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53)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53화(53/431)
제53화
“사기꾼이라도 이 정도는 실력으로 피할 수 있나 보군.”
쟤는 또 뭐야.
가상현실 속이라고 해서 누가 대뜸 시비 거는 상황은 쉽게 일어나진 않는다.
아무 이유 없이 말이다.
물론 게임 진행 중 적으로 만난 상대는 예외다.
상대방을 이기면 순간적으로 흥분되기도 하고 그 기분을 누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상대를 약 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어쨌든.
서준은 방금 들어오며 말한 상대의 아이디를 확인했다.
‘당소.’
당 씨 성과 초록색 치장이 섞인 의복, 그리고 조금 전 날린 비수로 미루어 볼 때 상대는 당가의 유저가 분명했다.
“저기요 누구세요?”
검객이 일어나면서 말했다.
당소는 그들에게 다가왔다.
“나?”
“네.”
“감히, 이 몸이 누군지 모르다니.”
“모른다니깐요.”
“천박한 것.”
“?”
순간 검객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 오른 것처럼 보였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서준의 머릿속에선 저 대화에 끼어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그런 서준의 생각을 뒤로하고 그들은 계속 대화를 나눴다.
“이, 아이디 안 보이느냐.”
“당소요?”
“그래.”
“당소가 무슨 뜻인데요?”
무슨 뜻이 있겠니. 그냥 이름이겠지.
서준은 그렇게 지레짐작했지만.
“당가의 소가주라는 뜻이지.”
당소는 자랑스럽게 선언했고 검객은 감탄사를 내뱉었으며 서준은 먼 산을 바라봤다.
그런 뜻이었냐.
닉네임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니 자기만 알아들으면 그만이긴 하니깐.
서준은 애써 합리화했다.
“그러는 천하제1검객은 무슨 뜻이냐. 말해보게.”
“별 의미 없어요.”
“그렇군.”
그 이후로 잠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판단은 빨랐다. 모자란 놈이군.
-당소 저 새끼 유명하긴 함ㅋㅋㅋㅋ 맨날 어그로 끌어서
-어제 저격글 쓴 놈임
-걍 무시해도 됨ㅋㅋㅋㅋㅋㅋㅋ
-다시 보내 줌 (링크)
서준은 채팅창을 통해 당소라 불린 이의 정체를 알아챘다.
이런 점이 좋다니깐.
검색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협을 위하여가 고인 게임이라 그런지 다들 웬만해서는 서로를 잘 아는 것 같았다.
“그래서 왜 갑자기 비수를 던진 거냐.”
서준은 당소에게 천마의 말투로 말했다.
당가는 사파. 즉 마교의 적이다.
그러니 하대하는 게 더 재밌을 것 같았다.
마침 상대도 하대하고 있고.
어차피 협을 위하여에서는 워낙에 특이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말투를 따지는 문화 자체가 없다.
당소는 고개를 치켜떴다.
“천마14여.”
“뭐.”
“이 몸은 당가의 직계이자 소가주인데 반해 네놈은 고작해야 열네 번째 대체품이 아니지 않느냐. 반말을 삼가거라.”
컨셉을 뭐 이렇게 잡았어.
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지으며 장단을 맞춰졌다.
“독을 써서 사파로 분류된 세가의 소가주가 자랑스럽냐?”
전생에서 사파로 분류되진 않았지만, 당가는 기피와 멸시의 대상이었다.
독을 사용하기 때문에.
당소가 서준의 말을 듣고는 별거 아니라는 듯 툭 내뱉었다.
“마교가 뭐라는 겐가.”
이를 들은 서준은 갑자기 할 말이 없어졌다.
이래서 잘 나가는 세력에 들어가야 하는 것인가!
아. 컨셉에 호응해 주지 말걸.
“아무튼 천마14여.”
“그래, 말해보거라.”
“무슨 사기를 친 것이냐?”
“사기?”
“그래 사기. 니 닉네임 옆에 떡하니 박혀 있는 대종사 그거.”
역시 대종사로 뭐라 하는군.
“사기 아닌데?”
“뭔 짓을 해서 얻은 거지? 지금 이렇게 보이는 거 보면 가짜도 아니란 건데. 무슨 속임수를 쓴 것인지 궁금하구나. 대종사는 마교 시험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있는 거냐?”
당소가 고개를 갸웃했다.
-생방으로 다 있는데 쟤는 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실 부정인가?
