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56)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56화(56/431)
제56화
서준은 난간을 넘었다.
그리고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걸어갔다.
약간의 여유를 즐긴다.
“캬. 해 지는 경치 죽이네요.”
무비 소프트에서 구현한 기루의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옛 무협 도심의 경치는 제법 운치 있었다.
오랜만에 백주를 마시고 싶어지는 기분이다.
-여유롭네
-시간 넘친다 ㅋㅋㅋㅋㅋㅋㅋ
-12층에는 적이 없어서 그냥 쭉 내려가면 되네
또각.
또각.
서준은 적이 없는 빈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검을 어깨에 걸쳤다.
“내공 회복이 역시 많이 느리네요.”
흡성대법이 발동된 때에 비하면 20분의 1도 안 채워진다.
이러니 사람들이 자원을 최소한으로 써서 적장에게 도달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하지.
물론 전부 계산하에 있었지만.
또각.
서준은 11층에 도착했다.
기시감이 느껴진다.
널브러진 마교도들.
그을린 벽면과 검흔.
미세한 소음들.
‘그리고 이 모퉁이를 지나면.’
파지직.
‘온다.’
서준은 검을 휘두르는 대신 즉시 몸을 뒤로 피했다.
모퉁이를 돌기 직전 뒤로 빠진 서준의 앞에 뇌기가 번쩍이며 극쾌의 검을 내찌른 NPC가 나타났다.
콰아앙!
발산되는 뇌기가 지나온 자리를 태우고, 서준이 있던 경로의 벽에는 검이 꽂힌다.
“남궁천 나왔네요.”
푸른 빛의 의복과 그를 내려다보는 거구의 노인과 눈을 마주쳤다.
노인은 서준의 정체를 짧은 시간에 위아래로 훑어 확인한 즉시 벽에 박힌 검을 뽑아 휘둘렀다.
“네놈을 죽이면 이번 전쟁도 우리의 승리겠지. 하하하!”
내공이 실리지 않은 기본 공격이기에 서준은 맞받아쳤다.
그리고 그 순간 흡성대법이 켜지고, 서준의 내공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응 방장 죽여도 니네 마교 못 이겨
-뭐래 어우정 모르냐
-어차피 우승은 정파?
-하지만 방장을 죽이면 우리는 좋은 걸 볼 수 있지!
-킹법소녀!
촤아악!
남궁천의 검은 얇고 길다.
또한 체구 자체가 더 컸기 때문에 남궁천의 팔도 서준보다 길었다.
그렇다고 속도가 느리지도 않았다. 그들의 무공의 특성이 가지는 뇌기가 빠른 속도를 더해준다.
양옆으로 피할 수 없는 복도에서 남궁천은 서준에게 검을 휘두르며 다가왔다.
서준은 검을 피하면서 뒤로 빠졌다.
하지만 마냥 피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피할 수 있는 공격도 맞아가면서 공격할 수밖에.’
어째서?
그에게는 제한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준의 왼팔에 검이 스치며 체력이 깎인다.
하지만 그 직후 서준은 남궁천의 어깨를 베어내며 뒤로 한 발 빠졌다.
잃은 체력이 복구된다.
‘맞아도 그만이고.’
그의 특성은 오히려 서로 한 번씩 공격을 주고받으며 싸우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다행히 NPC라 별생각 없이 계속 달려드네요.”
챙!
서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검이 맞부딪히고 그가 뒤로 밀려난 순간.
뇌기가 남궁천의 검에 응집된다.
-뇌기 응집 속도 개빠르네
-준비가 빨라
-저거 옛날에 진행했던 세력 퀘스트에서 얻은 검 때문 아님?
-뇌신검?
-ㅇㅇ
남궁천이 펼치는 천뢰신검의 속도는 보통의 유저들보다 훨씬 빨랐다. 긴 준비기간이 없는 수준이었다.
그 이유는 몇 년 전, 세력 관련된 퀘스트에서 남궁천에게 보물을 구해주는 퀘스트를 남궁세가 유저들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협을 위하여에는 당연하게도 전장뿐만 아니라 다른 컨텐츠들이 있었고 그런 컨텐츠들하고 전장은 맞물리는 관계였다.
단순한 퀘스트뿐만 아니라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달라지는 세력의 관계도와 성장하는 NPC들도 마찬가지로 맞물려 전장에서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남궁천이 지니고 있는 뇌신검은 뇌기를 잘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내재하고 있었기에 응집 속도가 차원이 달랐다.
‘어차피 세력 간 밸런스는 게임사에서 알아서 조정했겠지.’
당장 이기는 것에 집중한다.
서준의 심장을 노리는 극쾌의 찌르기가 펼쳐진다.
