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91)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91화(91/431)
제91화
이번 싸움에서 지면 게임이 지는 건 확정적이다.
게릴라전을 펼치거나 다른 기발한 방법을 떠올려도 저 격차는 넘을 수 없을 게 뻔해 보였다.
상대가 정말로 서준 한 명만 있어서 진정한 의미의 3 대 1이라면 모를까 게임 자체는 4 대 4라는 점도 절망스러웠다.
-님들 이번엔 이길 수 있죠? ㅎㅇㅌ
그들의 팀원 중 랭커가 아닌 이가 채팅을 쳤고 한푼만은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도 착하네.
만약에 그였다면 왜 지냐고 욕했을 것 같다.
‘그것도 못 이기냐고.’
그러나 싸워 보면 알게 된다.
본인의 속도 때문에 불리한 상황이 닥칠 것 같으면 기가 막힌 타이밍에 검기로 기세를 끊고.
웬만한 공격은 일정 거리 안에 있으면 차단하는 데다가.
천살성이 검을 뻗으며 외친다.
“좀 맞아라!”
일반 공격은 절대 안 맞는다.
아.
한푼만은 그냥 게임에 나오지 말 걸 하며 후회했다.
‘합격진 마렵다.’
절대 고수를 상대하는 검진 같은 거.
절실했다.
캉!
모든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는 공방.
좀 맞아 줬으면 하지만 적은 작정한 듯 공격도 안 하고 트래쉬 토킹을 쏟아내던 입도 거의 열지 않으며 피하고 있었다.
“푼만아 폭주 얼마나 남았냐?”
“아마…….”
평소에 쌓아 둔 경험은 기가 막힌 직감으로 돌아와 준다.
어떤 실력이 있는 게이머가 가끔 정말 뜬금없이 ‘어? 이거 적이 숨어있을 것 같은데?’ 하고 레이더를 탐지하듯이.
“곧.”
“그렇군.”
게임은 졌다.
“다음 판 할 거냐?”
한푼만의 물음에 남궁세가점소이는 정면에서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다가오며 검을 휘두르는 천마14의 움직임을 눈에 담았다.
판단은 빨랐다.
“아니, 다른 애들 보고 막으라 하자.”
* * *
서준의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은 정파 랭커들의 대화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이 조용히 작게 속삭인 것도, 채팅으로 대화한 것도 아니니.
[어우정]-아… 갑자기 오늘 사파랑 뜨고 싶네?
그래서 한 랭커는 이렇게 말했다.
그저 갑자기 기분이 그렇게 됐다고.
이유를 묻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갑자기 비슷한 생각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속출할 뿐.
-나도
-ㅋㅋㅋ 오늘 당가 새끼들 다 뒤졌다. 비수 다 쳐내 준다
-안 그래도 어제 등산하다가 녹림이랑 마주쳤는데 기분 나빴음
-야 너도?
-나도!
-마교는 솔직히 너무 팼어ㅎㅎ
이를 본 방주는 낄낄 웃었다.
“음음. 많이 패긴 했지.”
저 채팅을 친 이들의 현재 시청 채널을 확인하면 한 스트리머가 나타날 게 뻔하다.
“오. 폭주 모드 슬슬 뜨나?”
방송으로 보는 서준의 움직임이 매서워지며 검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3 대 1이 그렇게까지 유리하지 않은 두 번째 이유.
폭주 모드.
기획상의 의도부터 다 대 일의 싸움에서 역전하라고 만들어진 시스템인 만큼 결과는 정해진 거나 다름없었다.
“더 볼 것도 없네. 오늘의 전장은 이거다.”
물론 그렇게까지 유리하지 않다는 뜻은 어디까지나 상대보다 훨씬 실력이 뛰어날 때의 얘기라는 사실을 잊지는 않아야 한다.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
[위정척사파]-나도 할 듯? 버티면 이길 수 있고 쉽네
-ㅇㅋ 저게 쉬워 보이면 앞으로 너가 마교하고 천마 담당하자
-아. 하필 이번 전장은 정파 놈들 참교육 시켜주려고 맹세해서 어쩔 수 없다. 아쉽네
방주는 다시 한번 폭소했다.
“하여간에 다 똑같아.”
그는 랭커는 아니지만 어우정과 위정척사파, 어우마(전 2등만이라도)에 초대되어 있었다.
