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58)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58화(58/431)
제58화
“천마…….”
“그만해 이 새끼야.”
당소의 외침에 주변의 시선이 모여들 때쯤 옆 의자에 앉아 있던 유저가 당소의 머리를 후려쳤다.
“커헉.”
“내가 한번 빌어보라고 했지, 무슨 뜬금없이 찬양하라고 했냐!”
“이게 어째서 찬양인가!”
“천마재림이 찬양이 아니냐? 응?”
흠.
서준이 보기에 당소의 동료로 추정되는 유저는 다분히 상식적이었다.
협을 위하여에 오고 처음 보는 정상적인 유저 같았다.
‘이렇게 생각하니깐 뭔가 이 게임을 더 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네…….’
이런 게임일 줄은 몰랐지.
상식적인 말을 한 유저의 머리 위를 살폈다. 닉네임은 무명.
그가 암살단의 여명에서 사용한 닉네임이었다.
-다짜고짜 찬양한 거임?ㅋㅋㅋㅋㅋㅋㅋ
-무명? 방장도 무명이었는데
-암살자는 무명이 국룰 아니냐
국룰이 맞긴 하지.
“에휴. 제대로 빌지도 못하고 그냥 마교로 꺼져라.”
“무명! 날 포기하지 말게!”
“시끄러.”
“난 마교에 가기 싫단 말이네! 어서 저자를 설득해 주게나!”
당소가 손가락으로 서준을 가리켰고 서준은 그 손가락을 따라 시선이 움직인 무명과 눈이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천마님. 저는 무명이에요. 세력은 사파고.”
“반갑다.”
“그래서 이놈, 아니 얘 마교로 데리러 갈 거예요?”
“그래.”
계약서를 쓴 것도 담보를 잡은 것도 아니니 내기에 불복해도 강제할 수는 없다.
근데 지금 이렇게 설득하려는 걸 보아하니 의외로 도망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래요? 그럼 빨리 데려가세요.”
아니 설득하려고도 안 하네.
당소가 배신감에 가득 찬 표정으로 무명을 올려다봤다.
“자네! 설득해 준다고 하지 않았나!”
“내가 언제. 그러게 그런 내기를 하래? 응? 그거 자업자득이야.”
맞는 말이다.
“하! 네놈은 의리도 없느냐?”
“응, 없어.”
당소가 일어서서 무명의 멱살을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지가 설득할 것이지ㅋㅋㅋㅋ
-나 같아도 버린다
-당소 그래도 전력감인데 안 붙잡네
서준은 솔직히 말해서 당소가 그냥 도망칠 줄 알았다.
도망쳤다가 그를 다시 본다고 해도 무시하면 그만이고.
많은 사람이 봤기 때문에 아는 사람들은 놀리기야 하겠지만 그뿐이지 않은가.
“그만 흔들어라.”
“싫은데?”
“니가 멍청하게 사기라고 우기지만 않았어도 어? 저 실력이 사기로 보이냐? 응?”
“그래! 알았으니 어서 설득이나 해라!”
“아오. 말이 안 통하네. 진짜 뒤지고 싶냐. 확 그냥.”
“좋다. 일대일 들어오게나.”
“바로 신청 건다.”
멱살잡이는 어느새 싸움으로 번졌다.
그들의 주위로 테두리가 쳐진다.
사람들이 들어갈 수 없게 투명한 방벽이 세워지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구경 오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여러분 의외로 순순히 내기 결과를 받아들이네요.”
서준도 싸움을 관전하기 시작했다.
-당연하지!
-명예가 있는데
-게임 이름부터 협을 위하여인데 내기는 지켜야지
-협은 개뿔. 내가 지금까지 해 온 게임은 뭔데ㅋㅋㅋ
-이 고이다 못해 서로 대부분 이름 정도는 알아서 내기를 안 지킬 수가 없다고 ㅋㅋㅋㅋㅋㅋ
일대일 비무의 승리는 무명에게로 돌아갔다.
사람들의 설명에 따르면 무명의 랭킹이 더 낮고 상성도 불리하다고 했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사람들은 마교에 가는 게 그만큼 충격적이다, 멘탈이 깨졌다 등등 다양한 의견들을 내놓았다.
