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78)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78화(78/431)
제78화
“알고 있나 봐요?”
“뭐를 말하는 거지?”
“매화 검법의 상위 초식들이 펼쳐지면 천마신공으로도 어쩔 수 없다는 걸요. 그래서 막은 거 아닌가요?”
천살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가?”
“네.”
“앞으로 조심하도록 하지.”
시치미를 떼고 있군.
아무래도 좋다.
이제부터는 다를 거다.
조금 전에는 예상치 못해서 아무런 이득도 못 챙기고 연계가 끊겼지만, 앞으로는 그의 연계를 끊으려 하면 확실한 대가를 챙길 거다.
그의 목적은 초식의 완성이 아닌 승리.
그는 다시 처음부터 제대로 초식을 쌓기 위해 살짝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검을 들어 올려 2초식을 전개하려는데.
챙!
어느새 그의 앞에 선 서준의 검이 또 한 번 그의 검로를 막고 있었다.
그의 검은 허리쯤 위치에서 더 나아가질 못했다.
“반응이 빠르시네요.”
천살성은 기다렸다는 듯 팔에 힘을 덜어 그를 막던 서준의 검과의 평형을 깨며 그의 검을 자유롭게 빼냈다.
초식을 막으려 했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막힐 게 없는 그의 검이 그대로 다른 초식을 펼치려 한다.
팔을 움직이는 속도는 명백히 상대보다 빨랐고, 검로는 효율적으로 짧았다.
이건 막을 수 없다.
그의 입가에 자연스레 미소가 걸리려는 순간.
챙!
다시 가로막혔다.
서준은 웃고 있었다.
팔을 뻗어 가볍게 그를 막으면서.
“…….”
당황스러웠다.
거리를 벌려도 순식간에 다가오니 이번엔 스스로 떨어지게 할 목적으로 천살성은 검을 휘둘렀다.
아니 휘두르려고 했다.
초식을 펼치는 것도 아니고, 동작이 고정적인 것도 아니기 때문에 막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챙!
어?
절묘하게 그의 검에 가져다 댄 서준의 검을 본 천살성의 눈이 떨려왔다.
왜 이게 또 막히지?
다시 허리춤에서 뻗지도 못했다.
분명히 그의 속도가 훨씬 빠르고 일체의 망설임도 없었다.
어째서?
‘처음부터 초식에 얽매였어서 그런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자존심이 상했다.
명백히 느린 속도로 그의 공격을 막는다는 것은 그의 생각이 읽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는 앞으로 초식에 아예 연연하지 않고 오직 매 순간의 합에 전력을 다하기로 결정했다.
더 이상 막히는 건 자존심이 용납 못 했다.
그렇게 결심한 순간 천살성은 보고 말았다.
느긋한 표정으로 검을 휘두르는 서준을.
“어디 한번 잘 막아 보거라.”
이제는 더 이상 막지 않고 공격한다는 건가.
그것도 검을 휘두르는 동작을 보니 강공격이었다.
‘나도 가볍게 공격을 차단해주지!’
일단 이번 공격은 막고 다음 수에 타이밍을 가지고 온다.
아무리 느리다고 해도 실상은 그렇게까지 여유롭진 않았다.
1초만 정신을 놓으면 당하는 건 똑같다.
그러나 쾌속의 검도 피하고 쳐내는 마당에 1초?
장난하나.
이다음은 반드시 차단하고 역공을 시전한다.
챙!
아쉽게도 패링은 못 쳤다.
궤적을 확실히 읽었음에도 정말 0.1초가 부족해 패링을 치려 했다간 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야 일단 막고 다음을 대비하는 게.
후우우응!
어라?
쳐낸 검을 회수한 서준이 한 발짝 깊게 들어온다.
저벅.
동시에 그의 목을 직전과는 다른 반대 방향에서 노려온다.
‘공격을 연계하는 속도가 이렇게 빨랐나? 강공격인데?’
속도를 너무나 느리게만 봤던 건가?
그는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차단 보다는 막기로.
확실히 이번 또한 막는 것 자체는 쉽게 해냈다.
다만 또다시 약간의 시간이 부족해 패링을 못 쳤다는 사실이…….
저벅.
후우웅!
다시 한 발짝 다가오며 서준이 검을 내리쳤다.
‘뭐야…….’
의문이 들 새도 없이 바로 다음 공격이 다가온다.
공격 자체는 별거 아니었다.
검의 궤적에 규칙도 안 보이고 박자도 막무가내였지만 오로지 속도 때문에 파악이 다 됐으니.
그저 서준은 다가오면서 자유자재로 가볍게, 혹은 크게 막무가내로 검을 휘두르고 그는 뒤로 한 발짝 물러나며 약간은 아쉽게 막는 게 반복된다.
그뿐이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불안이 그의 몸을 잠식해나갔다.