-정보) 커뮤니티에서는 실제로 뭔 짓을 한 거라는 의견이 반이나 된다.
-저 모자란 쉑
확실히 트래블 다시보기에도 남아 있을 텐데.
서준은 귀찮은 그를 떼어내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래, 사기 쳤다.”
그리고 동시에 당소도 말했다.
“그럼 증명……. 뭐? 사기 쳤다고?”
“그래.”
“역시. 그럴 줄 알았네. 뻔한 일이지 훗. 이 몸이 어떻게 초절정을 땄는데 무공의 문외한인 네가 그깟 국룰 초식으로 그 위의 단계를 얻는다는 건 말이 안 되고말고.”
그런 사연이 있는 줄은 몰랐다.
서준은 묵묵히 입을 닫고 공감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 줬다.
이제 가라.
곧 전장 열린다.
-영원한 행복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바보들과 다투지 않아야 합니다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네. 당신 말이 옳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단합 잘 되네
하지만 서준의 바람만큼 당소가 아주 멍청하진 않았다.
“그러면 대종사는 어떻게 얻은 것이지? 트래블 편집은?”
“그건 전문 업체한테 맡겼다. 대종사는 마교에 들어가야만 얻을 수 있으니 말해줘도 너한테는 소용없겠지.”
그냥 애매하게 멍청했다.
“이놈이 지금 나를 내쫓으려는 건가? 아니 그러면 대종사가 진짜라는 건데, 그건 또 말이 안 되지. 그렇고말고.”
그래 말 안 되잖아.
빨리 가.
서준은 딱히 그를 설득하고 싶지는 않았다.
“좋다. 증명해 보거라. 백위강 앞에 가서 사기가 아니란 걸.”
“싫다.”
“흠 증명 못 하는 거 보니깐 사기꾼 맞나 보군. 그럼 나는 증명했네.”
당소는 그렇게 선언하고 뒤를 돌아 문 쪽으로 걸어갔다.
-아오 당소 쉑ㅋㅋㅋㅋㅋㅋ
-이딴 게 증명?
-13위 어케 했냐
서준은 어깨를 으쓱였다.
증명을 안 하는 게 언제부터 못 하는 게 된 건지.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차피 곧 전장 시작이고 자투리 시간 동안 할 게 없다.
좀만 놀아줘야겠다.
“독을 너무 많이 먹어서 뇌가 손상된 거라뇨. 어허 여러분들 그런 말 하면 안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도대체 누가 그럼?
-또 시작이네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 도발 실력 ㅋㅋㅋㅋ
-아가리 파이터
-감탄만 나온다
우뚝.
밖으로 향하던 당소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리고 당소는 몸을 돌렸다.
“나에게 한 말이냐?”
“아닌데.”
“나에게 한 것 같은데?”
“어쩌라고.”
“이게!”
당소의 양손에서 비수가 나타나 서준에게 쇄도했다.
눈만 마주치면 칼춤 추는 세계가 배경인 게임 아니랄까 봐.
유저들 수준 보소.
서준은 혀를 내두르며 손에 쥐고 있던 검으로 단검을 튕겨냈다.
캉!
이어서 검을 날려 반격했다.
쇄애애액!
서준이 날린 검은 당소의 볼을 스치며 뒤로 날아갔다.
“어때 이래도 사기꾼 같은가?”
꿀꺽.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당소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서준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뒷짐을 지었다.
전의를 상실한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당소가 입을 열었다.
“하, 못 맞췄으면서 허세 부리기는. 이제 곧 전장 열리는데 사파 접경지대로 전장을 선택하게. 내가 거기서 네 놈의 정체를 까발려 주지!”
그래. 이번에는 전장이냐.
서준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고 당소는 다시 온갖 무게를 잡으면서 비무장에서 나갔다.
서준은 그를 붙잡지는 않았다. 대신 손을 흔들어 배웅해 줬다.
“흠, 오늘은 사파랑 안 할 건데.”
그렇다고 원래 계획을 당소 때문에 바꿀 생각도 없었다.
-해도 됨ㅋㅋㅋㅋㅋㅋ
-ㄹㅇ 뇌가 독에 절여진 듯ㅋㅋㅋ
-쟤는 랭커란 놈이 당일 전장 게임 모드도 모르냐
시청자들이 웃고 있었다.
서준도 그 이유를 알아챘다.
“아 맞다. 오늘은 게임 모드가 어제랑은 다르죠?”
