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354)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354화(354/431)
제354화
서준은 총알에 맞아 죽었다.
정확한 샷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죽었음에도 그 누구도 당황하지 않았다.
죽은 당사자인 서준도 마찬가지였다.
적들의 유추대로 의도된 죽음이었고 서준은 죽고 눈 앞에 펼쳐진 지도를 살핀 뒤, 기지 위쪽에 있는 비밀 거처에서 태어나는 걸 선택했다.
그리고 눈을 뜨고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됐을 때, 시야에 담긴 것은 휘황찬란하다고도 볼 수 있는 한쪽 벽면을 꽉 채우는 4티어 제작대였다.
-와
-ㅗㅜㅑ
-저게 4티어 제작대인가? 개 크네 ㅋㅋㅋㅋ
-저 제작대를 보기 위해서 뭔 개고생을 한 거냐
만드는 것 자체는 재료가 적게 드는 두 개의 제작대에는 두 유저가 열심히 아이템을 제작 중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서준은 일어나서 옆에 놓인 상자에 손을 얹었다.
상자가 열리며 인벤토리 칸이 나타났고 그곳에 미리 넣어 놨던 무장을 챙겼다.
“계획대로 시간은 맞춰졌군요. 여러분 저 두 분이 실수 없이 정말 열심히 했기에 가능한 결과입니다, 이거.”
물론 4티어에 갔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끝난 게 아니다.
공격팀이 굳이 서준이 이렇게 4티어를 갈 수 있음에도 최대한 끝까지 자원을 모은 뒤 레이드를 시작한 이유는 직전에 막혀서 기분 나빠 보라고가 아니었다.
‘설령 4티어에 간다 해도 뭘 할 수 있는데?’ 같은 마인드가 컸다.
결국 그가 해야 할 건.
어떤 반격도 못 할 정도로 모든 아이템을 잃기 전에.
“이제 반격을 해야겠죠?”
보여줘야 한다.
이래야만 했던 이유를.
-4티어 뭐 됨?
-열심히 프라이팬 복사 중인가 보네ㅋㅋㅋㅋ
-맞다 여기 프라이팬은 내구도가 좋진 않지?
-내구도가 좋진 않은데 총알은 튕겨 냄ㅋㅋㅋㅋ
서준은 앞에 두 사람을 지켜봤다.
제작대 인터페이스를 열기 위해서는 제작대에 앉아 있어야 한다.
아이템이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러니 저들이 저렇게 오래 앉아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매우 많이 만들고 있어서 오래 걸리는 것이다.
물론 1분까지는 걸리지 않았고 저들은 금방 뒤를 돌아 풀무장한 서준을 맞이했다.
“서준 님 오셨어요?”
“기지 상황은 좀 어때요?”
“지금쯤 입구가 뚫렸겠네요. 몇 개 만들었어요?”
“꽉 채웠어요.”
“빨리 던져주세요. 그리고 따라와요. 전초기지부터 처리합시다.”
서준은 아이템 창을 채운 뒤 그들의 기지에서 나왔고 북쪽 전초 기지로 향했다.
그렇게 로이드를 만난 것이다.
* * *
방주는 서준이 죽었을 때부터, 아니 그 전부터 계속해서 여론을 살피고 있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완성되었습니다! 검신에게 검이 쥐어졌다고요! 이제 끝났습니다!”
사람들은 회의적이다.
정확히는 대부분의 한국인을 제외한 사람들은 회의적이다.
이 판을 보고 있는 소수의 한국 라스트의 유저들, 그리고 전세계 대다수.
일단 전세계의 라스트 유저들은 서준이 총알을 튕겨낸다는 것부터 의심하고 있었다.
그게 가능이야 하고 머리를 가끔 막는 용도로는 사용해도 전투에 직접적으로 활용이 가능한 수준이냐 하면 절대 아니니까.
무엇보다 이전에 서준이 활용을 했었다 하더라도 그건 상대방의 수준이 낮지 않은가.
지금 서준의 상대는 라스트 최고의 고인물, 그 고인물들을 자기들은 팀 단위로 싸워서긴 하지만 어쨌든 꺾은 헌터 팀.
그리고 아직은 진가를 보여주지 않았지만 가장 위험할 수 있는 특수부대들이 상대다.
“끝난 거 인정? 빨리 인정하세요!”
그리고 서준이 총알을 튕겨낼 수 있다고, 전투에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역사서를 본 세계의 유저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 가능해. 그런데 그래도 질 수 있는 거 아닌가?
전력 차이는 명백하다.
“어허! 그냥 보시라니까요!”
-하하하하!
-프라이팬이 검이니까 검신이 이긴다는 논리는 아주 완벽하군!
-아니 우린 진지하다고 외국 놈들아
-아아 검신의 손에 검이 들어간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범부들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북부 전초기지! 바로 붙습니다!”
전초기지를 만들 때 서준은 멀리서 조준경으로 지켜봤다.
