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74)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74화(74/431)
제74화
비무에서는 한 라운드가 끝나면 특성을 바꿀 시간을 짧게 준다.
매칭이 랜덤이라 첫판을 불리하게 시작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뒤집을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러한 대기 시간은 비무가 단순한 피지컬 싸움뿐만 아니라 전략을 품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였다.
-가볍게 제압하는 모습 감명 깊었습니다
-이게 실력이지!
-근데 진짜로 이 정도면 프로 해야 하는 거 아님????
-놀라기도 지친다ㅋㅋㅋ
-고인물 중의 고인물을 가볍게 발라버리는 솜씨
-중간에 살막 따라 한 거 맞음?
앞에 쓰러져 있는 적의 신체가 사라지고 서준 또한 마찬가지로 시작 지점에 소환된다.
앞으로 2분 뒤에 다음 라운드가 진행된다.
“중간에 살막 따라 한 거 맞아요.”
일단 답을 해주며 서준은 특성창을 열었다.
-그건 왜 열어?
-구경하고 싶나?
-솔직히 가만히 있으면 뻘쭘하긴 해
시청자들은 당연하게도 서준이 특성을 바꾸지 않을 거라 여기고 있었다.
레이드와 호위에도 바꾸지 않았던 그가 뜬금없이 특성을 바꾸기 위해서 특성 창을 열었다고 생각하긴 쉽지 않다.
“음, 한 번 다른 특성 바꿔보려고요. 왜 갑자기 바꾸냐고요?”
서준은 곰곰이 이유를 생각해봤다.
아무래도.
대기 시간에는 상대의 수를 예측해야 한다.
랭커들은 웬만한 빌드들과 그에 따른 상성들을 전부 꿰고 있으므로 어떤 빌드를 들고 가도 상성 상 우위에 있는 OP 문파가 아니라면 이 싸움은 가위바위보라 봐도 무방하다.
상성에 불리해도 잘하는 빌드로 밀어나가는 선택도 가능하고.
그런데 묵만 내던 사람이, 뜬금없이 가위를 낸다면?
“상대는 아마 제가 안 바꿀 거라 생각할 텐데 이럴 때 한번 바꿔줘야 효과가 크지 않을까요?”
새로운 특성을 드는 이유는 별거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쉽게 쉽게 저격할 생각은 버릴 테고요. 흐흐.”
이렇게 해야 그에게 유리해져서 바꾸는 거지 단순한 심보 때문이라 오해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악질이다ㅋㅋㅋㅋㅋㅋ
-이게 전략이지
-한국대의 지력이다!
-저력이 아니라 지력 ㅇㅈㄹㅋㅋㅋㅋㅋ
-드디어 int 찍었냐고!
-싱글벙글 도망칠 준비하고 있는 상대방 화들짝!
서준은 우선 세부 특성들부터 찍었다.
핵심 특성을 찍지 않아도 선택할 수 있는 것들.
예컨대 기본 공격력 증가 같은 옵션들이다.
이것들은 플레이 스타일에 미미한 영향을 주는 온전히 개인의 취향의 영역이다.
-빌드 깎는 노인 on
-이번엔 또 어떤 주옥같은 빌드를 가져올까
-이게 빌드라는 게 어디서 왔냐 하면……
-흑장! 원거리 가자!
“아. 여러분, 이번엔 정석적인 거 할 거예요.”
서준의 손끝이 특성의 가지 맨 끝에 있는 핵심 특성으로 향한다.
[불완전한 천마신공.]“이거 실험 한번 해 보죠.”
천마신공은 주로 천마가 사용하는 무공으로 묘사되는 절세의 신공이다.
마교란 세력이 있는 협을 위하여에서도 당연히 빠질 수 없었고 제작자도 이를 넣었지만, 유저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편이었다.
게임상의 효과는 최고의 상승무공답게 내공으로 하는 모든 행위가 강화된다는 점이 있다.
검기가 맞부딪히면 적의 검기를 삼키고, 경공을 하듯 발에 내공을 모아 진각을 밟으면 스턴과 범위 데미지를 줄 수도 있다.
이렇듯 절세의 신공이라는 설정을 파괴한 게 아니었지만.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천마신공 앞에 붙은 수식이었다.
-하긴 천마가 지금까지 안 쓰는 게 이상했어
-결국 천마신공을 꺼내는 겁니까…
-???: 이것만은 쓰지 않으려 했는데
-영감… 미안하오
-패널티 뭐 선택할 건지 궁금하넼ㅋㅋㅋㅋㅋ
불완전한.
