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37)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37화(37/431)
제37화
[tip. 연속으로 팀킬을 하게 된다면 패널티가 발생하니 주의해 주세요.]서준은 팁과 채팅창을 읽으며 리스폰 장소로 돌아갔다.
“아. 확실히 그렇겠네요.”
-ㅇㅇ 팀원 치는 건 어쩔 수 없음
-여러 명이 싸우는데 같은 팀이라고 안 맞으면 이상한 고기 방패 같은 전략을 들고 올 수도 있으니.
-그렇다고 팀킬은 좀ㅋㅋㅋ 너무한데
-ㄹㅇ 누가 봐도 적팀은 대충 빨갛고 우리 팀은 파란데
더 리그는 팀킬 허용이 안 됐던 것 같은데.
아마 이는 지향하는 방향보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일 거라 생각했다.
더 리그는 아무래도 광역 스킬들 위주로 전투하다 보니 공격이 아군이 맞게 되면 행동에 제약이 크다.
하지만 협을 위하여는 역시 허구와 같은 무공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전투는 현실적인 부분을 따르기 때문에 아군이 맞게 해도 오히려 더 현실성을 챙길 수 있는 선택이 되는 것이다.
“근데 살리는 건 어떻게 해요?”
-그냥 가까이 다가가서 손 뻗는 모션 취하면 됨
-이펙트 나올 거임. 그럼 소생
-하지만 처형 당한다면?
처형은 또 뭐지?
역시 배워야 할 게 많은 것 같았다.
“가서 일단 사과부터 할까요?”
리스폰 장소에 거의 다 왔을 때였다.
“야, 이 또라이 새끼야 너도 일단 한 번 죽자!”
옆의 수풀이 우거진 곳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와 서준을 덮쳤다.
아이디 천하제1검객.
서준에게 팀킬 당한 유저였다.
천하제1검객이 좌에서 우로 휘두른 검이 서준의 코앞을 스쳤다.
서준은 순간적으로 내공을 발에 담아 속도를 높여 거리를 아슬아슬하게 조절했다.
이는 숙련도가 필요한 세밀한 컨트롤이었다.
“네놈이 감히. 본좌의 검을 피해?”
물론 천하제1검객이 이런 디테일까지 알아보고 기본적인 실력의 차이를 깨닫기는 힘들었다.
그는 이제 협을 위하여에 입문한 지 이 주일이 지난 뉴비였으니.
“본좌가 네놈에게 벌주를 내려야겠구나.”
그리고 그는 협을 위하여를 재밌게 즐기는 방법의 하나인 컨셉질에 빠져 있었다.
컨셉질이라 함은 주로 가상의 세계에서 재미를 목적으로 현실과 다른 인격과 설정을 내세우고 하는 행동을 말하는데, 협을 위하여는 이 컨셉질에 최적화된 게임이었다.
후우웅!
서준은 입술을 깨물면서 고개를 숙여 상대의 검을 피했다.
피하기가 어려워서 입술을 깨물었나?
아니었다.
그저.
“건방지다! 천마14여. 순순히 본좌의 검에 목을 들이밀어라! 어서!”
웃겼다.
저 엉성한 말투가, 그리고 단어 선택이.
본좌.
전생에서도 듣기 힘든 단어였다.
크흡.
-흠. 저 뉴비, 협을 위하여를 잘 즐기고 있잖아? (코 쓰윽) -옳게 된 뉴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오늘 협을 위하여 처음 보는데 무림인 놈들 지금까지 이러고 논 거냐?ㅋㅋㅋㅋㅋ 지들만 이렇게 재밌는 거 하고 있었네
후우웅!
적의 검이 전부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갔고, 그 결과에 상대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 왜 이렇게 안 맞지?”
컨셉이 깨졌잖아.
서준은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이에 천하제1검객은 그제야 서준과 자신의 실력 차이를 깨닫고 볼을 붉게 물들였다.
방금까지 유지한 컨셉이 부끄러워진 것이다!
원래 싸움에서 이기면 그만큼 흥이 나는 게 컨셉질이지만, 무참히 패배한다면 그만큼 부끄러움을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었다.
“하, 님 좀 잘하시네. 그냥 나 또 죽이든가 말든가 해요. 게임은 어차피 기울어졌는데 그냥 쉬어야겠다. 님도 그래서 팀킬 한 거죠?”
천하제1검객은 허탈한 얼굴로 서준을 바라봤다.
서준은 웃음을 멈추고 진실을 밝혔다.
“죄송합니다. 첫판이라 몰랐어요. 살리는 법도 마찬가지고요.”
“하.”
천하제1검객은 어이없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첫판인 놈한테 개 털린 거야?
“님 진짜 잘 싸우시네요. 다른 게임에서 좀 날렸나 보네요.”
그는 스스로를 나름 재능러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초보존 한정이지만 승률 80%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컨셉질을 할 때는 정말 재밌었다.
하지만 진짜는 달랐다.
라고 생각했다.
“뭐. 싸우는 게 직업이라서.”
