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411)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 411화(411/431)
제411화
“아. 이게 안 보여요?”
베르데트의 암살단 본거지의 위치는 이안이 알고 있었다. 아마 암살단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한다.
베르데트 같은 도시에서 활동하면서 본거지를 숨기는 건 힘들다고 한다.
대신, 서로 건들지 않는다.
전면전을 벌이지 않는 이상 뚫지 못하기 때문이다.
몰래 병력을 모으면 그 정보가 새어나가 전면전이 될 것이고, 들키지 않을 정도의 병력으로는 본거지를 뚫지 못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략적으로 알 뿐이다.
그러니 열세인 상황에서 본거지를 옮기려면 옮길 수도 있다.
현재 서준은 이안에게 들은 장소로 가고 있었는데, 한 거대한 건물들이 밀집된 골목의 입구에 섰을 때 그림자 속 수상한 무언가가 보여서 멈춰 섰다.
“트랩 아닌가? 아니, 저기 있잖아요 저기.”
-어디 방장아
-뭐가 보인다는 거냐
-우리 방장은 도대체 평소에 뭘 보고 사는 걸까ㅋㅋㅋㅋ
-밝기를 최대한 키우면 보인다 얘들아!!!
“보이죠?”
서준은 피식 웃고 그림자 근처로 다가갔다.
그리고 정확히 이질적인 무언가의 경계선 앞에 서서 그대로 허리를 굽혔다.
-와 보이네???
-잠만 이거 암살단의 트랩 아님?
-악랄한 새끼들. 지뢰나 설치하고
-그것보다 저런 거 유저가 설치하기 겁나 비싼 건데 저걸 알아보는 방장의 실력이 더 악랄한 거 아닐까?
바닥에는 아주 미세하게 그림자보다 조금 더 진한, 그리고 지면보다 살짝 높은 발판이 있었다.
“도대체 제가 왜 더 악랄한 거죠?”
부비트랩이다.
“밟으면 터지는 거네요. 적어도 당사자의 체력 절반은 바로 까이는 폭탄.”
이곳은 마치 홍콩의 구룡성채와 비슷한 장소였다.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마치 밀림과 같다.
그리고 2층, 3층, 4층, 5층을 보면 주민들이 만들어낸, 건물끼리 이어주는 길들이 나 있었다.
그저 나무 판때기 같은 것들이 재료였다.
햇빛이 잘 들어서지 않는다.
넓지 않은 골목에 들어오는 빛은 목재의 판이 만들어낸 길들을 비좁게 통과한 실선들뿐이었다.
그런 곳의 입구는 유독 어두웠다. 부비트랩이 설치되어 있기까지 했으니.
“본거지는 여기 있는 게 확실하겠군요.”
그렇다면 의문이다.
도대체 왜.
“조용하네요.”
사람이 없을까?
서준의 눈이 깊숙한 곳을 들여다봤다.
-ㄷㄷ
-사람 없으니까 분위기 죽이네
-베르데트에 저런 곳이 있었구만! (베르데트 본 지 1시간도 안 됨)
-암살자 유저들에게 딱 어울리는 슬럼이네
-흙수저 프레임 멈춰!
-솔직히 이게 더 운치 있는데? 난 암살단 좋은데?
-방장아. 옥상으로 가면 편함
이곳은 도심의 어떤 특정한 지역이 아니었다.
그저 골목으로 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이렇게 건물들이 이렇게 밀집해 사는 구간이 나오는 것뿐이다.
그러니 사람은 많아야 한다.
한 명도 없어선 안 된다.
아무리 암살단의 본거지라 하더라도.
오히려 사람들이 있어야 암살자들에게는 더 유리한 법이다.
모래 알갱이는 모래사장에 숨겨야 하는 법.
그러니 이상하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네요. 입구에 대놓고 트랩을 설치한 것도 인파를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어서고요.”
한 세력의 영향력이 80%에 가까워지면 도시에서 이런 종류의 일까지 할 수 있단 뜻인가.
시종일관 여유롭던 서준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원탁에 들어갔을 때가 기대되는군.’
새삼스럽게 두 세력 간의 싸움에 게임 속 NPC들이 얼마나 큰 희생을 치뤘을지가 궁금해지지만 거기까지.
“딱 봐도 함정 같은데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일까요?”
누가 이곳에 쳐들어온다는 것인가.
