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341)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341화(341/431)
제341화
화살이 떨어졌다.
화살은 바닥에 닿음과 동시에 아이템 블록으로 변했다.
슬레이어의 리더는 얼떨떨한 상태로 화살을 주웠고 손이 사라진 자리를 응시했다.
사람이 움직이는 건 느껴졌다. 그런데 떨어지는 화살에 자동으로 눈이 쫓아가서 놓쳐 버렸다.
“맞혀보라는 건가요?”
“화살 없다면서요.”
멀리서 대답이 들려왔다.
두 어절의 짧은 문장이지만, 소리의 발원지가 달라지는 듯 느껴졌다.
추정컨대 상대는 움직이고 있었다.
꽤 느긋하게?
“허.”
슬레이어 리더의 고개가 내려갔다.
왼손에 올려놓은 화살이 어두운 주변 환경 속에서도 그의 시야에 비쳤다.
“허허허.”
입에서 자꾸만 의지에는 없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
“허허허허.”
상대방한테 무기를 쥐여주는 행위가 어떤 것인가.
명예로운가?
스포츠맨십인가?
아니다.
이 악의는 단순하다.
“허허허허허.”
도발.
넌 나를 맞힐 수 없을 거라는 농락의 표현이다.
서준을 모르는 이에게도 당연히 그렇게 다가올 텐데 서준을 미친 듯이 분석한 헌팅 팀의 리더에게는?
“이런 기분이었구나.”
영상으로 제3 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그저 통쾌하고 재밌었다.
저럴 거면 그냥 피하고 말지 싶었고.
그런데 당해보니.
‘생각보다 더…….’
슬레이어 팀의 리더는 입술을 쓸었다.
그리고 자꾸만 튀어나오려는 헛웃음을 가라앉혔다.
“무슨 소리죠?”
상대는 그새 또 움직였다. 가지가지 한다.
아니, 발소리만 들으면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안 쏩니다.”
그는 리더다.
평정심을 지키고 서준에게 당했던 이들의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
그러면 다음 싸움에서 서준은 그 부분을 집요하게 늘어질 테니.
푸슝!
그는 화살을 장전한 채로 높게 조준한 뒤 방아쇠를 당겼다.
석궁이 발사되고 화살은 플레이어들을 가로막는 물품들을 높이 지나쳐 멀리 떨어졌다.
천장에 쏘면 다시 내려와 쓸 수 있을 테니까.
그의 의지다. 빠른 포기다.
“이제 죽이든…….”
그런데.
쑤욱.
발걸음 소리가 사라지더니 옆에서 손이 또 튀어나왔다.
그리고 손이 쫙 펴졌다.
마치 그보고 보란 듯이.
이번에도 손은 한 개의 물품을 들고 있었다.
그 물품은 아래로 뚝 떨어지더니 블록으로 변했는데 그 정체는 화살이었다.
“허허허허. 허허허허허허. 허허허.”
근처에 있었나?
‘돌겠네.’
그는 마음을 다시 다스리며 오기로 화살을 주운 뒤 아까 날렸던 자리에 날려버렸다.
피융!
“음?”
“뭐가 음인데요?”
억지 미소를 지으며 그도 긁어보려는 순간.
이번에는 얼굴 앞에 손이 튀어나왔다.
어둠 속에서 상대를 보려면 집중하고 평정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그런 건 진작에 깨진 지 오래였다.
손이 펴졌다.
다시 아이템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 사람은 다시 사라졌다.
“…….”
“…….”
그는 바로 아이템을 줍지 않았다.
‘이건……. 진짜로 기분이…….’
그러는 와중에 팀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매우 조용히. 혹시나 정말 혹시나 방해될 수도 있으니.
이정도 목소리라면 바로 옆에 있지 않는 이상 무전 소리는 들을 수 없다.
[어떻게 된 거야. 도망쳤어?] [꽤 오래 걸리는군.] [싸우는 중일 수도 있으니 목소리 더 낮춰요.] [역시 리더는 리더인가? 우리들은 순식간에 당했는데.] [오글거리게 말 좀 하지 마. 그런데 확실히 대장은 다르긴 한가 봐.]“맞죠. 다르긴 하죠.”
손이 불쑥 튀어나왔고 그는 얼굴이 빨개지는 기분이었다.
농락당하고 있는데 그를 띄워주는 팀원들과 그걸 바짝 옆에서 듣고 농락하는 적.
그리고 또 떨어지는 화살.
그는 제법 젠틀한 편이다.
그러니까 하는 행동은 악질이긴 한데 굳이 게임을 할 때 상대방에게 시비를 걸거나 감정을 상하게 하지는 않는 편이었다.
