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375)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 375화(375/431)
제375화
인디 개발사의 피디가 문을 닫은 뒤 서준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안녕하세요, 스트리머님.”
인사를 마친 서준은 대기실에 있는 소파 쪽으로 피디를 안내해 자리를 잡았다.
마주 보게 된 상태에서 서준은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무슨 할 말이 있으신가요?”
전날 서준의 대기실을 찾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와 친분이 있는 스트리머들은 자기 부스 준비하느라 바빴고, 다른 스태프들은 올 일이 없으니.
단 한 명 서준을 따라다니는 카메라맨만 자리를 함께할 뿐.
그러니 첫 손님이다.
내 줄 건 없다.
“아, 그게 말이죠…….”
그래도 선물을 들고 온 것 같으니.
“편히 말씀하세요.”
만약 상대방이 서준이 생각하는 제안을 들고 온 게 맞다면 망설임이 있을 수밖에 없다.
행사에 참가한 다른 스트리머에게 부스 광고를 맡기는 건 무슨 미친 짓인가.
서준이 쌓아놓은 이미지만 아니었다면, 아예 이렇게 대기실로 찾아오는 시도조차 못 했을 게 분명하다.
그러니 최대한 편안하게, 먼저 내뱉을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든다.
서준은 너무 경직되지도 않고 또한 풀어지지 않게 자세를 조정했다.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 눈에 들어간 힘도 조금 풀었다.
“아, 그게 말이죠…….”
“네.”
“으음…….”
“네.”
“으으음…….”
뭐지.
서준은 티를 내지 않은 채로 생각에 잠겼다.
‘더 이상한, 무리한 제안을 가지고 온 건가?’
하지만, 티를 내지 않은 보람이 있었는지 피디는 입을 열었다.
“혹시 오늘 오전 타임에 일정 있으십니까?”
일정? 있었다.
“아니요, 없네요.”
도장 깨기.
먼저 말해서 좋을 건 없겠지.
“아! 다행이군요!”
“뭐가 다행인데요?”
“아, 그게 말이죠.”
“네.”
“혹시, 광고 받아보실 생각 있으십니까?”
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올라갔던 서준의 입꼬리의 형태가 미세하게 바뀌었다.
만족스러운 감정이 담기게 된 결과다.
예상했던 대로.
“무슨 광고죠?”
“시간을 많이 잡지는 않겠습니다. 단 한 번, 단 한 번만 와서 서준 님이 부스를 체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방송을 켜고요?”
너무 당연한 걸 물었나?
서준이 만족스러움에 계속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농담을 던질 때 피디의 얼굴은 점점 더 결연해졌다.
마음속으로 어떤 결의를 다지는 건가?
다질 게 있나?
“후…….”
“왜요.”
“방송을 켜 주시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안 켜 주셔도 됩니다. 그렇게 하신다고 해도 저희가 준비한 광고비 더 안 깎겠습니다.”
“네?”
“안 켜 주시고 그냥 한 번만 오더라도 분명 어마어마한 도움이 될 겁니다. 어떻게든 한 번만 서준 님 코인을 타라는 사장님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
이게 무슨 말일까.
방송을 안 해도 준비해 둔 광고비를 더 안 깎는다는 건 처음부터 낮은 광고비를 책정했다는 건가?
“아, 광고비는 한 번에 천만 원입니다.”
아니었다.
꽤 높은 액수다.
영상을 올리는 조건도 없고, 단 한 번의 부스 체험이면 1시간도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천만 원이면 맞는 환산은 아니겠지만 시급으로 따지면 얼마일까.
그런데 거기에 방송도 안 켜도 된다고?
“저기 개발자님?”
“네.”
“혹시…….”
그쪽 사장님이 머리를 다치셨냐고 물을 뻔한 서준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그놈의 코인은 참…….”
“네?”
“아니, 인디 게임 개발사는 다 코인 좋아하나 싶어서요.”
“저 코인 안 하는데요?”
“아닙니다.”
서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마주치는 게 이번 한 번만도 아니고.
좋은 게 좋은 거다.
다만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는 이유가 혹시 부스의 컨텐츠가 이상한 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미치자, 서준은 바로 핸드폰을 꺼낸 뒤 게임 명을 물어봤고.
트스타 커뮤니티를 통해 정상적이란 사실을 알게 된 서준은 심경이 더 복잡해졌다.