서준이 자기를 죽인 게 실수인 것과 호의적인 반응에 그는 다시 컨셉질을 시작했다.
“그래 역시 천마는 특별하군. 본좌는 감격했다. 함께 이 게임을 뒤집으러 가보지 않겠나?”
서준은 또 웃을 뻔했다,
그리고 한 가지 비밀을 천하제1검객에게 알려줬다.
“아, 근데 참고로 본좌는 스트리밍 중이다.”
그의 말투를 따라 하면서 말이다.
천하제1검객이 순간 얼어붙었다.
그는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몇 명이 보는지……?”
“어디 보자. 본좌를 찾아온 시청자들의 수는 총 팔천 명이군.”
서준이 씨익 웃었다.
그새 좀 빠졌다.
하지만 꽤 많은 숫자였다.
외국인 유저 위주로 빠졌고.
“아씨. 탈주할까.”
그는 이마를 ‘탁’ 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강제 흑역사ㅋㅋㅋ
-예능감 미쳤다
-섭외한 게스트냐?ㅋㅋ
서준이 그를 놀리는 데에 재미를 들일 때쯤, 팀 채팅이 발송됐다.
[니들 뭐 하냐. 놀지 말고 빨리 게임 해!] [아이디가 천하제일에 천마? 아주 가지가지 하네. 듀오냐?]팀 채팅은 팀원이라면 모두 볼 수 있었기에 천하제1검객도 이를 확인하고는 서준에게 말했다.
“일단 같이 중앙으로 가죠. 천마님. 이거 게임 룰은 아세요? 근데 소생하는 법도 몰랐으면……. 튜토리얼 안 했겠죠?”
서준과 그는 병사들이 충돌하는 중앙으로 다시 출발했다.
“본좌는 그런 거…….”
“아악!”
“튜토리얼, 안 하긴 했죠.”
“휴.”
“아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신나게 하셔놓고.”
“그건 8천 명이나 본다는 걸 몰랐을 때죠.”
말은 저렇게 하면서도 생각보다 부끄러움을 많이 안 타는 사람인 것 같았다.
“아무튼. 점령전에 대해서 얼마나 아세요?”
“몰라요.”
“하나도?”
“네.”
천하제1검객은 그런 서준에게 화를 내지 않고 차분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단 점령전의 목표는 적을 전부 죽이는 거예요.”
“하지만, 살아나잖아요.”
“네. 바로 그래서 적의 요새를 파괴해야 하는 거죠. 요새가 파괴된 상태에서 죽으면 부활할 수 없거든요.”
아.
그래서 요새의 피가 깎이는 거였군.
서준은 현재 요새의 체력을 확인했다.
[청(靑): 183] vs [적(赤): 441]둘 다 깎여 있었지만, 서준의 팀의 체력이 훨씬 큰 폭으로 깎였다.
“그리고 상대 요새의 체력을 깎는 방법은 많은데 거점을 먹는 게 가장 효율적이에요. 점령할 때도 크게 깎고 또 유지만 해도 지속해서 깎아주거든요. 이외에도 적 병사나 유저를 처치해도 요새의 체력을 깎을 수 있고요.”
“그렇군요.”
“네. 그리고 저기 멀리 있는 거점이 마크로 표시되잖아요. 붉은색은 적이 점령하고 있단 뜻이에요. 푸른색은 아군이. 보라색은 현재 거점을 상대편이 점령 중이라는 거고요. 중앙 거점은 유일하게 병사들이 있어서 특히 중요한 지점이에요.”
서준은 거점의 현황을 살폈다.
셋 다 붉은색이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설명 잘하네
-암살단의 여명 할 때와는 다른 압도적 편안함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멀티?
-싱글 플레이였으면 10판 해도 방장 룰 이해 못 했을 듯. 아니 안 했겠지 ㅋㅋㅋ
“오. 사람들이 설명 잘하신다는데요?”
“아, 그래요? 아무래도 초보존이다 보니 모르는 사람이 많이 들어와서 설명해 주는 게 익숙해서 그런가 봐요.”
“그렇군요. 그래서 결론을 요약하자면, 그냥 안 죽고 다 잡으면 된다는 거죠? 쉽네.”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이러려고 설명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코이츠 wwww 말을 전혀 안 듣는 wwww
“그럼 가봅시다.”
서준은 스트리밍 창을 조작한 뒤 오른발을 내딛고 체중을 실었다. 그리고 힘을 줬다. 최대 출력으로 펼친 경공을 통해 전장이 아닌 거점으로 날아 들어갔다.
“하…….”
뒤에서 천하제1검객이 한숨을 내쉬며 따라왔다.
[채널 포인트 예측을 시작합니다.] [이 게임 역전.] [가능] vs [불가능]-진사장! 드디어 토토 여는 거냐고!
-가즈아!
-조암아 여기서도 다 걸어라 알겠냐?
-이건 무조건 불가능 ㅋㅋ 난입이 아니었으면 몰라도
-하지만 방장이지
-곧 요새 파괴되는데. 그때부터 서든데스나 마찬가지임.