직감이 경고를 하는 것 같았다.
이대로 끌려다니면 안 될 거라는 경고.
천살성은 점차 급급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뒤로 한 번에 쭉 빠지려고 했다.
그때!
순간 발이 안 떨어졌다.
마치 발목이 누군가에게 묶인 듯한 느낌, 중심을 완전히 잃을 뻔했다.
다시 절제된 한 걸음으로 코앞까지 다가온 서준이 검을 내리치고 있었기 때문인가?
조급했던 것 같다. 실수했다.
후우웅!
적의 검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순간적으로 인지가 확장되고 시간이 느려지는 기분이 들었다.
검이 전보다 더 천천히 내려온다.
막아야 한다는 걸 안다. 피하긴 늦었다. 그러니 빠른 선택을 내렸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으니.
하지만 그의 몸을 무언가가 붙잡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은 여전했다.
검이 지척에 다가온 순간에야 겨우 막을 수 있었다.
허어억.
아슬아슬하게 막은 그의 심호흡이 가빠졌다.
페이스를 잃고 타이밍을 놓쳤고 실수를 했다.
어디서부터?
모르겠다.
저벅.
발이 흙바닥을 파고드는 소리가 선명하게 귀를 찔렀다.
그다음은.
후우웅!
한숨을 돌릴 새도 없이 그의 목을 노리는 다음 검로가 세상에 그려진다.
‘왜 이렇게 빨라!’
상대의 공격은 빠르면서도 느렸다.
정말로 그랬다.
이 역설적인 상황 속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막는 것뿐이었다.
챙!
챙챙!
서준은 한 걸음에 한 번, 여유롭게 검을 휘두르며 다가오고.
그는 급급하게 막아내며 뒤로, 한 걸음씩 밀려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상대도 공격을 성공 못 시켰다는 사실이 주요하다.
‘이대로 당할 것 같아?’
그는 어떻게든 정신을 쥐어 짜내 서준의 검을 쳐냄과 동시에 반격하는 검로를 생각해냈다.
허점을 발견했다.
0.1초의 시간.
서준의 검의 속도가 느리지만 않았어도 나오지 않았을 허점이다.
천살성은 이를 악물고 허점을 노리며 검을 뻗었다.
‘지금이다!’
슈우우욱!
그런데.
팔을 쭉 뻗었는데도 불구하고 그가 내지른 검은 서준의 코앞에서 멈췄다.
“…….”
“…….”
그가 봐주거나 한 것이 아니었다.
거리가 부족했다.
발이 한 발짝만 더 앞에 있었더라면.
검을 조금이라도 더 길게 쥐었더라면.
분명 적에게 닿았을 텐데.
찰나의 순간 그는 억울해하며 서준과 눈을 마주쳤고 공포를 느꼈다.
챙.
상대는 처음과 똑같이 웃으며 코앞까지 다가온 검을 쳐내며 한 발짝 다가왔다.
저벅.
그리고 별일 아니라는 듯이 팔의 동작을 이어가며 검을 내리쳤다.
어디서 시작해서 어느 정도의 속도로 어떤 궤적을 그리며 그에게 닿을지까지 전부 선명하게 보이는 검을.
그러나 그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이건 못 피한다. 시발.’
촤아아악!
어깨부터 시작해 몸통을 긋는 검.
그의 체력이 줄어들었다.
왜 이렇게 됐는지 이해가 안 되는 와중,
“왜 공격을 안 하는 것이냐. 어서 공격해 보거라.”
서준은 잠시 휴식을 주겠다는 듯 뒤로 한 발짝 물러난 뒤 말했다.
기회를 주겠다는 태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파악을 못 하던 천살성은 침을 삼켰다.
꿀꺽.
정신을 다잡는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방금은 페이스에 휘말려 들어서 일어난 일임이 분명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거다.’
처음부터 다시 한다면!
* * *
분명 다시 흐름을 가져왔었는데.
그의 검이 가로막힌다.
저 절제된, 아니 절제란 말도 아깝다.
귀찮다는 듯한 움직임에 그의 모든 공격이 시작부터 가로막힌다.
초식의 시작부터 쳐내 검로를 끊고, 공격을 차단하며 역공을 한다.
마치 미로 속 길을 찾는 쥐가 된 기분이다.
하늘에서 실험자의 가림막에 의해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출구를 찾지만.
탈출구가 직진 거리에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순간에, 하늘에서 장벽이 떨어져 농락당하는 생쥐.
그렇게 미로를 헤매다 보면, 다시 아무것도 못 하고 적의 검을 바라만 봐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약간의 허점.
약간의 비틀림.
약간의 시간.
전투에 관여하는 모든 요소가 마치 오늘은 날이 아니라는 듯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어!’
체력이 거의 줄어들었다.
‘이대로 가면 아무것도 못 하고 진다.’