“정말 방송 안 켜도 괜찮습니다. 언급도 안 해도 됩니다. 그냥 와서 해 보시기만 하면 성지가 되어서…….”
“혹시 카엘 코스프레하십니까?”
“네?”
“아닙니다.”
서준의 두 번째 아닙니다였다.
카엘 코스프레를 하던 이들이 보통 저렇게 두 손 모으고 기도하며 광신도처럼 굴길래.
“후.”
“역시 다른 부스 돌아다니는 건 힘들까요?”
“힘들긴 한데 못 할 것도 없습니다. 제 이미지가 워낙 안 좋아서 아마 이렇게 돈 뜯으려고 오전에는 쉬는구나 하고 말겠죠.”
“하하…….”
“광고 계약서 좀 보여주시죠.”
“넵.”
서준은 종이를 건네받은 뒤 천천히 살폈다.
어려울 건 없었다.
요구조건이 간단했기에.
“방송도 하겠습니다. 위원회는 허락했죠?”
“네! 어차피 부스를 운영 안 하는 다른 스트리머들은 섭외 많이 받고 해 왔으니까요. 막을 명분도 없죠. 자유시간이 있는데. 감사합니다!”
“다만 부스에 한 번 들르기는 하지만 게임은 제 캡슐에서 해야 합니다.”
“아, 알겠습니다. 동화율 때문이죠?”
“네. 그것도 있고 캡슐 자리 빼앗고 싶지 않아서도 있고요.”
“그 저희 부스는 대기 줄 없는데…….”
“아닙니다.”
세 번이나 얼버무린 서준은 속으로 깊은 한숨을 삼켰다.
“네! 알겠습니다. 다 맞춰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언제 오실 건가요?”
* * *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피디가 나간 뒤 서준은 바로 방송을 켰다.
오픈 20분 전이었다.
“반갑습니다.”
대기 중인 사람은 모두 들어올 것이다.
어제 보니까 그런 것 같았다.
오늘은 검은 화면이 아니라 바로 얼굴부터 보여줘서 좋다는 채팅들이 올라온다.
서준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여러분, 광고가 들어왔습니다. PPL 아니고요. 대놓고 앞 광고입니다. 그것도 부스 광고요.”
물음표가 올라와 서준은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줬다.
“그냥 다른 부스 즐기러 가겠습니다. 돈 받고요.”
당당하면 된다.
괜히 약한 모습을 보이고 눈치를 보면 물어뜯길 뿐.
야생의 법칙이다.
-에라이 ㅋㅋㅋㅋㅋㅋㅋ
-미친놈아 ㅋㅋㅋㅋ 이러려고 오전 시간 빼 둔 거냐
-나는 이걸 뛰어넘는 자낳괴는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볼 자신이 없다ㅋㅋㅋ
이것 봐라.
다들 어이없어서라도 웃지 않는가.
눈치 봤으면 분명 진지하게 이건 아닌데 하면서 나왔을 수도 있다.
물론 서준에게는 약간 억울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광고는 처음부터 원하고 노린 게 아니라 그냥 굴러들어 온 거니.
하지만 아무렴 좋았다.
“어디서 광고를 받았냐고요? 그건 이제 시작하기 전까지는 비밀입니다.”
-???
-언제 하는데
-나도 그쪽 부스 좀 함께 가서 보자
-ㄹㅇ 먼저 가서 해 보기도 하고 그래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지
“오픈 후 40분 뒤에 합니다. 그리고 힌트 드리겠습니다. 인디 게임 부스입니다.”
이렇게 정보를 푼 이유는 간단하다.
[‘설마’님이 200,000원 후원!] [이 자식 다른 대형 게임사 부스 견제하는 거냐?ㅋㅋㅋㅋㅋㅋ]“음……. 밴이요.”
후원을 했다고 해서 봐주는 일은 없다.
찔린 서준은 매니저에게 일을 맡긴 뒤 하남자로 도배되는 채팅창을 껐다.
그대로 방송도 껐다.
다음 방송은 50분 후였다.
* * *
트스타의 일 평균 관람객 수는 4.5만 명이다.
그리고 어제는 10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찾아왔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에 방문했음에도 모든 공간이 사람으로 가득 차 있지는 않았다.
