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84)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84화(84/431)
제84화
화면이 전환된다.
느린 검이 펼쳐진다.
그러나 빠르게 느껴진다.
간단하다.
간단하기만 했다.
막을 수 있어 보였다.
막지 못했다.
피하려 하면 균형을 놓친다.
영상은 강제로 상대의 시야에 시청자를 몰입시킨다.
그리고 앞으로 닥칠 상황을 예견한 문장들이 공격 직전 나타난다.
그리고 그대로 이뤄진다.
저 느린 검으로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서 랭커들이 계속해서 분석하고 공유하지만, 정확히 아는 사람은 당사자밖에 없을 것이다.
챙!
챙!
챙!
몇 번 부딪히다 퍼뜩 정신 차려보니 어느새 서준의 검이 조용하게 목을 그었다.
스윽.
[다음.]말 그대로 압도하는 실력을 보여준 당사자는 느긋하게 내려다보다가 말했다.
-둔검 진짜 무섭네
-가스라이팅 검법 ㄷㄷ
-편집본으로 잘 정리된 걸로 보니깐 더 그러네ㅋㅋㅋ
-다음!
-몰아칠 때 감정이 안 드러남ㅋㅋㅋ 그냥 무표정한 게 소름 돋음ㅋㅋㅋ
-내가 저기 서 있었으면 분명 지릴 듯. 어케 아냐고? 이거 보면서도 조금 지렸거든ㅋㅋ
-으악!
몇 명을 상대하는 걸 보여준 뒤 영상은 끝났다.
한 편으로 모든 싸움을 다 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다음! 이 시간에
-끝
-ㅅㅅㅅ
서준은 마지막으로 채팅을 남겼다.
-여러분 이번 전장은 마교가 우승할 겁니다.
최초 공개가 끝나고 동영상이 제대로 올라갔다.
올라온 지 1초도 안 돼서 찍히는 조회수 3만의 성적표.
한지민도 안 자고 보고 있었는지 연락이 왔다.
[한지민: 첫 최초 공개는 성공적이었네요!] [한지민: 알고리즘 좀 제대로 탔으면 좋겠다!] [진서준: 그러게요. 수고하셨습니다.] [한지민: 뭘요. 건영이는 자나 보네요ㅋㅋㅋ]깨어 있다면 매번 칼답을 보내는 이건영이었기에 그들은 쉽게 그가 자고 있다는 사실을 유추해냈다.
[진서준: 어제 밤새고 별로 쉬지도 못했는데 오늘도 편집해서 많이 피곤했나 봐요] [한지민: 역시 악덕 사장님ㄷㄷ] [진서준: 저만큼 간섭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요. ㅎㅎ]서준은 영상 검토마저도 안 한다.
채널을 맡기기로 했고, 그가 더 잘 아는 것도 아니기 때문.
악감정을 가지면 충분히 테러할 수 있는 편집자들이지만, 그들이 뭘 얻겠다고 그러겠는가.
역시.
주인의식을 심어주려면 그냥 주인이 되게 하면 된다!
[한지민: 맞아요. 근데 검토는 좀 하시는 게 어때요?] [한지민: 만약 저희가 떠나고 다른 편집자를 구하게 되면 그때는 직접 확인해야 할 일이 많이 생길 텐데.]맞는 말이긴 하다.
아무리 신경 쓰기 싫어서 채널을 맡겼다 하더라도 관리에 대해 아예 무지한 상태로 있는 게 좋지 못하다는 건 서준도 알고 있었다.
이후 한지민은 개인 대화방으로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한지민: 저 같은 경우 사장님이 쫓아내려고 해도 다리 붙잡고 버틸 거지만.] [한지민: 사고가 날 수도 있는 거고.] [한지민: 무엇보다 건영이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이제 곧 수능이라서 그런지 마음이 착잡해 보이던데.]서준과 한지민은 이건영의 사연은 알고 있었다.
재수한다고 자취하지만, 아무것도 못 한 채 방구석에서 오래 있다가 서준 덕분에 뭔가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사연을.
남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사연이었고 이건영도 밝히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나.
첫날 처음으로 술을 마시게 된 이건영이 본인의 주량도 파악 못 하고 취한 결과였다.
‘후련하다고 했었나?’
이건영은 분명 1인분을 해내고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마치 챙겨줘야 할 동생 같은 느낌이었다.
‘알아서 잘하겠지.’
그리고 서준은 동생을 챙겨주는 편은 아니었다.
도움을 요청하면 또 모르지만.
* * *
다음 날 아침.
서준은 태우에게 말했다.
“야.”
“응?”
“오늘 아침 부모님 집 가서 먹자.”