‘내공은.’
검에 몇 번 담을 정도는 회복됐다.
서준은 몸을 살짝 틀어 급소를 피했다.
푸우우욱!
가슴팍에 꽂힌 검 때문에 체력이 많이 달았지만,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서준은 웃으면서 마찬가지로 검기가 실린 검을 꽂았다.
적의 급소를 향해.
“흐. 체력이 차네요.”
만약 전생에 이런 무공이 있었다면 재밌을 것 같았다.
-무서워 ㅋㅋㅋㅋㅋㅋㅋㅋ
-검이 꽂힌 상태로 웃는 거냐?
-이때 입가에 피를 흘리면 딱인데 게임이라 ㄲㅂ
-흡성대법 개사기네
-이거 완전 버서커…
“이제 진짜 시간이 없네요.”
빠듯하다.
서준은 더 이상 뒤로 물러나는 대신 오히려 앞으로 다가갔다.
베고 베이는 난투전을 위해서.
내공이 부족해서 선택의 여지 없이 내린 결정이었다.
처음부터 내공을 다 소모한 상태로 싸웠기에 데미지가 높은 검기를 많이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기본 공격을 더 많이, 짧은 시간 안에 욱여넣어야 한다.
촤아아악.
적이 그를 베면.
촤아아악.
그도 적을 벤다.
한 번 더.
현실이었다면 이뤄질 수 없는 공방이 이어진다.
또 한 번 더.
서준의 체력이 한 번에 절반이 넘게 까였다가 다시 회복된다.
마치 살벌한 외줄타기 같았다. 실수하면 그대로 떨어진다.
“크하하하! 네놈이 발악을 하는구나!”
남궁천이 소리를 지르며 검을 위로 높게 치켜든다.
NPC의 흥분이 느껴진다.
서준도 덩달아 흥분되기 시작했다.
이런 전투는 해본 적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단순히 아슬해서일까.
-광기 미쳤다
-그 와중에 본인은 급소 다 피하는 거임?
-그래도 방장 피가 닳긴 하네
파지직.
남궁천의 검에 뇌기가 모인다.
순식간에 잔영이 되어 내려치겠지.
“바로 앞에서는 안 되지.”
탕!
서준은 바로 검에 검기를 담고 핑그르르 돌리며 검을 던졌다. 응집이 끊겼다.
검기에는 검기만 대응할 수 있고, 서준이 찍은 특성에는 검기를 날리는 특수한 무공이 없었기에 임기응변으로 날린 것이다.
응집이 끊긴 남궁천의 검이 검기가 없는 채로 휘둘러진다.
서준은 그대로 맞았다. 체력이 아슬아슬한 선까지 떨어진다.
잘못하면 정말로 죽을 정도다.
하지만 피하거나 쳐낼 시간도 아깝다.
몸을 움직이고 팔을 우선 휘두른다.
방금 던진 검이 천장에 맞고 떨어지고 있었다.
서준은 그대로 경로에 떨어지는 검을 붙잡고 공격을 완성 시켰다.
촤아아악!
-??
-아니 뭐냐ㅋㅋㅋㅋ
-와 ㅋㅋㅋㅋㅋ
-내가 뭘 본 거야
-아니 ㅅㅍㅋㅋㅋ 어이가 없네ㅋㅋㅋㅋㅋㅋㅋ
서준의 발이 더 안쪽으로 파고든다.
극단적인 근접전은 더 빠른 공격으로 이어진다.
검기를 담은 공격을 재차 성공시켰다.
눈에 띌 정도로 적의 체력이 줄어들었고.
데미지가 강해지는 만큼 서준의 회복량도 늘어났다.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하자.
“크으윽.”
남궁천이 쓰러졌고 서준에게 활력을 불어넣으며 동시에 목을 점차 옥좨오던 흡성대법이 풀렸다.
“아프지는 않네요.”
-캬!
-미쳤어!
-ㅅㅅㅅㅅㅅ 믿고 있었습니다.
-4분? 웃기고 있네. 4분? 웃기고 있네. 4분? 웃기고 있네. 4분? 웃기고 있네.
-방장은 겸손했어! 방장은 겸손했어! 방장은 겸손했어!
-랭커들 루트 베낄 생각 멈춰!
서준은 웃는 얼굴로 손바닥을 바라봤다.
손바닥에는 피가 고여 있었다.
그리고 온몸에는 상처가 나 있었다.
가상현실이지만, 이렇게 베여가며 싸운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몇 초의 시간이 지나자 붉은 피들은 증발하듯 사라졌고, 서준의 상처는 전부 아물었다.
서준은 이내 설정을 만져 카메라를 정면으로 돌렸다.
