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406)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 406화(406/431)
제406화
WOB 속 유저는 한 서버가 시작된 이후에 처음으로 접속하게 되면 각 조직의 말단에서부터 시작한다.
조직의 말단이 하는 일은 별거 없다.
마치 다른 게임에 처음 들어갔을 때 쓸데없는 풀베기나 심부름을 하면서 익숙해지는 것처럼, 그들도 말단으로서의 잡일을 한다.
다른 점은.
그렇게 말단 퀘스트를 해 가면서 그 도시에서 현재 조직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그리고 본인은 어떤 식으로 올라갈 수 있는지 직접 파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 도시마다 지원을 해 줄 수 있는 정도도, 올라갈 수 있는 위치도, 그리고 퀘스트가 주는 공헌도도 다르다.
유기적으로 맞물려 가는 상황 속 세력이 이기는 법은 결국 한 명 한 명이 개인으로서 뛰어남을 보이는 것이다.
어쨌든.
“지금까지 파악된 대로라면 자기 세력이 우세한 지역에 들어가서 최대한 빨리 성장하고 그다음에 지역을 이동해서 역전을 노리는 게 낫다 이거죠?”
성장을 위해서는 자신의 세력의 지배력이 높은 곳으로 가야 한다.
지배력이 우세해야 올라갈 수 있는 위치가 높고 지원이 많기 때문이다.
그 뒤에 타지역으로 가서 줄다리기를 하는 게 40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이 파악한 정석적인 공략법이었다.
아직은 제대로 모른다.
하지만 이게 정석적인 루트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 서준은 동의했다.
‘확실하게 아는 건 없군.’
현재 지역을 80% 이상 점령하는 법도 아직 유저들은 찾는 중이라고 한다.
정보 공유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기초적인 것들이다.
-중요한 정보는 아직 안 풀었겠지. 그 누구도
-QA팀은 이 와중에 모든 걸 알고 있는 예언자 같은 존재일 테고!!!
-그럼 방장은 도대체 뭐임?
-힘만 ㅈㄴ 쎈 재앙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살단 선택한 애들한테 일단 재앙 확정이긴 해 ㅋㅋㅋㅋ
QA팀이 무서운 이유다.
그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후에 있을 보상들을 위한 포석을 쌓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포석을 쌓는 와중에도.
“아무래도 QA 팀이 열일하고 있나 보네요.”
서준이 파악하기로 각 조직에 들어간 유저의 숫자가 큰 차이가 벌어진다면 한동안 다수 조직에는 캐릭터 생성 제한이 걸린다고 한다.
즉 사람 숫자는 비등비등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맵에는 암살단의 영향력이 전체적으로 더 높았다.
이게 적 10명 때문일 것이다.
“어쩔 수 없죠. 한번 제가 뒤집어 보겠습니다.”
한 개인으로서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건 무엇일까.
압도적인 무력.
그것밖에 없지 않을까.
그리고 압도적인 무력을 위해서라면.
“아쉽게도 알테온 말고 다른 곳에 갈게요.”
[도시: 알테온] [지배 세력: 암살단 77%]-뒤집기 위해서 성장을 한다는 건가? 그래서 다른 지역으로 가고?
-의외로 방장답지 않네
-ㄹㅇㅋㅋ
-방장이라면 바로 가서 내가 무명이다 그러니 입구를 열어라 시전하면서 쇠파이프 들고 기지 쳐들어갈 텐뎈ㅋㅋㅋㅋㅋㅋㅋ
“쇠파이프 들고 쳐들어가는 건 기품이 없군요. 저는 더 이상 자금난에 시달리는 암살단이 아닙니다.”
더러운 부르주아 같은 채팅이 올라와서 서준은 오만하게 웃었다.
시청자들의 장단에 맞춰줄 것이다.
결사단은 세상을 암중에서 지배하는 비밀 단체다.
지고한 권력가와 재력가들이 속해 있는 단체.
“자, 어쨌든 저는 여기로 가기로 결정했어요.”
[베르데트] [지배 세력: 암살단 79%]현재 암살단이 가장 유리한 지역이었다.
위치는 중동 쪽에 있는 알테온의 바로 옆 동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
-아아 알겠다
-무엇이지?
