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73)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73화(73/431)
제73화
빠른 속도는 커다란 이점이다.
적의 공격을 피하고 쳐내고 막고, 나의 공격을 적중시키고 비틀고 감추는 모든 종류의 행위는 속도가 빠를수록 유리해진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얻는 게 있다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빠른 속도에 비해서 데미지는 확실히 약하군.’
적의 다음 공격은 찌르기였다.
그는 검을 회수함과 즉시 착지하면서 몸의 균형을 잡고 앞발을 내디디며 서준의 가슴을 조준했다.
일련의 과정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자연스러운 공격은 곧 위협적이었다.
서준은 이를 피하는 대신 몸을 살짝 틀어 왼쪽 어깨로 적의 공격을 받았다.
체력이 많이 깎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당하기만 하는 건 서준의 성격에 맞지 않았다.
서준은 적을 빨아들임과 동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적의 목 앞에 어느샌가 서준의 칼날이 드리워져 있었다.
적의 동공이 순간 커진다.
뒤로 빠지기 위해서 경공을 급히 사용하려 하고 몸의 무게중심을 내빼지만.
이미, 지척에 있는 검을 피할 수는 없다.
촤아아악!
목을 긋는다.
힘이 제대로 실리지는 못했지만, 서준의 공격은 잃은 체력을 다 회복하기에는 충분했다.
-반격 미쳤다
-그냥 적이 검이 있는 쪽으로 목을 가져다 대네
-아아. 이것이 검술이라는 거다
-긴장 괜히 한 건가?ㅋㅋㅋㅋㅋ
사파의 품격은 뒤로 빠진 뒤 이를 꽉 깨물었다.
눈에 당황스러운 감정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
“선공은 양보했으니, 이번엔 내가 가지.”
여유를 부릴 수는 없는 체질이라서.
서준이 다가갔고 적은 추스르기 위해서 뒤로 빠졌지만, 맵이 좁다.
현재 맵은 협곡 위.
아래로는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고, 폭포 소리가 미세하게 신경을 거스른다.
딱 봐도 아래로 떨어질 수는 없어 보였다.
지금 사파의품격이 점차 다가가는 낭떠러지에 반투명한 벽이 세워져 있었으니.
서준은 검기를 발출했다.
적은 검신에 둘러진 이펙트를 목격하고 퍼뜩 정신을 차린다.
후우우웅.
힘을 주고 팔을 크게 휘두른다.
미약한 무게감이 더해진다.
판정이 났다는 것이다.
적과 마찬가지로 강공격 판정이.
적은 공격을 막기 위해 검기를 뽑아낸 검을 들어 올렸다.
몸이 빠르다고 해도 사고와 인지의 속도도 함께 가속시킬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기에 속도의 차이만큼 우위를 점하는 일은 쉽지 않다.
물론 살막의 특성이 인지의 속도를 운운할 정도로 빨라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를 활용하려면 꽤 숙련도가 많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파의품격은 그 숙련도가 많이 쌓인 유저였다.
금세 정신을 차린 적은 패링을 칠 작정으로 눈을 검 끝에서 떼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미소를 짓는다.
이를 본 서준은 순간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귀엽네.
챙!
“어?”
패링이 실패해 당황한 적에게 서준은 친히 설명을 해줬다.
“꼭 빠른 속도여야만 마지막에 비틀 수 있는 건 아니지.”
결국 공격에 변화를 섞어서 적을 속이는 모든 행위는 타이밍 싸움이다.
서준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하는지도 마찬가지로 잘 알고 있었다.
빠른 속도라면 타이밍을 잡기 쉽고, 이행하기도 쉽겠지만.
그 속도가 없어도 쉽지는 않겠지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서준은 검을 회수하고 찌를 준비를 했다.
아까의 상황이 정확히 반대로 진행된다.
자세를 낮추고 왼발을 적의 옆 바닥에 내디디며 검을 내지른다.
그의 목을 노리려고 해도 불가능할 것이다.
정확히 심장을 노릴 테니.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눈치챈 적은 눈을 부라렸지만, 순간 서준처럼 공격해야 할지 피해야 할지 선택을 내리지 못했다.
망설임.
평소라면 당연히 피하는 선택을 내렸겠지만, 바로 조금 전에 똑같은 상황에서 당했던 기억이 그를 머뭇거리게 만든 것이다.
그 머뭇거림은 심장에 검이 꽂히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체력이 주르륵 줄어든다.
서준의 검에는 검기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기본 공격력의 차이도 컸기 때문이다.
“저런. 체력 회복도 안 될 텐데 안 됐구나. 끌끌.”
서준은 웃으면서 혀를 찼다.
긴 수염만 있었으면 쓸어내리는 건데 아쉽다.
“자, 그러면 어디 한 번 도망쳐 보거라.”
바로 전략을 수정한 걸 눈치챈 서준은 적을 내려다보며 고했다.