-응 암살단의 여명에서도 한 번도 죽은 적 없어.
[포인트 예측이 1분 후 마감됩니다.]병사들이 싸우는 길옆에 있는 중앙의 거점은 그냥 평범한 전각이었다.
서준이 들어오자 거점의 경계를 표시해주는 땅에 있는 붉은 색 테두리가 보라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거점 중앙의 로딩 창을 닮은 게이지가 점점 차오르기 시작했다.
“천마님. 앞으로 좀만 기다리면 우리가 탈취하겠지만…….”
쭉쭉 움직이던 로딩 창이 뚝 멈췄다.
“왔네요.”
서준은 그 의미를 곧바로 파악하고 뒤를 돌아봤다.
뒤에서 적이 서준에게 달려들었다.
적도 경공을 사용했는지 그 속도가 빨랐다.
챙!
검과 검이 맞닿고 둘의 시선이 교차했다.
서준은 암살단의 여명에서처럼 패링을 쳤지만,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서준에게 잠깐의 경직이 걸렸다.
‘뭔가 다른 시스템이 있나 보네.’
서준은 그 상태로 옆에서 튀어나온 다른 유저의 검에 찔렸다.
-ㅋㅋㅋㅋㅋㅋㅋ
-강공격을 모르면 뒤져야지
-내가 이래서 불가능에 걸었거든~ 애국베팅들아 쫄려?
“야, 빨리 잡아!”
옆에서 다른 유저가 튀어나온 걸 보자 천하제1검이 서준을 지키려 했으나 또 다른 유저가 나타나 그를 저지했다.
“천마님 조심해요!”
중앙 거점에 나타난 적은 총 3명.
서준은 경직에서 풀리자마자 발에 미약하게 힘을 줬다.
‘이제부터는 튕겨내지 않고 전부 피한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유저 만냥의 검이 아슬아슬하게 서준의 앞머리를 베었다.
만냥은 상대의 짧은 머리 끝마디가 잘려 스르르 떨어지는 순간, 서준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찰나지만 인식하지 못하는 오싹함을 느꼈다.
당황이나 공포 혹은 으레 보여줘야 할 감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첫판부터 질 수는 없죠.”
서준의 입이 열렸다.
그리고.
검이 만냥의 목을 노리고 휙 찔러 들어왔다.
쇄애애액!
그가 적의 검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는 뜻은, 적도 그의 영역에 걸쳐 있다는 걸 의미한다.
아직 초보존을 벗어나지 못한 만냥은 일격을 허용했지만, 전의를 불태웠다.
아직 피는 많다!
그의 듀오인 천냥이 서준을 가운데에 두고 반대편에 서서 그를 도왔다.
“얘 빨리 잡고 그 본좌 거리는 놈 참교육 가자.”
“그래. 지금 얘네만 잡으면 이 판도 쉽게 끝낼 수 있을 듯!”
챙챙!
근데.
왜 이렇게 안 잡히지?
만냥은 반대편에서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이를 악물고 있는 동료를 봤다.
단 1분 만에 동료의 HP가 절반이 넘게 깎였다.
그에 비해 적은 처음 맞은 뒤로 단 한 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야 시간 없다.”
“잘 좀 해봐!”
“너나 잘 좀 해봐!”
문제는.
앞으로 조금만 시간이 더 지나도 폭주 상태가 발동되리라는 것.
폭주 상태는 혼자서 다수를 상대할 때 쌓이는 게이지를 다 채우면 발동되는 상태인데.
폭주 상태의 유저는 일시적으로 보호막과 이동속도를 얻고, 경공에 필요한 스테미나와 내공이 무제한이 된다.
지금도 스치기만 하는데 폭주 상태까지 된다면?
“젠장! 빨리! 너도 와서 공격해!”
“죄송해요, 천마님! 졌어요!”
-곧 다 쌓이네ㅋㅋㅋㅋㅋ
-폭주 상태면 순식간에 다 잡고도 남지. 일단 스테미나가 무한인데.
-역전 가자! 애국 베팅 승리 가자!
서준은 2대1의 공격을 피하면서도 채팅창을 확인했고, 적의 초조함의 이유를 눈치챌 수 있었다.
뒤를 보자 천하제1검객이 1대1에서 패배해 쓰러져 있었고, 천하제1검객을 상대하던 적도 서준 쪽으로 합류하고 있었다.
3 대 1의 급박한 상황 속에서 서준은 다른 시답잖은 생각이나 했다.
‘애국 베팅은 또 뭐야.’
분위기로 보자면 그가 이긴다에 건 사람들이 애국이고 그가 진다에 건 사람들이 매국이란 것 같다.
‘어쨌든. 내공이 무한이라 이거지?’
게이지가 다 차자 움직임이 빨라진 걸 느낄 수 있었다.
서준은 씨익 웃으며 선언했다.
“지금부터 본좌가 왜 천마라 불리는지 보여주도록 하마.”
뒤에서 쓰러져 있던 천하제1검객이 탄식을 내뱉는 소리가 들렸다.
“아…….”
분명 좋은 의미의 탄식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