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423)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 423화(423/431)
제423화
“그야 당연히 터무니없는 말씀을 하셔서 아닐까요? 반갑습니다, 서준 님. 저는 무비소프트 QA담당 부서의 김찬 대리라고 합니다.”
김찬 대리.
누군지 모른다.
서준은 먼저 만난 박이수에게 QA팀에 대해 물어본 적이 없었으며.
‘암살단의 행적을 봤을 때 비슷한 이름은 한 번도 튀어나온 적이 없었지.’
서준은 조금 전 본 수많은 서류의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완전기억 능력과 같은 특별한 능력을 선천적으로 타고난 덕분은 아니다.
무를 쌓는다는 것은 단순히 신체를 단련해 강화하는 일뿐만이 아니다.
오성.
전생에서는 보통 이해력과 사고 능력 등을 통칭해 부르는 말이었다.
무공을 배움에 있어서 오성은 중요하다.
무는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 무를 제대로 펼칠 수 있는 적당한 내공과 신체가 있다면 이 이해력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해가 있다면 내공과 신체가 없어도 어느 정도 펼치는 게 가능하다.
어쨌든 서준은 이 오성이 뛰어났다.
또한 무공에 대한 깨달음을 얻어 벽을 뛰어넘을 때마다 자연스레 사고력 또한 올라갔다.
함께 따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전생의 경험이 있는 서준은 머리가 좋을 수밖에 없었고, 서류를 보고 파악하는 일 또한 식은 죽 먹기였다.
중요한 정보만 따로 엮어둬서 제대로 기억해 내는 일 또한 마찬가지.
‘뭐 이름은 안 나올 수 있지.’
저 사람이 자신을 실명인 김찬으로 말하고 다니지 않았을 확률이 크니까.
실명으로 다닌다고 해서 김찬이 스스로를 QA팀이라고 밝히기 전까지는 그가 알아차릴 수는 없지만.
굳이 게임 닉네임을 실명으로 할 이유는 없다.
일단 에르토스에 온 걸 보면 뛰어난 잠입 기술이 있는 것은 맞는 것 같은데.
‘퍼시벌에게 너무 빨리 잡혀서 QA팀인지도 의심했었으니 이건 잘 모르겠군. 혹시 혼자만 실력이 팀원 중에서 좀 떨어지는 사람인가?’
서준은 본인을 소개한 김찬을 배려해서 이번 속마음은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중요한 건 이거다.
“누군지 모르겠죠?”
누군지 모른다?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뭐.”
서준은 더 말해 보라는 의미로 어깨를 으쓱였고 김찬은 씨익 웃었다.
“아마 저에 대한 정보가 저 서류 안에 있었을 겁니다. 없을 수가 없죠. 원탁에 올라오는 정보는 전부 최상급. 그런데 저희의 최종 의도를 알게 되셨다면, 그보다 사소한 제가 어디서 활동한 누구인지 정도는 파악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네요. 그런 의미로 누군지 모르겠냐고 물은 겁니다.”
김찬 또한 어깨를 으쓱였다.
“아, 물론 이건 어떤 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순수한 의문입니다. 안 그런가 싶어서.”
중요한 건.
저 김찬이란 사람이 서준 그를 건드리고 있다는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맞긴 해
-방장아 쟤가 암살단의 누구냐! 어서 말해봐라!
-확실히 우리 2시간 30분 기다리게 했으면 그 정도는 맞추는 진기명기 쇼를 보여줘야 함
-시청자들은 알아채려나?
현재 김찬이 왜 그러는가.
어차피 언제든 원하면 자살할 수 있어서?
박이수는 풀어줬으니까?
아니면.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 보죠?”
서준이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
“네? 서준 님? 무슨 뜻이죠?”
“지금 QA팀원들은 암살단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하하하!”
김찬이 웃었다.
가소롭다는 듯 크게 웃었다.
서준은 여유롭게 그 웃음소리가 멎을 때까지 기다려줬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QA팀이 본인들의 승리를 확신한다는 추측은 나도 할 듯
-그래서 웃는 건가?
-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기분 나쁘긴 한데 방장이 항상 해 온 게 있어서 머라 못 하겠네
-승부 중에는 그럴 수 있지. 방장이 항상 방방봐 말하기도 하고
-방송은 방송으로 봐라
-사실 방장이 맨날 웃으면서 날리는 도발이 더 쌔서 인성 논란 터지면 방장만 손해인 게 큼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방장아 복수 가능?
웃음이 멎었다.