정말 마교가 그 정도인 건가.
당소는 허망한 얼굴로 천장을 올려다봤고 무명은 서준에게 다가와 말했다.
“얘 좀 빨리 치워주시면 좋겠네요.”
어떻게 치우라는 건지 모르겠네.
당소가 다가와 말했다.
“천마님 제가 사파에 남아서 정보를 빼 오겠습니다. 그러니 내기를 물러주신다면 분명히 마교가 우승할 수 있을 겁니다!”
서준은 다시 한번 속으로 감탄했다.
역시 이놈, 정상적으로 말 잘한다.
“응, 너 지금 대화방에서 강퇴했어.”
멍청한 건 변함 없는 것 같군.
딱히 들어줄 생각은 없었지만, 그걸 면전에다 대고 말하다니.
“그나저나 천마님.”
당소를 퇴장시킨 무명이 비장하게 그를 바라본다.
“왜?”
“마교의 우승은 힘들 겁니다.”
왜 갑자기 견제하는 기색인데.
안다고.
* * *
“뭐 이왕 이렇게 된 거 잘 됐다고 생각하네!”
결국 마교로 가게 돼서 더 이상 서준에게 빌 필요가 없어진 당소의 말투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들은 마을 밖으로 나와 마교로 가고 있었다.
서준은 같이 가야 하는 이유는 없었지만, 시간이 많이 남은 김에 함께 했다.
“마교의 우승을 한 번 노려보는 거네!”
그거 안 된다고. 불가능하다고.
“16등 안에 드는 건 못하게 돼서 아쉬우나 마교의 첫 우승을 만들면 그것도 나름 나쁘지 않지 않은가.”
나쁘지 않은 게 아니라 불가능하다니깐 그러네.
비무대에 도착했다.
“백위강이 없군.”
“그야 레이드에서 나온 NPC가 백위강이니 없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대신 다른 NPC가 있었다.
당소는 그쪽으로 가서 시범을 보이고 마교로 세력을 바꿨다.
“근데 대종사 정말 사기 아닌가?”
“…….”
“퀘스트창 한 번만…….”
* * *
정파를 누군가가 3분 만에 깼다는 소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시작은 정파의 랭커들이 모인 대화방, [어우정] (어차피 우승은 정파)에서부터였다.
-님들 누가 우리 세력 3분 만에 깼는데요?
-루트 퍼진 거임?
-아. 시작부터 사파 놈들 앞서가겠네.
-걱정 ㄴㄴ 루트가 일반적이지 않음 현실성 없는 듯
-그래? 그럼 신경 꺼야지. 마교 루트 짜는 사람 정보 공유 좀
-대단하긴 하네
그들에게는 당장 중요한 일이 닥쳐 있었기에 큰 관심은 없었다.
사파 대화방인 [위정척사파]는 그 루트를 이용할 특성을 짜 보는 등의 노력을 했지만, 내공을 다 소모한 채 싸우면 잡는 데 더 오래 걸린다는 결론을 내리고 관심을 껐다.
전체적으로 평범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한창 싸우던 노협에서는 달랐다.
[정파 3분 루트 떴다.]==
(클립)
==
-이야 저런 방법이 있었네
-실력 좋은 마교는 해 볼 만한 듯
-나는 벽에 검 꽂고 거기에 착지하는 것부터 막힐 것 같은데ㅎㅎ
-오. 진짜 했네? 아까 욕하던 놈들 어디 갔냐?
서준이 욕을 먹던 이유에는 그가 말도 안 되는 발언들을 했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발언이 사실 말이 된다고 밝혀졌으니.
[당장 몇 분 전 사기꾼이라 욕하던 놈들]==
(스크린 샷)
(스크린 샷)
(스크린 샷)
어디 갔냐?
==
-와 이것들 살벌하게도 욕했었네
-억까 보소
-3분 만에 깬 사람한테 4분 가지고 뭐라 한 븅신들이네 ㅋㅋㅋㅋ
└ㄹㅇ 4분은 허언이 아니라 겸손의 표현이었는데요?
└쟤들 밴 안 되냐
└차단이 답이다!
