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377)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 377화(377/431)
제377화
20개가 넘는 부스를 다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이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어차피 서준은 대기 줄을 서지 않는 입장이다.
가상현실로 부스에 있는 캡슐을 통해서 들어가지도 않을뿐더러, 원래 섭외를 한다면 그때 일정만큼은 어떻게든 비워두기에.
몇 개를 못 하겠는가.
중요한 건 시간이 아니다.
‘광고를 너무 많이 받으면 여론이 좋을 리가 없지.’
아무리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오히려 뻔뻔하게 나아가 이득을 취하고 있는 서준이라 하더라도 적당히는 필요하다.
좋게 좋게 넘어가기 위한 마지노선이 있다는 거다.
‘하루에 몇 개를 받아야 하지?’
일단은 섭외를 받는 다른 스트리머들의 경우를 살펴보면 그들은 대부분 하루에 두 개 정도를 광고한다.
게스트로 아예 운영에 참여할 때도 있고 진짜 광고 방송하듯 부스를 체험할 때도 있다.
이는 인디 게임사들을 위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다.
축제 운영위원회 측에서도 그렇게라도 활성화되는 게 좋기도 하고.
‘두 개보다는 더할 수는 있을 것 같고.’
서준은 시청자 여론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경험이 많은 이들에게는 자연스레 눈치라는 게 길러지기 마련이다.
당연히 그 눈치가 경험만 있다고 제대로 잘 길러지는 종류였다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스트리머가 자주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서준의 경험은 보다 깊었다.
스트리머로서의 경험만 말하는 것이 아니었으니.
‘하루 네 번?’
좀 더 특수한 이벤트로 비치는 마지노선이 이 정도 아닐까 싶었다.
그렇다면.
“음…….”
어째서 고민하는 새에 30명으로 또 늘었지?
이제 대기실에 들어갈 수도 없는 수준이다.
이곳으로 온 스태프들은 모두 눈치를 보고 있었다.
함부로 행동하러 나서지는 않지만, 기회가 생긴다면 뭐든지 할 기세다.
‘가볼까 했던 부스는 몇 개 있긴 했는데.’
나머지는 어떤 컨텐츠가 있는지 모른다.
여러모로 귀찮게 됐다.
광고를 지금이라도 안 받고 돌아다닌다고 하면?
이미지는 이게 더 좋게 먹힐 테고.
‘명분도 생겼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서준은 광고한 건당 천만 원이란 거금을 포기하게 된다.
아무리 돈에 구애받지 않는 삶을 산다 해도 그건 집착해서 더 큰 가치를 놓치지 않겠다는 거지 굴러들어 오는 돈을 걷어차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얼씨구. 그새 다섯 명 더 합류했네.’
이 정도면 소규모 부스의 50% 이상은 모였다고 봐도 무방했다.
‘엉덩이가 무거운 대형 게임사들은 안 왔고. 이건 당연한가.’
숨 막힐듯한 정적 속에서 서준만 느긋하게 고민 중이었다.
올 사람들은 다 오라고 하고 기다리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마침내 복도를 울리는 소리가 좀 잠잠해졌다.
결국 밸런스를 맞추는 문제다.
그렇다면 결정을 내려야겠지.
“안녕하세요. 다들 하고 싶은 말은 같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맞나요? 혹시 자신이 부스 섭외가 아닌 다른 활동을 제안하기 위해서 오신 분 계시다면 손 좀 들어주실래요?”
없었다.
절대 갑 서준의 앞에서 모두 조심스러운 눈치였는지 말소리도 내지 않았다.
서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미리 말을 나눴던 선 팀장을 핸드폰으로 불렀다.
대기실을 잡아 준 것도 선 팀장이니,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빠르게 구하려면 선 팀장에게 연락하는 게 직방이었다.
선 팀장에게 메시지가 왔다.
3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다목적실의 위치와 그곳의 문을 열어뒀다는 내용이었다.
역시 빠르다.
“일단 장소 좀 옮기죠.”
* * *
서준의 대기실로 찾아온 게임사의 직원들은 서준을 따라 계단을 올라가면서 열심히 핸드폰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사장님 여기 족히 절반은 넘게 왔습니다 어떡하죠?] [질러! 그냥 질러! 두 배로!] [진짜 두 배로요?] [어!]주로 핸드폰을 두들기는 이유는 조건에 대한 협상 때문이었다.
여기서 서준이 그들을 두고 섭외 경매를 시작한다면?
지금까지 업계에서 일하면서 이런 경우는 단 한 번도 못 들었지만 상대방은 그 서준이다.
전세계 최고의 장인들을 상대로 깽판을 치고 우승을 한 사상 최강의 흑막.
고작해야 게임 속 아니냐고?
아니다.
