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36)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36화(36/431)
제36화
서준은 어깨를 으쓱해준 뒤 새로운 게임을 실행시켰다.
“후원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다음 게임 가보겠습니다.”
-오 ㄷㄱㄷㄱㄷㄱ
-과연?
-뭘까?
배경이 뒤집혀가며 세상이 변했다.
이전의 게임인 ‘암살단의 여명’은 어두운 배경에 높은 층수의 주택이 우후죽순으로 솟아올랐다면, 지금 실행시킨 게임은 달랐다.
우후죽순, 그 말 그대로 대나무가 솟아오르니 말이다.
푸르렀다.
서준이 게임에 대해 느낀 첫 감상이었다.
새가 지저귀고 판다가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초목이 우거진 어느 한 동산이 시작 지점이었다.
서준은 우선 몸을 제자리에서 움직여 보았다.
스트레칭도 하고 팔을 휘둘러 보기도 했다.
“……흠 딱 좋네요.”
캡슐과 가상현실을 총괄하는 서피스 덕분에 가상현실에 다이브 하는 감각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움직이는 속도는 설정된 값에 따라 변한다.
그리고 이번 게임은 최대한 현실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한 것 같았다.
펄럭이는 도포 자락과 은은히 흘러나오는 금 소리가 그리운 감정을 연상시켰다.
한편 시청자들은 게임의 정체를 알고 흥분하기 시작했다.
-설마 이거 협을 위하여냐?
-사실상 협은 없는 ㅋㅋㅋ 그 게임?
-ㅈㄴ 무공에 고인 그 게임?
-크. 온라인 게임이다!!!
-갈!
역시.
시작 지점만 보고도 바로 알아차린다.
“여러분들이 예상했다시피 이번 게임은 바로 협을 위하여입니다.”
협을 위하여.
무비 소프트의 또 다른 게임으로, 장르는 무협풍 액션 게임, 무림이라는 배경 속에서 크게는 정파, 사파, 마교 이렇게 3개의 세력이 치고받는 설정이다.
동시 접속자 수 출시 날에는 1위를 했었고 나온 지 몇 년 지난 지금도 좀 하락하긴 했지만, 중상위권 정도 되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게임이었다.
그리고 중상위권 정도 인기를 가졌으면서도 게임이 엄청나게 고였다는 점이 또 다른 큰 특징이었다.
<협을 위하여> – 38.5만 시청 중
<암살단의 여명> – 27만 시청 중
현재 트래블 시청자 수였다.
협을 위하여는 꾸준히 30만 명 후반대를 유지하는 게임이다.
암살단의 여명이 일주일 전만 해도 80만 명을 찍었었지만, 그건 십만 명 단위로 움직이는 대기업 스트리머들 덕분이었다.
현재는 그들이 안 하자 빠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암살단의 여명은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지.’
아니, 오히려 최적의 선택이었다.
‘지금 내 스트리밍을 만 명이나 보니 말이야.’
잠깐만.
만 명?
스트리밍 시청자 수가 너무나 많았다.
뭐지?
그는 침착하게 시청자 분포를 확인했다.
“외국인 시청자가 4,000명? 어 뭔 일이죠?”
-음? 뭐지?
-진짜 시청자 수 많긴 하네
-방장이 언급하기 전까진 시청자 수 언급 금지라서 말 안 하고 나 혼자만 답답해 했다
-오 뭐야
-외국인 시청자가 4,000명이라고요? ㄷㄷ
스트리밍을 외국 시청자가 보는 일은 흔하지 않다.
목소리는 자동 번역이 될 정도로 기술은 발달했지만, 문화도 다르고, 스트리밍 속 게임 같은 화면은 번역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즉 일시적으로 그냥 몰렸다는 말인데.
이내 서준은 그 이유를 눈치챌 수 있었다.
“아. 연무장 때문인가 보네요.”
-그런가 보네 ㅋㅋㅋㅋ
-연무장 영향력 미쳤다
-형 이제 월클 되는 거야?
월클은 무슨.
서준은 피식 웃고는 스트리밍 창을 만지작거렸다.
‘뭐 이러면 광고주한테도 나름 할 말이 생기는 건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서준은 생각했다.
스트리밍에 유료 광고 포함 표시 알림이 떠올랐다.
