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66)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66화(66/431)
제66화
전장 8일 차.
사파의 지역 하나가 정파의 공격으로 점령당했지만, 이를 알고 있었다는 듯 사파도 마찬가지로 정파의 지역 하나를 점령했다.
9일 차.
사파와 정파 둘 다 잃어버렸던 지역을 각각 회복했다.
서로 가볍게 잽을 날린 거다.
본격적으로 전장이 시작될 전조가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마교에는.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전과 같이 방어할 사람은 방어하고 공격할 사람은 공격하고.
물론 변화는 없다.
‘2등만이라도’에서 마교의 랭커들은 힘을 비축 중이라고 서준에게 말했다. 신빙성은 없다.
정파와 사파도 마교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아니, 야. 네 캡슐이 빌렸던 거라고?”
러닝머신 위를 달리던 태우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리오스에서 우승하면 그 캡슐을 주니 그걸 노리고 있는 거고?”
“응.”
“맞다. 니가 쓰고 있는 그거, 그러고 보니깐 이번에 새로 나온 최고급 캡슐 맞지?”
“맞아.”
“와. 미친. 그 비싼 걸 일개 스트리머한테 그냥 빌려줘도 되는 거야? 대여 서비스 없잖아! 기업이 이래도 되는 거야? 어? 특혜 아니야?”
“기업 마음이지. 불만이면 가상현실 들어가지 말고 시위해.”
보이콧해 보던가.
“……그 정도는 아니고. 뭐 빌려줄 수도 있는 거지.”
그럴 줄 알았다.
바로 꼬리 내릴 거면 처음부터 말을 하지를 말던가.
“근데 도대체 왜?”
흠. 말을 안 했었나?
“내가 특이체질이라서.”
서준은 러닝머신을 멈춰 세웠다.
“응. 무슨 특이체질?”
그렇군.
스트리머 된 지 꽤 됐는데 말을 안 했나 보다.
서준은 태우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아, 그런 일이. 잠만 그러면 옛날에 캡슐 했단 것도 진짜겠네? 난 지금까지 그냥 니가 흔히 하는 허언인 줄 알았는데.”
태우도 뛰는 걸 멈춘 뒤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내가 허언을 언제 했다고.”
“맨날 하잖아. 그래서 옛날 아이디 뭐였냐.”
“그건 또 알아서 뭐 하게.”
“궁금하잖아. 그때도 엄청나게 잘했던 거 아니냐?”
“아니야. 그때는 못 했어.”
“그럴 리가. 넌 중학생 때도 초등학생 때도 늘 한결같았을 것 같은데.”
그 한결같다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졌다.
“아무튼, 리오스 우승 못 하면 캡슐을 사야 한다는 거지? 그러면 스트리밍 접을 거냐?”
“아니.”
“오. 의외네. 신형 아니면 안 된다며. 진짜 그 돈 주고 사게?”
이미 진작에 정한 일이다.
“사야지. 뭐. 별수 있나.”
서준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크. 이게 8천 명 스트리머의 위엄인가? 벌써 나를 거의 다 따라잡았네.”
중견 스트리머의 기준은 최소 고정 시청자 1만 명.
그런데 태우는 중견 스트리머 중에서 잘나가는 편이었다.
그렇기에 따라잡았다고 하는 건 어폐가 있었다.
또한 고정 시청자라는 점에서 서준은 아직 절반밖에 못 온 상태다.
“개소리 말고. 그나저나 앞으로 한계가 있을 텐데. 어떻게 할지 고민이다.”
전장이 끝나고 2주일 지나면 리오스가 시작된다.
그때까지 시청자를 최대한 늘리고 싶은데.
“뭐 너 정도면 리오스에 나갈 수 있을걸?”
“그래도 만 명은 안 되잖아.”
보통 만 명의 중견 스트리머는 대부분 신청하면 받아들여진다.
중견이라고 하지만, 그 수는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긴 나 같아도 대회에 참가하지도 못하고 1억이 넘는 캡슐을 꼼짝없이 사게 되면 좀 슬플 듯.”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건 괜찮다.
하지만 아예 도전할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건 질색이다.
“떨어질 가능성은 최대한 줄여야지.”
“그건 그래.”
서준은 러닝머신의 앞부분에 등을 기대고 체육관 내부를 바라봤다.
눈에 띄게 큰 동작과 기합으로 운동하는 한 사람이 보였다.
“그나저나 왜 저렇게 됐을까.”
태우도 그 옆에서 기댄 채로 바라봤다.
“그러게. 저분 처음 올 때만 해도 여기 엄청 싫어하지 않았냐?”
“그랬지.”
“그거 너 때문이었잖아. 하도 링 위로 불러서.”
“그것도 맞지.”
