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415)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 415화(415/431)
제415화
“죽기 싫어서 발악하는구나!”
퍼시벌의 비웃음과 함께 무기가 두 개의 단창으로 나뉘었다.
암살자들이 기상천외한 방법과 스킬로 결사단원을 암살하듯 결사단의 보스들은 여러 페이즈가 존재한다.
아마 이것이 퍼시벌의 2페이즈일 것이다.
양손에 단창을 든 퍼시벌이 투척을 준비했다.
그러는 사이 서준은 조금 전에 흘렀던 사고의 흐름을 빠르게 되짚었다.
‘약점 포착이란 스킬을 얻을 수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해 놨지.’
암살단의 여명 WOB는 어떤 스킬의 해금 조건을 얼마나 채웠는지 알려주질 않는다.
그러니 어떤 스킬이 있는지 당장 알지는 못한다.
1년 넘게 밝혀지지 않는 스킬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래서 약점 포착의 존재 여부는 사람들의 관심사였고, 몇몇 사람들은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확인해 보러 달려갔다고 한다.
‘없을 확률이 높다고 결론을 내렸나?’
결을 아직도 완벽히 파악한 사람은 없다.
그래도, 수많은 반복과 집념 끝에 어느 정도 감을 잡은 사람들이 존재하긴 하고.
이번 WOB에 이전 시리즈에서 나왔던 무기가 그대로 복사되기도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이전 시리즈에 있던 무기에 결이 그대로 적용되는지 실험해봤고 파괴가 되질 않자 결론을 내렸다.
‘없다.’
라고.
하지만 서준은 다르게 봤다.
이번 WOB는 기조가 이전 시리즈에서 확장된 게임일 확률이 높다.
암살자가 어떠한 방식으로든 암살할 수 있게 자유를 준 것이 도숨이다.
그렇다면 지금 작품은?
암살단이 되어서 원하는 대로 암살을 하거나, 결사단이 되어서 원하는 대로 지배를 하거나.
도숨을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서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도숨을 계승한 작품이다.
그렇다면 과연 결은 계승 안 했을까?
‘약간 바꿨겠지. 같은 방식으로 하면 너무 쉬우니까.’
아마 결을 설계한 사람은 서준과 한 번 더 붙어보기 위해서라도 결을 넣자 주장했을 것이다.
‘그게 게임 개발자의 특징이니까.’
서준은 이미 겪어 보지 않았는가.
괜히 쓸데없이 패배할 걸 알면서도 승부를 걸어오는 게 개발자다.
그것도 여러 번 도전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족속들이다.
어쨌든 그렇기에.
후우웅!
‘지금부터 찾아보면 되는 거 아닌가.’
단창이 날아온다. 두 개가.
후우웅!
그리고 두 개의 단창을 피한 순간 퍼시벌이 서준의 앞에 다가섰다.
무기를 둘 다 날렸는데 왜 다가왔냐고?
날아갔던 단창은 어느새 퍼시벌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창은 분열되었지만 기능은 그대로였다.
-캬! 결이 있었네!!!!
-이제 해체 쇼 드가자
-쟤도 안에 스타킹 신고 있는 건 아니겠지
-스타킹은 고증입니다만?
-방장아 그런데 결 있는 거 맞냐?
근접전이 당연한 수순으로 펼쳐졌다.
챙!
왼쪽의 단창을 지팡이로 막으면서 서준은 다음 공격을 피했다.
퍼시벌의 공격은 거의 동시에 연계되는 형태였다.
또한 퍼시벌은 창의 투척과 소환을 능숙하게 패턴 속에서 매우 적절하게 섞어내고 있었기에 난이도는 매우 높았다.
이런 형태의 보스가 유저들에게 익숙할 리는 없었기에 원탁에 들어갈 만했다.
챙!
서준은 네 번째로 상대방의 공격을 받아냈을 때 창을 흘리면서 퍼시벌의 몸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소드 스틱을 휘둘렀다.
갑옷은 안 깨졌다.
이어서 다음 공격이 몰아쳤다.
-퍼시벌이 저런 식으로 싸우는구나
-옛날에 나올 땐 그냥 ㅈㄴ 멀리서 개 큰 창으로 저격하더니만 근접전도 좀 하네
-방장 상대로 아직까지 버티고 있음!
-근데 방금 갑옷 왜 안 부서짐?
살벌한 창의 난무 속 서준은 여러 번 갑옷을 노렸다.
그러나 갑옷은 파괴되질 않았고 체력도 줄어들지 않았다.
-이거 결 없는 거 아님?
-방장이 못 찾다니
-외계인이 아니었던 건가!
-외계인은 무슨 드립임?