“제가 아무리 이상한 사람이라고 해도 이렇게 본거지를 바로 쳐들어올 거라고 생각한다고요? 이걸 본인도 아네 30초 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상대는 도대체 어떻게 그가 쳐들어올 걸 확신하고 사람들을 통제했을까.
자원을 많이 소모하는 부비트랩들을 이렇게 입구부터 깔았을까.
“아니 물론, 지금 이렇게 쳐들어오긴 했는데 말이죠. 신기하네요. 저는 암살단 보고 빨리 80%를 찍으라고 하고 있었는데 거참.”
서준은 머리를 긁적인 뒤 중후한 목소리로 말했다.
“곤란하네요.”
그리고 눈빛을 바꿨다.
이전에는 마실 나온 인자한 노인이었다.
“준비해줬으면.”
서준은 아이템창에서 지팡이를 꺼내 땅을 짚었다.
소드 스틱.
서준이 튜토리얼에서 사용했던 지팡이 속에 검을 숨겨놓은 그 무기다.
“또 부숴줘야 하니까요. 제가 무엇 때문에 왔든 말이죠.”
당장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본래의 전략 따위 어떻게 되든 상관없게 되었는데.
-????
-방장아 나 베르데트의 암살자인데 그냥 돌아가라ㅋㅋㅋㅋㅋ 진짜 위험하다
-스포 에반데
-뜬금없지만 원탁 잡으려고 만든 거임. 원탁 NPC
“아. 방플이 되었군요.”
서준의 눈이 순간 풀렸다.
* * *
어쩌다 보니 일의 전말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암살단의 거대한 삽질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가 서준이 내전을 일으켰다고 여겼고(일정 부분 사실이긴 하다) 원탁의 NPC가 올 것을 대비했다는 거다.
그러다가 시청자 중 누군가가 지금 원탁이 오지 않는다는 걸 알리게 되면서 유저들끼리는 난리가 났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큰 요소는 아니다. 서준의 결정에 영향을 줄 정도도 아니었고.
하지만.
-아 그걸 왜 말함?
-매너 없네 진짜
-게임이나 하지 왜 방송을 보고 있는 거냐 이 선택받은 자식아 ㅋㅋㅋ
-자기들 선택받은 사람들이라 하는 거 킹받으면 개추 ㅋㅋ
-조용히 있지 꼭 아는 척을 하려고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서준은 원하지는 않았지만 부당한 방법으로 정보를 알게 되었다.
이는 논란거리가 될 수 있었다.
당연히 대다수의 사람들은 서준이 고의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양해를 해 주지만 문제는 소수다.
목소리는 그들이 가장 크다.
시청자들 대부분도 이 점을 걱정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겠습니다.”
이런 상황을 풀어나갈 해법은 결국 정면 돌파밖에 없다.
서준의 판단은 빨랐다.
그는 베테랑 스트리머다. 십만이 그냥 넘어가는 방송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경력 기간과 상관없이 베테랑이라는 증거다.
“어차피 암살단 또한 삽질을 해서 당황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하고 또한 저는 원탁에 들어갈 사람이기 때문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장 광인모드 또 눌렸나?ㅋㅋㅋㅋ
-원탁에 들어갈 사람은 뭔데 ㅋㅋㅋㅋㅋㅋ
-이 새끼는 진심으로 믿고 있음. 아니 진짜로
“이 슬럼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안에서 암살단의 기지를 찾을 때까지 한 대라도 맞으면 바로 결사단의 모든 병력을 이 안으로 투입시키도록 하죠.”
열세인 병력을 적의 본거지에 투입시키겠다는 뜻은 베르데트를 바로 포기하겠다는 거다.
“수락한다면 나오세요. 듣고 있잖아요?”
서준은 지팡이를 짚은 상태에서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정확히 서준이 바라본 그곳에서, 사람이 쑤욱 튀어나왔다.
“안녕하세요!”
“아까 죽은 거 아니었나?”
“구사일생했습니다!”
“특성이 있나 보군.”
서준이 들어오자마자 만난 유저였다.
박이수.
-ㅋㅋㅋㅋㅋㅋㅋㅋ 바로 반말 까네 방장 미친놈ㅋㅋㅋㅋㅋㅋㅋㅋ
-한 번 죽인 놈인데 존대할 필요가?
-정보) 방장은 죽이기 전에도 반말을 깠다ㅋㅋㅋㅋㅋ
이번 사태의 원흉인 그는 급하게 상황을 수습하려 나온 상태였다.
그리고 서준은 마침 이 사람이 암살단이 오판하게 된 원흉이라는 직감이 들었고 이는 맞았다.
