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34)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34화(34/431)
제34화
“안녕하세요. 여러분.”
서준은 평상시처럼 로비에서 스트리밍을 켰다.
이제는 자연스럽고 익숙하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서준은 스트레칭을 하며 채팅창을 열었다.
-서하
-ㅅㅎ
-아니 연무장 실화야?
-해
-명
-해
-진짜 서준 님 맞아요?
-명
오늘 아침, 전날 신하연이 일주일 만에 되찾은 연무장의 왕좌를 누군가가 다시 가져갔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한 사람이 떠오른다.
unknown.
몇 년간 자리를 지키던 신하연을 끌어내린 정체불명의 인물.
악의적인 인성질에 회사가 개발한 인공지능이라는 의혹까지 있을 정도로 말이 많지만, 대부분 unknown이 재탈환할 가장 유력한 인물이라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는다.
전적이 있으니깐.
하지만 랭킹에 떠오른 이름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uknown이 아니었다.
진서준.
당연히 스트리머인 서준이라고 나타나 있는 건 아니었다.
오직 이름 석 자와 캡슐 번호의 일부 뒷부분만 공개됐을 뿐.
하지만.
“여러분 지금 연무장 말하는 거죠?”
시청자들이 보기엔 정말 우연의 일치로 동명이인인 다른 진서준이 10단계 AI를 차지했으리라 보긴 어려웠다.
-당연ㅇㅇ
-일단 그거 방장 맞음? 동명이인 아님?
-진짜 커뮤 보다가 소름 돋았다.
-설마 다른 서준이겠냐 ㅋㅋㅋㅋㅋㅋㅋ
다른 게임 유저들은 서준을 잘 모른다.
차차 다른 게임을 하면서 넓혀가면 되지만, 아직은 그 정도로 인지도를 쌓지는 못했다.
하지만 암살단의 여명 유저들만큼은 달랐다.
그들은 오다가다 한 번씩은 서준의 이름을 들었고 서준이 보여준 뛰어난 컨트롤을 기억하고 있었다.
암살단의 여명 유저들이 난리가 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신하연 다시 내려갔음. 근데 왜 진서준?] [연무장 이거 나만 ‘그놈’ 생각나냐?]-아 ㅋㅋ 그 퀘스트도 다 안 하고 방종한 뒤 다음 날 휴방까지 때린 ‘그놈’?
└ㅇㅇ 그놈.
└왜 무명좌가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자가 되어버린 거야 ㅋㅋㅋㅋㅋ
[‘그놈’아 만약 이 댓글을 보고 있다면 당장 크리스티나 누나와의 호감도 퀘스트를 포기해라. 좋게 말할 때 듣는 게 신상에 이로울 것이다.] [unknown이 무명좌일 가능성]-100%. 인성질 하던 거 보면 모르겠냐?
└ㅈㄴ악질인거 보면 빼박이지ㅋㅋㅋㅋㅋ 성격 나온 거야.
[아니 그럼 진짜로 신하연 넘었네?]-아니 ㅋㅋ 신하연이 밥으로 보임?
└ㅇㅇ
└연무장은 좀 다르지, 둘이 직접 뜬 것도 아니고. 신하연이 금방 탈환할지 누가 앎ㅋㅋㅋ
-어쨌든 넘은 거잖아
-이게 우리 도숨의 암살자? 자랑스럽다!
[소름 돋는 사실. ‘그놈’이 스트리밍 시작하기 하루 전에 unknown이 나왔다.]-그러면 우리 도숨이 첫 게임이니깐, 게임 하기도 전에 연무장 가서 이겼다는 거네?ㅋㅋㅋㅋㅋㅋㅋ
-이 정도면 진짜 현실 소드마스터인지 의심해 봐야 한다
-진짜 조상 중에 척 씨 있는 거 아님?
-대학생이 아니라 특공대인 거네 ㅋㅋ
[지금 보니 쟤는 실루엣도 잘생겼네.]암살단의 여명 유저들은 랭킹에 나온 진서준이 당연히 그라고 여겼고, 더 넘어서 unknown 또한 그일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여러분 일단 이번 10단계 AI는 저 맞아요.”
서준은 우선 동의했다.
공개하지 않을 거였으면 부인하는 대신 애초부터 정보 자체를 비공개 처리했으면 되는 거였다.
실제로 평소보다 더 많은 수의 시청자가 들어와 있었다.
“근데 unknown은 저 아닙니다.”
믿지는 않겠지만 뭐.