서준의 부모님 집은 옆집이고, 종종 들러서 밥을 같이 먹는 편이었다.
“갑자기? 그리고 이제 곧 밥 먹을 시간인데 갑자기 가면 준비 안 돼 있을 것 같은데.”
“아니 엄마가 그냥 오랜만에 같이 먹재.”
“그래? 그러면 가야지. 근데 갑자기 왜?”
“뭐 이유가 있겠냐? 고기라도 사 오셨나 보지.”
서준은 어깨를 으쓱한 뒤 현관문을 열고 옆집으로 향했다.
서준이 나가는 걸 지켜본 태우는 약간의 위화감을 느끼고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서준을 따라서 현관문을 나갔다.
* * *
태우는 자신의 직감이 분명 제 기능을 하다못해 훌륭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에 와서 그걸 깨달아봤자 뭐 하겠냐마는.
시작은 밥을 먹던 와중 벌어진 빌어먹을 친구 놈과 그의 아버지와의 대화 때문이었다.
“야, 뜬금없이 왜 아침 먹으러 온 거냐? 불안하게.”
컥.
태우의 목에 음식이 걸렸다.
분명 아줌마가 불렀다고 했는데 어째서 하준이 저런 말을 할까.
그래.
아줌마가 아저씨한테 말을 안 하고 불렀을 수도 있지.
물론 아줌마가 대화에 끼어들면서 단번에 아님이 밝혀졌지만.
“그러게 나도 궁금하다. 왜 갑자기?”
아니 아줌마가 불렀다면서요!
“아 그게 말이죠…….”
태우가 설명을 요하는 눈빛으로 고개를 획 돌려 서준을 강렬하게 바라봤지만, 서준은 눈도 깜짝 안 하며 말을 이었다.
“어머니 아버지. 저 휴학할까 합니다.”
말을 마친 뒤 별일 없었다는 듯 서준은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
컥.
다시 한번 음식이 목에 걸린 태우는 서준을 더욱 맹렬히 노려봤다.
이 새끼가 지금 밥이 넘어가냐?
태우는 속으로 외쳤다.
‘그걸 왜 지금, 굳이 나를 데리고 와서 말하는 거야!’
아무리 실없어 보여도 태우가 보는 서준은 항상 미래를 생각하는 놈이다.
그렇다면 지금 그를 데려온 건 분명 고의였다.
함께 맞자? 아니면 아줌마의 억제기?
뭐가 됐든 참으로 주옥같은 친구가 아닐 수 없었다.
탁.
서준의 엄마인 세연이 젓가락을 탁자에 소리가 나게 내려놓았다.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옆에 있던 하준과 태우가 동시에 움찔했다.
정작 당사자는 태연하다.
세연이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니?”
“이번 학기만 마치고 대학 좀 쉬려고요.”
“뭐 때문에?”
“음. 게임 하려고요.”
아오.
그걸 그렇게 말하면 어떡하니.
“게임? ……그러니까.”
“네.”
“여행도 알바도 취업도 공부도 취미 쌓기 아니고 그냥 게임을 하겠다?”
“게임도 취미죠.”
“…….”
제발 서준아. 내 친구야.
왜 이러는 거니.
“아, 돈도 벌어요.”
“무슨 돈.”
“스트리밍이 좀 잘 돼서요.”
“태우가 하는 그거?”
“네. 저번에 한다고 말하지 않았나요?”
“나는 그냥 게임 하는 김에 태우 도와주는 건 줄 알았지.”
아줌마. 아니에요.
이 새끼 지가 갑자기 신하연보다 잘할 것 같다고 말하고 그냥 시작했어요.
“뭐, 아무튼 생각보다 잘 돼서 열심히 해 보려고요.”
“뭐야 그런 거였어? 난 또 그냥 생각 없이 놀고 싶다는 줄 알았잖아.”
“제가 그러겠습니까? 어머니?”
태우는 서준의 방송을 떠올렸다.
방송에 임하는 태도나 시청자들을 대하는 걸 봤을 때.
그의 친구는 생각 없이 놀고 싶은 게 분명했다.
그러나 태우는 아무런 태클도 걸 수 없었다.
그저 세연이 화가 안 났음에 감사할 뿐.
만약에 일이 커지면 불똥이 그한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않은가.
아들을 안 좋은 길로 물들게 한 장본인으로.
분명 서준 본인 사정 때문에 하게 된 거고 그에게는 단 1그램의 책임도 없지만 그걸 아줌마가 모른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언제까지?”
“모르겠어요.”
“졸업은 할 거지?”
“아마도요.”
“그래. 그럼 마지막으로…….”
“네.”
