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407)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 407화(407/431)
제407화
“글쎄 누구일까?”
노신사는 오른팔을 털어내듯 바닥으로 내리면서 착용한 암살검에서 칼날을 빼냈다.
그 단순한 동작이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이 봐도 미려할 정도로 자연스럽고 어떤 경지에 오른 듯했으나 당장 QA팀의 대리, 박이수에게 와닿지는 않았다.
박이수는 당황스러운 감정도 잠시, 코웃음을 치면서 왼손의 암살검을 뽑았다.
“사실 나는 왼손잡이거든? 방금은 급습할 때 마땅한 방향이 오른손이어서 그렇지.”
박이수는 그가 엎어치기를 당한 이유도 그 때문이라 여겼다.
오른손으로의 공격은 익숙지 않았지만 급습이라 상관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런데 상대방이 인지 중이었으니 당했다.
그뿐이다.
“그런가?”
백발의 노신사는 피식 웃었고 박이수는 이 짧게 오간 대화 속 비언어적인 표현 안에 있는 지고한 오만을 느꼈다.
상대는 지금 명백히 그를 아래로 보고 있다.
“우습네.”
“뭐가 말이지?”
백발의 노신사가 점잖게 다시 한번 물었다.
“방금 들어온 것 아니냐? 이 퀘스트가 뜬 걸 보면 맞는 것 같은데?”
먼저 이 게임을 해 본 사람의 입장으로서 WOB는 이렇게 요약이 가능하다.
모든 NPC가 암살단이나 결사단이 될 수 있으며 상황이 1초마다 바뀌는 지랄 맞은 게임.
완벽한 공략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올바른 방향만이 있을 뿐이다.
조금 전에는 최선의 선택이 최악으로 돌아오기도 하는 게임.
수많은 변수를 계속해서 서버 내의 유저들이 만들어 내고, 그 서버 속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사소한 전투에서도 패배해서는 안 되는 게임.
“이 게임은 패배가 용납이 안 되는 게임이야 이 뉴비야. 아, 이미 패배하고 다시 태어난 걸까?”
“호오? 너는 뉴비가 아니라는 말이구나.”
“크흠.”
박이수는 헛기침을 했다.
티를 내고 안 내고는 자유지만 보통은 숨기는 게 좋긴 하다.
그럼에도 티를 안 내고는 못 배긴다.
그는 현재 이 게임을 가장 잘 아는 사람.
‘말을 알아듣기는 하네.’
박이수는 적당히 티를 내면서 싸울 준비를 했다.
상대방의 컨트롤 실력이 꽤 좋을지라도 뉴비는 뉴비다.
암살검은, 정확히는 암살단원들이 쓰는 전용 무기들은 결사단원이 쓴다고 해서 제대로 사용이 가능한 게 아니다.
‘데미지가 절반으로 들어가지.’
그러니 질 수가 없다.
“이봐. 폼 잡는 늙은이.”
“늙은이?”
“본인 모습이 어떻게 보이는지도 아직 확인 안 했나 보군. 잔말 말고 덤벼.”
“건방지군.”
“내가 간다!”
박이수가 달려들었다.
그에게는 수많은 카드가 있었다면, 상대방은 갓 들어왔으니 절반의 데미지만 들어오는 무기밖에 없을 터.
첫 공격은 가볍게.
“실력으로 찍어 눌러주마.”
암살검 대결.
그에게 익숙지 않을 리가 없었고.
왼쪽 손등에서 튀어나온 검이 마치 뱀처럼 날렵하게 무방비한 노신사의 목을 찔러 들어간 순간.
“어?”
그의 목에 통증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의 왼손은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안 보였다.
보이지가 않는다는 건 쉽게 말해 수준 차이가 크다는 걸 뜻한다.
박이수, 그와 수준 차이가 크게 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는 무비 소프트의 QA팀으로 뽑혔고 이 뜻은 일반인 중에서는 최고의 게이머라는 거다.
설령 프로 선수라 해도 탑급이 아니라면 이런 차이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후 노신사가 말을 하는 순간부터 박이수는 누군가가 겹치기 시작했고.
“음? 데미지가 낮은 것 같은데? 설명이 필요할 것 같군.”
그 겹쳐진 인물은.
“마찬가지로 내 얼굴이 어떻게 보이는지도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오만하지만 그럴 자격이 있기에.
“죽기 전에 말해주고 가면 좋을 것 같군.”
박이수의 머릿속에서는 경고등이 켜졌다.
그것도 매우 큰 경고등이.
“말 안 해주고 죽으면 찾아가도록 하지.”
잘못 찍혔다.
