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59)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59화(59/431)
제59화
주변을 둘러봤다.
초목이 가득한 숲, 아니 산속 공터였다. 공터의 구석에는 NPC들이 있었다.
표사들이었다.
게임 모드, ‘호위’의 배경은 대부분 이렇다.
“마교에서 오신 분들이군요.”
표두, 우두머리로 보이는 NPC가 다가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이쪽으로.”
그는 마차와 NPC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그들을 인도했다.
서준과 팀원들은 그를 따라갔다.
“여러분들이 지켜야 할 물건은 이것입니다.”
마차에는 여러 물품이 상자에 담겨 있었다.
그중 하나를 표두가 가리켰다.
그러자 그 아이템의 위에만 마치 사람들의 머리 위에 닉네임이 있듯이 글자가 떠올랐다.
[청자]그들이 지켜야 하는 건 청색을 띤 도자기였다.
‘파손되기 쉬워 보이네.’
표두는 상자를 닫았다.
그리고 그들을 내버려 두고 출발 준비를 서둘렀다.
“적들은 우리가 뭐를 지켜야 하는지 모를 거예요. 저 위에 떠 있는 물품 이름은 우리의 눈에만 보이는 거예요.”
시청자가 말했고 서준은 답했다.
“알고 있어요.”
“네? 진짜로요?”
“네.”
“이상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하는 그의 말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ㅋㅋㅋㅋㅋㅋ
-뭘 이럴 리가 없어 요즘 선행학습 잘하는데
-선행학습이 아니라 예습. 이 시키야
-혹시 가짜 팬?
“아, 하긴 그거 하지 않으려고 예습 좀 해 오시죠? 흐흐흐.”
그거.
서준의 벌칙을 말한다.
옆에서 말을 듣던 여성 팀원이 마차를 쓸면서 말했다.
“저기, 그거가 뭐예요?”
“그거요?”
“네. 그거요.”
“흐. 궁금하면 아이튜브 진서준 검색해서 보세요.”
“왜 지금 안 알려 주는데요.”
“말하면 너무 부끄러워서.”
시청자는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갑자기 주변의 막대를 주운 뒤 제자리에서 발레를 하듯 손을 위로 모으고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멈춘 다음 나뭇가지를 지팡이 삼아 여러 포즈를 취했다.
말은 하지 않고 말이다.
마치 무언의 행위예술 같았지만, 그 의도는 명확했다.
마법소녀를 흉내 내는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장보다 미친 것 같은데?
-광기 미쳤다ㅋㅋㅋㅋㅋㅋ
-입 벌리고 눈 희번덕 뜨는 것 보소
-개무섭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정도면 빌런 아니냐
이를 본 시청자들은 웃었고 여성 팀원은 갑자기 기괴한 걸 봐서 그런지 팔을 쓸어내렸다.
“뭐야.”
그 심정에 충분히 공감한다.
서준은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웃기긴 한데 좀 아니다.
“출발한다!”
앞에 있는 표두가 외쳤다.
동시에 게임이 시작되었다.
[표물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호위하세요.]표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유저들도 이들과 발을 맞춰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준 님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진짜로 아시죠?”
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진짜로요.”
호위는 간단한 모드다.
표물이 움직이는 동안 적의 습격에서 보호하면 된다.
3대3. 탈취하는 쪽은 표물을 탈취하면 더 높은 점수를 얻긴 하지만 그냥 파손만 해도 이긴다.
그렇기에 호위하는 쪽에는 표사들이 팀원으로 붙는다.
유저들은 시작 지점에서 부활하는 반면 표사들은 부활이 안 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든든했다.
적이 아직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안 시청자는 서준에게 다른 대화를 시도했다.
“아니, 근데 방장은 어떻게 그렇게 싸움을 잘해요?”
“제가 말하지 않았나요?”
그의 시청자라면 알 수도 있다.
그는 쭉 일관된 답변을 해 왔으니 말이다.
“아 전생을 기억한다고요?”
“맞아요.”
서준은 잘 맞췄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 그게 진짜였어요?”
“그럼요. 제가 거짓말을 했겠어요?”
아무도 안 믿어주는데, 드디어 믿어주는 사람을 만난 것인가!
-둘 다 정상이 아니야 ㅋㅋㅋㅋ
-옆에 있는 여자 표정이 점점 썩어지는 중
-대화 내용만 보면 많이 깨긴 해ㅋㅋㅋ
채팅대로 그의 옆에서 마차를 따라 걷고 있는 여자의 얼굴이 마치 허구한 날 실없는 개소리와 농담을 하는 남자들을 바라보는 얼굴이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저기요.”
“네?”
“그쪽이 진짜 게임을 그렇게 잘해요? 아까 뭐 신하연 슬레이어라면서요.”
신하연은 가상현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기도 힘들다.
