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309)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309화(309/431)
제309화
열차에 내렸을 때 서준은 이상한 기류를 포착했다.
참가자 중 한 명이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숨길 생각조차 없는 건지 대놓고 지켜보던 그 사람은 서준이 열차에서 내리는 걸 보고 여유롭게 잰걸음으로 길 너머로 사라졌다.
서준은 그것만 보고도 상황을 파악했다.
“신검이 돌아왔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지가 관건이다.
[신검? 네 정체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 그 미물 말이냐?]“그래. 그리고 미물이라니. 걔도 영웅인데?”
이후 파편이는 자기 입장에선 다 똑같다느니 너만 특별 대우하는 거라느니 뭐라 하면서 떠들어 댔다.
서준은 묵묵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역에서 내려 공방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 척 보니 다들 뭉쳐서 네 정체를 확인하려 들겠군.]“흠. 상점의 아이템이 나한테 좋은 거라는 거겠지. 아니라면 트레인에서 할 일이 있다거나. 트레인의 통로는 어떤 거지?”
서준은 앞을 내다봤다.
[하! 이곳의 통로는 내 권한 밖이다! 애초에 내가 연 것도 아니지. 그러니 언제든 내 세계에 처음 발을 들이민 놈이 원한다면 통로는 닫힐 거다.]즉 퀘스트 때문에 참가자들이 트레인에 머무는 건 아닐 테고.
‘감시역이 있다는 건 일정 수 이상의 무리이고.’
그 시간을 온전히 그를 막기 위해서 기다린다는 건 혹시나 막아야 하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뜻이 될 것이다.
‘상점.’
하루 만에 닫힌다고는 하지 않았는데.
그러는 사이 서준은 공방 앞에 도착했다.
아니, 그 앞은 사람들이 막고 있어서 그보다 조금 더 떨어진 길에 도착했다.
곧바로 욘과 게르트가 다가오면서 말을 걸었다.
[어쩔 거냐? 네 선택을 지켜보마.]“한 번만 확인하자, 카엘.”
“무슨 확인을 말이죠?”
“서준 님이 흑막이라고 강하게 주장하셔서 말이죠. 여기 신검 님하고 야스오 님이.”
“흐음……. 일단 먼저 상점에 들어가 보면 안 됩니까?”
“형님! 장난치지 마시고요!”
욘의 다급하고도 절박한 외침.
“이봐 망할 카엘 놈. 네가 학살을 못 하는 것도 알고 있다.”
비밀을 알아챈 신검의 비아냥거림.
“한 대만 맞고 들어가라.”
아직도 서준이 흑막이 아닐 거라 믿는, 속았다는 걸 알면 일그러질 게르트의 따스한 미소까지.
이 상황은 얼핏 보기엔 큰 문제였다.
‘흠.’
하지만 위기는 아니었다.
서준이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지고 서준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자, 나머지 사람들도 무기를 제대로 들어 올리고 싸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빨리 맞을 생각 없는가, 카엘? 기분 나쁜 건 알고 있지만.”
“아 맞겠습니다. 여러분.”
어째서 위기가 아닌가.
그가 사람을 못 죽이는 것마저 알고 있는데.
왜냐하면.
“지금 갑니다. 모두 확인하세요. 형제님들.”
서준은 아이템 창을 열면서 검을 땅에 던져 놓고(일정 시간 지나면 다시 허리춤에 돌아온다) 손을 든 채로 그들 사이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후의 일들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서준이 적당한 속도로 그들 사이를 지나가는 동안 순간 당황한 그들은 서준에게 공격을 퍼부었고.
“지금 죽인다 그냥! 멍청한 놈! 다들 스킬 다 부어! 그냥 다 부어!”
서준은 여유롭게 공격들을 전부 맞으며, 광휘의 축복도 사용하지 않고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어?”
“어?”
그러나.
서준의 체력은 줄지 않았다.
아니, 그냥 보이지도 않았다.
그들의 공격 전부를 피한 것도 아니었는데.
“여러분 혹시 딸깍이라고 들어는 보셨습니까?”
서준은 그대로 안전지대인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모인 이들에게 수확은 없었다.
“뭐야?”
“막아! 막아야 해! 저 새끼가 상점에 들어가는 거 막아!”
“이미 늦었어요. 들어갔네요, 신검 님. 갑자기 와서 당황했다.”
“뭘 한 거지?”
“버그 플레이? 피지컬은 절대 아닌데.”
“욘 빨리 해명해 봐!”
“아오! 저 새끼!”
* * *
“딸깍! 딸깍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신검ㅋㅋㅋㅋㅋ 어떻게든 죽이려고 ㅈㄴ 열심히 공격했는뎈ㅋㅋㅋㅋㅋㅋ
-방장은 그저 딸깍ㅋㅋㅋㅋ
-아이템 하나 키면 그만이라고 ㅋㅋㅋㅋ
“15초간 무적을 부여해 주는 파괴자의 갑옷! 서준 님은 그냥 무적을 사용하고 쌩깠습니다! 무적 이펙트는 수많은 스킬들에 묻혔어요! 그래서 더 혼란스러워합니다!”