“수락한다는 의미겠지?”
“네, 맞습니다!”
여전히 싹싹하다.
“그런데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무슨 말이지?”
“총관리자가 되셨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방송을 본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들려오는 게 있다 보니.”
“그래서.”
“총관리자는 서준 님 생각보다 훨씬 높은 계급입니다!”
-그걸 너는 왜 아니?
-설마 저 쉑 QA팀 아님?
-가능성 있다
-마스터급 암살자였던 거 같은데 그리고 구사일생했다고도 했고 뭔가 고인물의 향기가 난다
서준은 피식 웃었다.
진작에 확신했지만, 박이수는 확언은 안 해도 적당히 밝힐 생각인 것 같았다.
‘성격이 저런 거겠지.’
첫 만남부터 흘리긴 했으니.
“얼마나 높다고?”
“웬만한 유저들은 닿기 힘든 계급이죠. 열 번의 게임 중에 한 번?”
“의미 없군.”
“서준 님한테는 그럴지도요! 그렇다 하더라도 저기 들어가는 건 자살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서준은 이쯤에서 또 한 번 확신했다.
이 유저는, 아니 QA팀의 일원인 이 사람은 일부러 서준을 말리고 있다고.
‘수습하려 하는 거군.’
일부러 서준을 도발한다.
싹싹한 척하면서.
어떻게든 베르데트의 슬럼으로 그냥 들어오게.
도발을 안 했어도 서준은 들어갔을 테지만, 이건 기분이 나쁘다.
“됐다. 들어가지.”
서준이 박이수와 눈을 마주쳤다.
싹싹했던 말투와 다르게 눈은 싸늘했다.
역시 도발이었다는 증거다.
기쁜 기색을 내비치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서준은 물었다.
“내가 암살자들을 안 죽이겠다고 얘기는 안 했는데?”
“하하하! 살아남기 바쁘실 겁니다! 정말 들어간다면요!”
“암살단의 모든 전력을 모아라. 그 정도는 가능하겠지?”
“알겠습니다. NPC를 설득해 보죠.”
“3분 뒤, 그때 들어가도록 하지. 베르데트의 슬럼으로. 그때 너희를 몰살하겠다.”
* * *
“휴.”
박이수는 지부장의 설득을 완료한 뒤, 스킬로 슬럼의 꼭대기 층의 그림자 속에 숨은 상태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저 중 한 명이, 그가 원탁이 온다는 잘못된 예측을 내렸다는 것을 알려준 후부터 우왕좌왕했었다. 자칫하다간 일을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도 팀장의 도움 덕분에 일을 여기까지 풀어냈는데.
‘도발을 대충 하라고 했었지. 중요한 건 우리가 회심을 기울인 함정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었고. 알게 된 이상 스트리머로서 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고.’
마치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처럼.
성격적인 부분일 수도 있다고 했다.
‘어찌 되었든.’
서준이 골목 앞에서 위를 보고 말했다.
“이제 들어가도록 하지.”
내려다보고 있는 그를 정확히 응시하는 것 같았다.
도대체 어떻게 볼 수 있다고?
‘우연이겠지?’
암살단의 스킬들은 어둠 속에 녹아드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들이 들어간 부분은 다른 명도가 아주 조금 더 낮아지고 일렁이기도 한다는데 이 정도를 결정하는 건 시전자의 숙련도다.
그리고 박이수 그는 이 위장의 숙련도가 매우 높았다.
서준은 그런 그를 아까부터 정확히 포착해내는 것 같았다.
‘그럴 리가.’
단순히 모니터 안에 있는 마우스 포인터 하나도 자주 놓치는 게 인간인데 이걸 어떻게 보겠는가.
정말 불가능하다.
그는 원탁의 일원들을 몇 번이나 봤다.
그리고 지금 이 슬럼에는 무려 그 괴물 같은 NPC인 원탁을 잡기 위해서 그가 직접 설계하고 깔아놓은 함정들이 무더기로 있다.
그의 모든 자원뿐만 아니라 베르데트의 대부분의 자원을 끌어다 썼다.
지부장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기에.
‘물론 틀렸지만. 어쨌든 저 인간을 죽이는 것만으로 이득이야. 베르데트는 언제든 먹을 수 있으니.’
몰살은 무슨 똥폼인지.
서준이 안으로 들어갔고 박이수가 조소했다.
그가 있던 위치의 그림자가 살짝 일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