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424)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 424화(424/431)
제424화
“…….”
한 사람이 한계까지 놀라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소리를 지를까?
기절할까?
숨을 참을까?
가끔 이런 쓸데없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이 머릿속에 문뜩 떠오를 때면 어떤 사람들은 참으로 애석한 기분을 느낀다.
아이튜브에 검색해서 나온다면 그걸로 다행이지만 보통 이런 쓸데없는 질문은 안 나올 때가 많다.
그렇다면 이 궁금증은 영원히 해소가 안 되는 것이다.
직접 해소를 할 정도의 능력이나 여유 혹은 재력이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리고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이 이런 뻘짓을 실행에 옮길 확률은 낮다.
하지만 다행히도 한 사람이 한계까지 놀라게 되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질문의 답은 오늘 나타난 것 같았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한계까지 놀라게 만들 수는 없지만.
‘저건 분명 크게 놀랐군.’
서준은 그걸 해냈으니까.
김찬은 가만히 있었다.
말 그대로 굳었다.
-?????
-왜 고장 남?
-눈동자는 떨리고 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
-에이 설마 ㅋㅋㅋㅋ
그 설마가 맞다.
서준은 저 종이에 그가 파악한 QA팀에 대한 모든 것들을 기록했다.
일단 서두에는 가볍게.
[QA팀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닉네임과 활동지]그들의 정체부터 까발리면서 시작했다.
서준은 이곳에 10명의 이름을 다 썼다.
사실 애매하긴 했다.
다른 아홉 명은 사실상 크게 몸을 숨기고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명성을 적당히 결사단에도 의도적으로 퍼뜨렸다.
그렇게 활동한다 해도 어차피 그들을 찾아 골라내는 건 하늘의 별 따기일 테니까.
하지만 단 한 명만은 꽁꽁 숨었는데, 서준은 이에 대해서 처음 서류를 봤을 때는 찾지 못 했었다.
하지만 김찬을 일단.
‘저런 퍼시벌한테 순식간에 잡힌 게 절대 고인물처럼 안 보이고 수준이 떨어져 보이지만 그래도.’
일단.
수준이 높다고 생각을 한다면.
정말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그렇게 둔다면 한 명이 추려졌다.
에르토스로 이동할 수 있는 베일에 싸인 암살단원.
그를 김찬으로 적었고, 적어도 지금 그의 반응을 보니 서준은 정답을 선택했다는 게 된다.
‘한 명이라도 틀렸다면 일단 애써 침착한 척하면서 은근슬쩍 그냥 틀렸다고 몰아갈 테지만 열 명 다 맞다면.’
지금처럼 당황해하면서 그 어떤 앙칼진 반항도 하지 못할 테니까.
서준은 고분고분해진 김찬이 서류의 첫 페이지를 다 읽을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눈동자가 굳은 지 20초가 지난 후에는 움직이기 시작했으니까 곧 반응이 올 것이다.
-아니 뭔데! 왜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건데!
-당황한 거 맞지?
-당황한 게 아니라 그냥 음ㅋㅋㅋㅋ 당황한 건가?ㅋㅋㅋㅋㅋ
-뭐냐고!!! 왜 채점 안 하냐고!!!!ㅋㅋㅋㅋㅋ
하지만 기다려도 김찬은 첫 번째 페이지를 뚫어져라 볼 뿐 넘기지를 않았다.
결국 서준이 나섰다.
“그러게요. 왜 채점을 안 하실까요?”
서준은 낄낄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뭐 어떻게 채점하셔도 우리가 확인할 방법은 없죠. 그런데…….”
과연 김찬이 그들 열 명의 리스트를 정확히 추려낸 서준의 앞에서 뻔뻔하게 틀렸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거짓은 쉬운 길이다.
그렇기에 확고한 진실 앞에서는 무엇보다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서준은 첫 페이지부터 확고한 진실을 제시했다.
“뭐, 그냥 양심에 맡기겠습니다. 어떻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요. 안 그래요?”
서준의 말에 김찬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펜을 들어 올리다가 말았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다음 장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그리고 김찬은.
다시 굳었다.
손도.
그리고 눈동자도.