-레이드도 사기 쳤다고 할 놈들이네
증거가 없으니 지켜봐야 한다는 정상적인 사람들도 욕을 먹었었던 만큼 그 후폭풍은 거셌다.
[퀘스트창에도, 아이템 창에도, 특별한 거 아무것도 없잖아 주작무새들아]-대종사도 진짜 실력인가 보네. 지금 방송에서 까라는 거 다 까고 있는데?
-이 정도면 된 거지
-칭호 카테고리에도 대종사랑 함게 초절정, 절정, 다 있구만
-진짜 섣부르게 욕하는 것 봐
-마교 우승도 가능?
└빠는 것도 적당해야지. 우승은 무슨 우승.
└이런 댓글에만 튀어나오는 것 봐ㅋㅋㅋㅋㅋㅋㅋㅋ 야. 아직도 사기 같냐? 응? 3분 만에 틀린 게 밝혀진 3분 카레 같은 놈아
└3분 카레 ㅋㅋㅋㅋㅋㅋㅋㅋ
└3분 카레단 놈들 하여간에 멍청해서 안 돼.
└쟤 욕하던 스크린샷 찾아옴. 3분 카레단 맞았음 ㅋㅋ
빠는 것도 적당히 하라는 댓글은 곧 삭제되었다. 하지만, 3분 카레단이란 명칭은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정의는 승리한다!] [당장 천마님 까던 3분 카레단 나오라고.] [사기는 니들 인생이었고요.] [최단기 퇴물 논란 3분 카레!]이렇게 서준도 모르는 사이에 짧은 논란은 끝나 버렸다.
* * *
서준은 당소와 친구 추가를 했다.
멍청하고 관심받는 걸 좋아해 나대서 그렇지 애는 착하다.
라는 게 시청자의 평가였고 서준은 별생각 없었다.
이후에는 여러 전장을 하는 사람들을 둘러봤다.
노협에 가서는 그를 깠던 사람들이 꽤 많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서준은 당소만 의문을 가졌었던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아서 진화된 모습에 시청자들과 함께 웃었다.
그리고 스트리밍을 종료한 뒤에는 저번 전장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정보 수집 차원에서 아이튜브에 들어갔다.
[여기서 정파의 선택이 우승으로 이끄는데요!]전장의 상황을 재밌게 정리해서 해설해주는 컨텐츠로 매번 수십만에서 수백만까지 조회수를 뽑는 스트리머 덕분에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다음 날 전장의 게임 종류는 점령전이었다.
본래 점령전이 가장 인기 있고 기본적인 모드인 만큼 점령전이 가장 많은 기간을 차지한다.
그리고 전날 3분 대의 기록을 찍은 그가 획득한 명성치에 대해 사람들은 궁금해했지만, 서준은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앞으로 명성치도 비공개로 하겠습니다.”
전날 논란을 보고 정보를 최대한 감추기로 한 것이다.
혹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기도 하고.
명성치는 기여도에도 영향을 주지만 Matchmaking Rating, 즉 MMR의 역할도 한다.
MMR은 게임 매칭의 기준이 되는 점수를 말한다.
명성치가 높으면 높은 사람끼리 게임이 잡히고, 낮으면 낮은 사람끼리 잡힌다는 것이다.
서준은 이후 마교의 단체 대화방에도 초대되었다.
마교에 들어온 당소가 당일 들어가서 놀다가 서준을 초대한 것이다.
[2등만이라도] [999+]짠했다.
어떻게 방제가 2등을 노리는 건지.
들어와 있는 유저는 60명대.
-천마님 3분 기록 대단하시던데 우리의 희망입니다
-믿습니다
-이번 전장 2등 하면 진짜 천마로 모시는 거 쌉가능
-ㄹㅇㅋㅋ
-얘들아… 그만 해. 우리 너무 불쌍하잖아…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고 유했다.
다들 무시를 많이 받아서 그런지 적어도 대화방 내부에서는 서로에 대한 동지애가 다른 세력보다 더 끈끈한 것 같았다.
게임 속에서는 모르겠지만.
듣기로는 마교에서 보라색 염색약이랑 팬티가 그렇게 잘 팔린다고 한다.
서준은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연승을 이어갔다.
특성이 분명 양학용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손쉽게 이긴 것이다.