상대방이 서준의 요새의 형태를 보고 완전 수비형인 걸 확인해 전초기지를 굳이 숨기지 않아서 수고를 덜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로이드가 어이없어 하며 외치고 총을 쏘는 순간!
서준이 굳이, 정말 굳이 팔을 휘둘렀다.
갖다 대는 것도 아니다.
천천히 움직인 것도 아니다.
정말 빠르게.
오직 찰나의 순간에 탄알과 프라이팬이 맞아야 하는데도 굳이 휘둘렀고.
후웅!
캉!
서준의 복부를 노리던 탄알은 튕겨 나갔다.
“아! 휘둘렀어요! 검을 휘두릅니다!”
-음???
-와
-ㅋㅋㅋㅋㅋ 굳이 휘두르는 것 보소
-로이드 표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총으로 갈겼어야지
“플레이어 로이드 총을 더 쏩니다! 연사합니다!”
1초쯤 딜레이가 걸린다.
일정한 간격으로 탄환이 서준의 신체의 여러 지점들을 노려왔다.
보통 그렇게 목표 대상을 바꾼다면 총구는 흔들리고 총알은 빗나가기 마련이지만 총알은 정확하게 착탄했다.
프라이팬에.
“빗나가지 않습니다! 네! 총알이 프라이팬에 빗나가지 않습니다! 하하하하! 로이드! 동료를 불렀어야 했는데!”
본인이 맞추려다가 서준을 전초기지 바로 앞까지 다가오게 만드는 데에 허용했고 서준은 폭탄을 붙였다.
펑!
뒤늦게 다른 보초병이 오지만 그들은 서준의 소총에 맞고 죽었다.
-너무 쉽게 휩쓸리는 거 아니냐
-원래 에임이 완벽한 초고수들 간의 전투야말로 한 번 서로를 포착하면 금방 끝남
-그거 맞긴 함ㅋㅋㅋ 보통은 서로 그 각을 안 줘서 전투가 오래 걸리는 거지
“네! 옛날에 PC게임에서 유명했던 에임핵끼리의 대결을 생각하면 좋습니다! 서로 엄폐물에서 나오는 순간 바로 죽습니다! 그냥 골때리는 상황이죠! 아! 침낭 파괴됩니다!”
부착 폭탄 두 개에 외벽은 파괴되고 서준은 이렇게 말하면서 다음 전초기지로 이동했다.
[다음 전초기지부터는 바로 저격하고 들어가야겠군요. 방금은 로이드 님이 약간 부족하게 굴어서 다행이었고요.]“부족하게가 나왔습니다! 아마 지능이 부족하다던가 뭐 이런 뜻은 아닐 겁니다!”
-ㅋㅋㅋㅋ
-방주 해설 개 정확한 듯?
-ㄹㅇㅋㅋ
서준은 다음 전초기지를 손쉽게 부쉈다.
저격을 통해 먼저 처리하는 게 접근하는 것보다 훨씬 쉬워 보이는 건 기분 탓이 아니리라.
“쏘는 족족 맞습니다! 아 전초기지를 제대로 만들었어야죠!”
중간중간 방주는 서준의 본진 상황으로 화면을 바꿔서 보여줬다.
그곳은 처음에는 개판이었다.
서준의 전초기지 습격에 대한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그렇게 자리를 비우면 본진만 더 빨리 털릴 거라고 낄낄 웃었지만.
북쪽 전초기지가 파괴되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거기에 더해 헌터 팀은 그들을 레이드하는 세력에 대한 대비도 해야 했다.
죽은 로이드와 원래 기지에 있던 보초병 그리고 세 명이 추가적으로 방어를 하러 자살해 떠났다.
남은 인원은 몇 명인가.
21명에서 각 전초기지를 지키러 사람들이 추가로 떠나 13명이다.
헌터 팀의 네 명의 이탈을 빼면 아홉 명.
상대는 다섯 명.
그래, 충분히 이길 수 있다.
그러나 더 이상 압도적이지 않았고 북쪽 전초기지가 순식간에 파괴된 순간 그들은 오히려 위협을 느꼈다.
하지만 그들은 베테랑이다.
북쪽에 이어 동쪽 전초기지도 파괴되는 와중 사령부는 명령을 내렸으니.
“그냥 중앙으로 와! 라고 합니다! 아! 훌륭한 판단이죠? 서준이 나온 이상 막으려면 더 많은 인원을 넣어야 합니다! 하지만 더 많은 인원을 밖으로 돌리면 중앙 타워를 못 올라가죠! 그렇다면 차라리!”
소모전은 더 이상 성립이 안 됐다.
열다섯 명이 중앙으로 집결하고 세 번째 전초기지가 파괴됐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끝! 나이스! 침낭 파괴요! 나머지 더 확인해 봐요!] [남은 건 그 사람을 잡는 것뿐인가?] [올라오라고 하자고!] [아니지 바깥에서 싸워야 해.]서준의 본진이 정리되었다.