그렇게 서준은 안전지대로 들어갔다.
아주 손쉽고 간단하게.
“딸깍 한 번으로. 하지만 아직 문제가 남아 있죠? 아 참가자들 대화를 나눕니다!”
흑막이 확실시된다.
서준이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지만 광휘의 축복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흑막이라서 가능한 일일 거다.
아니라 하더라도 이렇게 숨기는 건 뒤가 구리다.
“예!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당연히 나옵니다! 상점 안으로 욘과 신검이 들어간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나머지는 밖에서 진을 칩니다!”
괴물을 잡기 위해서.
서준이 도망칠 곳은 없어 보였다.
* * *
“형님 진짜 흑막인 건가요? 이거 장난이면 지금 밖에서 기다리는 참가자들 전체의 손해가 장난 아닙니다. 아군이잖아요! 그냥 빨리 대표로 한 대만 맞고 불식시켜요. 예? 아니잖아요. 형님! 형님!”
서준은 욘의 말을 무시한 채 쇼핑을 하고 있었다.
진열대에 걸린 채로 그를 반기는 아이템들은 하나하나가 소모품이다.
몇 개고 상관없이 중복으로 살 수 있는 소모품.
그의 아이템 칸은 20칸이다.
체력을 퍼센테이지로 회복할 수 있는 포션.
마시면 1시간 동안 피흡을 얻는 영약.
단단해지는 영약.
공격력이 올라가는 영약.
스탯이 올라가는 영약.
등등등.
‘이것들 어디서 봤는데?’
파괴자의 세트의 옵션들이었다.
‘흐음.’
고민이 된다.
어떻게 조합을 해야 할까.
“형니이이임!”
신파를 찍고 있는 욘과는 다르게 신검은 냉철히 서준을 지켜보고 있었다.
서준은 결정을 내렸다.
다만 시간을 끌었다. 천천히. 아이템 하나하나 계산하는 것처럼.
구매하는 이들도 못해도 30분 이상은 끌었을 테니 그는 그 이상을 끌었다.
몇몇 참가자들이 상황을 직접 보기 위해 들어갔다 나가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팽팽하게 차오르기 시작했다.
시간은 더 흘렀고 서준은 마침내 NPC에게 다가가 시스템창을 열어 아이템을 구매했다.
이 과정을 전부 지켜본 신검은 서준의 등 뒤에서 물었다.
“이제 나가면 어떡할 거지? 간단히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못 이겨도 나는 죽일 수 있다 같은 말로 위협하게? 어?”
서준은 무시했다.
“넌 끝났어, 새끼야. 도망치는 데 도움이 되는 상점은 없지. 그냥 여기서 끝내자. 시간 끌지 말고! 하하하! 쫄았냐?”
흐음.
서준은 슬며시 미소를 지은 뒤 욘을 지나쳐 크레시트의 공방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필요한 물품이 있었다.
서준이 도망칠 곳은 입구밖에 없었지만 신검과 욘이 따라온다.
이내 서준은 들고 다닐 수 있는 의자를 찾은 뒤 들고 입구로 돌아갔다.
그리고 정확히 그 입구 앞에서, 무적의 경계선에서 의자를 두고 앉은 뒤 입구를 내려다봤다.
“반갑습니다.”
레이첼이 다가왔다.
“목적이 뭡니까? 시간을 끄는 겁니까?”
“잠시만요. 어디 보자. 하나둘 셋……. 음. 열세 분이시네요.”
“…….”
“제가 싸우면 질까요?”
서준이 오만하게 웃었다.
그쯤에서 다들 장난치는 거라는 마지막 남은 가능성마저 버렸다.
서준은 흑막이다.
그리고 지금 그 사실을 공개하고 있었다.
“13 대 1 같은 소리 하네. 드디어 정체를 인정했구나!”
신검은 피식 웃었고 레이첼은 서준을 계속해서 떠 봤다.
“궁지에 몰렸으니 그냥 공개하는 건가요?”
“아니요. 지금 이 상황이 궁지일 리가 없잖습니까.”
무슨 소리를.
“궁지 맞잖아요. 서준 님 상점에 들어간 이유는 뭡니까?”
“제 정체를 공개해서라도 들어갈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내일 들어가도 됐을 텐데?”
“아. 그건 모르기도 했지만, 아무튼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요.”
파편이는 말했다.
곧 개판이 된다고.
그가 점차 안정화되는 다란의 통로를 지켜준 덕분에 더 큰 힘이 흘러 들어올 것이고 그만큼 상황은 긴급하게 돌아갈 것이라고.
“재미?”
누군가 재차 질문했다.
“예, 재미요. 재밌는 사실을 알려드리죠. 여러분들은 이계와 연결된 수많은 통로들을 부숴야 합니다. 하나라도 남아서 온전히 열리게 되면 악신이 침공을 할 테니까요.”