-ㅋㅋㅋㅋㅋ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야!!! 내용 우리도 볼래ㅋㅋㅋㅋ
* * *
[80번째 비인가 방장 팬 통화방]-왜 저 QA부서의 대리님이 저렇게 굳는 거지?
-도저히 반응이 뭔지 모르겠네
-방장이 방장한 거 아닐까
-아니 그러면 설마 진짜 팩트만 빼곡히 쓰여 있어서 저 대리님이 굳는 거라고요?????
직접 서류들을 봤던 그들이기에 더욱더 납득할 수가 없었다.
첫 번째로 보고서들의 내용에는 맥락이 있다.
이 맥락은 암살단의 여명 WOB의 세계관 내에서 통하는 맥락이다.
이제 그 게임에 들어간 지 몇 시간 안 된 서준은 당연히 힘들어야 할 것이고.
1만 시간을 찍은 고인물도, 그 맥락 속에서 쓰인 서류를 순식간에 훑는 수준으로 보고 넘기는 건 어려워야 한다.
이는 당연한 상식이다.
그들이 괜히 서류 한 장에 한 명이 30분 넘게 달라붙은 게 아니다.
맥락.
그들은 통화방에서 가장 이 세계관에 대해 지식이 많은 이들 세 명을 모았다.
WOB는 암살단의 여명 시리즈를 통합했다 봐도 무방하니까.
그런데 서준은 아니지 않은가.
게임도 암살단의 여명 도심 속 그림자만 했고.
-또 종이 넘긴다. 그리고.
-또 굳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도대체 뭘 써 놓으신 겁니까 방장이여
-우리가 써 놓은 거 보면 체크 엄청 많이 되어 있던데 왜 저쪽에는 하나도 안 하는 거야
-이건 패배인 것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 어이없긴 하네요
-그래도 아 모른직다!
아직 모르는 일이긴 하다.
희박한 확률이긴 하지만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김찬이 계속 굳은 거라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틀려서 체크도 할 이유가 없었던 거라면?
-제발
-그럴 리가 없나??? 정말 없나???
-솔직히 우리도 분석 잘못했다고 생각은 안 함 ㅎㅎ 나 과제 때 보다 더 열심히 했다고
-몇 시간 해 놓고 더 열심히 했다는 건데ㅋㅋ
-과제는 제출 한 시간 전에 하는 게 국룰
-ㄹㅇㅋㅋ
-한국대 놈들도 똑같구나
다음 장.
마침내 김찬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나온 소리는.
[후우우우우.]-와 나 이 한숨 소리 아는데?
-뭔데
-수명이 10년은 늙을 때 나는 소리임
-ㅋㅋㅋㅋㅋ 설마
-아 난 해답을 찾았다
-무엇이지 학우여?
-어차피 방장이 이겼다면 그것은 한국대의 승리…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승리를 말하는 것인가?
-정답이다! 연금술사!
-아오 한국대 놈들ㅋㅋㅋㅋㅋ 돌아버렸네ㅋㅋㅋㅋ
-패배를 인정합니다…
* * *
깊은 한숨과 함께 김찬은 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고 서류에 적힌 내용에 대해 판단해 볼 것도 없다는 듯 빠르게 훑고 넘겼다.
사라락.
또 넘긴다.
사라락.
첫 번째 페이지로 돌아왔다.
김찬은 믿기지가 않는 듯 페이지를 읽고 넘겼다.
-재탕ㅋㅋㅋㅋㅋ
-도대체 뭐가 믿기지가 않아서 넘기는 거냐 심판놈아ㅋㅋㅋㅋ
-진짜 다 맞아서야? 아니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서준이 채팅을 읽고 말했다.
“진짜 다 맞아서 맞을걸요?”
페이지를 넘기던 김찬의 손이 멈췄다.
그러나 고개를 들지는 않았다.
서준의 말에 집중하는 게 티가 난다.
원래는 이렇게 티가 나지 않게 적당히 종이를 넘겨 가며 듣는 센스 정도는 있겠지만, 지금 그는 심신미약 상태.
“왜 다 맞냐고요? 저는 파악했거든요.”
당연하게도 ‘무엇을?’이라는 채팅이 뒤따랐고.
“이 게임의 모든 것들에 대해서요.”
QA팀에 대한 사실뿐만이 아니다.
서준은 이 게임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지.