“그렇게 많이 해도 안전한 거 맞지?”
“안전해요.”
“다행이네. 다 큰 아들한테 이래라저래라하는 것도 우습고. 알아서 해.”
휴,
태우와 하준의 눈이 마주쳤다.
잘 끝나서 다행이다.
의외로 서준은 고집이 세서 한번 결정하면 잘 굽히지 않는 성격이다.
그리고 세연도 무언갈 반대하는 성격도 아니지만, 이번에는 서준 저놈이 워낙 말을 개떡같이 하지 않았는가.
그 어떤 부모가 게임 하려고 휴학한다고 하면 허허 웃으며 마음껏 게임 하려무나 라고 할까.
차라리 쉬겠다고 하고 게임을 하는 거면 몰라도.
이후 아저씨는 빠르게 밥을 먹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아줌마는 주방을 치우러 갔고.
주변에 둘만 남게 되자 서준이 작게 말했다.
“아쉽네.”
“뭐가.”
“엄마 화나면 너 던지고 도망치려 했는데.”
이 새끼가?
* * *
“잘 먹었습니다.”
“오냐.”
“왜 아저씨가 답해요?”
“우리 와이프가 해준 밥이니깐.”
“그니깐 왜…….”
“시끄러. 너 이제 오지 마.”
서준은 실없는 둘의 대화를 뒤로한 채 슬리퍼를 신었다.
“오빠. 좀 비켜 봐. 나 나가게.”
그의 여동생.
진소희가 다가왔다.
“학교 가?”
“응.”
특이사항으론 고3.
곧 수능을 앞둔 만큼.
“체육복 입고 학교에 가도 되나?”
“응 그래도 안 잡아.”
무적이다.
적어도 한국 사회 내에선 수험을 앞둔 그녀는 무적이었다.
“그나저나 오빠 방송은 잘 돼?”
“응.”
“하. 오빠 때문에 학창 시절 동안 위험할까 봐 캡슐을 못 한 게 한이다. 진짜 수능 끝나면 꼭 해야지.”
“난 분명 너는 괜찮을 거라고 했어.”
“안 했거든. 나도 쓰러질 거라고 했거든?”
“그거야 장난이었고.”
서준은 피식 웃었다.
“그렇긴 해. 결국 날 막은 건 엄마였지. 아빠가 조금만 더 가상현실에 관심 있었으면 엄마를 설득해 줬을 텐데. 하. 아빠는 컴퓨터를 너무 좋아해서. 근데 말이야 오빠.”
“응?”
“게임 잘하더라? 나도 하면 잘하겠지? 유전이니깐? 응?”
그건 전생을 기억하지 않는 이상 무리이지 않을까 싶은데.
“나는 정파인데.”
“어허. 웬 정파를 말하는 것이냐.”
소희는 낄낄 웃었다.
“아 그거 방송에서 봤어. 어쨌든 난 정파야.”
“협을 위하여 하게? 마교가 좋아. 성능도 좋고 인기도 좋고.”
갑자기 뒤에서 태우가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아 그 게임 이름이 협을 위하여구나. 근데 난 그걸 안 해도 정파야.”
“왜?”
“내신을 조졌거든.”
음.
정파가 그 정파가 아니었구나.
갑자기 숙연해진다.
평소에도 웬만해선 비속어를 쓰지 않는 여동생이 조졌다는 말을 쓸 정도로 감정이 격해지는 걸 보니 더 말하면 안 될 것 같다.
“어허. 소희야. 수능이 얼마 안 남았는데 정시 파이터란 놈이 스트리밍을 보면 쓰나?”
그리고 태우는 그 정도의 눈치가 없었다.
시험 볼 때 하던 유일한 고민이라곤 3번으로 줄을 그을지 4번으로 그을지 였어서 그런가.
서준은 고개를 저었고 소희는 발끈했다.
“뭐래. 그리고 스트리밍 본 거 아닌데? 애초에 오빠 방송을 내가 왜 봐.”
“그럼?”
“아침에 아튭에 갑자기 떴어. 최신 영상. 난 그것만 떠서 본 거야. 그니깐 내 계정에 침투하지 말아 줄래?”
“그게 왜 너한테 뜨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아. 맞다. 오빠 그거 인급동에 있던데?”
“그래?”
서준은 의외라는 듯이 대답했고.
“오 대박.”
그 의미를 아는 태우는 바로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열었다.
“야야. 이거 봐.”
그리고 서준에게 보여줬다.
올린 지 하루도 안 된 그 영상의 조회수는.
[게임 속 천하제일인이 되었다.] [게임 인기 급상승 동영상 #3]30만을 넘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