-ㅇㅇ. 오늘은 레이드임ㅋㅋㅋㅋㅋㅋㅋ
-상대 세력의 NPC랑 붙는 전장에만 있는 모드!
-다음은 호위!
그렇다. 오늘 전장의 게임 모드는 PVP가 아니었다.
그런데 저격하니 뭐니 했단 거다.
“당가의 미래가 참 밝습니다.”
닉네임뿐인 소가주지만, 이쯤 되면 당가에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야 하지 않나 싶다.
-ㄹㅇ 너무 밝아서 안 보임
-너무 밝나 너무 어둡나 안 보이는 건 똑같긴 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헷갈릴 만함 ㅋㅋㅋㅋㅋㅋ
-당가입니다. 저 새끼 없애버리고 싶어요
그리고 옆에서 가만히 있던 검객이 말했다.
“아싸. 곧 7시네. 덕분에 더 수련 안 한다.”
* * *
서준은 마을로 돌아온 뒤, 특성을 만졌다.
오늘 아침부터 대학교에서 강의 들으면서 핸드폰으로 특성의 세세한 설명을 하나하나 다 읽었다.
그리고 최적의 방향으로 조정했다.
전날에는 급하게 맞춘 터라 세세한 부분에서 손해를 보고 있었다.
[주화입마가 빨리 찾아오는 대신 흡성대법의 위력이 올라간다.] [적을 살상할 시 대법이 풀린다.]변하지 않는 핵심 특성들이었다.
강력하게 해주는 대신 패널티를 높이는 특성.
다른 선택지의 특성을 선택하면 위력과 패널티가 완화되고, 높은 체력과 방어력을 얻을 수 있었다.
큰 갈래를 잡은 이후에는 세세한 특성들을 조정해 나간다.
[검기가 적에게 주는 피해가 증가한다.] [내공의 소모되는 양이 감소한다.] [적에게서 체력을 강탈할 때 3초간 이동속도가 증가한다.].
.
.
등등등.
서준이 세부적으로 선택한 특성들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방어적인 부분은 절대 안 찍는 것 보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빌드 의미는 알겠는데 본질은 개선 안 됨. 양학용임
-나중에도 통할까
양학용.
공격에 치중되어 있어 만약 상대의 공격을 한 번만 허용해도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다시 피를 채우면 그만이야.’
서준은 그렇게 생각했다.
마침 특성을 다 찍자 전장이 열리는 7시가 되었다.
서준은 게임 창을 띄우고 전장을 열었다.
지도가 떠오르고 전투가 일어난 지역들에서 아이콘들이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전투가 일어났단 사실을 간략하게 나타냈다.
그리고 낮과 밤이 뒤바뀌고 나타난 결과는.
“일단 전부 수비에 성공했네요.”
전날과 변함이 없었다.
모든 세력이 모든 지역에서 수비에 성공했다는 뜻이다.
반대로 말하면 누구도 공격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뜻.
-방장 기여도 확인 해 보자
-명성치 따져보면 방장이 나온 것 중에서는 1위던데
-기여도 재야지
전장에서는 기간이 절반이 지나간 시점에서야 기여도를 공개적으로 집계해 랭킹을 매긴다.
그렇기에 랭킹이 집계되기 전까지는 스트리머나 랭커들이 스스로 공개한 그들의 기여도를 토대로 사람들은 끼워 맞추기를 한다.
그래서 공개를 원하는 것이지만.
“뭘 벌써부터 보려고 해요. 해 봤자 첫날인데.”
서준은 굳이 공개하고 싶지는 않았다.
성격 자체가 일희일비보다는 할 거 하는 스타일인지라.
-방장은 당장 기여도를 공개하라! 공개하라!
-16위 노린다면서ㅋㅋ 같이 전략을 짜야지
-나는 그냥 궁금해
“근데 여러분들한테 공개 안 해도 전략은 짤 수 있잖아요.”
-팩트 밴
-아 우리가 짜 준다고
-니들 브론즈잖아ㅋㅋㅋ
-아 아무튼 잘 짠다고
-우리만 믿어!
-방장 왈) 수능 7등급한테 과외 안 받는다 (다소 의역) -팩트 밴이라 했다
그리고 서준뿐만 아니라 진지하게 16위를 노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공개해서 얻을 게 없기 때문이다.
해봐야 견제?
그래서 시청자들도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자, 시작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