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33)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33화(33/431)
제33화
버스정류장.
후드를 뒤집어써 얼굴을 가린 이건영은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푸른색의 버스가 정류장에 접근해온다.
인터넷에 검색한 길찾기를 다시 한번 켜서 확인한다.
‘저 번호인가?’
그는 긴가민가한 상태로 버스에 올라탔다.
몇 년 만에 타는 대중교통이었다.
삐빅.
[요금: 1,200원]버스 요금이 찍힌다.
‘예전에는 720원이었는데…….’
이건영은 버스 요금에서 몇 년 만에 성인이 됐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성인이 된 지 2년이나 지났지만, 방 안에만 있다 보니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산하네.’
그는 빈자리에 앉은 뒤 이어폰을 꺼내 양쪽 귀에다 꽂았다.
그리고 아이튜브를 연 뒤 시청 기록에 들어갔다.
[패링이 뭔데요? – 암살단의 여명(도심 속 그림자) #1]서준의 스트리밍을 처음부터 봐서 내용을 다 아는 그가 볼 때는 웃음부터 나오는 제목이었다.
그가 아닌 다른 편집자가 편집한 스트리머 서준의 영상.
전날 서준에게 편집본을 보내기 위한 추가 작업을 하면서 몇 번이고 돌려본 영상이었지만, 지금 만나러 가면서도 한 번 더 틀었다.
시작부터 빠른 템포의 바이올린 배경 음악과 함께 서준이 벽을 타고 시계탑을 올라가는 장면이 나왔다.
‘이것도 참 잘 만들었지.’
다른 편집자가 만든 암살단의 여명 전용 인트로였다.
그가 작업한 영상에도 들어가 있었다.
알테온의 야경을 비추던 화면이 빠르게 전환되기 시작한다.
마치 히어로 영화 회사의 인트로를 닮았다.
지금까지 서준이 게임을 플레이 한 장면들이 빠르게 바뀌면서 하나의 로고가 나타난다.
[진서준 Itube.]잘빠진 인트로가 영상의 몰입도를 한순간에 높여줬다.
‘경력자라고 하던데 같이 일하게 되는 건가…….’
이후 서준이 전형적인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고, 이를 보고 웃는 채팅이 올라온다.
그리고 나타나는 유저들의 닉네임.
백마탄환자와 대방어, 그리고 그의 닉네임.
벽돌갈취왕.
‘아. 쪽팔려.’
그는 순간 영상을 멈췄다.
인터넷 속에서는 저 닉네임이 자랑(?)스러웠는데.
앞으로 만날 사람들은 그의 정체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웠다.
그리고 스스로가 한심하기도 하고.
‘그나저나 진짜 잘 만들었어. 부럽네.’
댓글 반응도 좋았다.
그는 목적지에 도착하자 영상을 멈추고 버스에서 내렸다.
“시간은 넉넉하고.”
그들은 한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건영은 약속 장소로 향하면서 생각했다.
‘이런 계약 하는 건 처음인데 어떻게 하지, 그리고 다른 편집자님이 완전 잘하는데 내가 쓸모가 있나…….’
불안이 다시 잠식한다.
안전지대에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여기서 이런 생각에 잡아먹혀 발걸음을 멈춘다면, 어디도 갈 수 없겠지.’
이건영은 카페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단체 메신저 방에 도착했다고 연락했다.
창가 자리에 앉아서 핸드폰을 보고 있던 여자가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구에 서 있는 그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이건영은 순간 대답하려다가 말문이 막혔다.
가족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과 대화해 보는 게 너무나 오랜만이어서 그랬다.
“네……. 크흠.”
“저는 한지민이라고 해요.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이건영입니다.”
점점 목소리가 데크레센도처럼 작아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분위기가 반전됐다.
“헐.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렇다니깐요. 완전 나쁜 놈이죠? 잘 되니깐 본성 나온 다니깐요. 진짜 그 채널 키우느라고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데. 수익이 너무 없어서 알바랑 병행하면서 어떻게든 버텨서 겨우 키운 건데.”
한지민이 분통을 터뜨렸고 이건영은 맞장구를 쳤다.
이건영은 막상 사람과 만나보니 예전처럼 편하게 대화하는 게 별로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니깐 제 말의 요지는 이거라는 거죠. 스스로 노예를 자처하지 말아라. 음음.”
“확실히 그렇네요.”
이건영은 21살 한지민은 26살로 나이 차이가 꽤 있었지만 둘은 잘 맞는 것 같았다.
이건영에게 한지민은 그보다 일찍 일을 시작했고 나름의 성과물도 있어서 나이 차이 그 이상으로 어른처럼 보였다.
“만약 수익 배분을 핑계로 열정 페이 강요하면 그냥 하지 마세요.”
“그치만…….”
이건영은 처음으로 그를 인정해준 서준과 함께 일하고 싶었다.
“오늘 올라온 두 번째 영상 건영 씨가 한 거죠?”
“네.”
“반응은 봤어요?”
“아니요. 남들이 보는 게 좀 무서워서.”