더군다나 지금 매칭이 잡힌 사람들은 어느 정도 명성치가 높은 사람들.
즉 실력자란 뜻이다.
그런 실력자가 신하연을 모르기는 더 힘들었다.
서준은 그녀 대신 시청자를 노려봤다.
“일단 한 가지 정정하죠.”
“뭐죠?”
“슬레이어는 아니에요.”
슬레이어는 살해자란 뜻이다.
저런 단어 함부로 쓰다간 인터넷에 박제된 채로 평생 돌려질 수가 있었다.
-방장 쫄???
-슬레이어 하면 뭐가 어떻다고!
-왜 내가 신하연을 이겼다 말을 못 해!
-이긴 게 문제가 아니잖아 이 사람들아 ㅋㅋㅋㅋ
스트리머가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바로 논란이다.
언제나 입조심을 해야 한다.
“그럼요?”
“진짜 신하연을 이긴 게 아니라 분신을 이겼죠.”
그녀가 그러면 그렇지 같은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 분신을 지금까지 이긴 사람이 극히 적다는 사실은 모르나 보다.
“에휴 신하연은 무슨.”
“어? 안 믿어요?”
서준은 별생각 없었지만, 그의 시청자는 아니었나 보다.
“뭘 믿으라는 건데요.”
“방장이 이 판을 캐리할 거라는 사실을요!”
“네네. 퍽이나 그러시겠죠.”
아까 시청자가 마법소녀를 따라 한 이후로 그녀는 그의 시청자와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나저나, 슬슬 나올 때 됐는데.”
여자가 대답했다.
“그러게요. 이제 조심하죠.”
“넵. 마차 곁에 딱 붙겠습니다. 안 그래도 적이 하필 사파라서 기습을 특히 더 조심해야 해요.”
은신 스킬이 있고 이동속도가 빠른 살막의 유저들은 이런 모드에서 특히나 위협적이다.
그리고 당가는 원거리에서 비수를 통해 표물을 파손시키는 게 가능해 마찬가지로 위협적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덜 위협적인 세력이 바로 녹림.
산적이었다.
“뭐 걱정은 잘 안 되지만요. 서준 님이 암살자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잡거든요.”
“뭘 믿고 저런대.”
여자가 혀를 찼다.
“왜냐하면…….”
그때였다.
마차가 지나가던 길옆 수풀의 미세한 떨림을 포착한 서준이 빠르게 팔을 내려쳤다.
후우웅!
검이 미세한 파공음을 내며 수풀을 갈랐다.
말로는 대비한다고 했지만, 아직 적이 올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던 둘이 서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랐다.
“아악! 뭐야!”
그리고 수풀 속에서 얼굴을 가린 적이 비명을 지르며 튀어나왔다.
빨간 닉네임을 미루어 볼 때 적인 살막의 암살자였다.
‘이동속도가 빠른 만큼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나 보군.’
서준의 검에 맞고 체력이 어느 정도 깎인 상태로 적이 한탄했다.
“아씨 눈 더럽게 좋나 보네. 웬만해선 안 걸리는데 재수 없게.”
살막의 패시브는 은신이다.
가만히 있거나 매우 천천히 움직이면 위장이 되는 특성인데, 그렇다고 해서 그 움직임으로 인해 지형지물이 영향을 받는 것까지 숨겨주진 않는다.
이를테면 발자국이나 풀의 떨림 같은 것들이 해당된다.
그러니 암살자가 있는 위치만 안다면 그 변화를 포착하는 건 꽤 쉽다.
하지만 어디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포착하는 건 매우 어려웠다.
모든 신경을 주변에 쏟아야 하거나 관찰력이 선천적으로 좋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
-역시 암살자 하나는 잘 잡어
-살막도 암살단처럼 중소기업이었네 ㅋㅋㅋㅋㅋㅋㅋ 금방 들키고
-눈이 진짜 조류세요?
암살자는 뒤로 물러났다.
“난 일단 간다.”
팀원들은 그를 붙잡으러 가진 않았다.
지금 혼자서 그를 쫓아갔다가 적이 합류해 다대일로 싸우면 불리하게 되고, 그렇다고 함께 추격하면 우회한 적에 의해서 무방비해진 마차와 표물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
시청자는 손을 흔들어줬다.
“그래. 곧 다시 보자.”
“몇십 초 후요?”
“크크 맞아요.”
여자는 웃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서준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근데 눈이 정말 좋으신가 봐…… 잠만 저분은 어디 가요?”
그녀의 옆에 있던 서준이 암살자를 따라간 것이다.
“맞다.”
“뭔데요?”
“흡성대법.”
“네? 아니 뭔…….”
점차 줄어드는 말소리를 들으며 서준은 웃었다.
“맘대로 도망치면 안 되죠. 안 그래요, 여러분?”
경공을 펼친다.