구결이 제대로 전수되지 않았다는 설정 때문에, 천마신공을 선택하면 그 밑에서 패널티를 선택해야 한다.
‘마교가 다 그렇지 뭐.’
밸런스를 이렇게 조정도 하는구나 싶었다.
이 패널티는 사람들이 정말로 질색한다.
“그러게요, 뭐 할까요?”
유리 대포란 말이 있다.
유리몸과 대포를 합친 말인데, 보통 대포처럼 강력하지만 내구성은 유리처럼 약한, 데미지만 쎈 경우에 이 합성어를 붙인다.
천마의 첫 번째 패널티를 선택하면 이 유리 대포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특성 이름은.
[신체의 붕괴]불완전해서 그렇다나 뭐라나.
저 특성을 선택하면, 한 대만 맞아도 빈사 상태에 빠질 수 있다.
흡성대법같이 체력 회복도 불가능하기에 마교의 랭커들도 정말 실력 차이가 크게 나는 게임이 아니면 절대 안 찍는 특성이었다.
“두 번째는 어떤 느낌인지 아직 몰라서 고민이 되네요.”
두 번째 특성은 더 가관이다.
[인지의 둔화]불완전한 마공의 부작용으로 딱이다.
전생에서도 원래 이성을 잃고 머리가 훼까닥 돌아버려 사고 치는 게 마교 놈들이 한가득이었다.
그런 마교의 수장이라면 더하지 않겠는가.
물론 말 그대로 인지가 느려지진 않고, 대신 몸을 둔화시킨다.
즉, 이 선택을 하면 몸이 무거워진 상태로 마음대로 안 움직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상시 슬로우 디버프가 걸렸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그렇다고 못 싸울 정도는 아니라고 들었는데 맞나요?”
팔에 완전히 힘을 빼고 검을 휘두르는 정도의 속도가 최대로 낼 수 있는 속도라고 설명하던데.
-서준 어린이. 사람들은 보통 그런 걸 못 싸울 정도라고 해요.
-차라리 유리몸을 해서 한 번이라도 안 맞자
-방장 실력이라면 한 번도 안 맞기 가능할 듯
-진짜 고통을 좋아하는 거 아니면 두 번째는 선택하지 마라.
-보는 사람도 답답한 그 특성 ㅋㅋㅋㅋㅋ
흠.
“1분 남았네요. 고민 좀 해 볼까요?”
서준은 손을 내리고 채팅창 쪽으로 아예 몸을 돌렸다.
-???
-1분이 많은 줄 앎?
-다른 세부 특성들은 생각 안 하냐?
-또, 또 우리만 속 터지지
서준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
“사실 프리셋에 저장해 놨어요.”
프리셋은 쉽게 말해 미리 설정을 저장해놓고 불러올 수 있는 편의 기능이다.
-이거 완전 답정너였잖아?ㅋㅋㅋㅋ
-무슨 디버프 했을까?
-준비성 ㅆㅅㅌㅊ
-처음에 세부 설정도 낚은 거였네
-이랬는데 알고 보니 그냥 천마신공이 아니었던 거임!
서준은 피식 웃으면서 프리셋을 눌렀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더라?
“천마신공은 맞아요.”
설정된 값이 떠오르고 서준이 선택한 디버프가 공개된다.
[인지의 둔화]“제대로 된 둔검을 보여드리죠.”
[10초 후 게임이 시작합니다]-아니 성향이?
-왜 고통받는 걸 좋아할까 ㅋㅋㅋ
-기대된다
-둔검이 뭐임?
* * *
서준은 시작 지점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천천히 팔을 휘둘렀다.
시작 지점이 안전지대는 아니지만, 나가서 바로 적과 마주치기 전에 특성이 적용된 신체에 적응부터 해야 했기 때문이다.
“…….”
무언의 기합과 함께 서준은 최대한의 힘으로 팔을 좌에서 우로 휘둘렀다.
후우우웅.
검 끝이 평소보다 느리게 마지막 지점에 도달한다.
“물속에서 휘두르는 것보다는 빠르고 힘 빼고 휘두르는 것보다는 약간 느리네요.”
몸을 움직일 때마다 공기의 저항이 세진 것 같은 기분에 적응해가며 서준은 말했다.
-물속에서 검을 휘두른 적이 있나요?
-현실에서 무슨 수련을 해 온 겁니까…
-물속에서 검을 휘두르는 게임 있었나?