가장 높은 곳에서 올라온 서류를 통해, 이 세계를 내려다보며 깨우쳤다.
정말로 이 서류 안에는 모든 게 담겨 있었다.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애초에 그것에 대해 깨우치지 못 하면 QA팀에 대한 것도 깨우치지 못 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이 정보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게 되는데.
‘가치가 있다고 NPC가 직접적으로 말했지. 박이수 또한 마찬가지로 이런 종이가 중요하다고 했고.’
무비 소프트가 적당히 잘 넣은 것 같았다.
서준은 그걸 아주 잘 받아먹은 거고.
“그래서 저는 이미 이겼습니다. 이번 내기에서요? 아니죠.”
서준은 장담했다.
“게임에서요. 결사단은 결국 승리할 것입니다.”
퍼시벌이 옆에서 슬그머니 고개를 끄덕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퍼시벌쉑ㅋㅋㅋ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됐는데?????
-심판은 일을 해라!
“결과요? 뭐 보면 아시지 않을까 싶네요. 대리님?”
서준은 결과의 공개를 요구했다.
그리고 김찬은 서준에게 타임을 요청했다.
“잠시만요.”
“네.”
-아니 누가 이겼다 하나만 말하면 되는데 왜 이러냐!
-ㄹㅇㅋㅋ
-아무리 생각해도 김찬 얼빵하고 퍼시벌한테 이렇게 쉽게 잡힌 게 신입인 듯
-신입인데 대리?
-그럴 수 있지
“대리님한테도 시간은 좀 필요할 겁니다.”
무슨 시간이 필요하냐는 채팅이 올라온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나름의 답을 유추해보기 시작했다.
서준은 별다른 뜻 없이 마음을 추스를 시간의 의미로 말한 것이었지만, 시청자들에게는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혹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진실인지 말해주고 얼마나 숨길지 토론하기 위해서 아님?
-왜?
-이겼다고는 해도 적당히 정보는 숨겨야 할 거 아니야. 승부가 걸려 있는데
-QA팀 진짜 치사하닼ㅋㅋㅋㅋㅋㅋ 여기서 회의를 시작한다고?
실제로 김찬은 다른 채팅방에서 떠드는 듯 허공을 응시했다.
눈의 초점이 풀려있지 않다. 그러나 서준이 보기엔 그 초점이 천장 쪽에 맞춰져 있지 않았다.
‘뭐지? 진짜 회의 중인가?’
서준은 이건 좀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어차피 무슨 일이든 해도 된다고 방플을 허용하기도 했는데 뭘 이제 와서.
그래도 의문은 생겼다.
그 의문은.
“아니, 제가 틀린 게 있을 리가 없는데요? 뭘 어디까지 숨기고 보여줄지를 회의한다는 거예요, 여러분.”
서준은 진심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방장아 그래도 쓴 내용이 많은데 몇 개 정돈 좀 틀려라! 인간이라면!
-ㄹㅇㅋㅋ 이쯤 되면 그냥 사람 아닌 것 같아서 무서움
-그래. 적당히 몇 개는 틀렸겠지.
“아니, 그럴 리가 없다니까요? 완전히 다 맞거나 다 틀리거나. 둘 중 하나일 겁니다.”
모든 게 짜 맞춰져 있으니까.
사소한 부분은 틀렸을지 모른다고?
‘그럴 리가 없지. 사소한 부분이란 게 존재하질 않았으니.’
QA팀에 대한 단서 자체가 많지가 않다.
그렇기에 하나하나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 큰 비중의 부품 중 하나가 잘못된다면 연쇄적으로 모든 추론이 틀리게 된다.
그렇기에 전부 다 맞거나 전부 틀리거나.
둘 중 하나다.
서준은 김찬을 응시했다.
방금 대화를 들었을 테니 어떤 반응을 할지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김찬은 심각한 분위기를 띤 채로 여전히 허공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집중하느라 조금 전 서준의 소통도 못 들은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일까.
도대체 무슨 내용을 팀원들과 회의를 하기에 저렇게 심각하게 있지?
설마 정말 틀린 게 있던 걸까.
서준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덩달아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서준 그가 틀릴 리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때 김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요 서준 님?”
“네?”
“이거 누가 말한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