조금 전의 김찬의 웃음은 너무 당연한 얘기를 왜 하냐는 반응이었다.
그렇다면?
서준도 가소롭다는 미소와 함께 김찬에게 말했다.
“제가 방해를 안 해서, 확신하셨죠? 안심하셨죠?”
“…….”
조금 전까지 포로로서의 상황을 실실 웃으며 즐기던 김찬의 표정이 묘해졌다.
웃음기가 절반쯤 사라진 것이다.
“무엇을 방해 안 했냐고 묻고 싶지 않으신가요, 대리님?”
꿀꺽.
“…….”
김찬이 작게 침을 삼키고 입술을 달싹였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뇌가 정지한 김찬을 서준은 여유롭게 내려다봤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왜 말하려다가 마냐 저쉑 ㅋㅋㅋ
-복수하나? 설마 의도를 알았나?
-그게 진짜 서류를 봤던 거라고?ㅋㅋㅋㅋ
“자 그러면 지금부터 저는 제가 알아낸 것들을……. 퍼시벌?”
“예, 주군.”
“내게 펜과 종이를.”
“예.”
퍼시벌이 밖으로 나갔다. 퍼시벌의 집무실은 가상의 공간이 아니다.
직접 물건을 가져와야 한다.
퍼시벌은 물건을 빠르게 가지고 돌아올 것이다.
그 틈에 서준은 설명을 하기로 했다.
“여러분, 시청자분들이 거의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달려들어서 정보를 취합 중이라 했죠?”
서준은 채팅을 빠르게 살폈다.
현재까지 100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서류 하나하나씩 깊게 봐 가면서 정보를 빠르게 뽑아내 간추렸고 머리가 가장 좋은 세 명이 대표로 회의를 하면서 결론을 내고 있었다고 한다.
도대체 왜 그랬냐?
-지들끼리만 개꿀잼 컨텐츠 하고 있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건 몇 번째 방장 팬 통화방이냐????
-80번째 방장 팬 통화방임. 참고로 저기 명문대만 들어갈 수 있는 곳ㅋㅋㅋㅋㅋㅋ
재밌으니까.
얼마 전 서준은 그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방송을 함께 보며 즐기는 통화 앱의 대화방이 유행하게 됐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방의 종류는 정말 다양했는데.
단순히 더 리그를 좋아하는데 같이 방장 방송 볼 사람? 이라는 대화방부터 시작해서.
산악회.
탁구 동호회.
치킨 미식회.
퇴근하고 할 일 없는 강남 직장인들이 방장 방송 함께 떠들면서 보는 방 등등.
수많은 종류가 있었다.
이는 서준의 방송이 말도 안 되게 커지게 되면서 발생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렇지 않은가.
너도 서준의 방송을 보고, 나도 서준의 방송을 본다면, 함께 보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서준은 사람들에게 공지를 내렸다.
그의 방송을 함께 보는 것도 좋고 팬 통화방이라 하는 것도 좋은데 그 안에서 벌어지는 어떠한 일도 자신과 연관은 없다고.
혹시나 사건 사고가 일어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사람들은 비인가 팬 통화방이라 부르기도 했다.
서준의 허락을 안 받아서다.
공식 통화방을 만들까 했지만 어쨌든 지금 언급이 된 분석을 진행 중인 통화방은 명문대생, 정확히는 대부분이 서준의 학교인 한국대생으로 이루어져 있는 통화방인 것 같았고.
“붙어보죠. 언제 마무리됩니까?”
서준은 승부를 걸었다.
김찬을 보면서.
“심판은 여기 대리님이 하실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갑자기 심판으로 꺾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꿀잼 매치 떴냐
-명문대생 100명 vs 방장 한 명 ㅋㅋㅋㅋㅋ
마침 퍼시벌이 들어왔다.
서준은 피식 웃고 김찬에게 재차 물었다.
“심판 봐주실 거죠? 공정하게?”
* * *
서준이 종이에 자신이 알아낸 사실들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서준은 시청자들이 종이를 볼 수 없게 방송 화면을 가린 상태였다.
정확히 종이만 볼 수 없게.
서준이 혹시나 저쪽 명문대생 팬 통화방에서 제보를 받아 부정행위를 할 수도 있다는 의혹을 없애기 위해서 방송 화면을 아예 가리지는 않은 것이다.