그가 원하는 건 그가 이길 수 있다는, 무엇이든 사냥할 수 있다는 증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진짜.
“와 진짜. 이건 못 참겠네.”
“뭘요?”
직접 당해보니 기분이 매우.
매우 더럽다.
그리고 화살을 들어서 순식간에 장전시키고 어둠 속으로 사라질 서준을 겨누는 순간.
피융!
적의 석궁이 쏘아졌다.
“어?”
원래 반 피였던 체력이 죽기 직전까지 줄어들었다.
“왜? 쏴 보라고 준 게 아니었나요?”
“아, 팀원들이 도착했다고 해서.”
“……. 이!”
그게 그를 결국 터지게 만들었고 방아쇠를 당겼지만.
턱.
잡힌다.
화살이 잡힌다.
‘웃어?’
그리고 근접해 있던 서준은 피할 수 없게 창을 그었고 그렇게 그는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그는 그들이 만들어뒀던 벙커에 태어났다.
“결국…….”
“후…….”
자연스레 엄숙해지는 분위기 속에서 그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벙커의 상자를 열면서 외쳤다.
“복수합시다. 반드시 복수합시다. 어떻게든.”
평소에 절대 사냥이란 말 외에 다른 표현은 쓰지 않던 슬레이어 팀의 리더가 흑화했다.
* * *
라스트의 유저들은 서준이 슬레이어를 이기고 있을 때도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분명 엄청난 전략과 움직임은 맞았다.
[음영이 진 부분을 모두 파악하고 상대방이 어떤 상황일 때 어떻게 감춰지는지 알 때만 가능한 플레이.] [이론상으론 가능해도 실제로 암살자이지 않은 이상 절대 나올 수 없는 플레이다.] [하지만 나왔죠?] [뛰어나긴 하군. 미친 듯이. 역시.]그래서 관심이 집중되긴 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삐딱한 시선으로 서준을 보고 있었다.
누가 뭐라 해도 서준은 그들의 희망 고인물 팀을 시작부터 박살 낸 이였으니까.
그런데.
[슬레이어 인생 최대 굴욕!]서준이 슬레이어 팀의 리더에게 인성질을 시작하자.
그게 꽤 어이없게도 라스트 유저들을 웃기기 시작하자.
[화살을 다 쓰면 먼저 갔던 화살이 의문의 손과 함께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매우 좋아한다.]서준의 호감도가 대폭 오르기 시작했다.
젠틀하지 않은 짓을 젠틀하게 해서 그들을 유린했던 적의 수장이 당하고 있었다.
무척 폭력적으로.
그래.
[폭력은 하나도 없지만 저게 폭력적이지 않다면 뭐를 폭력적이라 할 수 있단 말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 좋아하네 이놈들] [한국은 든든한 우방국이다.]그들이 서준에게 보내는 환호를 어떻게 참겠는가.
비록 적일지라도.
그렇게 서준은 라스트의 영웅이 되었다.
잠깐 동안.
* * *
“부자 님하고 태우는 시체 줍고 조암 님은 혹시 파밍이 안 된 상자는 없는지 빠르게 수색 부탁드립니다.”
팀원들이 돌아왔다. 서준은 조암과 함께 지하실의 수색을 마쳤다.
그러고 부자와 함께 지상으로 올라온 뒤 백도율 파티에게 무전을 연결했다.
“다 끝났습니까?”
[네. 집에 가고 있습니다.]“수고하셨습니다. 우리도 지금 출발합니다. 모이고 자원 현황 확인하고 다음 티어 파밍지로 넘어가죠.”
1티어 파밍지.
이곳은 출입이 자유롭지만 한 가지 준비물이 없으면 제대로 된 파밍이 불가능하다.
방독면.
0티어 파밍지에서 파밍할 수 있는 특수한 천과 필터로 제작할 수 있는 이 아이템은 1티어 파밍지의 아이템을 파밍하기 위해선 꼭 필요하다.
그리고 서준은 정석적으로 단계를 밟아가며 최종 티어까지 갈 예정이다.
파밍지는 3티어까지밖에 없다.
광물도 습득 난이도의 단계를 나눠 따지자면 마찬가지다.
제작 가능한 무기도 3티어까지밖에 없고.
물론 NPC 세력 레이드를 통해서 좀 더 특별한 무기를 얻을 수는 있지만.
하지만 서준은 4티어를 원했다.
그리고 이 목표를 백도율과 벙커에서 다시 만난 뒤 그들에게 밝혔다.
“시작 전에는 그런 말 없었잖아요!”
“네. 하지만 프라이팬은 못 참죠?”