이거 만약에 잘못하면 게임 내내 시달릴 수도 있다.
당장 박이수에게 떠오른 생각은 그것뿐이었다.
* * *
패배했다.
죽었다.
도망치는 건 불가능했다.
도망치는 걸 애초에 상정을 안 해서 대비가 안 된 것도 있지만, 서준은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끝까지 자신을 서준이라 밝힌 것은 아니었지만 그 정도의 실력에 인성을 갖춘 유저는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었다.
어차피 보험용으로 설령 죽어도 페널티 없이 다시 시작하는 아이템을 얻어 놨기에 괜찮긴 했지만.
[박이수: 베르데트에 그 사람 떴음. 빙의한 결사단 NPC는 노집사임.]그는 팀원들에게 바로 메시지를 날렸다.
참고로 WOB는 게임 내에서 인터넷을 하거나 방송을 보거나 다른 앱으로 채팅을 하는 것 전부가 자유였다.
어차피 악용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베타 테스트에 만약 악용 방법이 생긴다면 고칠 것이다.
방플의 문제도 있긴 하지만 그건 스트리머가 알아서 할 수 있다.
당장 지금의 경쟁도 그들이 방플을 할 리도 없지만, 애초에 서준은 매우 오래된 구독자가 아니면 전부 10분 늦는 자신의 화면을 보게 설정을 해 놨다.
원천 차단한 것이다.
실시간으로 채팅을 올리는 이들의 여론이 전부 찐팬이라 좋을 수밖에 없다는 장점 또한 가지고 있었다.
어쨌든.
-설마 베르데트에 갈 줄은 몰랐는데.
-예상은 했잖아.
-그래도 거의 80%니까.
-그 80%에 도달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니까 그런 거겠지.
-역시 30분쯤에는 구사일생의 토템을 최우선으로 먹어놓으라는 팀장님, 그저 빛!
-그런데 베르데트의 어떤 노집사를 말하는 거지? 그걸로 어떻게 키울 수 있더라?
-이미 박이수가 베르데트에서 수많은 변수를 만들어 놨을 테니 우리가 고민하는 건 의미 없어.
-하지만 루트는 적당히 보일 거 아니야.
-그 서준이라는 게 문제지. 버그도 나타날지도.
[박이수: 걱정 마라. 팀장님도요. 내가 일단 잘 억제했음. 별거 아니던데?]-니가??ㅋㅋㅋㅋ
[박이수: ㅇㅇ 죽더라도 그냥 죽지는 않았지.]-그래. 잘해 봐라. 곧, 그리고 가장 먼저 80%를 찍을 테니까 발목만 잘 잡으면 그대로 게임 터진다.
최선을 다하라고 그들에게 사장이 명령했기에, 그리고 서준도 동의했기에 그들은 최선을 다하는 중이었다.
비겁하다 할지라도.
“이미 게임은 끝났지. 일단 진정제는 투여했으니까.”
시간만 끌면 된다.
그러면 서준이 베르데트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40분 만에 올 줄은 몰랐지만 게임은 이미 기운 상태나 다름없다.
“하하하! 검 들고 여기의 모든 암살단 지부를 초토화시키지만 않는다면 우리가 그냥 그대로 승리할 거다!”
* * *
“이걸 다 말해주고 가네요. 아니 이렇게 착한 사람이 있다니.”
서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참으로 놀라웠다.
분명 그를 노린 것과 이후에 검을 빼앗긴 후에 말만 봤을 때는 한 성격 하는 것 같았는데.
-ㅋㅋㅋㅋㅋ 방장아 니가 싸대기 때려서 정신 차리게 해 놓고는 무슨 착한 사람이라고 하는 거니
-딱 봐도 방장인 거 눈치챈 듯?
-저 유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개 똑똑하네. 결국 죽었지만ㅋㅋㅋㅋㅋ
-아아 방장 앞에만 서면 분노조절 잘해가 되어버리는…
-사이코패스쉑
분명 그의 방송을 오래 본 사람들만 현재 실시간으로 방송을 보면서 채팅을 칠 수 있는데. 왜 여론이 이런 건지 서준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넘어갔다.
원래 트수는 이해 불가능한 존재다.
서준은 설정을 만진 뒤 거울 앞에 섰다.
“오.”
백발의 노신사.
“관리가 잘 되어 있군요.”
관리가 잘 된 백발의 노신사가 거울 앞에 서 있었다.
“마음에 드는데요?”
전생의 그는 외적으로는 늙어본 적이 없었다.
젊었을 때 지고의 경지에 오른 덕분이다.
그러니 지금의 모습이 꽤 마음에 들었다.