한 분야의 정점에 오른 이들은 무슨 일을 해도 범인과는 차이가 현격히 날 수밖에 없다.
[설마 진짜 경매하겠냐고.] [이거 어쨌든 우리가 슈퍼을 맞습니다, 사장님. 세 배는요?] [세 배도 질러!]핸드폰을 두들기지 않는 사람들은 대부분 전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였다.
이를테면 부스에 사장이 직접 나왔던 경우라든가.
하지만 사장 중에서도 부하 직원에게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이야. 이거 진짜 어떡하냐?] [안 되면 마는 거죠. 지금도 괜찮아요. 아마 소규모 부스 중에서는 가장 성적이 좋을걸요?] [하지만 이거 절호의 기회 아니냐. 안 그러냐? 다른 팀이 잡으면 그건 그거대로 관심 다 뺏길 거고.] [네] [있는 돈 다 털까? 승부사 기질이 또 내가 있단 말이지.] [네]현재 판매 중인 로그라이트 게임을 컨텐츠로 가져와, 괜찮은 게임 자체의 퀄리티만으로 소규모 부스 중 가장 괜찮다는 입소문이 나고 있던 게임사의 백 사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부하 직원이 인간에게 필요한 네 가지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는 아니었다.
원래 중소기업은 가족 같은 분위기니.
한쪽만 일방적으로 가족 같은 분위기를 주입하는 게 아니라 쌍방향으로 가족같이 서로에게 무심하고 편하다면 그것도 나름 괜찮은 기업 아니겠는가.
백 사장은 그런 사내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대화 내용만 봐도 퇴근한 아빠한테 인사만 하고 자기 방에 들어가는 사춘기 아들 보는 기분이지 않은가.
다행히 그 분위기 덕분에 게임이 잘 뽑혔다. 문제는 홍보다.
성적이 만족스럽지가 않다.
소위 말하는 대박이 안 터진 것이다.
이번 트스타에서 빛을 발하나 했지만 섭외를 놓친다면?
차라리 아예 서준의 이벤트가 없었다면 차근차근 입소문을 퍼뜨릴 수 있었는데.
‘후, 어떻게 나올까.’
인디 게임 중에서 서준과 유일하게 함께 일을 해서 연관이 있는 이 대표에게 백 사장은 접근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 백 사장에게 들은 서준은 한마디로.
‘무조건 잡아라.’
어떻게 해서든 잡아라.
‘그렇다면 5천만 원까지 질러 봐?’
기존에 있던 홍보비 2천만 원에서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모으면 가능할 것 같은데.
문제는 서준이 어떤 방식으로 게임사를 얼마나 선택하느냐다.
몇 개밖에 안 한다고 하면 경쟁이 얼마나 치열해질까.
가격은?
‘처음 광고를 맡긴 부스에서는 천만 원이 들었다고 대의로 모두에게 말해줬지. 그런데 그걸 우리도 같은 가격으로 살 수는 없는 게 문제라고.’
스태프들은 다목적실로 들어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다목적실은 강당과 같은 형태였고 스태프들 사이에서는 앞자리에 앉으려는 치열한 신경전이 오갔다.
백 사장은 덩치가 있었기에 적당한 세 번째 열에 앉을 수 있었다.
서준이 앞에 나섰다.
그 순간 모든 스태프의 머릿속에서는 이대로 빼도 박도 못하게 경쟁을 부추기는 서준에게 어마어마한 돈을 뜯기는 광경이 펼쳐졌다.
첫날의 뜬금 이벤트부터 시작해서 모든 게 바로 지금, 인디 게임사들의 돈을 뜯기 위해서 짜여진 함정 같았다.
“아아. 자 그러면 바로 본론부터 말하겠습니다. 저는 광고비로 4천만 원을 원합니다.”
탄식이 쏟아졌다.
기어코 영세한 게임사의 골수까지 빨아먹으려 하는구나.
그럼에도 할 만한가 하고 생각이 드는 게 진정 자본주의 괴물의 재림, 대기업의 횡포구나.
그렇기에 결국 누군가는 기어코 저 괴물과 거금을 들여 손을 잡겠고 우리는 피해만 보겠구나.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친 사고의 흐름은 탄식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그리고 세 번째 열에 앉은 백사장은 말 그대로 할 만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신 하루에 한 개의 부스만 광고하겠습니다.”
오?
서준의 말이 점차 이어질 때마다 스태프들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물론 광고가 없는 다른 부스들도 돌아다닐 예정입니다. 심심하거든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은 희망에 차고.
비용을 기꺼이 감당하려던 쪽은 실망을 했다가.
“그때는 당연히 방송을 안 켜겠지만요.”
기분이 뒤바뀌고.
“아. 만약에 광고를 하게 되면 컨텐츠는 전적으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합니다. 그리고 그거에 맞춰서 홍보도 할 건데 컨텐츠 바꿀 자신 있으신 분들만 오케이 하세요.”