-옛날에 알파카랑 합방해서 투표할 때 방장이 결을 찾아내는 게 외계인이라서 그랬다는 선택지가 있었음
-아니다. 무명좌는 결을 보는 제3의 눈을 지닌 외계인이다! 라고ㅋㅋㅋㅋㅋㅋ
후우웅!
“포기해라. 그리고 죽어라. 건방진 소리를 한 벌은 내리지 않겠다. 어차피 죽을 테니.”
서준은 몇 번 더 공격의 틈 사이에서 갑옷을 베어봤지만 미세한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어? 이제 ㅈ된 거냐?
-결 없으면 잡을 방법이 없지 않나ㅋㅋㅋ
-퍼시벌은 그럴 듯. 갑옷이 엄청 단단하네
-하필 원탁에서 퍼시벌 나온 게 불운으로 작용한 건가
‘아예 못 잡게 해 놓았을 리는 없다.’
방법이야 찾으면 되는 문제다.
무차별로 난사하는 공격도 결국 맞지만 않으면 되니까.
하지만 서준이 원하는 것은 제압이었다. 원탁의 제압.
이를 위해서는 결이 필요하다.
‘생각해 보자. 결은 보스전 전용 시스템이다.’
몸을 왼쪽으로 틀어 내찌르는 창을 피하며 서준은 머릿속에서 퍼시벌의 판금에 무수한 빗금을 그었다.
개발자는 이번에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결을 넣었을까.
저번과 달리 이번에는 보기가 없긴 하다.
예전에 결을 찾았을 때는 적어도 두 무기의 결을 알고서 의도를 찾았었다.
이번에는 그런 예시가 없었다.
그러나.
이전 시리즈의 데이터가 있다.
‘그것에 조금 더 변형해서…….’
그때 퍼시벌이 말했다.
“쥐새끼처럼 잘 피하는구나. 암살단의 첩자처럼. 끝내주마, 이제.”
퍼시벌의 공격속도가 갑자기 빨라지기 시작했다.
“광폭화도 있군요.”
-ㅋㅋㅋㅋㅋㅋ ㅈ됐다!
-방장 당황했죠?
-음 격 올랐으니까 이걸로 된 건가
-베르데트 총관리자 ㅂㅂ
“빨라지는 데 그래도 한계가 있겠죠.”
“나에게 한계란 없다, 벌레야.”
“없다는군요. 이런.”
이건 게임이 의도를 갖고 서준에게 정보를 건네준 것이 확실하다.
-ㅋㅋㅋㅋㅋㅋ 저세상 대화 뭔데
-NPC가 찰떡으로 알아듣넼ㅋㅋ
서준은 공격이 날아오는 와중 잠시 심호흡을 했다.
제압을 해야 한다. 결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찾을 수 있겠지.’
서준이 여유를 지웠다.
그리고 지팡이에서 마침내 검을 꺼내 제대로 무기를 쥐었다.
“빨리 죽어라.”
서준은 퍼시벌의 몸에 다섯 개의 검흔을 떠올렸다.
연속으로 벤다.
없었다.
다시 조정해서 다섯 개의 검흔을 머릿속에서 떠올린다.
없었다.
다시 조정한다.
-진짜 결 없나 본데?
-방장 피지컬 그 와중에 미쳤다
-지금 열심히 찾고 있나 보네
-당황하셨어요?
그리고 두 개의 단창 사이를 종횡무진하면서 다음 다섯 개의 검흔을 베기 시작했다.
한 번만 걸리면 된다.
하나의 예시만 나타난다면.
“안 죽는군. 그렇다면 더 빨라져서……!”
퍼시벌의 공격속도가 또 한 번 올라가려는 순간이었다.
“크헉!”
갑옷이 깨졌다. 산산조각이 났다.
그들이 이전 시리즈에서 봤던 그 이펙트였다.
“흐.”
서준의 잇새 사이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찾았군. 간단하네.”
-캬!
-결국 찾냐 이걸ㅋㅋㅋㅋ
-이거 찾아낸 거 맞지?
-ㅇㅇ 아닐 수가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퍼시벌 ㅈ됐네?
-그 와중에 방장 웃는 거 뭔뎈ㅋㅋㅋ
“네놈이!”
“이제 모셔갈 준비를 하거라.”
결국 결이 있다면.
서준은 원탁에 무조건 들어갈 수 있다.
* * *
“퍼, 퍼시벌 님이…….”
이안이 좌절했다.
그러나 죽지 않게 되어서 좋아하는 게 목소리에 살짝 묻어 나왔다.
서준은 혹시 어느 순간부터 이안의 몸에 유저가 들어온 게 아닌지 진지하게 의심하기 시작했다.
“따를 것이냐?”