슬슬 명성치의 차이가 벌어지고 어느 정도 수준이 있는 사람들과 매칭되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서준의 빌드로는 양학을 못 할 거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말이다.
6일 차.
시곗바늘이 7시를 가리키고 지도가 올라왔다.
-오늘은 호위였네. 지금 알았다.
-처음 보는 데 전장에만 있는 모드임?
-ㅇㅇ
-게임만 하면 표국 취직시켜준다고!
-사실상 산적 놈들을 위한 게임 모드
-오늘만큼은 사파랑 떠야 한다 ㄹㅇ
서준이 말했다.
“호위라면 진짜 사파랑 하는 게 알맞긴 할 것 같네요.”
게임 모드 호위.
방어하는 세력은 표국을 도와 표물의 운송을 돕거나 요인을 목적지까지 호위해야 하고, 공격하는 세력은 그 표물을 탈취하거나 손상을 입혀야 한다.
여기서 표국은 쉽게 말해 우체국이고, 표물은 택배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표행을 떠나면 꼭 나타나는 세력이 하나 있다.
바로 녹림.
표행이 어디서 이뤄지는가?
대부분 산행이다.
그리고 산에는 산적이 있는 건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호위 모드에는 사파랑 싸우는 게 국룰처럼 여겨진다.
-공격 ㄱㄱ
-녹림 놈들한테서 탈취해야지
-상황이 개 웃기긴 해ㅋㅋㅋ
시청자들이 웃기다고 생각하는 상황은 바로 사파가 아닌 다른 세력이 사파의 지역에 공격했을 때이다.
호위에서는 지역을 공격한 쪽이 탈취가 목적으로 부여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파의 지역으로 점령을 하러 가면 산적이 표국과 표물을 지키고 정파가 그 표물을 뺏으려는 그림이 나온다.
“네, 아무리 그래도 공격하지는 않을 거예요.”
성공 보너스를 포기할 순 없다.
서준은 고인물을 얕보지 않았다.
[1분 후 표행이 시작됩니다.]그래도 산적은 만나기 위해서 사파 접견지의 지역을 골라 수비 하기를 선택했다.
“하이요.”
“안녕하세요.”
“네. 게임 잘해 봅시다.”
서준은 스타트 지점에 소환됐다.
팀원들이 보였다.
호위는 한 팀당 3명으로 진행된다.
“어? 미친. 방장이다. 안녕하세요.”
그런데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났다.
-시청자?
-너 뭐냐 저격했냐?
-시참 부럽다
시참.
시청자 참여의 줄임말이다.
보통은 스트리머가 시참을 하기로 결정하면 시청자들 중에서 뽑아서 함께 게임을 돌리지만, 우연하게도 랜덤으로 만나는 경우도 있었다.
서준은 순간 고민했다.
반말할지, 존댓말을 할지 말이다.
시청자들에게는 존댓말을 하지만, 게임 속에서 만난 사람들에게는 가급적이면 천마의 말투로 대화를 해왔다.
그런데 시청자를 게임에서 만나다니.
그렇게 서준이 고민에 빠진 와중 그를 모르는 여자인 팀원이 물었다.
“유명한 사람이에요?”
“네. 암살단의 여명 최고의 아웃풋이자 무려 신하연 슬레이어에 진정한 천마십니다!”
그 말을 듣고 서준은 하대하기로 결정했다.
“닥치거라.”
제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하연 슬레이어 미친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좀 논란이 있을 수도 있겠는걸?
-팬들이 항의하러 온다ㅋㅋㅋ
-시청자와는 관련 없는 발언입니다
-빠른 손절 ㄷㄷ
여자 팀원의 눈이 커졌다.
“오.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에요? 근데 그 사람이 님보고 닥치라는데요?”
그러자 그의 시청자가 답했다.
“포상 미쳤다.”
-아 포상 맞지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닥치라 해도 좋아
-어쨌든 게임 캐리해 줄 건데 닥치라면 닥쳐야지
-ㄹㅇㅋㅋ
-역시 그 스트리머에 그 시청자ㅋㅋㅋㅋ
도대체 왜 그 스트리머에 그 시청자지?
정말 모르겠다.
서준은 의문을 뒤로한 채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게임이나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