“재능 있어 보이는데 다른 곳에서 일해도 충분히 먹힐 거예요.”
음음.
한지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신입 스트리머는 편집자 둘을 제대로 챙겨주는 것보다는 아마 후려치려 할 거예요. 스트리밍은 잘 되는 것 같긴 한데 그것도 오래 갈지 모르고. 아직 채널 수입도 나지 않았는데 편집자한테 투자할 리도 없고.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요.”
“그러면 왜 여기 나왔어요?”
“남들처럼 부려 먹으려고 하면 혼내주려고요.”
이건영은 이글거리는 한지민의 눈빛이 부담스러워 눈을 돌렸다.
전 고용주한테 당한 게 워낙 많이 쌓여 있는 것 같았다.
“그…….”
서준 님 현실에서도 싸움 잘할 텐데.
이건영은 뒷말을 삼켰다.
그리고 그때, 둘의 핸드폰에 동시에 빛이 들어왔다.
띠링.
곧 도착한다는 서준의 메시지였다.
* * *
“사장님 진짜죠? 이거 사장님한테 엄청 손해 보는 걸 수도 있어요.”
한지민이 다섯 번째 같은 질문을 한다.
“괜찮다니깐요.”
서준도 다섯 번째 같은 대답을 했다.
“진짜로요?”
“네. 계약서까지 있잖아요.”
“사장님! 평생 믿고 따르겠습니다! 충성!”
이건영은 옆에서 신나서 계약서에 사인하는 한지민을 기가 차는 눈으로 바라봤다.
“아니…….”
서준이 그들에게 제안한 조건은 간단했다.
편집자 둘이 채널을 전부 관리한다.
기본급은 최저로, 대신 채널 수익의 25%를 인센티브로.
다른 귀책 사유가 없다면 계약은 지속되는 얼핏 보면 서준에게 불리한 조건이었다.
이건영은 설명이 필요한 눈으로 한지민의 팔을 콕콕 찔렀다.
그러자 한지민이 잔뜩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신나 보였다.
“형은 신이야!”
이번엔 왜 형이야.
나이도 님이 더 많고 여자잖아요.
“그거 말고요.”
“갈취왕님. 뭐가 궁금하세요?”
서준이 이를 지켜보다 한마디 했다.
“그, 형님, 아니 사장님. 제 이름은 이건영이라니까요?”
“그리고 아이디는 벽돌갈취왕이죠.”
서준이 얄미운 미소를 지었다.
스트리밍 중에 기만할 때나 시청자들을 놀릴 때 짓는 그 표정이었다.
그는 자신의 닉네임이 거론될 때마다 주변의 눈치를 살피는 걸 눈치채고 일부러 크게 말하는 서준을 한 대 때리고 싶어졌다.
“하……. 아무튼. 이거 잘 모르는 제가 봐도 서준 님이 수익을 나눌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되는데요.”
한지민이 서준에게 몇 번을 설명한 부분이 바로 이거였다.
굳이 수익을 나누지 않아도 아마 편집자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이건영은 인센티브가 없어도 수락했을 것이었다.
“뭐. 이렇게 해도 갈취왕님이 열심히만 해준다면 손해는 아닐 겁니다.”
서준도 나름의 계산이 있었다.
어차피 아이튜브는 스트리머의 수입원 중 하나다.
그렇다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채널 성장시키겠다고 에너지를 쏟을 시간에 전부 편집자한테 맡기고 방송에 집중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실제로 알파카가 이렇게 해서 성공한 경우였다.
MCN에 가입하면 아이튜브의 수익을 나눠야 함에도 사람들이 가입하는 이유기도 했다.
“어디 보자 사장님 조회수가 와 벌써 1만을 넘었어. 내가 몇 달을 넘게 발광해야 겨우 1만의 벽을 넘었는데!”
한지민이 옆에서 이건영에게 어서 사인하라고 눈치를 주고 있었다.
이건영은 이윽고 허탈하게 웃으며 계약서에 사인했다.
“바로 회식하러 갑시다. 사장님! 제가 어떤 썩을 놈한테 마지막으로 뜯은 돈이 있거든요. 오늘은 제가 쏩니다!”
그날 처음 술을 먹어 본 이건영은 만취했다.
* * *
“뭐라고? 내가 오만한 미친놈이라고? 그러면 네놈은 그냥 미친놈이다. 하하하!”
평범한 의복을 입고 거리에 나가면 귀공자 취급을 받을 만한 미남자가 호탕하게 웃었다.
피가 튀기고 살이 찢기는 전장 속.
이질적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젊어 보이는 사내 둘과 그들을 둘러싼 수십의 적들.
언뜻 보면 평범한 전장이지만, 사내 둘을 포위한 다수가 선뜻 나서지 못하고 오히려 눈치를 보며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했다.
하지만 그 사내 둘의 정체를 아는 자들이라면 이는 당연하다 생각할 것이다.
“닥치고 길이나 열어라.”
그렇게 말한 사람의 등에는 바를 정(正)자가.
