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401)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 401화(401/431)
제401화
무비 소프트의 사옥.
그 안 깊숙한 곳에 들어가면, 나오지도 않고 그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잠만 자고 게임을 하는 이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 있다.
회의실, 사무실, 캡슐실.
그중 회의실에 이른 아침부터 열 명이 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진짜로 제안을 받아들여요?”
그들을 표현하는 단어는 많다.
QA팀, 테스터.
그리고 그들 스스로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냥 폐인.
그들은 게임을 하면서 테스팅을 진행한다.
그것도 게임을 아주 많이 하면서 테스팅을 진행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수십만, 수백만 명이 게임 플레이를 하다 보면 온갖 이상한 행동과 루트를 통해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고 그들은 그런 버그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그렇기에 단순히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번다고 부러워하면 안 된다.
거기다가 게임 플레이만 하지 않고 다른 업무 또한 많으니.
그럼에도 그들은 업무 만족도가 높았다.
보통 웬만한 즐거운 일도 적당히 해야 재밌는 법이지만, 아무리 많이 해도 재밌는 일을 찾아낸 사람들이 모였기에.
그들이 스스로를 폐인이라 부르는 이유였다.
진짜 그냥 업무가 폐인이었다.
“제안 받아들여야지.”
서준이 보낸 제안은 간단하다.
그냥 먼저 시작하라는 것.
“팀장님, 진짜로요?”
“응, 우리의 목표는 스트리머를 상대로 승리하는 거잖아.”
매 순간, 그리고 최종적으로 게임에서.
“그게 회사의 가장 높은 곳, 그러니까 사장님이 우리에게 내린 지시사항의 전부지.”
팀장은 안경을 고쳐 썼다.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어.”
먼저 시작하는 것만으로 그들이 굴릴 눈덩이가 얼마나 거대해질지.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반드시 이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에게 밸런스를 조절하거나, 게임의 특별한 점을 시청자들이 더 잘 볼 수 있게 연극하라고 한 것도 아니기에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팀원들은 아닌 것 같지만.
“하지만 메일도 제대로 안 읽은 것 같던데요.”
“정확히는 전날 밤에 겨우 확인했죠.”
“아니, 그러면 게임 정보도 제대로 숙지 못 했을 텐데요.”
팀장은 피식 웃었다.
‘팀원들이 지금 못 받아들이는 이유는 자존심일 테지.’
도발에 걸려들었나.
그렇게 제안을 한 것도, 메일을 일부러 늦게 확인한 것도.
어쩌면.
“그 스트리머는 메일 내용을 아예 확인 안 했을 수도 있어. 숙지가 부족한 게 아니라 그냥 처음부터 모른 상태로 하겠다고.”
팀장은 팀원들에게 어깨를 으쓱여줬다.
아마 사실일 것이다.
그리고 이 발언은 팀원들의 투지를 불태우기 충분했다.
도발은 흥분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기술이다.
적이 흥분한다면 시야가 좁아지고 절제가 더 안 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단점도 있다.
도발은 투지를 올려준다.
귀찮아하던 사람도, 적당히 하려는 사람도 모두 진심이 될 수 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팀을 이끄는 리더인 그가 도발에 당하지 않은, 그러니까 흥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시를 내린다면?
“진짜 안 봤을까요?”
“오늘 끝나고 스트리밍을 한번 보자고. 분명 오 이거 신기하네요, 이러면서 말도 안 되는 짓 하고 있을걸?”
팀장인 그는 도발에 먹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충분히 진심이다.
그러니 지금 상황은 너무나 좋다.
“하. 이거 완벽하게 압살해야겠군요.”
열 명.
그들이 작정하고 게임 속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한 진영을 밀어준다면 어떻게 될까.
세상에서 가장 WOB를 잘 아는 열 명이고 재능조차 일반인 중에서는 최고 수준에 오른 이들이다.
“그래 완벽하게 압살하자고.”
“그러면 팀장님.”
“응.”
“그 스트리머가 언제쯤 합류할까요? 광고하는 게임 소드 앤 매직인가? 그거 1차 엔딩 보려면 우리도 몇 시간은 써야 한다는데. 이봐 너 해 봤다고 하지 않았냐?”
“맞아. 엔딩 이후에 본격적으로 즐길 수 있다고 해서 최대한 빨리 깨려 했는데 나는 8시간 걸렸어.”
소드 앤 매직은 1차적으로 엔딩을 본 이후의 컨텐츠도 준비되어 있는 게임이다.
정확히는 1차 엔딩 이후에도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을 많이 심어놓은 훌륭한 게임이다.