절반이 줄어든 랭킹 5등과 꽉 차 있는 서준의 체력이 대비됐다.
* * *
“아, 여러분들 랭킹 5등! 5등이 게임에 잡혔어요!”
방주는 2번째 판부터 성사된 매치업에 약간의 걱정을 삼키고 두 번째 판의 해설을 시작했다.
-미쳤다 ㅋㅋㅋㅋㅋ
-바로 뽀록나게 생겼네
-진정한 고인물은 실력이 좀 많이 다를 거다
-ㄹㅇㅋㅋ
-저쪽 방에서 베팅하던데 반반이더라. 전승 가능 vs 불가능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
“사파의품격님의 문파는 살막입니다. 살막은 알다시피 빠른 속도가 장점이죠. 일대일에서 티어는 1티어입니다.”
티어는 등급이나 수준을 뜻하는 영어 단어로, 앞에 숫자를 붙여 표시한다.
1티어는 1등급. 즉 살막은 좋은 측에 속한다.
물론 거의 결점이 없다시피 한 가장 좋은 문파의 특성 세팅은 op(overpowered)라 부르고 살막은 이 정도 수준은 아니었다.
“점령전에서도 높은 티어로 인기가 많지만 빠른 속도는 난이도가 높고 한 방 한 방의 데미지가 낮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방주는 빠르게 전투 시작 전에 기본 정보를 설명했다.
“그에 비해 서준 님의 흡성대법은, 공격력이 강력하지만 빠르게 적을 잡아야 하는 리스크가 있다는 건 이제 다들 아시죠?”
전투가 시작된다.
“자, 우선 가볍게 하대로 시작하는 서준 님. 천마 빌런 또 나왔습니다! 아까 일반 유저를 상대할 때는 존댓말 했는데. 이게 전형적인 강강약약이죠!”
-알고 보면 착한 건가?
-인성질도 강자한테만 한다
-아닌데. 쟤 보면 NPC한테도 온갖 인성질 함ㅋㅋㅋㅋㅋ
-시작부터 서로 대화 살벌하다
-기 싸움 미쳤고
-말 잘하네
-벌레 대전 ㄷ
“사품님의 선공! 강공격이고 서준 님은 가볍게 막아냅니다. 그러나 패링이 안 됐네요. 착지하면서 균형을 잡은 사품님의 찌르기! 그런데! 아, 서준 님의 검이 사품님의 목 앞에 있어요! 어떻게 움직인 거죠?”
방주의 말이 전투가 진행됨에 따라 속사포처럼 변해갔다.
-ㄷㄷㄷㄷ
-확실히 잘 싸우네
-몇 초 만에 살벌하다 ㅋㅋㅋ
서로 간의 수를 교환하고 사파의품격이 당황해 뒤로 도망친다.
방주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해설을 끼워 넣었다.
“자 여기서 빠르게 설명하자면 서준 님은 사품님의 검을 쳐내려고 했습니다. 여기서 살막의 유저가 쓰는 특유의 기술이 나왔습니다. 검이 닿기 직전에 비트는 거예요. 마치 브라질리언 킥 같지만, 그 궤도가 그렇게 크지는 않죠. 뻔한 강공격에 패링을 치려다 실패하고 당황한 적에게 후속타를 성공시키는 게 목적인 기술입니다!”
꽤 유명하지만,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 이유는 패링도 잘 못 치는 유저들이 대다수기 때문.
저런 기술을 볼 일이 잘 없다.
-그런 기술이? ㄷㄷㄷㄷ
-역시 해설 경력자
-첫 수만에 눈이 호강하네
-업계 비밀을 막 풀어도 됨?????
-알 사람은 다 아는데 무슨 업계 비밀
-방주 어차피 사파 아님. 비밀 풀어도 됨
-가증스러운 정파 놈!
“자 사품님은 뒤로 빠지고 서준 님이 바로 따라붙었습니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흡성대법이 아니다 보니 여유를 주지는 못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첫판에는 해설할 게 없었다.
워낙 일방적으로 맞고, 전의를 상실한 상대방이 게임에서 나가서.
“그리고 어?”
서준의 검이 뻔하게 휘둘러진다.
방주는 검날이 공기를 가르고 적의 검과 부딪히기까지 흘러가는 과정에서 순간 기시감을 느꼈다.
이거?
[꼭 빠른 속도여야만 마지막에 비틀 수 있는 건 아니지.]-????
-뭔데
-왜 놀람?
그리고 이어지는 서준의 행동 또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낮게 자세를 잡고.
검을 들어 올려 적을 겨누고.
팔을 밀어 넣어 찌른다.
“와!!!!”
직전과 달리 정확히 가슴에 꽂히는 찌르기.
-똑같이 하네ㅋㅋㅋ 이것도 인성질 아니냐?
-공격했던 걸 그대로 돌려주는 거 아님????