백도율을 비롯한 팀원들은 열심히 저항했으나 위에서 침입하는 세 명과 올라오는 열두 명을 막지 못했다.
결국 팀원들은 외부 기지에 태어났다.
그곳에 배치된 물자는 한 명 정도 더 무장할 수 있는 수준이니 끝났다고 봐도 좋았다.
그래.
싸움에서 이기면, 하루 종일 괴롭힐 수 있는 이유는 지금과 같다.
대항할 수가 없다.
자원을 캐려 할 때마다 죽여도 원시인이 되어버린 팀은 반항 못 하니까.
“자 이제 공격팀은 마지막으로 수색하고 본진에서 나와 네 번째 전초기지를 파괴하고 돌아오는 서준 님을 상대하기로 했습니다! 아무리 서준 님이라 해도 그냥 필드에서 싸우는 건 무리거든요! 하지만!”
-끝났다 이건 ㄷㄷ
-범부 확정ㅋㅋㅋㅋㅋㅋ
-방장 컷!!!ㅋㅋㅋㅋㅋ
-이건 진짜 이길 수 없지
-뭐래 얘들아 방장 방송 안 보냐?
-??
그때였다.
방주가 세 번째 전초기지 파괴 이후 보여주지 않았던 서준의 화면을 틀었다.
그리고 서준이 있는 곳은 멀리 있지 않았다.
원래였다면 네 번째 전초기지를 파괴하고 있었겠지만.
“전장이 아직 본진이라면요? 건물 내부라면요?”
[자, 다들 다시 우리 집으로 돌아와요. 무기는 제가 챙겨 놓을게요. 침입자를 전부 죽여서.]서준은 전초기지를 파괴하는 대신 본진으로 돌아왔다.
그 덕에 현재 서준이 서 있는 곳은 그의 집의 1층이었다.
“승산이 있습니다!”
어차피 여기서 다 쓸어 버리면 남은 한 개의 전초기지는 의미 없기에.
-승산이 정말 있겠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장아 늦었다 팀원들 다 멀리 있다
-4티어 가겠다고 고집부려서 진 거넼ㅋㅋㅋㅋ
-15 대 1은 ㅅㅍㅋㅋㅋㅋㅋ
-슬레이어 팀한테도 핍박받을 예정 하하하
방주는 꼿꼿했다.
“이겼다니까요?”
* * *
“이것까지 다 계산된 겁니다. 애초에 제가 계속 본진에 남아 있었어도 밀렸을 거예요. 어떤 플레이를 해도 저 숫자를 이길 수가 없잖아요. 총 맞으면 가는데.”
어떻게 서준이 피를 토하며 한 번 이겼어도 적들은 전초기지에서 다시 무장해서 왔을 것이다.
“하지만 프라이팬을 들면 다르죠. 이건 검이니까요. 쉽게 이길 수 있어요.”
-ㅋㅋㅋㅋㅋ 논리가 이해가 안 됩니다 방장님 ㅋㅋㅋㅋ
-무친 자신감
-근데 다 막아내면 맞는 말이긴 해 ㅋㅋㅋㅋㅋㅋ
-솔직히 로이드를 압도한 것만으론 부족하긴 하지 증명해라 방장!
-그래서 15 대 1을 이기겠다는 거임?
-이기면 프라이팬은 검이다에 서명하겠소!
“아무튼, 지금 이 상황이 우리 팀이 이길 수 있는 딱 하나의 경우의 수였던 거죠.”
여기서 패배하면 적들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서준의 팀은 다시 무장할 것이고 남은 전초기지는 한 개.
무엇보다, 15 대 1로 패배했는데 다시 덤비겠는가.
-캬! 난 믿어 방장!
-단 하나의 가능성!
-그래도 적이 너무 많음
-검이 있잖아 검이
서준은 오로지 시청자만 들리는 상태에서 자신의 고민을 얘기했다.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다.
“여러분 제가 올라갈까요? 아니면 내려오는 사람들을 잡을까요? 뭐가 더 멋있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
-무친놈 무친놈 무친놈 이 상황에서도 그런 거나 생각하는 무친놈ㅋㅋㅋㅋㅋ
-올라가는 게 멋있긴 하지ㅋㅋㅋㅋ
-내려오는 거 수문장 해도 멋있을 듯
-이게 방장이지
적은 열다섯 명.
팀원들은 압도적인 차이에 한 명도 못 죽이고 침실 방까지 밀렸다고 한다.
괜찮다.
지금쯤 레이드의 성공에 취했을까?
서준은 어깨를 으쓱였다.
“뭐, 그냥 올라가죠. 그 전에.”
서준은 수류탄 하나를 꺼내 바깥에 투척하고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제가 온 건 알려줘야겠죠?”
서준은 이날 마지막 전투를 통해 보여줬다.
그가 왜 4티어가 필요했는지.
왜 프라이팬이 검인지.
마지막으로 그가 왜 검신이라 불리는지.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