[ㅋㅋㅋㅋ 김찬 대리님ㅋㅋㅋㅋ 졸지에 심판 역할을 하게 됐네요.] [아니, 그런데 아까 보니까 뭔가 알아내긴 한 것 같은데요?] [설마 그럴 리가요. 아니, 아무리 서류가 많아도 그거 본다고 뭘 알 수 있는 게 아닌데.] [알 수 있기야 하죠. 일단 웬만한 정보는 다 있으니까. 문제는 그걸 걸러내는 게 어려운 건데.] [한국대생들이 기대되는군. 그 스트리머는 힐끗 봤는데 너무 빨리 서류들을 넘기던데 뭘 알기란 불가능이지.]‘그, 그렇지?’
김찬은 어색하게 웃었다.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 가지는 여유에서 오는 압박감은 순간적으로 김찬의 말문을 막히게 만들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근거가 없는데.
큰 목표를 깨달았다고?
그런데 왜 가만히 있는가.
방해해야 하지 않겠는가.
제대로 알고 있다면 절대 이렇게 시험을 본다느니 하면서 여유를 부릴 수가 없다.
이내, 서준은 종이에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들을 전부 써 내렸다.
“지금부터 이 다섯 장의 종이는 건들지 않겠습니다. 그러면 이제 시청자들에게서 받은 정리본을 여기 종이에 요약해서 심판을 맡은 김찬 대리님께 전달해 보겠습니다.”
김찬은 묶여 있는 상태에서 서준이 빠르게 옮겨적는 걸 지켜봤다.
종이에 적는 내용이 바뀌었다. 그러나 여전히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다.
명문대생들의 분석이면 그냥 보여줄 법도 한데 당장 김찬 그가 스트리밍을 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한 처사 같았다.
먼저 좀 본다고 얼마나 달라지겠냐는 생각이 든다.
‘명문대생이나 저 스트리머나 거기서 거기겠지. 뭘 알겠냐고.’
100명이라는 점에 변수가 있을 수 있지만, 그가 놀라거나 할 리는 없지 않은가.
쯧.
이어서 서준이 작성을 마친 뒤 진행을 시작했다.
“제 개인적인 감상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서준이 말했다.
“우리 후배님들 공부 좀 더 해야겠는데요?”
솔직한 감상이었다.
만약 감정을 담았다면 나 때는 안 이랬을 거라면서 입꼬리를 올렸겠지.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이는 그저 도발일 뿐이었다.
-이제 하다하다ㅋㅋㅋㅋㅋㅋ 후배들한테까지 도발을 ㅋㅋㅋㅋ
-인간으로서 그냥 최악인 새낔ㅋㅋㅋㅋㅋㅋ
-선배….탕후루…
-탕후루 넌 나가라ㅋㅋㅋㅋ
“자신 있으신가 봅니다, 서준 님?”
김찬이 비웃었다.
[‘한국대총학생회’님이 250,000원 후원!] [저희는 명문대 연합을 지지합니다.]자칭 한국대총학생회 또한 마찬가지.
의외로 진짜일 수도 있긴 하다.
서준은 대답 대신 종이를 건네줬다.
“좋습니다, 한번 봐 보죠. 이건 시청자님들의 현재 정세에 대한 분석입니다.”
김찬의 손목을 퍼시벌이 풀어줬다.
김찬은 여러 장의 종이를 건네받고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체크가 필요할 것 같은데 저에게 펜 좀 주실 수 있나요?”
“그럼요.”
퍼시벌이 눈치껏 움직였다.
펜을 건네받은 김찬은 대놓고 그들의 분석에 여러 가지 표시들을 남기기 시작했다.
“보셔도 됩니다. 방송에 공개되어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그만 알 수 있는 방법으로 표시했을 뿐만 아니라.
‘내용 자체도 별거 없네.’
김찬은 웃으면서 심판으로서의 평가를 말했다.
“암살단의 거시적인 움직임은 표면적인 부분에서 잘 긁은 것 같지만 그래서 필요한 우리 팀의 의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누구인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가 미약하네요. 그 미약한 주장 또한 대부분은 틀렸고요.”
“동의합니다.”
“그걸 왜 동의하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장 진짜 ㅋㅋㅋㅋㅋ
-그런데 김찬이라는 저 사람이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 거 맞나?
-아 몰라 적당히 공정하겠지
-하긴 어떻게 알아낼 수 있겠냐. 이런 결과가 맞는 거임
“왜 동의하냐고요? 한번 보시죠.”
서준은 자세한 대답 대신 김찬에게 종이를 건넸다.
그리고 종이를 건네받은 김찬이.
순간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