무리한 요구를 일삼으며.
“대신 홍보는 확실히 할 겁니다. 미리 예고할 거예요. 아까처럼 숨기지 않고. 트수들도 제가 어떤 게임을 하겠다고 미리 고지하면 아마 어마어마하게 몰리겠죠? 먼저 해보겠다고. 그리고 만나보겠다고.”
그럼에도 싱긋 웃으며 당근을 같이 흔들고.
“자 그러고, 이제 제가 먼저 제안을 드리겠습니다.”
선택지 따위는 처음부터 없었던 지상 최악의 스트리머.
슈퍼갑.
그리고 그 슈퍼갑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
“어때요? 하실래요?”
그게 서준이었다.
“안 해요?”
서준은 한 명 한 명 눈여겨봤던 부스의 스태프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물어봤다.
“…….”
“아, 안 한다고요?”
“하, 하겠습니다.”
그리고 백 사장은 제발 선택받길 기도했고.
“안녕하세요. 혹시 로그…….”
“합니다!”
“네?”
“할 겁니다!”
* * *
대탈출.
서준의 방송에 도네이션이 울린 뒤, 갑자기 수많은 부스에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옆 건물로 이어지는 복도로 우루루 달려가는 광경을 수많은 사람들이 목격했고.
그 목격자들이 명명한 이름이 바로 대탈출이다.
그냥 그 정도로 사람들의 움직임이 급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그 결과가 나왔는데.
“와. 인디 게임 그냥 돌아다닐 거라고?”
“방장 자기 부스 버려?”
“야. 방장 부스 큰 거 올 수도 있대.”
“그건 그거고. 흠. 일단 광고할 것들 먼저 돌아다녀 볼까?”
“좋다. 아니 근데 방장 광고 한 10개는 할 줄 알았는데.”
일반인들의 반응은 좋았다.
서준을 잡지 못 한 인디 게임사도 그에 따라 반응이 좋았다.
흐름이 유지된다.
“하루 한 번이라…….”
그렇기에 트스타의 가장 큰 게임사 중 하나인 무비 소프트의 사장 이브 파이모는 고민에 빠졌다.
“섭외는 가능할까?”
김윤찬.
일할 때 트래블을 보는 걸 가장 좋아하는 트수이자 낙관적인 성격을 가진 이브 파이모의 부하 직원이었다.
“가능합니다! 당장 부스 비우라고 지시를!”
“그거 말고! 우리 신작!”
“아하.”
무비 소프트는 이번에 협을 위하여로 부스를 차렸다.
협을 위하여는 서준 덕분에 인지도가 한 단계 올라간 상태였고 서준발 인디 게임 유행의 물결에도 잘 버티고 있었으니 큰 문제는 아니다.
무엇보다 서준이 자유로운 오전에는 이미 스케줄이 꽉 찼으니.
그들은 다른 제안을 준비 중이었다.
그것도 서준의 부스에서 진행하는.
“하! 할까 말까 고민하지 말고 그냥 질렀어야 했어.”
“그러게요!”
어차피 가장 먼저 서준에게 게임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려 했다.
그걸 트스타에서 하면 어떨까 고민했었는데 최고의 홍보 기회는 아니라고 판단 했었다.
물론 까 보니 최적의 기회였지만.
지금도 늦지는 않았다.
서준의 부스에는 자율권이 있었고, 대형 게임사인 그들에게 제한이 있었지만 유도리 있게 협상이 가능하다.
암살단의 여명 – World Of Belief.
보스를 레이드하는 것이 주가 아닌 각 세력 간의 대립이 주가 되는 MMORPG.
“그런데 사장님.”
“왜.”
“서준 님이 결국 기존 컨텐츠에서 할 게 없어야 우리의 뒤늦은 제안을 받아줄 거 아닙니까.”
“그렇겠지.”
“그런데 지금 보면 상황이 심상치가 않은데요?”
“왜.”
“방금 전 1차 시험 보러 간 사람이 전 국가대표 탁구 선수래요.”
“아?”
“세계대회 우승한 마술사도 그렇고.”
“…….”
“세계적으로 공연 다니는 균형잡기 달인하고 외국 복싱 선수도 왔다는데요. 다들 기세등등하게 1차 합격했다고 합니다.”
“음. 인디 게임으로 시끄러운 사이 많은 일이 있었군.”
“예. 어제는 진짜 첫날이라 장인들이 참가를 안 했던 거고, 오늘부터 시작이면요?”
앞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아질까.
그리고 부스가 얼마나 성행할까.
김윤찬은 이 점을 짚었고 이브 파이모는 잠깐 고민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아니, 진행하지.”
“왜요?”
“내일부터는 다시 도전하는 사람들이 없어질 것 같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