-그거 앎? 시간 오래 지나면 얼굴만 조금씩 바뀔 거임. 본인 원래의 얼굴로
-노신사 방장 버전을 볼 수 있다는 건가?
-지금도 잘생겼는데 방장 얼굴까지 점점 드러난다고? ㅅㅍ
시간이 지나 최종적으로 정착한 모습 또한 서준과는 거리가 멀겠지만.
어느 정도 특징들이 드러날 수도 있다고 하니 그걸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자 그러면.”
서준은 외형을 다시 돌리지 않고 기다리기로 했다. 다음 상황이 벌어질 때까지.
일단 저택의 주인이 죽었으니 기다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 거라고 그 사람은 조언을 건네주었다.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합리적이었으니 집무실 벽에 기댄 것이다.
문제는 당장 베르데트의 상황이 급하다는 거다.
80%로 올라가는 게 막혀 있지만, 언제 뚫릴지 모르고.
이렇게 막혀 있다는 건 만약 뚫릴 경우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하니까.
‘뭐 일단 막으려 해도 이게 먼저니까.’
그리고 1분쯤 지났을까 서준의 시야에 10초 정도 되는 컷 씬이 떠올랐다.
한 마차가 다 해진 저택 앞에 서고 그 안에서 망토를 두른 두 명의 사람이 내려서 저택 안으로 내려오는 씬이었다.
“결사단이겠군요.”
이내 컷 씬이 끝나자마자 집무실의 문이 열렸다.
망토를 뒤집어쓴 두 사람이 다가온 것이다.
“뭔가 분위기가 다른데요?”
질서를 중시하는 결사단.
그들은 질서를 위해서 권력자들의 압제를 허용한다.
그게 종국에는 더 이로운 일이라 여기니까.
그러니 진정한 의미의 결사단원과 그저 권력자여서 들어왔을 뿐인 결사단원에는 차이가 있고 서준은 그 분위기를 감지했다.
“죽었군.”
“자네가 죽였나?”
두 사람이 서준을 바라봤다.
“아니다.”
“우린 이 벌레 같은 놈 말고 이 자를 묻는 거다.”
그들 중 한 명이 집무실에 널브러진 저택의 주인이 아니라 옆에 쓰러져 있는 시체를 가리켰다.
암살자의 시체였다.
“그건 내가 죽였다.”
“어떻게? 우리가 알기로 자네는 그저 집사 일밖에 안 해 왔던 걸로 아는데. 그리고. 쓰읍. 예의가 좀 없는 것 같은데?”
서준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예의는 자네가 없는 것 같군.”
높은 사람?
그게 뭐 중요한가.
-사춘기가 온ㅋㅋㅋㅋㅋ 아니 갱년기가 온 방장?ㅋㅋㅋㅋ 갱년기도 지나갔을 나이긴 한데
-치매로 하자 ㅋㅋㅋ
-치매 예방에 좋은 행동들 다들 미리미리 꼭 해요!
“허, 바른대로 말하지 못하겠느냐. 지금 같은 상황에서 함부로 암살자를 죽였다간 큰일이 날 수 있고 그러니 우리는 누가 죽였는지 알아야 한다.”
“나다.”
“진짜로? 어떻게?”
“그보다 먼저 자네가 대답해줬으면 좋겠군. 함부로 죽였다간 큰일이 난다는 게 무슨 의미지?”
“전력이 우세한 그들이 복수를 하겠다고 움직여서 현재 우리 관리자 중 누군가가 한 명이라도 암살이라도 당했다간 큰일이 난다. 그러니 빨리빨리 말해주지 않겠나?”
방금 말한 우리에는 핵심 인물들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예컨대 도심 속 그림자의 지배자 같은 이들을 말하는 거겠지.’
이미 지배자가 둘에서 셋이나 죽은 상황이라 생각하면 편하다.
인력 부족의 상태인 것이다.
그렇다면 조직 내에 중간 인력이 부족하다면, 혹은 한 명이 더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좋아 말해주지.”
인재가 귀해지겠지.
“그래. 어떻게 죽인 거지?”
“이렇게.”
서준은 검을 뽑았다.
그 의도를 알아차린 NPC가 뒷걸음질을 쳤다.
“잠시만……. 자리를 옮겨서 대화하지.”
“겁먹었나?”
“…….”
서준은 그렇게 베르데트의 결사단 기지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무비 소프트 형들 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맞아?ㅋㅋㅋㅋㅋ
-난 왜 이제 겨우 깽판 시작인 것 같다는 강렬한 예감이 드는 거짘ㅋㅋㅋㅋ
-노신사 개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