마치 누군가를 바라보듯이 눈을 마주한 서준은 입을 열었다.
“자 그러면 마교 와야겠죠?”
그 누구의 정체는 뻔했다.
그의 기록은 3분 01초.
4분대보다도 훨씬 빠른 기록이었으니.
-와야지?
-친히 포교하는 교주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소쉑 왜 내기했냐
-일단 이번 전장은 글렀네ㅋㅋㅋ 시비 잔뜩 털더만 꼬시다
* * *
조금 전.
당소는 서준이 사라진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여러 인터넷 창을 켰다.
하나는 서준의 방송이었고, 다른 것들은 노협과 단체 채팅방 같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사이트들이었다.
“내기는 보나 마나 내가 이기겠지만 일단은 봐줘야겠군. 후후후.”
여기서 봐준다는 것은 서준의 사정을 고려해 내기를 물려준다는 뜻이 아니라 그의 방송을 보겠다는 뜻이다.
물론 내기가 아니더라도 서준의 방송은 랭커들이 주시하고 있는 방송 중 하나였다.
전날에 대종사의 칭호를 얻어 이슈가 된 데다가 전장이 시작된 7시에 바로 게임을 했으니 안 볼 수가 없었다.
“뭐래. 지면 어쩌려고 그딴 내기를 했냐.”
당소의 고개가 화면에서 소리가 들린 쪽으로 이동했다.
“그자는 사기꾼이라서 내가 질 리가 없네.”
당소는 정체를 확인하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상대는 같은 사파의 동료 랭커였다.
“나는 그 사람, 사기꾼 아닌 것 같던데.”
“어째선가.”
“애초에 뭘 어떻게 사기를 쳤다는 건데.”
“히든 퀘스트?”
“히든 퀘스트라고 생각하면 아까 퀘스트 기록 창 열어서 방송에 공개해달라 하면 됐잖아. 이 빡대가리야.”
“오. 확인해 볼 걸 그랬군.”
“너가 만약에 내기에 져서 마교로 가면 대참사 나는 거다. 너 같은 랭커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데.”
당소의 동료는 한숨을 내쉬었다.
전장에서는 연승을 이어 나간다면 보너스로 인해 어마어마한 명성치를 모을 수 있다.
그렇게 많은 명성치를 모은 랭커들은 곧 세력의 전력이 된다.
명성치가 높은 만큼 공방 포인트를 많이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게임이 중반을 넘어가면 이 랭커들의 공방 포인트는 유의미 해진다.
지금이야 명성치가 별로 안 쌓였으니 일개 유저 1에 불과하지만.
연승을 통해 많은 명성치를 쌓게 되는 순간부터 랭커들 한 명 한 명은 중요 자원이 된다.
그중 최상위권에 있는 당소는 의외로 멍청해 보이지만 상황 판단도 빠르고 실력도 적어도 사파에서 네 손 안에는 드니 비호감이더라도 내기는 반드시 이겨야 했다.
“자네도 방송을 보고 있었나.”
“응. 정파랑 싸우는 마교랑 사파 유저들은 대부분 그 사람 방송 보고 있었을걸? 니가 바보 같은 내기를 하는 것까지 다 봤겠지.”
“하. 걱정하지 말게.”
당소는 코웃음을 쳤다.
“저런 빌드로 어떻게 4분 안에 들어온단 말인가.”
“왜? 성공할 수도 있지.”
당소는 딱 잘라 말했다.
“나는 그 사람의 실력을 무시하지 않았네. 하지만 불가능 한 건 불가능한 거네.”
“에휴.”
동료는 더 말하지 않고 마주 보고 앉아 방송을 틀었다.
‘어쨌든 내기에서 저 당가놈이 이기면 랭커급이 사파로 오는 건데.’
그것도 실력도 엄청난데다가 전장에 아주 절실한 사람이.
그는 알고 있었다.
서준이 전장에 무엇을 걸었는지를 말이다.
문제는.
‘왜 이렇게 불안하냔 말이다.’
그런 걱정 속에서 대기 시간인 1분이 지났고 서준의 게임이 시작됐다.
“호. 바로 벽을 부수고 밖으로 나가는 건가? 어쩌려는 거지? 두 번째 판도 탐색?”
당소가 말했다.
“그럴 리가 없잖아.”
그의 동료도 말했다.
화면 속 서준은 벽을 부순 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위를 바라본다.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시종일관 웃던 당소의 입꼬리도 살짝 내려갔다.
이윽고 한 번에 꼭대기에 도착한다.
“……18초?”
“…….”
“…….”
“망했네.”
“하하. 아직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네. 내공도 다 썼는데 NPC를 못 잡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야.”
“…….”
“짐이나 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