“…….”
“그리고 그 개수는 아주 많습니다.”
서준이 굳이 대놓고 말하는 이유였다.
파편이 말에 따르면 어차피 곧 저들이 알게 될 사실이기도 하다.
“얼마나 많죠?”
모두를 앞에 두고서 의자에 앉은 서준은 나긋하게 고지했다.
“여러분 모두가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을 만큼요.”
“……?”
“그래서 시간을 끄는 겁니다. 3분의 1이 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잡지도 못하는 저를 잡겠다고 각 지역의 통로들을 방치한다면.”
그 결과는?
참가자들 모두가 말이 없어졌다.
“통로의 형태에는 세 단계가 있습니다. 1단계 잠복기, 여러분이 가장 손쉽게 파괴할 수 있는 구간이죠. 2단계 성장기, 본격적으로 주변을 파괴하며 3단계로 넘어갈 준비를 하는 구간입니다. 여러분이 파괴하려면 1단계에서보다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죠. 그리고 3단계, 여기까지 오면 제 승리입니다.”
완성기다.
“뭐, 아직 2단계 통로도 없는 게 현실이지만.”
서준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면 우리 여유 있는 거 아니냐? 이 새끼가 어디서 약을 팔아.”
뒤에 있던 신검이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로 말했지만, 서준은 다리를 꼬며 여유롭게 무언으로 대답할 뿐이었다.
이대로 시간을 날리면 어디가 손해일지 확실히 말해주고 있었다.
짧은 침묵이 찾아왔다.
“각 지역마다 있다는 겁니까?”
“예.”
“통로 지금 좀 늦어도 결국 닫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그렇겠죠.”
하루 이틀 정도 시간을 날린다고 아예 못 막게 만들지는 않았을 터.
다만.
“제가 없으면요.”
서준이 웃으며 내려다본다.
“젠장. 맞는 거야?”
“거짓말은 아닌 것 같은데…….”
“교묘하게 거짓을 숨기거나 섞었을 수 있지. 여기서 나가려고. 이 위기를 타파하려고. 그래서 이렇게 얘기해주는 거야.”
참가자들의 대화를 엿듣던 서준은 잘못된 부분을 정정해 줬다.
“아닙니다. 제가 지금 나와서 얘기해주는 이유는. 아 시간이 됐네요. 딱 맞게 말이죠.”
트레인의 감시탑이 울리기 시작했다.
모든 나라의 수도급 도시에는 대륙에 무슨 일이 생기면 감지하고 위험을 경고하는 장치가 있다.
그리고 트레인에는 그 역할을 감시탑이 한다.
참가자들에게 경고의 시스템 알림이 들어온다.
“어?”
“다란?”
“괴물의 습격? 이계의 괴물 말하는 건가?”
“정확합니다.”
마침 서준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도 즐겁게 웃었고.
[크하하! 힘이 더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네게도 나눠 주마!]“2단계 통로가 하나 열렸군요.”
이제 다란의 참가자들은 마지막 날까지 멸망을 막고 2단계 통로를 닫기 위해 뼈 빠지게 일해야 한다.
“더 시간을 날리시겠습니까?”
서준은 여유로웠다.
사실을 좀 더 일찍 알려줘서 저들에게 20분의 시간을 벌어줬다고?
아니었다.
그는 이미 곧 밝혀질 정체를 조금 일찍 들킴으로서 이곳에서 열 명이 넘는 참가자가 하루를 버리게 했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배려해 준 것이다. 재미를 위해.
서준은 여전히 앉은 채로 그들에게 선택을 재촉했다.
“어서 각자 고향으로 뿔뿔이 흩어지세요, 여러분. 그리고 통로를 찾으세요.”
지금 이렇게 그를 막아선 뒤 협박하지 말고 말이다.
급한 건 저들이니.
“그러면 제가 곧 따라가도록 하죠.”
* * *
“지금 나온다고 잡을 수 있다는 확신도 없고 이대로 흑막이 저 재수 없는 의자에 앉은 채로 시간만 계속 끌다가 모든 통로가 2단계로 넘어가면…….”
“그대로 지겠네요.”
“다란에서 일어난 상황을 명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요.”
“소식이야 각 지역에 퍼질 겁니다. 그리고 퀘스트도 나타나겠죠.”
“저 새끼가 앞에 있는데! 그리고 사람을 제대로 못 죽이는 걸 아는데 떠나야 한다고? 크아아악!”
“신검 님은 무시하고, 이제 어떻게 할지 정하죠.”
“어쩔 수 없잖아요.”
결국.
참가자들은 정체를 밝힌 흑막을 내버려 둔 채 뭉치지도 못하고 각자의 지역으로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서준이 10명을 잡아둔 사이.
[두 개의 통로가 닫혔군.]다른 참가자들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역사서가 후반기에 돌입했다.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
24.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