“자 오늘 게임은 광고를 받아서 말이죠.”
-오???
-벌써부터 광고를 해?
-차기작을 광고로! 역시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근데 왜 협을 위하여를 광고하는 거? 뭐 이벤트 있나?
-무비 소프트 광고라니 진짜 월클이 되는 거냐고!
시청자들은 딱히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진 않았다.
“하하, 그러게요. 그런데 여러분 이거 광고 끝나도 바로 이 게임 관두거나 하진 않을 거예요. 광고가 아니었어도 협을 위하여는 해 보고 싶단 생각이 있어서.”
진심이었다.
무협 풍 배경이니깐.
스킬도 무공이란다.
솔직히 좀 어색하긴 하지만 어쨌든 향취도 떠올리고 재밌을 것 같았다.
-ㅋㅋㅋㅋㅋ
-오히려 좋아
-아니 그럼 언제까지 할 거임?
“언제까지 할 거냐고요? 제가 재미없어질 때까지요.”
서준은 뭘 당연한 걸 묻냐는 표정을 지었다.
-게임이 바뀌어도 한결같은 놈ㅋㅋㅋㅋㅋㅋㅋㅋ
-민심이 나락을 가도 안 바뀔 듯 ㄷㄷ
-이미 몇 번 나락 갔는데도 그냥 밀어붙임. 방종할 때나, 크리스티나 스킵할 때ㅋㅋㅋㅋㅋ
“자 그러면. 이동해 봅시다. 언덕 아래의 마을? 아니 도시로 가야겠네요.”
서준은 옆에 나 있는 계단을 타고 천천히 내려갔다.
그리고 옆에서 판다가 데구루루 옆으로 구른다.
“귀엽네요.”
편해 보였지만 따라 하진 않았다.
그는 다 내려온 뒤 우선 도시의 담벼락을 넘어가기 위해 뛰었다.
하지만 막혀 있었다.
-바로 담 넘네ㅋㅋㅋㅋ
-소매치기 쉑 버릇 못 고쳤어
-여기서 그러지 마… 나 좀 창피해ㅋㅋㅋㅋㅋ
-모르는 사람입니다. 눈 마주치지 마세요.
”아니 여러분들 왜 손절하려 하세요. 서운하게.“
서준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하고 입구가 있었다.
그는 삿갓을 쓰고 있는 입구의 경비 무사에게 다가갔다.
그는 누군가 다가오자 손가락으로 삿갓을 올리며 서준을 바라봤다.
삿갓을 쓴 무사가 말했다.
“다른 세계에서 온 모험가인가?”
이런 컨셉인가?
차원 이동이라.
뭐 세계관은 안 궁금하고.
“너는 이름이 뭐지?”
이윽고 서준의 눈앞에 창이 떠올랐다.
닉네임을 정하는 창이었다.
-여기서도 무명 ㄱㄱ 어올린다
-무명 있을 듯
-근데 정파 할 거임?
-사파가 최고지 위선자 놈들ㅋㅋ
-마교는 절대 가지 마라. 그냥 가지 말라면 가지 마라
흠.
사람들이 다시 편을 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정해둔 게 있었다.
그의 전생, 현생 다 합쳐서 가장 이상한 놈.
“천마로 하겠다.”
이건 못 참지.
[‘천마’로 하시겠습니까?]“그래.”
별 의미는 없다.
단지, 재밌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ㅋㅋㅋㅋㅋ 또 천마
-한국인들의 천마 사랑이란
-얘는 시즌 몇 호째 천마냐?
[이미 사용 중인 닉네임입니다.]아.
“이거 멀티플레이였죠? 하긴 진작에 닉네임 먹혔겠네요. 그러면 천마2도 당연히 있겠고.”
서준은 대수롭지 않게 숫자를 늘려갔다.
닉네임이 뭐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고.
[‘천마2’로 하시겠습니까?] [‘천마3’로 하시겠습니까?] [‘천마4’로 하시겠습니까?].
.
.
[‘천마14’로 하시겠습니까?]“그래.”
슬슬 질릴 무렵.
결국 닉네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서준의 닉네임은 천마14로 결정이 났다.
“그래 천마14 아주 훌륭한 닉네임이군.”
음음!
무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사회생활 잘하네 ㅋㅋ
-와! 천마가 14명! 복사가 된다고!
