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431)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 431화(431/431)
제431화
“그러니까.”
“예.”
“여러분들 들으셨죠? 제 말이 정확히 맞네요?”
알란.
조금 전까지만 해도 결사단은 암살단을 쥐잡듯이 찾아내고, 암살단은 수로 아래에 숨어들어 배를 전복시키며 대항했던 곳. 그 도시가 잠잠해졌다.
일시적인 평화가 찾아온 것이다.
보통 이들의 전면전은 한번 시작하면 반대쪽 세력이 궤멸되기 전까지는 끝나지 않는다.
일단 세간에 노출되면 이를 수습해야 하는데 상대방이 있으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적이 있는데 어떻게 관심을 다른 데 둔단 말인가.
일단 승자가 되면 역사를 조작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다.
결사단은 그렇게 수백 년간 세상을 지배해왔고 지금도 지배하고 있으니.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라면, 만약 이 영향력을 절반 정도 지워내 이너 서클의 존재를 알린다면 이는 암살단의 승리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었다.
어쨌든 그런 절대 끝나선 안 될 전면전이 벌어졌는데도 일시적 평화가 찾아온 이유는 무엇인가.
당연하게도.
등 뒤에는 원탁의 두 NPC를 세우고, 정면에는 암살단의 알란 지부의 총관리자를 맡은 박이수를 세워 둔 서준 때문이다.
-ㅇㅇ 방장 네 말이 확실히 맞네
-아니 진짜 그런 성장을 방장 때문에 한 거라고?
-박이수가 구라치는 걸 수도 있잖음
-솔직히 박이수가 신뢰가 가는 얼굴은 아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조각배 타고 올 때 미친놈인 줄 ㅋㅋㅋㅋㅋㅋㅋㅋ
서준이 현재 앉아 있는 곳은 결사단의 대알란전용 배다.
알란의 수로들을 자유자재로 누빌 수 있는 적당한 크기와 빠른 속도.
수중에 숨어든 암살자들을 특정 시간마다 탐지할 수 있는 스캐너와 어뢰.
무엇보다 그 안에서 지배자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결사단의 좋은 점이 바로 이것이다.
암살단은 이런 게 없다.
만들려고 해도 조각배를 덕지덕지 이어 붙이고 다닐 터.
대신 스킬이나 암살 방법이 더 자유롭긴 하지만 서준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 필요한 건 이런 럭셔리함이다.
“음. 왜 아직도 안 믿는 거죠?”
지금 이렇게 앞에서 손을 공손히 모으고 있는 박이수가 직접 설명하지 않았는가.
“이건 아무래도 박이수 씨가 신뢰도가 없는 탓인 것 같은데.”
서준이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박이수를 쏘아봤다.
-ㄹㅇㅋㅋ
-박이수 얼굴 안 좋아졌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구실로 뭘 하려고ㅋㅋㅋㅋㅋ
-그런데 그 와중에 원탁 놈들 미치긴 한 듯? 다 결사단 우세로 만들어버림
서준이 놀고 있는 동안 전황은 계속해서 결사단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결국 원탁의 NPC를 죽이지 못 하면 그들은 괴물 같은 파괴력과 유지력으로 암살단원들을 쓸어버린다.
‘어쩔 수 없지.’
답도 없다.
QA팀의 행태가.
그리고 원탁의 강함이.
이제 와서 빼는 것도 웃기게 됐다.
그림이 안 산다.
서준은 스트리머다.
각 지역들을 하나하나 다시 딸깍질을 하면서 적당한 밸런스로 조정하는 일도 쉽지 않고 그 안에서 할 일도 마땅치 않다.
시간만 끄는 일이 될 터. 그것도 재미없게.
스트리머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결과적으로 계획은 망했다.
누구 때문인가.
‘미리 설명 안 한 박이수 씨 때문인가?’
서준의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표정에 장난기가 빠지고 쏘아보던 눈빛이 한층 더 강렬해졌다.
“하하…….”
박이수의 눈살이 미세하게 떨렸다.
박이수는 위급한 상황에 흔들리는 눈동자로 서준의 채팅을 읽었다.
이건 답도 없다.
-그냥 저 얼굴을 보셈 얼빵 그 자체임
-저게 일을 제대로 할 관상이냐고 ㅋㅋ
-고로!!! 방장이 기연 덩어리는 아니다!!!!
