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370)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 370화(370/431)
제370화
끼이익.
서준은 문을 다시 열었다.
“와아아아!”
“방장! 방장! 방장! 방장!”
“빨리 와!”
다시 닫았다.
“음…….”
다시 열었다.
“잘생겼다! 진짜 잘생겼다!”
“오빠!”
“방금 오빠라 한 걸걸한 놈 누구냐!”
“뭐 하냐! 빨리 와라!”
도가니란 단어가 있다.
쇠붙이를 녹이는 단단한 그릇을 일컫는 말인데, 감정이 쇳물처럼 격렬하게 들끓는 상태일 때 칭하기도 한다.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다.
“사고 안 일어나는 게 다행이네요.”
서준은 뉴스에 안 나와도 될 것 같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다시 닫았다.
흥분, 감격, 격정적인 사람들의 반응 소리가 한순간에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쫄았냐?
-이게 맞나 싶어서 두 번이나 더 열었다가 닫는 방장 ㄱㅇㅇ
-사내 놈들이 귀여워 쓰지 마라 ㅋㅋㅋㅋㅋ
“그래서 카엘이야, 천마야!”
‘뭐가 살쪄’라는 문장을 아는가?
한 여자 가수가 콘서트장에서 요즘 너무 살쪘다고 한 말에 격분한 한 팬이 진심을 담아 크게 외쳤는데, 그 진심 덕분에 마이크도 없이 콘서트장을 쩌렁쩌렁 울려서 유명해진 영상에 나온 문장이다.
그 영상에 나온 팬과 비슷한 발성이었다.
환호성들을 먼저 뚫고, 그다음에는 문을 뚫고 선명하게 들려왔으니.
“카엘인지 천마인지는 여러분 하기에 따라 달려 있습니다. 아니, 그런데 그게 그렇게 중요했나요?”
서준은 실소를 흘렸다.
진심으로 어처구니가 없음에서 비롯한 웃음이었다.
“아무튼 모두 서로 밀지 말고 조심해 주시고요. 아니, 마교랑 싸울 때보다 더 떨리네요.”
-ㅋㅋㅋㅋ 근데 방장이 마교 아니었음?
-딱 봐도 전생 얘기하는 거네 ㅋㅋ
-저 쉑 성격이면 전생에도 마교였을 텐데? 아닐 리가 없는데?
“자 그러면 진짜 가겠습니다.”
서준은 세 번째로 문을 열었다.
경호원들이 라인을 형성해 주고 있어서 문 앞에는 빈 공간이 그나마 있었다.
문의 경계선을 넘어 한 발짝을 내딛자,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함성과 함께 손에 들린 핸드폰의 플래시가 번쩍이기 시작했다.
트스타.
스트리머들이 가장 좋아하는 행사다.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눈이 조금 부시긴 하지만.
아니, 조금 많이 부시긴 하지만 말이다.
서준은 그 빈 공간으로 나온 뒤 잠시 기다렸다.
-포토존이야 뭐야 ㅋㅋㅋㅋ
-나 방장 바로 앞인데 가만히 웃고 있는 게 개 잘 생겼음
-캬!
-ㄹㅇㅋㅋㅋ
-바로 앞? ㅋ설마 저 미모의 여성분이?
그리고 적당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이 됐을 때 말했다.
“자 여러분 길을 비켜주시죠. 제 부스로 가야 해서요.”
경호원들이 도와주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서준의 경호원은 아니고 행사 진행 요원들이다.
하지만 그들로는 한계가 있던 걸까?
점점 뒤에서 많은 인원들이 추가되는 게 서준의 눈에 포착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움직이면서 자연스레 진영은 흐트러지고, 사람들이 원했든 원치 않든 인파는 서준에게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서준이 압사당할 위기는 아니다.
누군가 압사당하기에는 공간이 널찍하긴 하니.
다만 여기서 통로로 들어가거나 가만히 있으면 위험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질서는 한 번 무너지면 다시 세우기가 곱절로 어려워진다.
서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뒤 카메라맨에게 다가가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부스로 오세요.”
* * *
카메라맨은 서준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듣지 못했다.
“네? 네?”
주위는 시끄럽고 혼란스러웠다.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위태로움마저 미세하게 느껴졌다.