서준은 공격을 멈춘 퍼시벌을 보다가 눈을 살짝 돌렸다.
약간 부담스러웠다.
“나를 공격하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알겠으니까 다가오진 말고 얘기해라.”
퍼시벌은 원래 의복을 입고 있다가 갑옷이 몸을 두른 케이스다.
그런데 그 갑옷이 어디선가 소환된 줄 알았는데 의복에 장착된 기능이었나 보다.
갑옷이 파괴된 상태에서 퍼시벌은 거의 맨몸과 다를 게 없었다.
그 와중에 가터벨트와 스타킹만은 남아 있었는데, 서준은 무비 소프트의 개발자 중 약간은 보편적이지 않은 취향을 가진 사람이 있다에 손목을 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안? 옷을 가져오지.”
“네.”
“그래, 퍼시벌 대답은?”
“벌레야. 원탁은 너 같은 자격 없는 자를 받아줄 수 없단다.”
“흐음.”
퍼시벌의 갑옷을 전부 파괴하는 순간 퍼시벌은 공격은 멈췄다.
흥분하지는 않았지만 이성을 잃은 상대를 잠시 잠재운 것 같은 상황이 벌어졌고, 서준은 그에게 대화를 시도했다.
그런데 할 때마다 대답이 마음에 안 든다.
“죽어도?”
“나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은가?”
“그러면 내가 못 할 것 같은가? 무기도 파괴시켜 줄까?”
“미안한데 내 무기는 파괴되지 않는다. 벌레야.”
“그러면 내가 갖도록 하지.”
“주인을 인식한다. 벌레야.”
“주인이 죽으면?”
“그건…….”
“본인이 죽을 위기라는 걸 알고 있나 보군.”
“아니다!”
-자강두천ㅋㅋㅋㅋㅋ
-퍼시벌 저 새끼는 자존심 언제 꺾일지 궁금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WOB 이런 게임 맞냐고 ㅋㅋㅋㅋㅋ
-방장과 엮이기만 하면 하나 같이….. 저게 그 몇 km 밖에서 ㅈㄴ 멋있게 투창하는 랜서가 맞나?
서준은 진심을 담아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나를 모셔가는 거지? 보통 제압하면 되던데?”
“…….”
퍼시벌이 3초 정도 입을 벌린 채로 가만히 있다가 말을 했다.
“그게 나한테도 될 것 같은가!”
-퍼시벌 순간 당황했닼ㅋㅋㅋㅋ
-슬슬 무너질 듯
-그래 보통 제압하면 됐지 ㅋㅋㅋㅋㅋㅋㅋㅋ 방장 인생 개 편하게 살았나 보다
“흐음. 말로 해서는 안 될 것 같군.”
이건 확실해졌다.
퍼시벌은 죽는다 하더라도 본인의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것이다.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진짜 죽을 위기에 처하면 바뀌지 않을까, 이걸 구현하지 않았을까.
혹시 퍼시벌이 하남자라면.
“죽여라!”
그건 아닌 것 같고.
“도망치지는 않는 건가?”
서준은 어떠한 구속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퍼시벌은 그저 서 있었다. 레깅스 차림으로.
“그래. 나는 원탁이다.”
“나도 원탁이다.”
“너는 아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원탁이다란 개 멋진 대사를 바보 둘의 대화로 만들어버렸어 ㅋㅋㅋㅋㅋㅋㅋ
-돌겠네ㅋㅋㅋㅋ
-오 이안 왔다!
옷을 주섬주섬 입은 퍼시벌이 서준에게 말했다.
“나를 죽여도, 죽이지 않아도, 놓쳐도 결국 너는 죽을 것이다. 우리는 갑자기 어디에서 굴러들어온 지도 모르는 놈을 신뢰하지 않는다.”
“흠. 나는 원래 이곳 소속이었다만?”
“이미 너의 마음대로 군 시점에서 너는 배신자일 뿐이다.”
“음…….”
서준은 고민에 빠졌고 퍼시벌이 비웃었다.
“하하하. 어떻게 할 거냐. 지금이라도 빌 거냐? 그렇다면 내가 고통 없이 보내주마.”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무엇일까.
조금 더 팬다?
아니다. 안 될 확률이 높다.
목숨을 버릴 각오 정도는 있을 것이다. 그런 위대한 존재들이니까.
그렇다면?
서준은 결론을 내렸다.
“가라.”
“하하하! 나를 지금 놓아주면 원탁이 두 명이 올 것이다.”
“알겠으니 가라니까?”
“그다음에는 세 명이! 뭐라고?”
“어서 가서 모셔오라고.”
서준이 내린 결론은 이랬다.
“빨리.”
한 명을 제압하는 게 안 되면 두 명을 제압해보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