-ㄹㅇㅋㅋ
-그 와중에 박이수는 팀원들한테 엄청 욕먹고 있을 것 같은데 개 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실제로 그는 온갖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있었다.
먼저 죽은 같은 팀 팀원한테.
김찬만은 개인 메시지로 그에게 그 방법이 최선일 것이라 응원해줬지만, 단체 대화방에서 지지의 채팅을 보내지는 않았다.
거기다가 갑자기 서준이 그를 나쁘게 보기 시작했다.
총체적 난국이다.
이유는 아마도 얼굴이 신뢰가 안 가서 시청자들이 안 믿어서 아닐까?
그는 사실대로 말한 죄밖에 없다.
원탁의 NPC들 또한 격이 성장하는 건 마찬가지이고 그 성장에 필요한 경험치는 유저들의 그것보다 훨씬 높다고.
게임의 최후반부에서나 발현되는 정도라고.
그래서 김찬이 먼저 잡혔어도 전혀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그야 그렇지 않은가.
퍼시벌을 제외하면 12명이다.
그들의 격이 오를만한 경험치가 충족되려면, 세계를 파멸시킬 대전쟁이 도대체 얼마나 일어나야 하겠는가.
그는 그렇게 사실대로 모든 걸 말했고.
-세계대전급 경험치를 방장이 1시간 만에 줬다는 게 말이 되냐고 이수놈아 ㅋㅋㅋㅋ
몰매를 맞고 있다.
저런 시청자들에게.
그리고 그 결과 서준의 심기를 거슬렀다.
처음의 계획이 망가지기 직전이다.
‘어떻게 잘 활용시킨다면 분명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텐데.’
못 하면?
자세한 사례까지 말한 죄로 QA팀 내에서는 배신자 확정.
시청자와 인터넷엔 영원히 잘못된 이미지로 박제.
그리고 저 서준의 분노를 해결하지 못하면 무비 소프트 퇴사?
‘분명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 괴롭힐지 몰라. 회사까지 찾아와서.’
그러니 그는 성공시켜야 한다.
서준의 흥미를 끌어서 어떻게 이 구도가 바뀌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아!’
인간의 생존본능이란 이 얼마나 위대한가.
박이수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고 음음 목을 다듬은 뒤 입을 열었다.
“그, 그런데 말이죠. 확실히 의문이 남기는 합니다. 경험치가 서준 님이 아니라 다른 요소에…….”
박이수의 말이 점차 느려지고 말꼬리가 흐려졌다.
목소리 또한 줄어들었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도발했다가 진짜 그냥 퇴사하게 되는 거 아닌가?
생존본능이 그를 배신했다.
“네?”
“그, 그러니까…….”
“말 해보세요. 편하게.”
“의해 채워졌을 수도…….”
“네? 뭐가 채워진다고요?”
박이수는 울고 싶어졌다.
“아, 아닙니다.”
“스읍.”
* * *
“흠. 저 말고 QA팀이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새로운 요소에 의해 원탁의 NPC들이 강해졌을 수도 있다는 게 본론이군요?”
서준은 채팅창을 살폈다.
그를 골려주기 위해서 박이수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까까지만 해도 얼빵하다느니, 딱 봐도 일하다가 모바일 가챠 게임이나 하게 생겼다느니, 하면서 인신공격을 퍼붓더니.
참으로 너무한 사람들이고.
‘한결같네.’
트수다웠다.
서준은 피식 웃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
그들이 성장할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에르토스에서는 서준과 원탁이 싸울 때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폭음도 들리지 않았으니.
서준은 갑자기 다른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각 지역 상황을 보니 많이 기울었네요. 아무런 반전 없이.”
현재 QA팀은 제대로 싸울 능력을 상실한 것 같다.
몇몇 지역을 버려서라도 전력을 모아서 상황의 반전을 꾀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까 죽은 사람의 배치도 그렇고.
물론 전쟁 중일 때 지역을 이동하려면 평소와는 다른 귀찮은 방법을 사용해야 하고, 이를 실행하는 것도 일이지만 지금 이대로는 답이 없지 않은가.
둘이든 셋이든 모여서 NPC를 처리해야지.
“반전될 기미가 보이질 않으니 제가 직접 개입하는 수밖에 없네요.”
좋은 생각이 들었다.
계속해서 살살 기던 박이수가 뜬금없이 서준을 도발한 이유는 절대 박이수가 자신의 말을 시청자들이 안 믿으니 믿게 하려고 일부러 반대되는 말을 해서가 아닐 것이다.