그 정체는 현실에서 만난 천하제1검객.
어느샌가 헬스에 광적으로 미친 그는 주변에 있는 다른 근육 빵빵한 아저씨들과 함께 열심히 중량을 치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그렇지! 그렇게 하는 거야! 젊은 친구가 자세가 잘 돼 있어.”
서준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혀를 찼다.
무(武)라 함은, 저렇게 수련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다.
“자고로 무(武)라 함은 말이다…….”
“시끄러 꼰대야. 그거 고등학생 때부터 들었으니깐.”
“……그래.”
이것도 그랬었나?
서준은 기억은 안 났지만 수긍했다.
“그래서. 시청자는 어떻게 할 거야? 전장 버프도 한계가 있지?”
“뭐, 그렇긴 한데.”
한계라고 하기에는 애매했다.
전장을 통해 늘어난 시청자는 예상보다 훨씬 많았으니.
앞으로도 좀 더 늘어날 테고.
다만, 1만 명이 눈앞에 들어오니 안전하게 리오스에 참가하려는 욕심이 생긴 것뿐이다.
뭐,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1년 전에 그 보고 지금 이렇게 스트리밍을 할 거라 했으면, 또 재밌게 하고 있다고 하면 그가 과연 믿었을까.
“아! 나. 확실한 방법 알 것 같아.”
“뭐.”
“일부러 논란을 만들어. 유명 스트리머 저격하고 욕하고.”
“?”
“그러면 시청자 3만 명도 가능. 진짜로.”
역시. 친구 놈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서준은 한탄했다.
“아니면 전장 때려치우고 바로 벌칙 해라. 그거 하면 생방송 5만은 찍힐 듯. 생각해보니 도대체 뭘 걱정하는 거야. 안 그래 브라더? 아니 시스터?”
얘는 그게 더 심각하다는 걸 모르는 걸까?
* * *
서준은 개소리를 시전하는 태우를 피해 자리를 옮겼다.
링 위에서는 이동수가 어떤 선수와 붙고 있었다.
“넌 왜 이쪽으로 왔냐. 훠이 훠이.”
체육관 관장이 가까이 다가온 서준에게 손짓하며 경계하기 시작했다.
“네가 데려오고 한동안 괴롭히던 그 친구 지금 저기서 운동하고 있으니 빨리 절로 가.”
이렇게까지 쫓아내려고 하다니.
서준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냥 구경하러 온 건데요.”
“그래? 정말로 그냥 지켜만 볼 거지? 응?”
“아니 그럼 제가 지켜보는 것 말고 또 뭘 할 수 있는데요?”
그 말을 들은 관장의 얼굴 또한 서준과 비슷하게 변했다.
그리고 약간의 억울함과 한이 섞인 말을 내뱉었다.
“선수 패기.”
“?”
“팬 곳 또 패기.”
“…….”
“팼던 놈 불러서 팬 곳 또 패기.”
“아니…….”
“옆에서 알짱거리며 훈수 두고 그거에 발끈하면 패기.”
그랬었나?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진심으로 정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니가 사람이냐?”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요. 제가 언제 그렇게 폭력적이었나요.”
“와……. 와. 진짜. 너!”
관장이 목덜미를 붙잡는다.
그리고 때마침, 이동수가 스파링을 마치고 내려왔다.
“무슨 일 있어요?”
“아니야. 그리고 서준아. 뭘 할지 모르겠지만, 제발 적당히. 알지?”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음. 요즘 힘든 일이 있으신가 보다.
“나이도 있으신데 이해해 드려야겠네.”
서준은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 넘겨버렸고 이동수는 헤드기어를 벗고 서준에게 다가왔다.
“형 그거 알아요?”
서준은 땀이 튈 것 같아 살짝 떨어졌다.
“뭐.”
“저도 전장하고 있어요.”
“그래? 세력은?”
“원래 녹림이었는데, 형 따라서 마교로 갔어요.”
“굳이?”
“…….”
기대했던 반응이 아닌가?
“닉네임은 뭔데.”
“산적왕이요.”
“그럼 사파로 그냥 있지.”
“아니…….”
그가 마교를 선택한 이유가 뭔가.
바로 닉네임 때문이지 않은가.
자고로 닉네임과 컨셉은 맞아야 하는 법이다.
“뭐, 마교 놈들이 산적 같은 면이 있으니. 어울릴 수도?”
그렇다.
생각해보니 전생에서 마교는 산적과 다를 게 없었다.
무공이 있어 좀 더 강하고 사이비 교주 때문에 조직력이 끈끈할 뿐, 그 근본은 도적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하하 그렇군요……. 아. 제 정체는 비밀로 해주세요. 부캐라서.”
“부캐?”
들은 적 있다.