호평을 받는 이유다. 돈이 아깝지가 않고 계속해서 즐길 수가 있다.
그렇다고 1차 엔딩을 보기까지의 과정이 부실한가?
그것도 아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네가 8시간이니까…….”
팀장은 서준을 잘 알고 있었다.
다른 팀원들도 잘 알고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서준을 모르는 게이머가 이제는 존재하긴 할까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팀장은 그들보다 서준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 이유는 협을 위하여의 테스팅 QA 과정에서 그가 참여했기 때문이다.
“1시간 반에서 2시간.”
2트.
1트는 운이 정말 좋다면 모르는 일이고.
“에이,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아니, 그 스트리머라면 충분히 가능할지도.”
“정말 말도 안 되는데. 그게 조합이 갖춰져야 깰 수 있는 건데.”
“그런데 팀장님 두 번째 도전에는 깰 것 같다는 거예요?”
“응.”
“첫 번째 도전에는요?”
“운이 따라야겠지.”
로그라이트 장르의 소드 앤 매직은 던전에 들어간 순간부터 계속해서 캐릭터가 성장해 나간다.
무기와 스킬과 같은 요소들을 파밍하면서.
그런데 이 부분은 랜덤성이 짙다.
그 랜덤한 것들을 잘 조합해서 캐릭터를 최종적으로 효율성 있게 키우지 못 한다면 최종 던전까지 클리어는 무리다.
그런데 서준이 과연 예습을 했을까?
“아니지.”
팀장의 말을 들은 팀원들은 납득했다.
“1시간에서 2시간이면 충분해. 그러니 압살하러 가보자고.”
그는 자신이 있었다.
“충분하다 못 해 오히려 미안하죠.”
“봐주고 싶어도 본인이 자처한 일이니까.”
“가보죠.”
WOB 속의 세계에서 가장 완벽하게 자리를 잡고 서준이 속한 진영을 몰락시킬 자신이.
10명이니까.
그들이니까.
그리고 최선을 다할 테니까.
서준이 2시간 뒤에 올 테니까.
* * *
[게임을 시작합니다.]소드 앤 매직이라는 제목이 눈앞에 떠올랐다.
인디 게임사가 만든 만큼 유저를 압도할 만한 풍경이 펼쳐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배경은 소소하게 귀엽고 아기자기했다.
중세판타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게임의 스토리는 간단히 요약하면, 주인공의 동생이 납치당해 옆 나라 마법사에게 팔려갔고 주인공은 그 옆 나라에 쳐들어가는 게 스토리다.
즉, 이 게임의 던전은 이웃 나라다.
최종 스테이지는 이웃 나라의 성도고.
“가봅시다.”
서준의 눈앞에 주인공의 과거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컷 씬과 비슷한 형태다.
서준은 곧바로 손을 움직여 인터페이스 창에서 스킵을 눌렀다.
스킵.
스킵.
스킵.
“스겜 해야죠.”
빨리 게임을 끝내야 한다.
-광고주 오열ㅋㅋㅋㅋ
이런 채팅이 올라오지만 괜찮다.
‘시청자 숫자가 30만이니까.’
1만 명이 보는 스트리밍에 넣는 광고비에 비례해서 만약 서준이 광고비를 받았다면 그 액수는 절대 인디 게임사가 감당하지 못 했을 것이다.
웬만한 대형 게임사도 고심을 하겠지.
그렇기에 스킵해도 이해해줄 것이다.
이 가격에 생방송 30만 명에게 광고할 수 있다면 누구라도 돈을 들고 올 것이다.
“스킵이요.”
그리고 이어서 게임이라면 으레 있는 여러 가지 초반 도움과 기능 설명이 이어졌다.
마찬가지로 스킵했다.
어차피 중요한 건 던전 안에 들어가서다.
현재 있는 로비 배경은 던전이 끝난 이후 전리품들을 정리하는 공간이니까.
“원래 로그라이크는 던전이 끝나면 모든 게 완전 초기화라 박탈감과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하죠?”
로그라이트는 조금은 남겨주기에 그게 덜 하다고 하고.
소드 앤 매직은.
“로그라이트 중에서도 꽤 많이 남겨주는 데다가 던전 안에서도 성장을 제한 없이 시켜주는 편이고요. 맞죠?”
맞다는 채팅이 올라온다.
로그라이크의 장점은 던전이 끝나면 어차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기에 스테이지 내부 성장에 제한을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에 RPG 게임이라면 성장에 대한 만족감은 주지만, 유저의 성장이 멈춰서는 안 되기에 언제나 밸런스 조절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게임은 아니다.