그 의도를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그건 서준에게 증명을 요구하기 위해서일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어떤 증명인가.
직접 보여주라는 것과 비슷한 종류의 것일 터.
그렇게 된다면 서준은 그의 손으로 원탁과 싸워야 하니까.
살살 도발한다면 그렇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 판단했겠지.
서준이 원탁과 싸우는 과정 속에서 변수를 잡아낸다면 이 상황을 타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건 무리도 아닐 터.
물론 서준이야 비방용 영상을 풀면 해명이 되지만 그건 재미없다고 몰아가면 또 될 테고.
“박이수 씨. 어울려 드리죠.”
“네, 네? 아니요 죄송합니다. 정말 잘못했어요. 제가 잠시 헛된 망상을 품었나 봅니다. 뭐가 되었든 그냥 이대로 끝나게 해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치겠넼ㅋㅋㅋㅋ
-괜히 한 번 벌집 건드려 보고 후회하네 ㅋㅋㅋㅋㅋ
-박이수 저거 찐텐인데?ㅋㅋㅋㅋㅋㅋ 쫄았나 봄
-온 우주에서 적으로 돌리면 절대 안 되는 인물 1위 진서준
-그래서 방장아 무슨 개입을 말하는 거냐!
“하하. 괜찮습니다. 왜 엄살을 부리나요. 걱정 마세요. 의도대로 따라 주겠다니까요?”
“아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정말.”
서준은 아서에게 손짓했다.
아서는 NPC임에도 기가 막히게 서준의 뜻을 알아듣고 저벅저벅 걸어가서 박이수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그리고 서준이 선내에서 밖으로 나가자 아서는 따라 나왔고 서준은 물을 가리켰다.
“죄송합니다! 죄송……!”
어푸! 어푸!
박이수를 밖으로 내던진 아서의 행동에 서준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려 퍼시벌을 바라봤다.
“자, 퍼시벌? 이제부터 직접 내 명령을 전달해라. 알란은 손수 점령하도록 하지.”
* * *
서준이 알란의 점령에 걸린 시간은 채 10분이 되지 않았다.
이는 서준이 뛰어난 활약을 보여줘서는 아니었다.
물론 서준이어서 가능한 일이었지만 사람들은 이렇게 정의를 내렸다.
박이수가 박이수했다.
서준이 박이수를 배 밖으로 내던진 이유는 단순했다.
다시 싸우자는 얘기다.
그들의 진영까지 따라와 직접 대화를 나눈 적의 수장을 비겁하게 죽일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서준이 알란을 손수 점령하겠다고 선언하자마자, 박이수는 다시 서준을 찾아왔다.
조각배를 타고.
손을 흔들면서.
그리고 알란을 바쳤다.
자신들이 떠나는 방식으로.
박이수가 박이수를 했다고 한 이유였다.
“어이가 없는데 또 현명한 것 같기도 하고?”
-ㅋㅋㅋㅋㅋㅋㅋ 아 방장하고 원탁 NPC 한 명을 도대체 어떻게 상대하냐고
-암살? 그냥 불가능
-ㄹㅇㅋㅋ
-그런데 진지하게 암살단 전력을 들고 와도 방장하고 원탁 이길 수 있나?
-진지하게? 흠… 방장이 지치려나? 아니 이 새끼 지치긴 하나?
지치긴 할 것이다.
이곳은 현실이 아니니까.
‘아니, 현실이어도 힘들긴 하겠군.’
이곳은 전생이 아니니까로 정정하겠다.
-지치긴 하겠지 역사서 할 때도 오래 접속하면 힘들어진다고 나갔잖아
-도대체 이 새끼가 어떻게 동화율이 10인데ㅋㅋㅋㅋㅋㅋㅋㅋ
-만약 평범하기라도 했으면 진짜 세계 멸망시켰을 수도ㅋㅋㅋㅋ
-그래서 암살단 전력 vs 방장 + 원탁 누가 이김?
“아까부터 같은 질문을 하시니 친히 답해드리겠습니다. 결사단이 무조건 이깁니다. 그러니까 지금 준비 중이죠.”
무엇을 준비 중이냐는 채팅과 퍼시벌에게 내렸던 지시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채팅들이 올라왔지만, 서준은 여유롭게 배 위에서 차를 홀짝이는 걸로 답해줬다.
무응답이다.
그리고 1시간 후 서준이 원하는 첫 번째 판이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