그런 상황에서도 카메라맨은 도망치지 않고 어깨에 손을 올리는 서준을 찍었다.
“부스로 오시라고요. 그럼 이만.”
“네?”
이번에는 얼핏 들은 카메라맨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맥락에 맞지 않는 문장이어서 잘 못 들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서준은 그렇게 말한 뒤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인파 쪽으로 걸어갔다.
그 여유로운 걸음걸이는 가장 가까이 밀려온 사람이 오히려 뒤로 주춤하게 만들 정도였는데.
서준이 인파와 겹치는 그 순간.
“어?”
서준이 사라졌다.
카메라에 눈을 대고 있던 그는 당황해하며 바로 눈을 떼고 서준을 잡기 위해 넓어진 시야로 주변을 살폈다.
카메라맨 일을 하다 보면 이런 순간이 자주 있다.
그러니 금방 찾아서 다시 잡으면.
“어?”
-??????
-어디 감?
-카메라 왜 방황하냨ㅋㅋㅋㅋ
-방장 시야 보여줘!
-여기 가상현실 아니야 트붕아 ㅋㅋㅋㅋㅋㅋ
-이래서 부스로 오라 했구만
시청자들은 상황을 파악했다.
서준이 또 무슨 짓을 한 것이구나!
-검서운 이야기 이제 드디어 직관하나?
-내가 볼 땐 이게 시작임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카메라맨은 좀 늦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서준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카메라로 서준을 찍든, 자기 두 눈으로 담든 말이다.
그런데 사라졌으니 당황스러울 만하다.
“어디 갔지?”
“어라?”
“설마 이게?”
“소름 나 직관한 거야?”
* * *
카메라맨은 순식간에 사람들이 사라지는 과정을 보면서 서준에 대한 존경심을 느꼈다.
그리고 터덜터덜 서준의 부스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조금 전 영상을 나중에 돌려보면서 어떻게 놓치게 됐는지 확인이나 해 보겠다면서.
중요한 점은 아직 화면이 그의 손에 달린 카메라에 연결되어 있단 것과, 그가 그걸 까먹고 카메라를 그냥 평범하게 들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민심이 안 좋아졌다.
-방장 내놔!!!!!!!
-흔들려….. 나 멀미나…..
-이런 불친절한 방송을 17만 명이나 보고 있다니 ㅋㅋㅋㅋㅋㅋ
-다들 그냥 부스로 빨리 와라 방장 리세 누나랑 놀고 있는 거 멀리서 볼 수 있음
-카메라맨 빨리빨리 안 뛰나!
안 뛰었다.
마침내 카메라맨이 서준을 보게 됐을 때 서준이 편안하게 웃으며 카메라 잡는 포즈를 취했고, 그제서야 카메라맨은 다시 자기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한편 서준은 리세가 이것저것 해 보라고 하고 있어서 다 한 번에 해내 또 좌절을 주는 중이었다.
“중꺾마. 중꺾마. 중꺾마.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백도율 선수도!”
옆에서 야스오가 일본어로 뭐라 뭐라 하고 있는데 서준은 굳이 알려 하진 않았다.
왜인지 욕 같았다.
아무튼.
“자 그러면.”
서준은 선 팀장에게 눈짓을 줬고 선 팀장은 멀리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반갑습니다.”
서준의 부스는 무대라고 봐도 무방했다.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바닥보다 조금 더 높은 단상과 트수들이 앉을 수 있는 뒤로 갈수록 높아지는 관객석이 설치되어 있는 무대 말이다.
서준은 그 앞에 선 뒤 모인 트수들을 향해 인사를 했다.
그의 목소리가 근처 스피커에서도 나왔다.
몸에 지니고 있던 마이크에 연동을 한 것이다.
“자 지금 상황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직 전반부가 끝나진 않았지만 아까 보니 도전자 수가 급격히 줄었더군요. 대기 줄이 사라질 정도로.”
아마 리세한테 막히면서 어중간했던 사람들이 포기해서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생각했던 것보다는 많이 모이지가 않았다.
“통과한 사람이 오후에도 나올 수 있지만 금방 끝나겠죠. 아쉽게 된 일입니다.”
이는 서준에게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책임져라!”
“방장 장기 자랑!”