폭소하고 있는 미친놈, 아니 미남자의 등 뒤에는 하늘 천(天) 자가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둘의 정체는 무림 최대의 세력, 마교의 소교주와 정파의 이름난 후기지수였다.
위기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동맹을 맺은 것이다.
기억이 다시 암전된다.
그리고 주마등처럼 놈의 얼굴이 떠오른다.
늘 오만과 확신에 가득 차 있는 놈의 눈빛이 그를 바라본다.
“그 재수 없는 얼굴은 늙지를 않는구나.”
“만약 정파에 네가 없었다면 이런 상황에서 협력은 불가능했겠지.”
“미친놈. 네놈이 정파냐?”
“우리 둘은 너무나도 닮아있구나.”
“내가 10살이나 많다는 점을 잊었나? 싸가지 하고는.”
“나의 오랜 친우여…….”
* * *
서준은 잠에서 깼다.
“아. 개꿈이네…….”
그는 누운 상태 그대로 이마를 짚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마치 되새김질하듯 선명히 떠오르는 전생에 얼굴을 찌푸렸다.
“하필 꿔도 그런 꿈을 꿔서는. 쯧.”
서준은 혀를 찼다.
꿈자리가 사납다.
보통 사나운 정도가 아니었다.
“오늘도 그냥 스트리밍 쉴까?”
서준은 전날 휴방을 한 상태였다.
어서 퀘스트가 마무리되는 걸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을 골려주려는 의도는 당연히 아니었다.
정말로.
그저 새로운 편집자들과 만나느라 어쩔 수 없이 쉰 것이다.
다른 의도는 절대 없었다.
절대로,
[하필 이럴 때 휴방이라니. 진짜 개샊] [빨리 방송 켜주세요.] [문 열어 방장 나 추워…] [이제부터 무슨 짓을 해도 절대 딴지 안 걸겠습니다! 그러니 돌아와…]아니, 조금은 있었을지도.
서준은 웃으며 커뮤니티를 닫고 대화방을 열었다.
[벽돌 갈취왕: 4일 차 스트리밍 시간 1시간 23분, 27분 34분 확인 부탁드립니다.] [한지민: 확인요!].
.
.
이외에도 수많은 대화가 있었다.
대체로 이건영이 한지민에게 여러 편집 방법을 묻는 거였지만, 서준의 방송 소스에 대한 부분은 반대로 한지민이 이건영에게 묻고 있었다.
열정이 가득 넘치는구만.
서준은 기지개를 켠 뒤 침대에서 일어나고 씻었다.
시각은 8시.
“운동가긴 늦었고.”
띠띠띠띠.
간단하게 시리얼로 아침을 먹는 와중 현관문이 열렸다.
오랜만에 아침 운동을 갔다 온 김태우였다.
태우는 원래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서준을 따라서 다녔는데, 성인이 되고는 내킬 때만 가는 상황이었다.
“야, 이 미친놈아.”
아침부터 왜 저래.
“너 이동수가 프리폴 선수인 거 알고 있었어?”
프리폴?
어디서 들어본 것 같다.
“신하연이 있는 팀 맞나?”
“맞아.”
PC 시대부터 현 캡슐 시대까지 왕조를 이어가고 있는 팀이라고 들었는데.
“그랬어? 어쩐지 몸 움직이는 게 센스있더라니.”
“그런 선수를 너가 스파링으로 괴롭힌 덕에.”
괴롭히는 게 아니라 가르치는 건데.
“같이 너 뒷담화하면서 친해졌다. 뜨뜻한 국밥도 같이 먹고.”
서준은 생각했다.
왜 친구란 것들은 이런 모양이지?
“아! 그리고, 이건 선수단 비밀인데 신하연이 1주일 동안 다른 게임 하나도 안 하고 연무장만 해서 널 결국 이긴 모양이다.”
“오?”
서준의 AI는 당연하게도 서준과 같은 실력을 갖춘 것이 아니었고 서준이 다시 싸운다면 쉽게 이길 수 있었지만, 신하연 보다는 높은 수준이었다.
그녀가 1주일 동안 못 이겨냈으니 말이다.
하지만 결국 신하연은 AI를 이겨냈다.
‘흠, 나름의 인연도 있겠다.’
그 뜻은 한계를 뛰어넘어 성장했다는 걸 의미한다.
무학의 까마득한 선배로서 후배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기쁘다.
그러니.
‘선배로서. 도움이 되어야겠지. 끌끌.’
서준은 밥을 다 먹은 뒤 일어났다.
“너 뭐하냐? 왜 캡슐에 들어가?”
“아. 몸 좀만 풀게.”
서준은 그 이후로도 한참을 캡슐 속에 있었다.
단순히 몸 좀만 푸는 수준이 아니었다.
태우는 왜인지 불안한 마음에 핸드폰을 켠 뒤 연무장 관련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리고 진심으로 감탄했다.
“미친놈인가? 무슨 생각인 거야.”
연무장 랭킹에 진서준 석 자가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