-없을 듯ㅋㅋㅋ 바다가 배경이면 작살을 들고 가겠짘ㅋㅋ
후우웅.
후우웅.
힘 빼고 가볍게 휘두르는 것과, 작정하고 힘을 주는 것과 아예 차이가 없다.
“뭐,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괜찮은데요?”
서준은 바위로 둘러싸인 시작 지점에서 나갔다.
저벅저벅.
다행히 이동 속도는 그대로다.
‘공격 속도만 적용이었군.’
경공을 사용하면 더 빠르다고 한다.
내공을 사용하는 행위다 보니 천마신공의 효과를 얻는 덕이다.
코너를 돌자 뻥 뚫린 푸른 초목의 능선과 적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 한번 와 보거라.”
서준은 한 손으로는 뒷짐을 쥐고 검을 눈앞으로 들어 올렸다.
랭킹 5등인 사파의품격은 이번엔 성급하게 바로 다가오는 대신 천천히 걸어오는 선택을 내렸다.
전보다 신중하다. 경계의 정도가 심해졌다.
서준은 가만히 기다렸다.
먼저 움직이는 건 무리다.
거리가 이 보 가까이 좁아져 팔을 뻗으면 목이 닿을 때, 사파의품격이 갑자기 속도를 올려 검을 휘둘렀고 서준은 막았다.
챙!
가장 빠른 공격 속도와 가장 느린 공격 속도의 싸움이 시작됐다.
챙! 챙! 챙!
적은 마치 세검을 든 듯 빠른 속도로 서준을 좌로, 우로 세로로 베고 찌르려 들었다.
서준은 느린 속도로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가장 단순하고 짧은 경로로 검을 이동시켜가며 막았다.
자연스럽게도 움직임은 최소한으로 절제돼 갔다.
그에 반해 적은 서준과 확연히 대비될 정도로 더 강하고 빠르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이를 악물고, 빠른 속도를 한계까지 컨트롤 해 가며.
-와 속도 꽤 많이 차이 날 텐데 솔직히 그 차이 잘 못 느끼겠음
-그래도 방어만 하는 건 어쩔 수 없나
-검기를 사용하자!
-검기 생각 못 하는 건가? 천마신공은 내공 강황임!
카가각!
적이 뻗은 검을 검신에 손을 받친 그의 검으로 밀어낸다.
사각!
하지만 서준의 볼이 얕게 그였다. 캡슐이 허용한 약간의 통증에 스릴이 느껴졌다.
아슬아슬하다.
생각보다 더 공격 속도가 크게 느껴진다. 적이 살막이라서 더 극대화 되는 걸 수도.
‘뭐가 됐든 좋다.’
서준이 검에 맞으며 기뻐하는 반면, 적은 공격에 성공해내고도 그리 좋아 보이는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잔뜩 경계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적은.
‘타이밍을 잡고 있군.’
무엇을 위한 타이밍일까?
‘세차게 몰아치고 있지만, 발이 깊숙이 들어오진 않는다.’
서준의 눈은 순간순간 적의 모든 것들을 파악하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적이 시야에 담는 그의 행동, 발 딛는 위치, 팔을 접는 각도, 손목.
그리고 그렇게 적을 파악하는 와중에도 조금이라도 뺄 수 있는 모든 동작들을 버려가며 점차 익숙해진다.
지금의 속도와 절제된 전투 방식에.
챙!
검이 부딪혔다 떨어진다.
방어에 치중하던 서준이 순간 짧은 공백 속에 숨어 있는 틈을 발견했다.
빠르지 않은 속도라도 비집고 들어가 갈라버릴 수 있는 틈을.
균열을 놓칠 서준이 아니다.
단단한 중심에서부터 나오는 부드러운 움직임은, 그 틈을 놓치지 않게 만들어준다.
서준의 검이 천천히 움직인다.
아니,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분명 그렇게까지 느린 속도는 아닌데도 불구하고.
속도는 상대적이다.
직전까지 효율적인 최소한의 움직임을 통해 느린 속도감을 의도치 않게 은폐한 서준과, 기본 공격 속도가 가장 빠른 살막의 검이 서로 뒤엉키는 걸 봤기 때문에.
지금 서준의 검에 시야가 온전히 집중된 순간 시청자들은 느꼈다.
느리다고.
큰 반원을 그리는 지금의 서준의 검은 속도가 너무나 느리다고.
그래서.
시청자들은 이런 의문을 자연스레 가지게 됐다.
‘왜 저런 검을 피하지 못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