-ㅋㅋㅋㅋ 이렇게까지 천마를 해야 하는 거야?
“그래 천마14. 너는 어느 진영의 편에 서서 싸우고 싶나? 참고로 진영은 언제든 다시 선택할 수 있다네. 물론 그렇게 된다면 이전까지 그 진영에서 쌓은 공헌도는 전부 무로 돌아가게 되겠지만 말이야. 하하하!”
진영에는 앞서 설명했듯, 정파, 사파, 마교가 있다.
일반적으로 정파는 올바른 길을 걷는 문파를 일컫는다.
이들은 예절과 도덕을 중시하며 차근차근 그리고 탄탄하게 무를 쌓아나간다.
사파는 정파에 비해 개인의 이익을 훨씬 중시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들 대다수는 범죄 정도는 밥 먹듯이 저지르거나 아예 조직 전체가 범죄로 먹고사는 곳도 있고.
또한 손속이 너무 잔인하기에 사파로 분류되는 문파도 있다.
그리고 마교는 힘을 숭상한다.
오직 힘.
다른 모든 것들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예절? 도덕? 신분?
전부 강함 앞에선 평등하다.
협을 위하여는 이런 스테레오 타입을 적절히 섞어서 게임 속 스토리를 엮고, 분쟁의 장을 잘 만들어냈단 평가를 받는다.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그래, 천천히 둘러보고 정하라고!”
“예.”
서준은 도시 안으로 들어갔다.
다른 유저들이 보였다.
“일단 한 번 게임을 하러 가보죠. 아 튜토리얼 안 하냐고요? 네.”
-아니 이게 알피지 새로운 보스몹 헤딩하는 것도 아니고 좀 설명 좀 보라고
-이러고 개같이 캐리할 예정
-이러니 기계치 소리 듣지 처음 보는 데 설명서를 절대, 죽어도 안 봄ㅋㅋㅋㅋㅋ
-ㄹㅇ ㅋㅋㅋㅋㅋㅋㅋ 기계치 특임
설명서 안 보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뭐, 괜찮아요.”
어차피 게임은 그와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끼리 매칭해 준다.
하면서 배워도 충분하다는 게 서준의 생각이었다.
시청자들은 동의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서준은 대로의 끝에 보이는 거대한 건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 들어가자 그의 눈앞에 대전을 시작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열렸다.
“흠. 가장 대중적인 게임 모드가…….”
협을 위하여의 게임 모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인기 있고 사람들이 많은 모드는 두 가지라 볼 수 있었다.
격투 게임의 형식을 닮은.
비무.
비무는 1 vs 1, 2 vs 2, 3 vs 3 중 랜덤으로 매칭이 잡히는 형식의 게임 모드다.
그리고 AOS와 비슷한 형식의 점령전이 있다.
4 vs 4로 이루어지는데 게임 룰이 조금 복잡한 모드였다.
“점령전 한번 해 보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게임 모드는 점령전.
그 이유는 비무는 컨트롤 실력에 온전히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있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서준은 그 사실을 잘 모르고 그저 대기 시간이 적은 점령전을 선택했다.
매칭이 순식간에 잡혔다.
“오. 갑니다.”
* * *
-앗! 난입이네
-처음부터 난입이라 언놈이 탈주한 거야!
-ㅋㅋㅋ
[tip. 점령전에는 거점이 있습니다. 거점을 점령한 만큼 지속적으로 상대 요새의 체력을 깎을 수 있으니 적보다 더 많은 거점을 확보하세요.]서준은 옆에 떠오르는 도움말을 읽은 뒤 주변을 살폈다.
그가 서 있는 곳은 숲속 깊은 곳의 스폰 장소였다.
“난입이면 게임 중간에 들어왔다는 건가요?”
-ㅇㅇ
-누가 게임 중간에 탈주해서 그럼
-일반 게임에서만 있는 시스템임
“아 그렇군요. 왜인지 지고 있는 것 같은데.”
위에 떠 올라 있는 점수판.
[청(靑): 217] vs [적(赤): 479]왼쪽이 그의 팀의 요새의 체력이었다.
“흠. 무기는 기본 검이고. 스킬은 삼재검법?”
삼류 무공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무공이었다.
진영 선택을 안 하면 이런 기본 세팅으로 시작하나 보다.