서준은 백도율의 매우 따가운 시선을 피하면서 팀원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팀원들이라면 분명 못 참을 것이다.
“맞아요!”
“역시! 이건 가야지!”
“후후후. 프라이팬으로 사용하는 무공을 알려주시오! 나도 쓰겠소!”
이들이 이렇게 반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제작대는 1티어부터 시작해 자원을 모을수록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다.
2티어로.
그다음 3티어로.
티어가 높아질수록 필요한 재료의 급도 높아짐과 동시에 제작할 수 있는 무기의 급도 높아진다.
그런데 4티어 제작대는 그냥 순조롭게 팀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 있지 않다.
굳이 따지자면 결과 그 너머에 있는 게 4티어 제작대다.
이유는 단순하다.
제작대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선 자원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많아도 너무 많이 든다.
비효율적이다.
그렇게 얻을 수 있는 4티어 아이템은?
장난스러운 것들이 전부다.
딱히 레이드에서 수성할 때나 공성할 때 큰 도움이 되지 않지만, 쓸데없이 오버 테크놀로지인 것들.
예를 들자면 적 기지를 보고 누가 지었는지 알려주는 망원경 같은 템 말이다.
프라이팬도 그중 하나다.
그런데.
“그럴 가치가 있죠.”
“없어요.”
“있는데요?”
“왜요!”
“총알을 막잖아요.”
최강의 근접 무기 프라이팬이 총알을 막는다는 건 게이머들에겐 당연한 상식이다.
물론 라스트에선 결국 프라이팬도 파괴된다.
“아니, 그냥 요리용이잖아요! 근접 데미지도 낮고!”
사실 오랜 게임 업계의 전통이라서 프라이팬에 총알이 맞을 경우 방탄이 몇 번 되게 만드는 것일 뿐 절대 그런 용도가 아니긴 했다.
“하지만 막히죠?”
“그때는 소총이 없었잖아요! 소총이 안 뜬 상황에서 승부가 다 났으니까 막은 거죠. 하지만 4티어에 도달할 때쯤이면…….”
나올 수 있는 모든 무기는 나올 터다.
또한 그들이 4티어에 가겠다고 일정 이상의 자원을 어쩔 수 없이 사용하지 않고 모을 수밖에 없는데 이때가 가장 취약해지는 시기이다.
상대 팀은 굳이 4티어로 올린다고 자원을 아끼지 않는다.
오히려 자원을 소모해서 계속해서 높은 스펙을 유지하면서 소모전을 걸 것이다.
그러니 이 게임에는 취약해지는 구간을 굳이 감수하면서 4티어로 가야 할 이유가 없다.
그것도 프라이팬 하나만 보고 말이다.
“반대하실 줄 알았습니다.”
“너무 손해에요. 진짜로.”
“우리 팀원분들은……?”
“아! 좀!”
백도율은 서준이 계속 써먹는 ‘광신도 호응의 부름’ 스킬을 막아섰다.
그에게 아닌 건 아닌 거였다.
차라리 먼저 말했으면 설득을 길게 하고 타협점이라도 찾지.
그도 보긴 했다. 서준에게 프라이팬이 있으면 꽤 유용하리라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그걸 얻으려고 약해지면 본말전도 아닌가.
“진짜 프라이팬 하나만 있으면 다 할 수 있는데?”
일부러 지금 와서 말하고 밀어붙이려는 악질.
‘다 할 수 있긴 뭘 다 할 수 있어 자기가 무슨 초인…….’
이긴 하지?
그래도!
“방장한테 검을 쥐여준다? 그럼 무적이거든요.”
“아아……. 검신이시여…….”
“프라이팬 무공은 어떻게 부르면 되오! 알려주시오!”
서준은 막아도 막아도 터져 나오는 숭배를 들으면서 백도율을 가만히 바라봤다.
어떤 선택을 내릴지 궁금하다.
그를 저지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지금 고민 중인 게 보인다.
이내 백도율이 아이템 창에서 석궁을 꺼내며 외쳤다.
“하! 좋아요. 제가 석궁 쏘는 거 맨손으로 전부 잡아내면! 프라이팬의 필요성을 인정하겠습니다. 나오시죠!”
“……?”
“왜요. 이거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저는 인정 절대 못 합니다. 프라이팬을 위해 그렇게까지 희생할 가치가 없다는 거죠. 서준 님, 받아들이시죠. 이 내기.”
“그래요. 뭐, 나가시죠.”
서준과 백도율은 잠시 벙커 밖으로 나갔다.
1분 뒤.
백도율은 중얼거리며 돌아왔고.
“꺾여선 안 돼……. 꺾여선 안 돼…….”
그들은 1티어 파밍지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