-방장 AI 이번엔 예의 바른 게 ㅈㄴ웃음벨임ㅋㅋㅋㅋ 다른 사람이 싸우는 거 봤는데 이전엔 검을 쳐내면 밟았는데 이번엔 허리 숙여 인사하면서 시간 주더라
-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더 나쁜데?ㅋㅋㅋㅋ
-아니 누가 봐도 방장이네
-뻔뻔함의 극치
서준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저 태우와 인사하며 동작을 입력하다 보니 그렇게 나온 건데 인성질 하는 사람으로 이미 낙인이 찍혀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냥 대놓고 부인하기로 했다.
‘내가 아니라는데 뭐 어쩌겠어.’
그리고 엄청나게 큰 문제도 아니었고 말이다.
그를 모르는 사람 중에서는 그가 익명을 이용해 인성질(?)을 한 걸 아니꼽게 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었다.
아는 사람 중에서도 있을 수 있겠지.
하지만 모든 사람이 좋아하길 바라는 건 오만한 거라는 사실을 서준은 잘 알고 있었다.
그도 전생에서는 높은 곳에 있었으니 말이다.
“아니, 님들이 자꾸 안 믿고 저라고 오해하면 진짜 unknown 분이 조만간 다시 자리 빼앗을 수도 있어요.”
서준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지만 먹히지 않았다.
-다시 unknown으로 온다고?
-주작 선언 ㄷㄷㄷㄷ
-시장 공개 조작하려 하네 ㅋㅋㅋㅋㅋㅋ
-그런다고 믿냐?
-스트리머 진서준: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보겠다 선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장난스레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시청자 수가 가득 찼다.
히든 시나리오 ‘선택’과 히든 퀘스트 ‘사냥’의 마무리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
서준이 새로운 10단계 AI라는 소식을 듣고 단순히 구경 온 사람들이 뒤섞인 상태였다.
“흠.”
-ㅅㅂ 진짜라고?
-니가 인성질 하던 그 새끼냐?
-신하연한테 곧 털릴 준비 하셈 ㅋㅋㄹㅃㅃ
몇몇 채팅창을 흐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유동.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여러 방을 돌아다니는 시청자들을 말하는데 대부분은 그저 다른 시청자들과 하나도 다를 게 없는 평범한 시청자들이다.
하지만 사람 다섯 명이 모이면 한 사람은 쓰레기라고 어떤 현자가 말했듯이.
유동 시청자들이 어떤 사건으로 인해 갑작스레 몰리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그 방의 채팅 분위기를 망치는 시청자들도 함께 들어오기 마련이었다.
‘이럴 때 해결법은 의외로 또 간단하지.’
팔로워 전용 채팅 제한을 걸면 된다.
그의 방송 시청자들은 대다수가 팔로워일 정도로 팔로우 비율이 높았다.
그렇기에 채팅에 제한을 걸어도 기존의 시청자들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
서준은 즉시 팔로우 후 1시간 지난 사람만 채팅할 수 있게 설정했다.
-편안
-컷하느라 힘들었습니다.
-ㅅㅅ
매니저들이 채팅을 올렸다.
그들도 온갖 어그로꾼들을 잡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영어 채팅도 몇 개 보이던데.’
연무장 때문인가?
한국 서버의 사람만 있는 연무장이었지만, 신하연은 워낙 유명하기도 하니 구경 온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무튼.
서준은 게임을 시작했다.
“자 그러면 마무리하겠습니다.”
* * *
서준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부 전투 불능 상태의 암살자들이 골목길에 널브러져 있었다.
“역시. 다시 안 해도 되잖아요. 누구야? 그거.”
서준은 그가 방종하겠다 했을 때 올라왔던 채팅을 친 사람들을 추궁했다.
-전 아닙니다
-아니 누가 그랬냐? 가짜 뉴스 자제 좀 하자
-손 들어! 일단 난 아님
“이럴 때만 충신이지. 지금 채팅 치는 사람들 다 부검 해 볼까요?”
서준은 시청자가 이 방에서 친 모든 채팅 기록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이를 부검이라 하는데.
“걸리면 밴 어때요.”
-죄송합니다
-저도 그랬어요.
-피해!
-도망쳐!
-저희가 전적으로 잘 못 한 것 같습니다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오리발을 내밀던 사람들이 자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금을 내는 사람도 생겼다.
말 그대로 보석금을.
[‘보석금’님이 100,000원 후원!] [서준 님이 방종 하신다고 하셔서 가짜 뉴스를 뿌렸는데, 이거 받고 봐주세요ㅠㅠ]“아 보석금님 십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근데 아이디를 안 알려주셔서 애석하게도 봐 드릴 수가 없네요.”
서준은 골목에서 나온 뒤 폐공장 쪽으로 걸어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돈 더 줘!
-자본주의가 낳은 진짜 괴물
“부검은 일단 안 하도록 할게요. 여러분들이 솔직하게 자수하셨고 누가 보석금도 냈으니.”