-이미 방장은 압도적인 무력을 지니고 있던 것이다. 성장? 그딴 건 필요 없다!!!!
아니었다.
* * *
서준의 생각은 이랬다.
모든 게임에는 정공법만 있지 않다.
정공법이란 보편적인 사람들에게 가장 적절한 방법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서준 같은 플레이어들이 노릴 수 있는 루트는 정석적이어야 한가?
‘아니지.’
본인이 가진 카드를 극대화할 수 있는 루트를 찾아내는 게, 효율을 따지는 한국인 게이머의 의무고 서준은 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려고 했다.
‘이건 순전히 감이지만.’
서준은 불리한 지역 속에서 더 큰 기회가 있다고 봤다.
원래 난이도가 높을수록 보상이 오르는 건 현실에서는 꼭 통용되지 않더라도 게임 속에서만큼은 절대적인 법칙이다.
서준처럼 스스로 무기를 버리고 나뭇가지나 파이프를 들어서 난이도를 높이는 행위는 제외하고 말이다.
“아시겠나요?”
서준은 이 점을 설명했고 시청자들은 납득…….
하기는커녕.
-아 그니까 이미 무력 만렙이시니까 그냥 패러 오셨다고요?
-베르데트에 있는 암살자들 다 뒤졌다
-진서준 머릿속: 여기에 암살자들이! 적들이! 많겠지! ㅋㅋㅋㅋㅋㅋ
-방장 빡친다 얘들아 ㅋㅋㅋ
서준은 고고하게 무시하기로 했다.
자꾸만 몸이 좋아서 머리가 편한 사람 취급을 하지만 그러려니 했다.
몸이 실제로 좋은 건 맞았다.
“오.”
지역을 선택하자 밝은 광원이 저 멀리서 터져 나와 급속도로 시야를 채웠다.
그리고 부신 눈을 뜨자 서준의 손에는 빗자루가 들려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소부 스타트 ㅋㅋㅋ
-와 확실히 지역이 구리니까 말단도 구리긴 하네
-쓸어라 방장아
-뭐? 자금난에 시달리는 암살단이 어쩌고 어째?
서준의 눈앞에 퀘스트가 떠올랐다.
복도 청소.
그것이 전부였다.
“흐음.”
퀘스트 보상은 작은 공헌도, 실패 페널티는 없음.
서준은 퀘스트창에서 눈을 떼 주변을 살폈고 이내 저택이 제대로 관리가 안 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음산한 기운이 물씬 풍기는 저택의 복도를 걸었다.
“일단 제 상황부터 제대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의 직급은 누군가의 하인인 것 같았다.
조직원으로 스타트할 경우 무조건 말단이니만큼 하인으로 위장 잠입하고 있던 것일 확률도 없으니.
서준 그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 도시 내에서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
“여긴가?”
서준은 집무실로 추정되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안에는 예상대로 이 제대로 관리가 안 된 저택의 주인이 폐인과 같은 몰골로 앉아 있었다.
“왜 온 거지? 저택이나 마저 쓸지 않고.”
저택의 주인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잠을 못 잤는지 다크서클이 진하게 내려와 있었다.
서준은 침묵했다.
몸이 멋대로 움직이나 기다린 것이다.
이 게임은 그런 식으로 진행되지 않았고, 서준은 일단은 조직원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이럴 때는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다. 정보를 조금이라도 얻어야 한다.
“아아, 그래. 알겠다. 네놈도 나를 무시하는 거군. 이제 곧 내 목에 그들의 검이 박힐 거라 생각하나?”
“…….”
“왜! 대 놓고 말해보지 그래! 너와 나밖에 안 남은 이 저택이 내가 죽으면 네 것이 될 거라고 여겼다고! 착각하지 마라! 그들이 너를 받아들여 줬다 해서 네 처지가 변하는 건 아니다! 너는 그저 네 명을 따르고 빗질이나 하면 돼!”
그들?
서준은 여기서 그가 일단은 결사단에 들어가 있다는 건 알게 되었다.
결사단은 권력자를 포섭해서 그들의 이너 서클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조직이다.
그렇다면 빗자루 들고 청소나 하는 서준은 도대체 왜 그 안에 들어갔을까.
의문이다.
“썩 꺼져!”
흐음.
서준은 미소를 띤 채로 창백한 저택의 주인을 뒤로하고 집무실에서 나왔다.