프로들한테는 예외적으로 캡슐 계정이 하나 더 주어진다는 것을.
요청하면 세 개까지도 만들어 준다고 한다.
“신기하네. 알았어.”
“두 번째 계정은 부담 없이 게임을 하거나 연습을 할 수 있어서 좋죠. 그나저나 형 명성치는 얼마나 모았어요?”
“확인 안 해서 모르겠다.”
“그래요? 제가 아는 랭커 형은 형이 가장 많이 모았을 거라고 예측하던데.”
“모르는 거지 뭐.”
서준은 행적이 전부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에 유독 많은 명성치를 쌓았을 거라 유추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게임을 양학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끝내버렸으며, 레이드에서 전대미문의 기록을 냈으니.
랭커들의 경계의 대상에 오르기에는 충분했다.
“그래도 방심하지 말라고 하던데요.”
“응?”
“오늘 전장 끝나고 바로 기여도가 전체 공개되잖아요.”
“그렇지.”
최상위 랭커들 간의 견제를 조장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게 있어야 재밌긴 하다.
“그리고 그다음 날 게임 모드가 비무인데, 이때 뒤집힐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 나도 알아.”
“아, 그래요? 형님이 또 모를까 봐 말해주려고 했는데 다행이네요.”
지금까지 게임을 조금, 아주 조금 막무가내로 하긴 했다.
그래도 아무런 조사도 안 하고 뛰어드는 사람은 아닌데 말이지.
약간은 억울했다.
“내일 게임은 기여도는 똑같이 최대 4판밖에 안 쌓여도, 게임은 계속해서 할 수 있기 때문에 명성치를 계속 쌓을 수 있잖아. 맞지?”
“네.”
악랄하다.
본인이 얼마나 뒤처졌는지, 누가 얼마나 앞서 나갔는지 보여 준 다음 날, 이를 뒤집을 기회를 준다는 게.
다만 게임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활용하기는 힘들다.
수준이 비슷한 상대끼리 만날 테니.
“나도 다 알아보고 있다고.”
“하긴.”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이동수.
“기분이 나쁜데?”
“아니에요.”
“근데 너는 어디서 그 형님을 만난 거냐?”
“아. 게임 하다가 친해진 사람들이 좀 있어요. 왜요?”
“아니, 너 세력 대화방에는 없는 것 같아서.”
서준은 이름만 들어도 짠한 마교의 대화방을 떠올렸다.
‘2등만이라도’.
아무튼 그곳에 산적왕이란 유저는 없었던 것 같았다.
“그런 게 있었어요?”
그냥 몰랐던 거냐.
“잠만, 마교 세력에 초대해 줄게.”
“넵.”
서준은 이동수를 세력 대화방에 초대했다.
“어 근데 이거 대화방 이름이 왜 이래요? 랭커들 모인 곳 맞아요?”
유감스럽게도 맞더라.
[2등만이라도]-신입이다
-랭커잖아? 환영합니다.
-사파였네요? 환영합니다.
-전장을 한 번도 안 해봤었네요? 환영합니다.
-아무튼 환영합니다. 스파이여도 환영합니다.
별로 대화에 낀 적도 없었는데 어째서 이렇게 부끄러운지 모르겠다.
“음……. 그냥 나갈까.”
이동수가 진지하게 중얼거린다.
순식간에 정이 떨어졌나 보다.
“왜. 환영해주고 좋잖아.”
“진심으로요?”
“아니.”
서준은 딱 잘라 말했다. 솔직히 없어 보이긴 해.
그래도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동수는 금방 분위기에 적응했다.
친화력 좋은 남자 고등학생답다.
-마교 선배님들께 이 산적왕이 머리 박습니다!
-잘 오셨소 산공!
-산공은 무슨. 아무튼 반갑습니다
-왜 이렇게 늦게 오셨나요.
-전장을 처음 해 봐서, 이런 대화방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그래도 이번 전장은 처음부터 계속해서 명성치를 모아오긴 했으니 걱정은 마시죠.
-아무도 걱정 안 했습니다. 그저 마교의 일원으로서 게임을 즐기신다면 저희는 만족할 뿐입니다.
-넵.
정신 무장이 부족한 것 같다.
-그나저나 천마님 기여도랑 명성치 어느 정도십니까?
-궁금하긴 하네요
-더 높은 사람이 있을까요?
-오늘 나오잖아요. 기다려요.
이곳저곳에서 그의 기여도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서준은 화제를 돌리기 위해 채팅을 쳤다.
-근데 오늘도 공격 안 하십니까?
-네.
-방어해야죠
-적들이 공격하면?
-그렇다고 우리가 공격을 갈 수는……
-어허 힘을 비축하는 중입니다.
-모든 것은 2등을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