관객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소리를 지른다.
서준은 피식 웃었다.
“만약에 제가 지금 여러분들의 요구에 부응을 하는 스트리머였다면 이렇게 되는 일은 분명 안 좋죠. 하지만 말이죠.”
서준은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카메라를 바라봤다.
“에이 설마.”
“일찍 퇴근한다는 소리만 하지 마라!”
방금 말한 거 목소리가 부자 님 같았는데?
아무튼.
“네, 맞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칼퇴하겠습니다. 그러니 분발해야겠죠? 오늘 오신 분들은 억울하실 수 있으니 봐 드리지만 내일부터는 아시죠?”
서준은 불평불만을 했다.
웃으면서.
“아니, 그렇게 고수가 없나?”
사실상의 도발이다.
이대로 아무도 야마다 리세라는 벽을 못 넘으면 또 그것도 재미없지 않겠는가.
부디 이 도발을 듣고 내일부터는 제대로 된 고수가 오기를.
다만.
서준은 모르고 있었다.
뒤에서 부스 진행의 모든 진행 과정을 알고 있는 선 팀장이 서준의 발언을 보면서 웃고 있다는 것을.
* * *
팬 미팅은 평범하게 지나갔다.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한다는 점만 다를 뿐 하는 일은 서준이 스트리밍에서 항상 하던 소통과 별반 다를 바 없기에.
그러던 와중에 1만 장의 티셔츠가 사라졌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서준은 결국 사라졌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제이는 잠깐의 쉬는 시간 동안 크게 웃었다.
“대단하긴 한데 부스 운영은 원활하지 않은 것 같네.”
“네? 뭐가요?”
“아, 아니에요.”
옆에 있던 스태프의 질문을 웃어넘긴 제이는 부스 밑 쪽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후.’
초반에는 확실히 사람들이 무시무시할 정도로 모였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엉망인 부스 운영이 있을 뿐이다.
직접 나타났을 때도 사람들이 많이 모인 것 같긴 한데, 그걸로 충분할까.
트스타는 팬 미팅의 자리이기도 하지만 게임 페스티벌의 느낌도 가지고 있었다.
게임 스트리머들이 대부분에 게임사가 대대적으로 가세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게임을 포기했으니. 잘 될 리가 있나. 특히나 가장 잘하는 건데.’
더군다나 다른 게임장을 돌아다닌다고 엄포나 뒀으면서 서준은 첫날을 그냥 날려 버렸다.
‘사인만 하느라?’
그마저도 물량을 다 못 채웠고.
인기는 대단하긴 하다. 이건 인정한다.
하지만 그들의 부스도 못지않았다.
스트리머 여러 명이 함께하는 것도 큰데, 이게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스트리머님? 이제 다음 게임 들어가셔야 합니다.”
“네. 올라갑니다.”
그는 핸드폰을 닫았다.
서준에 대한 얘기가 많았지만 그들 부스의 호평도 쏟아지고 있었다.
‘결국 제대로 해내지 못 하면 불평불만은 있을뿐더러 표를 받기도 쉽지 않지.’
표는 분산될 것이다.
다음 날에도 제대로 된 부스 운영이 될 리도 없으며 그렇게 된다면 트수들은 지루해할 게 뻔했다.
인기는 자연스레 떨어진다.
‘좋구만.’
제이는 속으로 대기업 한번 잡아보자며 파이팅을 하면서 열심히 할 일을 했다.
이후 부스가 끝날 때까지 핸드폰은 볼 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대기줄은 더 길어졌고, 서준은 부스에서 아예 사라져 나타나지도 않는다는 소식은 계속해서 들려왔으니 승리를 확신했다.
이대로만 가면 된다고.
하지만 모든 일이 끝나고 일시적으로 개설된 트스타 커뮤니티를 확인한 제이는 당혹감에 빠졌다.
“어? 뭘 했길래 관련 글이 더 많아졌어? 사라졌다며!”
[방장 찾았다!] [이 새끼 사인 개 무서운 점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개 소름 돋는 점ㅋㅋㅋㅋ] [한 스트리머의 방송을 보면서 트스타를 돌아다니면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가 갑자기 나타난다는 이야기가 있다. 제발 내 앞에도 나타나 줘라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