-실력 차이 명확히 보여주는 듯
-미쳤다 진짜
“여러분, 제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서준 님은 정확히 똑같은 방식으로 공격을 되돌려 줬습니다! 아까 말한 기술까지 포함해서요!”
-???? 마지막에 비트는 그거?
-그게 다른 유저도 쓸 수 있던 거야?
-잘못 본 거 아님?
-저게 되던가?
“저도 살막이 아닌 유저가 쓸 수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서준 님이 하신 말을 보면 아마 그런 것 같아요.”
그도, 시청자도 긴가민가한 걸 보니 아무래도 다시 보기를 봐야 할 것 같았다.
[저런. 체력 회복도 안 될 텐데 안 됐구나. 끌끌.] [자, 그러면 어디 한 번 도망쳐 보거라]-ㅋㅋㅋㅋㅋㅋ 입 하나는 ㅈㄴ 노고수 그 자체네
-끌끌 거리는 것 보소ㅋㅋㅋㅋ
-근데 랭킹 5등도 발리는 것 같은데 이거 맞냐?
-그 랭킹 5등 천마 말대로 도망치는 중ㅋㅋㅋㅋㅋ
일단은 해설부터.
“아. 정말로 사품님이 싸움을 피하기 시작합니다. 시간을 끌려 하는 것 같은데 처음부터 각 잡고 도망쳤으면 모를까 체력이 절반이나 나간 상태에서는 힘들죠!”
1라운드는 더 볼 것도 없다.
그나저나 아무리 목과 가슴 등 치명적인 공격을 허용했어도 단 두 번의 싸움으로 체력을 반이나 줄게 만드는 저 특성 빌드는 위력적인가?
‘다른 랭커가 저걸 찍었으면…….’
아직은 명확하지 않아서 방주는 판단을 일단 유보했다.
“아, 죽습니다. GG! 자 이제 다음 라운드로 가겠네요.”
이제 시작 지점에서 특성을 바꾸고 다음 라운드를 준비하는 대기 시간이 주어진다.
“그러면 우리는 리플레이하러 가 볼까요? 제 말대로 과연 살막 특유의 기술을 사용했는지 확인해 봅시다.”
방주는 능숙하게 다시 보기를 만졌고, 시청자들은 자기들끼리 떠들었다.
-ㅋㅋㅋㅋ 아닐 듯
-아니 채팅에 랭커도 없다라고 하는데?
-살막 유저도 저거 익히려면 시간 좀 많이 걸리는데 ㅋㅋㅋ
-그 채팅이 진짜 랭커인거 확실한가?
-그래도 첫판은 개 쉽게 이기네 사파의품격도 못 하는 유저가 아닌데
-천하제일인 후보 중 하나였지 ㄷㄷ
다시 보기를 통해 부검 혹은 재확인했던 경험이 많은 만큼 방주는 빠르게 시간을 집고 화면을 띄웠다.
방주는 팔짱을 끼고 말했다.
“자 그러면. 어디 한 번 봅시다.”
0.25배속으로 영상이 진행된다.
검이 닿기 직전 완벽한 타이밍에 미세하게 틀어지는 걸 볼 수 있었다.
그 각도가 이 일반적으로 보던 각도보다 훨씬 작지만 분명 움직였다.
-? 뭐야 맞는 것 같은데?
-ㅁㅊㅋㅋㅋㅋㅋㅋ
-웃고 있네 소름
-개고수 ㅇㅈ
-저게 된다고?
“역시! 이 기술의 중요한 점 중 하나는 패링을 못 치게 하면서 동시에 적이 내 검을 쳐낼 수는 있게 해야 하거든요. 이 모든 걸 미세하게 조정해내는 감각을 기르는 게 어려운 점인데……. 아마 오늘 처음 보고 한 거라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재능입니다!”
방주는 다시 영상을 돌리며 댓글을 읽었다.
“그건 아닐 거라고요? 모르는 거죠. 흐흐. 자, 이제 서준 님을 상대로 사파의품격님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가 궁금하네요. 처음부터 은신과 속도를 이용해서 작정하고 시간을 끌지! 아니면 다시 실력으로 정면 승부를 할지! 아마 많이 고민이 될 것 같습니다.”
만약 작정하고 도망친다면 서준 입장에서는 꽤나 힘들게 될 수도 있다.
아무리 맵이 좁아도, 빠른 속도와 이동 중에 은신이 되는 여러 특성을 잘 조합한다면 말이다.
그런데.
화면을 돌린 방주는 눈을 크게 떴다.
“아! 이게 뭔가요? 그 선택지. 없어졌는데요?”
서준이 갑자기 특성을 바꾸고 있었다.
-저걸 왜 하필 지금 바꾸는데 ㅋㅋㅋㅋ
-시간을 끌어? 그럼 흡성대법 안 하면 되는 거 아님? ㅋㅋㅋㅋㅋ
-아ㅋㅋ 게임 ㅈ같이 하네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