끼이익.
문을 닫고 그 앞에 선 서준은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저 사람 곧 죽겠는데요?”
-??????
-무슨 소리야
-방장아… 살인 예고를 이런 식으로 하기 있냐?ㅋㅋㅋㅋㅋ
-아 살인 예고였음?ㅋㅋㅋㅋㅋㅋ
그때였다.
으아아악!
집무실 내부에서 비명 소리가 울렸다.
“아니 그림자 속에 암살단원이 있는 게 안 보였어요? 다들 보셨죠?”
서준이 너스레를 떨었다.
“그나저나 암살 임무였다면 이 저택에 그 어떤 경비원도 안 보였으니 난이도가 매우 낮았을 텐데…….”
그리고 서준이 중얼거리는 동안 시청자들은.
-뭘 봤다는 거냐? ㄷㄷㄷ
-아니… 뭔데
-그래서 왜 집무실 안 들어감?
-왜 안 막아줌?
-아니 그런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살단 놈들아 저런 방장 암살 가능하냐??????
-이거 결사단이 이기겠는데
* * *
비명이 들린 집무실로 들어갔다.
조금 전 서준에게 소리를 지르던 집주인은 의자에 널브러진 채 목에서 피를 흘리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었다.
암살자는 사라진 모양이다.
“유저였을까요. 아니면 NPC였을까요. 지금 사람이 죽었는데 그게 중요하냐니요. 중요하죠.”
어쨌든.
“살렸어야 했나?”
서준은 피식 웃으며 집무실의 탁자 앞으로 걸어갔다.
-아 개사이코패스 같아 ㅋㅋㅋㅋ
-방장아ㅋㅋㅋㅋ 살릴 수는 있던 거냐
-무기도 없잖아
왜 유저인지 NPC인지가 중요한가.
보통 외견으로 유저와 NPC를 구분하는 방법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지금 서준의 시야에는 거울을 보면 유저인 자신의 몸이 보이지만, 다른 유저들의 눈에는 서준이 빙의하기 직전인 NPC의 몸으로 보일 테니까.
다른 유저들도 마찬가지다.
소름 돋게도 방금 죽은 NPC가 유저일 수도 있던 것이다.
‘그 목적도 쓸데도 없지만 신들린듯한 연기를 보면 그럴 확률은 낮겠지만.’
WOB는 거대한 롤플레잉 게임.
만약 플레이어가 죽으면 특수한 아이템을 지닌 경우를 제외하고 30분의 부활 대기 페널티가 부여되며 다른 위치에서 다른 사람으로 다시 시작하게 된다.
서준이 아는 점은 대충 이 정도다.
뭐가 되었든 공적을 세우고 상대 세력의 영향력을 낮추면 보상을 얻게 될 수 있다고 하는데 그 방법은 차차 확인하고.
“무기가 왜 없어요.”
서준이 테이블 앞에 서서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림자가 드리운 부분에서 안광이 번뜩였다.
-미친
-저거 눈 마주친 거 맞음?
-아니 잠만 안 갔어?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서준의 목을 향해 검을 뻗은 암살자가 서준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빠른 기습이다.
눈이 마주쳤다는 걸 인지하기 전에 발을 박찬 것이다.
다만 서준은 들어오면서부터 떠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기에 몸을 살짝 틀고, 암살검이 있는 내뻗은 오른팔을 그대로 붙잡아.
휘이익!
쾅!
탁자에 엎어뜨리고 그대로 검을 벗겼다.
한 번 사용해 봤기에.
서준은 암살검을 장착했고 암살자는 당황스러운 듯한 기색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이 사정없이 떨리고 있는 걸 보니.
“유저군.”
서준이 활짝 웃었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반갑다.”
진심이었다.
* * *
한편.
베르데트에서 최대한 빠르게 포석을 쌓고 있다가.
베르데트로 온 멍청한 결사단 유저로 추정되는 인물을 발견하고, 기뻐하면서 죽이려 했다가.
바라보는 세상이 한 바퀴 회전하고 어느새 무기를 강탈당한 QA팀의 1인은 심히 당황하고 있었다.
“누, 누구야.”
그의 정면에는 백발의 노신사가 활짝 웃고 있었는데, 심하게 소름이 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