운만 좋으면 적어도 최종 보스를 제외한 모든 스테이지에서는 미친듯한 뽕맛을 느낄 수도 있고 그게 바로 이 게임의 재미다.
-운만 좋다면 말이지 ㅋㅋㅋ
-방장이 운이 좋은 편인가?
-운 좋긴 한 것 같은데 흠
-그래서 원트클 가능?
“여러분 제가 운이 좋든 없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주변을 둘러본 서준은 바로 성벽 쪽으로 다가갔다.
이웃 나라의 성벽일 것이다.
성벽을 따라서 움직이던 서준의 몸이 개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던전 플레이가 시작되었다.
[스테이지 1] [마법사의 던전]“오.”
서준이 위치한 곳은 큰 공동이었다.
이상한 기물들이 곳곳에서 보이는 공동.
양옆과 앞에는 닫혀 있는 큰 석문이 보였고 중앙에는 제단이 있었다.
“저 제단으로 가면 무기를 얻을 수 있나요?”
기본 스타트 무기.
서준은 제단 앞으로 걸어갔고 인터페이스가 떠올랐다.
[낡은 검] [낡은 장갑] [낡은 활] [낡은 창] [낡은 방패] [낡은 너클]각자 테크트리의 가장 기본 무기다.
여기서 무슨 무기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이후 있을 랜덤하게 얻을 수 있는 보상에서 같은 계열의 상위 단계 무기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낡은 장갑이 마법 쪽이라 하셨으니.”
-이건 최종 테크가 개 멋있는 거로 가야 함. 마법 개 쩜
-창술 한 번 보여줘라
-최종트리는 뭘 해도 개쩔긴 함. 가려면 운이 좀 필요해서 그렇지
-이 게임 운 좋게 중반에 최종트리 가면 미쳤던데
-캬! 검 선택했네
“네.”
아무래도 빨리 끝내야 하니까 서준은 가장 익숙한 무기를 선택했다.
서준의 손에 낡은 검이 나타나 쥐어졌다.
“빨리 끝내죠.”
그리고 동시에.
스르륵.
세 개의 석문이 위로 올라가면서 열렸다.
이제 탐색을 하고 성장해가며 나아가면 된다.
소드 앤 매직의 던전에는 여러 방이 존재한다고 한다.
몬스터를 다 잡아야 다음 방으로 갈 수 있는 몬스터 방.
그냥 아이템만 받으면 되는 선물 방.
그리고 어떤 기믹이 숨겨져 있는 방.
서준은 왼쪽의 문으로 향했다.
“운이 좋군요.”
잡아야 하는 몬스터가 없는 선물 방이었다.
마찬가지로 중앙의 제단이 보인다.
“제단에 다가갔을 때 어떤 빛이 나느냐에 따라서 아이템 등급이 결정된다고 했죠?”
기본으로 받은 일반 등급은 초록색이다.
그 위는 파란색이고 아래는 회색.
보통 스테이지 1에서는 파란색이 가장 높은 등급이며 회색은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한 번에 파란색에다가 검 무기 나오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서준은 제단으로 다가갔다.
제단이 회색빛으로 감싸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림도 없죠
-회색 무기는 아무거나 고르셈. 어차피 안 씀
-검 계열 골라야 함. 그래야 다음번에 아이템 뜰 때 검이 나올 확률이 높아짐
“알겠습니다.”
에휴.
세 가지의 선택지가 떠올랐다.
[나뭇가지] [새총] [조금 많이 긴 나뭇가지]서준은 한숨을 내쉬며 검 계열 무기를 골랐다.
나뭇가지였다.
스르륵.
석문이 오르고 다음 방으로 향했다.
또 선물 방이었다.
선물 방이 나올 확률은 20%로 꽤 낮은 편이다.
그리고 선물 방에서는 파란색 등급의 아이템이 나올 확률은 50%, 녹색이 25%, 회색이 25%다.
“스겜 하겠습니다.”
-????
-이게 또 나오네
-방장 운이 좋나?
서준이 다가갔다.
제단이 회색빛을 발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운이 좋은 거냐 안 좋은 거냐ㅋㅋㅋㅋㅋㅋ
[목장갑] [나뭇가지 +1] [돌반지]서준은 나뭇가지를 선택했다.
“와 1강.”
벌써 같은 무기 두 개를 선택해 강화했다니.
굉장히 성장이 빠르군.
‘젠장.’
[나뭇가지 +1]-ㅊㅊㅊㅊㅊㅊ!!!!
-와 WOB는 4시간 뒤에나 하겠는걸!ㅋㅋㅋㅋ
-ㅈ됐다!
-방장 운 없넼ㅋㅋㅋㅋ 1트 클리어는 절대 불가능할 듯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