“요새를 부수는 게 목표인가?”
분명 다른 무언가가 더 있겠지만.
서준은 정면, 전장 쪽을 바라봤다.
중앙과 양옆에 거점의 위치가 있다는 표시가 있었다.
“뭐 가서 싸우다 보면 알겠죠.”
그는 눈을 빛내며 검을 뽑았다.
무림인, 병사 NPC들이 나타나 중앙의 길로 향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서준은 그들을 따라가기로 했다.
[tip. 발에 힘을 줘서 기본 경공을 사용해 보세요! 하지만 경공은 스테미나와 약간의 내공을 사용하기 때문에 자주 사용하면 탈진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이내.
적의 병력과 아군의 병력이 맞부딪히는 지점에 도착했다.
중앙 거점이 바로 옆에 있는 거리에서 NPC들이 치열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서준은 발에 힘을 줘봤다.
정확히는 내공이란 것을 사용하는 상상을 하며 힘을 줬다.
마력이나 내공 같은 힘을 가진 게임들에서는 이렇게 상상하는 게 중요하다.
애초에 설정 창, 인터페이스 같은 것들도 편하게 상상으로 불러오지 않은가.
‘내공이라.’
순간 약간은 생소한 감각이 느껴졌고 이동속도가 빨라졌다.
발을 박차자 하늘을 유영하는 느낌이 들며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서준은 그 상태로 적의 사이로 파고들었다.
‘흠, 익숙하진 않지만 적응하기 어렵진 않네.’
서준은 바닥을 미끄러지듯 움직여 적군의 공격을 피하며 동시에 몸통을 베었다.
-오ㅋㅋㅋㅋㅋ 처음부터 마스터?
-경공 처음 하면 ㅈㄴ 어려운데
-항상 느끼지만, 방장 뉴비 아닐지도 몰라
[적 요새 체력 -5]조그만 메시지가 서준이 적의 요새의 체력을 깎았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병사들을 잡으면 마이너스 5포인트군요.”
생각보다 병사들 틈에서 움직이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서준은 빠르게 체력을 깎기 시작했다.
경공의 감각은 확실히 익혔다.
[적 요새 체력 –5] [적 요새 체력 –5] [적 요새 체력 -5].
.
.
‘플레이어는 없는 건가?’
어느새 적의 병사보다 아군의 병사가 훨씬 많아진 게 느껴졌다.
“아 왔네요.”
서준은 왼쪽에서 다가오는 복장이 확연히 다른 사람을 봤다.
그는 발에 힘을 줘 경공을 사용해 순식간에 다가갔다.
아마 병사들 사이에 숨어 있다 급습한 거라 적은 서준을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컸다.
이를 노리고 처음부터 혼란한 전장 속으로 들어온 것이기도 했다.
정보를 가지고 있는 적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니 말이다.
적은 체력이 얼마 없었다. 기본공격의 데미지를 모르는 서준이 봐도 한 번 맞으면 죽을 만큼.
그리고 적은 예상대로 서준의 급습에 반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
“아오! 죽었…… 뭐야 같은 팀이잖아? 야 이 새끼야!”
[tip. 협을 위하여에선 아군도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아군을 공격하거나 공격받지 않게 주의하세요!]팁이 또 올라왔다.
“아.”
아군이었구나.
어쩐지 치장이 푸르더라니.
[천하제1검객 처치]“살려.”
“?”
“살리라고. 미친 트롤놈아!”
천하제1검객이라는 유저는 바닥에 쓰러진 채로 서준을 향해 외쳤다.
“이거 살릴 수도 있군요? 근데 어떻게 살리지?”
서준은 그에게 다가갔지만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결국 천하제1검객의 몸 위의 떠오른 타이머가 끝나서 그는 스폰 지점에서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너 스폰 지점으로 와라. 어차피 게임도 반쯤 졌는데 넌 뒤졌다 진짜]-의도하지 않아도 인성질하는 방장ㅋㅋㅋㅋ
-아오 뉴비 쉑ㅋㅋㅋㅋㅋㅋㅋ
-사탄: 팀킬하고 안 살려주는 건 좀…
-협이 어디 갔어! 협이 어디 갔냐고 도대체!
-방장은 어떻게 봐도 뉴비가 맞다ㅋㅋㅋㅋ
-이딴 게 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