다른 사람들처럼.
‘그렇게 될 수는 없지.’
천살성은 결국 1라운드의 패배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체력이 다 소모돼 이대로 끝나도 좋으니 적어도 한 대는 친다!
필사즉생의 각오.
초식도 아니다. 검기도 불어넣을 필요 없다.
그저 단 한 대만!
하지만 그 간절한 바람은.
턱.
“아쉽게 됐구나.”
천살성의 시선이 아래로 향한다.
또 그의 검이 가볍게 뻗은 서준의 검에 차단당해 있었다.
“그럼 잘 가거라.”
“하하.”
시발.
* * *
-가볍게 7연승 컷!
-서준은 교주야! 서준은 교주야! 서준은 교주야! 서준은 교주야!
-마교를 부디 책임져 주게! 마교를 책임져 주게! 마교를 부디 책임져 주게!
-그런 거 떠넘기지 말라고 미친 마교놈들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격이나 꼼수 없이 대놓고 들어오라고 해서 7연승 한 사람은 없던 것 같은데 미쳤다 진짜
-이직 한 라운드 남았다
-하지만 이길 게 뻔하죠?
* * *
“어…….”
방주는 눈을 의심했다.
관전 모드.
실제 게임 시간보다 30초 정도 느린 화면을 보여주는 게임 모드다.
컴퓨터에서도 관전은 가능하기 때문에 방주는 부담 없이 7번째 판을 서준의 화면 대신 상대방의 시점에서 중계했다.
아예 시점을 공중에 떠올려서 보는 것도 가능하지만 상대방의 시점으로 하라는 이런건무림이아니야의 당부 때문에 천살성의 시점이 화면에 띄워져 있었다.
“……원래 서준 님의 검이 저렇게 빨랐었나요?”
-그걸 우리한테 물으면 어떡하냐 ㅋㅋㅋㅋ
-ㄹㅇㅋㅋㅋ 진짜 줫나게 빠르더라
-순간 천마신공 안 찍은 줄
-아니 진짜 말도 안 됨
-다 가로막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발 그만 다가와
-그것보단 2등도 개거품인 거 인증해버렸죠? 저딴 게 저번 천하제일인?
-저걸 보고도 그 말이 나오냐 ㅋㅋㅋㅋㅋㅋ
“아니…….”
왜 이런건무림이아니야가 상대방의 시점으로 보라고 했는지 알았다.
상대방의 시점으로 본 결과 그가 단단히도 착각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당연하게도 랭커들이 실력이 거품인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정말로 의심할 수밖에 없었는데 상대 시점으로 전투를 한 번 겪었더니 그 의심이 싹 사라졌다.
“일단 확실한 건 서준 님이 더럽게 잘한다는 거네요.”
만약에 그라면 어떻게 피했을까 같은 생각이 쏙 들어갔다.
누구라도 저 상황에 서 있었다면 무력하게 당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게 맞는 듯
-이 정도면 진짜 천하제일인 아님?
-진짜 잘한다
-상대 입장으로 보니 답이 없음ㅋㅋㅋㅋ
-아닠ㅋㅋㅋ 해설을 하라고 ㅋㅋㅋㅋ
해설이라.
“잠시만요 여러분.”
방주는 과거의 경험들과 지식들을 꺼내며 이 상황을 잘 설명하기 위해 고민에 빠졌다.
흠.
어렸을 때 생각이 난다.
친구들이랑 야구 할 때.
투수일 때 던진 공은 딱히 빠르게 안 느껴졌다.
마운드에서 포수까지의 거리도 오히려 멀어 보였고.
하지만 타석에 섰을 때는 그 공이 날아오는 속도가 총알보다 빠르게 느껴졌었다.
그 거리도 어찌나 짧게 느껴지던지.
즉 어떤 상황에 서 있느냐에 따라 체감하는 속도가 다른 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걸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모르겠네요. 그냥 서준 님이 엄청 잘해서 가능한 거 아닐까요? 상대의 모든 움직임을 알고 있으니 다 막는 걸 테고. 그 공격이 빠르게 보이는 이유는 아마 상대하는 입장이라서?”
-좀 무섭더라
-되게 설렁설렁하게 움직이는데 진짜 빨랐음
-한 발짝씩 다가오는 게 씹ㅋㅋㅋㅋㅋㅋ ㅈㄴ 무서움
다들 느끼는 게 비슷하구나.
그도 상대하는 입장에서 보다 보니 점점 압도되는 공포감을 느꼈었다.
“그러게요. 저도 비슷했어요.”
방주가 공감할 때 다시 구원투수가 등판했다.
[‘이런건무림이아니야’님이 200,000원 후원!] [선택을 종용하는 검. 그것이 바로 둔검이오. 내가 노협에 설명해 둔 글을 읽으면 알게 될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