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은 10만 명이면 적당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중앙 같은 곳에 관람객이 모여서 밀도를 높인다면, 다른 지역의 밀도는 빠져서 한산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사람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오늘도 여유롭나?”
서준에게 로드킬을 당했던 더 리그 챌린저 스트리머 파라니, 아니 파도는 허리를 펴며 플라스틱 행사용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는 중견 스트리머 바로 밑 급이지만 행사장 외곽에서 부스를 운영 중이었다.
원래 중앙은 대형 게임사와 커넥트가 없을 경우, 대기업 스트리머만 들어갈 수 있는 자리다.
어차피 팬 미팅이 목적인 팬들은 먼 거리도 아니라 알아서 찾아올 테니 자리가 큰 문제는 아니다.
만약 중앙에 있는 부스들을 사방으로 퍼뜨린다 쳐도 그들이 있는 곳에는 사람이 언제나 바글바글할 것이니 억울할 것도 불공평할 것도 없다.
“무엇보다 이게 좋지.”
대형 게임사의 스폰을 받으면 신경 쓸 게 거의 없어지지만 그런 만큼 일을 더 오래 해야 한다.
차라리 적당히 준비하고 적당히 쉬엄쉬엄하는 게 오프라인 행사에서는 최고의 선택지 아닐까?
아니면, 아예 오전을 대놓고 쉬는 배짱을 부릴 수 있으면 최고겠지만 그건 너무 먼 경지다.
지금까지 트래블의 역사에서도 단 한 명만이 이룩한 경지.
‘문득,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는걸.’
파도는 서준과 함께 팀을 이룬 적은 없기에 역사서는 다 보고, 다른 때에는 가끔 소식만 보면서 살았다.
이번에도 트스타에 나와 사라졌다가 나타났다 하는 걸 멀리서 바라만 봤고.
‘확실히 신기하긴 했어.’
아무튼.
그는 한가하다.
실제로 오픈이 된 지 3분이 지났는데 아직 아무도 안 오고 있다.
이제, 중앙의 인파에 기겁해 밀려 나오는 사람들이 한두 명씩 이곳에 도착하면서 그의 팬들도 오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적당히 같이 놀면 된다.
시간이 2분 더 지났다.
오픈한 지 5분.
슬슬 한 명쯤은 길을 잘못 든 사람이 찾아오는 시기다.
트스타에 처음이 아니기에 잘 안다.
그런데 길을 잘못 든 사람이 보이지가 않는다.
기우가 들지는 않았다.
그저 특이한 날이라고 생각할 뿐.
그리고 3분이 더 지나자 중앙에서 밀려 나오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음?”
그게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이었으며, 사람들이 아니라 인파였기에.
“어……?”
20분 전 서준의 깜빡 방송을 보지 못 한 파도는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몰려다니는 사람의 무리란 얼마나 원초적인 위압감을 주는지.
파도의 부스를 지나가면서 한 손에는 서준의 굿즈를 든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하고 있었다.
“아, 방장 어디로 가냐. 딱 대라.”
“저기요 아저씨 여기서 광고 준 거 아니죠?”
그 와중에 파도를 향해 묻는 사람도 있었고.
“왜 인디 게임이라고만 말하고 방송을 끄냐고! 아. 안 찾아볼 수도 없고.”
“한 번이라도 더 볼 수 있는 기회인데 돌아다녀야지.”
파도는 그렇게 지나치는 무리를 허망하게 바라봤다.
“이게 무슨 일이래.”
그리고 다음 무리가 그들의 부스를 지나쳤다.
또 다음 무리도.
그들의 특징은 모두 하나같이 어디를 들렀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굿즈가 한 손에 들려 있었기에.
파도는 자연스레 커뮤니티로 손을 움직였고 말도 안 되는 제목의 글에 들어갔다.
[지금 중앙 부스 줄 겁나 짧음! 레전드임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꿀 빨리 빨아라.
어차피 방장이 갈 부스 찾기는 너무 힘든 거 아니냐.
==
-지금 그게 중요함?
-그래서 중앙에 방장 있음?
-단 몇 명만 방장을 만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해도 난 갈 거다!
└이게 진짜 맞냐?ㅋㅋㅋ 아니 니들 단합력 뭔데
-인디 게임 부스도 꽤 많이 재밌는 것 같은데
트스타의 판도가 바뀌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