 도와드리죠.”
끝까지 제가 당신을 놓아주겠습니다 라고 안 하는 것 보면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이쯤 돼서는 3살짜리 아이도 네가 흑막이라는 건 알겠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도 아니고.
아니, 그리고.
“……. 제가 한 명을 죽이는 걸 왜 보고 싶죠?”
“그저 형제님이 어떤 선택을 내리실지 궁금할 뿐입니다.”
간단하게 납득했다.
사람의 머리로 이해하려 하면 공포감만 느끼는 법.
그래도 동료를 죽일 수는 없다. 아무런 이익 없이 그저 자기 살겠다고 팀킬을 한 사람은 한 명뿐이었는데 그 사람은 욕을 엄청 먹었다.
차라리 목숨을 포기하는 게 나을 것이다.
목숨을 포기하는 것이 전례 없는 일이고 태도 논란이 일 수 있다 해도 팀킬보다는 낫다.
브래들리는 말했다.
“퀘스트 포기로는 안 됩니까? 그냥 가서 조용히 살겠습니다. 조용히. 안 된다면…….”
브래들리는 퀘스트 창을 조작했다.
클릭하고 자세히 들어간 뒤에 포기하기 버튼을 눌렀다.
아이템 창에 있던 수확 아이템이 사라진다.
서준이 가만히 바라본다.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에 두렵다.
“예. 퀘스트는 포기했습니다. 절 이제 놓아주시죠.”
관련된 사람만 건드릴 것 같아서 한 도박. 어차피 죽으나 퀘스트 포기나 같으니.
서준이 다가와 팔을 들어 올렸다.
브래들리는 움찔 떨었지만, 서준은 그저 두 손으로 브래들리의 어깨를 툭툭 칠 뿐이었다.
“형제님. 형제님의 믿음은 보답받으실 겁니다.”
심히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살아남아서 기쁘다기보다는 너무 좋아해서 기분 나쁜 얼굴.
***
“결국 가 버렸군요.”
괴물을 다 잡은 션은 혀를 찼다.
더 이상 브래들리의 위치가 GPS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무전이 끊긴 지 꽤 됐다. 괴물을 잡느라 바로 애도하지 못 했다.
안타깝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얼마나 시달렸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중간중간 제발 살려줘 같은 끔찍한 무전이 왔는데 두 눈을 질끈 감고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네요. 죽지는 않았을까요?
-퀘스트 포기시키고 무전기나 이런 아이템 다 사라지게 만든 뒤 죽였을지 모르는 겁니다.
-도대체 두 분의 카엘 님에 대한 이미지가 어떤 거예요.
“이제 그 이미지를 공유하는 사람은 세 명 일 겁니다. 브래들리 님도 충분히 느끼셨겠죠.”
션은 다음 타겟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살아 있다면요.
그의 분석에 의하면 죽었을 확률이 높긴 하다.
“그래도 남은 셋이라면, 그 누구도 카엘 님만 만나지만 않으면 퀘스트는 성공할 수 있……. 어머나.”
위치를 어떻게 알았지?
털썩.
-션 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션 님?
-아아. 우린 다 죽었어. 다 죽었다고.
-대답 좀 해 봐요! 아니 이런 게 다란의 귀족?
괴물이 있을 거라 생각한 그는 옆을 훑다가 나무에 기댄 채로 그를 주시하던 서준과 눈이 마주쳤고.
깜짝 놀라 다리에 힘이 풀려 종잇장처럼 가볍게 넘어지고 말았다.
약간.
쪽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