[‘사기주사위’님이 10,000원 후원!] [저였어요!]보석금의 정체가 드러났다.
사기주사위라는 닉네임을 가진 시청자였다.
-큰손 아님? 악질이었네 ㅋㅋㅋ
-아니 큰손이라도 방종은 못 참지
-ㄹㅇㅋㅋ
서준은 웃으며 알파카가 한 말을 떠올렸다.
모든 시청자는 가슴 속에 악질 하나쯤은 품고 다닌다고.
어느새 폐공장에 도착했다.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폭발의 영향 때문인지 내부는 파손되어 있었고, 검게 그을린 자국들이 벽에 붙어있었다.
서준이 옥상에 도착하자 그를 기다리고 있던 아서가 손뼉을 쳤다.
“정말 대단해. 우리의 습격에서 살아남을 줄이야. 완전히 내 패배야.”
이후 아서는 손에 있는 단검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두 손을 들었다.
항복의 표시였다.
하지만 서준은 믿지 않았다.
왜냐하면 옥상에 진입하면서 주변을 살폈는데 그림자가 일렁이는 걸 봤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아직 눈치채지 못했지만, 암살자가 위장하고 있을 때 나타나는 특징이었다.
“역시.”
예상은 적중했다.
예리하게 벼려진 감각에 누군가가 접근하는 기척이 들려왔다.
서준은 몸을 홱 돌렸다.
그의 앞에 있던 아서가 환영처럼 사라지고, 뒤에서 거리를 좁혀오던 아서는 급습하려던 계획이 수포가 되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서준은 달려드는 그의 팔을 잡고 엎어뜨렸다.
“마스터 암살자란 놈보다 난이도가 쉽네요.”
딱히 신기한 일은 아니다.
조직의 장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일신의 무력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퀘스트가 완료 처리되면서 사라졌다.
“오, 퀘스트가 끝났네요. 근데 이거 조금 전에 습격을 눈치 못 채고 당했으면 다시 처음부터인가?”
-그럴 수 있지 ㅋㅋㅋㅋ
-그럼 악랄한 거지
-방장이 먼저 공략을 보여줘서 다행이다
-눈치는 왜 이렇게 빠르냐
서준은 제압당한 아서를 바라봤다.
죽이려고 했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자동 진행인가.
바닥에 쓰러진 아서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어떻게. 내 위장술은 완벽했을 텐데.”
완벽이랑은 거리가 먼데?
전생의 살수들은 위장을 위해 심장을 멈추는 거에 가까울 정도로 느리게 뛰게 만들기도 했다.
‘뭐 그래서 재밌는 거지만.’
서준은 이후 전개가 어떻게 흘러나갈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봤다.
“젠장 네 놈이 모든 걸 망쳤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이 도시 전부를 날려버려서라도 네놈을 어떻게든 데려가겠다!”
오?
그때 아서의 팔에 검이 꽂혔다.
“크아악!”
서준의 시선이 아서에 팔에 꽂힌 검 끝에서 손잡이 쪽으로 이동했다.
제복을 입은 여자가 있었다.
“더럽게 추하네, 진짜. 응 이미 도시 지하에 설치해놓은 마법은 처리했어. 미친놈 아니야? 이래서 암살단 놈들이란 쯧쯧. 자유는 무슨.”
그가 정확히 하고 싶은 말이었다.
“안녕?”
그녀는 서준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성격이 그냥 밝아 보였다.
“내 이름은 비올라야.”
마탑주를 잡았을 때 나왔던 보라색 머리의 여자였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으로 변했다.
왜냐하면.
-개 이뻐 ㅁㅊㅋㅋㅋㅋㅋ
-누나 남친 있어? 누나 남친 있어? 누나 남친 있어?
-당장 방장이랑 떨어져!
-결사단 어떻게 가입하죠?
예쁘니깐.
서준은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비올라는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결사단 중앙에 소속되어 있지. 잠만 너무 그렇게 보지 마.”
뭘 어떻게 봤다고.
“이 도시에 일어났던 일들은 전부 중앙의 예상 밖에 있던 일이란 말이야. 중앙이 혼란스럽다 보니 통제가 되지 않아서 그래. 나를 파견해 해결해보려고 했지만, 뭐 딱 보니 너무 늦었네.”
그녀의 표정에 씁쓸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서준의 입에서 삐딱한 말이 튀어나왔다.
물론 그가 한 말은 아니었다.
그리고 시청자들도 이를 알았지만.
-누나 미안해요. 우리 방장이 좀 싸가지가 없죠?
-서준아 이 형님이 어제 예절 교육을 빠뜨렸니? 일로 따라 나와라
-말본새가 왜 이래! 어딜 우리 비올라 누님께!
-니들 밴 조심해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주 미쳐가지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