세력 특성상 적의 속도가 더 빠르지만, 적은 얼마 안 가서 그냥 걷기 시작했기 때문에 거리가 좁혀진다.
-누구 맘대로 떠나?
-아 ㅋㅋ 일단 싸우면 적을 죽여야 한다고
-가히 사이코패스다운 특성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방장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함
서준은 빠르게 접근했고, 적은 그 기척을 읽고 뒤를 돌아봤다.
“너 뭐냐? 이걸 따라 와? 아니 잠만!”
서준이 쇄도하면서 적의 목에 검을 드리웠다.
당황한 적은 겨우 검을 들어 올려 서준의 공격을 막아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공격을 제지하기 위해 들어 올렸던 검이 아예 부딪히지도 않았다.
서준이 날아들면서 부딪히기 직전에 검을 회수한 뒤 옆에 착지했기 때문이다.
그가 착지할 때 귀찮게 검으로 막아서지 못하게 페이크를 준 것이다.
이 게임에 어울리는 용어로 말하자면 허초였다.
“비었네요.”
촤아아악!
서준은 그대로 당황한 표정을 짓는 적의 옆구리를 베었다.
내공을 담은 일격이라 그런지 체력이 많이 달았다.
“야. 너 제정신이냐? 이걸 쫓아 와?”
“왜 그러면 안 되나?”
“당연한 걸……. 하. 내가 조금만 버텨도 이제 팀원들 올 텐데 어쩌냐?”
어쩌긴 뭘 어째.
마침 그의 생각과 일치하는 채팅이 올라온다.
-다 죽여야지 ㅋㅋ
* * *
달그락.
덜컥.
삐그닥.
마차가 온갖 소리를 내며 대략 700년 전의 비포장도로를 천천히 달린다.
표사들은 삼엄한 경계를 선다.
“이걸 눈앞에서 보다니! 아, 눈앞은 아닌가.”
시청자는 코를 쓱 만졌다.
“뭐가요?”
“그건 바로 버스의 현장이죠.”
“버스요?”
“네.”
“버스는 무슨 시체로 돌아오지 않으면 다행이지.”
“잠자코 타세요.”
뭐라는 거야.
“아니 그리고 저 사람은 왜 전투 풀리면 흡성대법이 풀리는 특성을 안 찍어서 이래요? 시작부터 둘이서 막기 좀 힘들 것 같은데. 그래도 아직 시작 지점이랑 가까우니깐 좀만 버티면…….”
자연스레 이후 게임의 방향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킬 로그가 떠올랐다.
[천마14 –> 동동]그녀는 덤덤하게 말했다.
“다행히 실력은 있나 보네요. 2 대 2라면 할 만하지.”
이제 천마가 죽어도 이쪽의 시작 지점이 더 가깝기 때문에 적 암살자보다 빨리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2 대 2면 이길 자신이 있었다.
“어허. 아니라깐요.”
“뭐가요!”
“2 대 2가 아니라 1 대 3입니다.”
“왜요. 그쪽도 마차 내팽개치고 가게요?”
서준의 시청자인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요. 그냥 보면 알아요. 그나저나 저격한 보람이 있네요. 안 그래도 방송 보고 마교로 바꾼 거 후회하고 있었는데.”
“와. 스트리머 따라서 마교에 온 거예요?”
“네.”
“어우. 진상이네.”
“진짜 진상이면 아마 탈주하지 않을까요? 연승 깨지면 마법소녀가……. 잠만 내가 왜 그런 생각을 못 했지?”
“네? 마법소녀요? 그게 뭔데요?”
“흐흐흐.”
불안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방장 실력이면 나 하나 없어도 이 정도는 이기겠지? 믿습니다!”
뭐라는 거야 이 미친놈은.
“그래도 그냥 나가면 벤 될 수도 있으니깐.”
그의 아이디는 트래블 아이디와 같았다.
부검 당할 수도 있었다.
바로 나가고 트래블 아이디를 바꿔도 이전 기록을 통해 벤 당할 수 있으니.
아쉽다. 아니었으면 그냥 나가는 건데.
“저기요? 예? 설명 좀 해봐요.”
시청자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팀 채팅으로 들어갔다.
[방장. 저 없이 이 게임 이기면 20만 원 어때요?] [그래요.] [대신 실패 시 크리스티나 호감도 퀘스트 보여주기!] […] [좋습니다.]“둘이 뭐 하는 거예요?”
“자체 미션이죠. 그럼 바이요.”
“네?”
웃는 상태에서 갑자기 사라진 그의 신형.
그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후 올라온 채팅을 보고 나서야 파악할 수 있었다.
[음, 게임을 나갈 필요는 없지 않나?]그 말대로 팀원 목록을 보니 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개판이네. 진짜.”
갑자기 세력을 옮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분명 그녀의 탓이 아니리라.
“끝나면 꼭 신고 넣는다.”
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