그가 상황 파악을 더 쉽게 할 수 있게 유저들이 배려해 준 결과였다.
게임이 고여서 서로서로 대강 알면 이런 점이 좋다.
그리고 그가 신뢰를 저버리지 않은 결과기도 했고.
“그나저나 역시 잘해.”
피지컬, 컨트롤 실력, 트래쉬 토킹 뭐 하나 빠질 게 없는 스트리머.
전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방주는 지금 모든 세력의 동향을 파악하고 기록해야 했기에 그 누구보다 바빠야 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든 랭커의 이목이 한곳으로 쏠려서 그런지 여유가 넘쳤다.
“와.”
그는 전장의 지도를 열고 빨간 점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시작한 지 30분이 됐고 한두 명, 혹은 따로 노는 랭커는 슬슬 움직일 법도 한데 아무도 게임을 안 돌리고 있었다.
이유는 당연히 누군가를 보기 때문이겠지.
문뜩 궁금해졌다.
“시청자가 몇이지?”
전날 합방했을 때 찍은 1만 8천 명의 시청자는 분명 방주의 도움 덕분이었다.
그가 엄청나게 어그로를 끌고 많은 수의 시청자를 몰아서 서준의 방송을 송출하니 그쪽으로 흘러가는 파도도 그만큼 높았던 것.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14만 명은 여전히 방주를 선택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유는 시청자들은 보던 걸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시청자뿐만 아니라 인간은 그냥 익숙한 걸 좋아하고 새로운 걸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당연한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 체급을 늘리기란 쉽지 않다.
만약 올라가고 싶다면 계속해서 인지도를 쌓고 얼굴을 비추고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그가 없을 때의 시청자 수는 몇 명일까?
“1만 명은 넘겼을까.”
중견의 1만 명.
중견의 폭은 넓지만.
그래도 시청자 수 1만 명을 넘기면 당당히 트래블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은 있다는 중견 스트리머의 칭호를 얻을 수 있다.
공식적인 칭호는 없지만.
“오?”
시청자 수를 확인한 방주는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시청자 수 – 13,000]“가뿐하게 1만 명을 넘기는구만.”
전장 덕분에 일시적이라고?
어제 합방 덕분이라고?
그렇기야 하겠지.
다만.
방주는 마교의 대화방에 들어가 전략을 살피며 볼을 긁적였다.
이거.
“전장이 끝날 때쯤에는.”
2만 명 찍는 거 아니야?
* * *
[승리]서준은 눈앞에 떠오른 문구를 바라보다가 옆으로 돌렸다.
랭커와의 3 대 1 게임이 압도적으로 끝났다.
이 결과가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궁금하다.
-캬 승리 미쳤다
-지략이면 지략 무력이면 무력 뭐 하나 빠짐없다
-왜 하필 마교에 가서 ㅠㅠ
서준은 작게 웃음을 흘리며 맵에서 나왔다. 시야가 뒤집히고 원래 배경이 나온다.
만약 공용 채널이었으면 기다리고 있던 시청자가 무슨 짓을 했을지 모른다.
무슨 짓을 해 버리면 그냥 채널을 바꿔 버리면 그만인데다가 몸을 직접 움직여서 그런가 빌런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부끄러움 따위는 아예 태어날 때 빼 먹고 엄마 배에서 나온 이들은 있기 마련이다.
-정파 개 발렸죠? 정파 개 발렸죠? 정파 개 발렸죠? 정파 개 발렸죠?
-세 명이 쳐들어가서 지는 수준 ㅋㅋㅋ 세 명이 쳐들어가서 지는 수준 ㅋㅋㅋ
-천살성 특) 점수 자판기임
흥분해서 그런가 도배하는 채팅들이 많다.
서준은 마지막 게임을 잡기 위해 맵을 열었다.
“자. 이번엔 누가 오는지 보자고요.”
시청자 숫자는 13,000명.
‘지금 보고 있는 랭커들 많겠지?’
과연 패배를 본 뒤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궁금해진다.
서준이 게임을 돌리기 시작하자 이전까지 계속해서 해 왔던 지역에 표시가 다시 한번 띄워졌다.
-막아 보셈ㅋㅋㅋㅋ
-전술 천마 투하!
-마교 놈들 신난 거 진짜 꼴받네
-ㄹㅇ 꼴교 새끼들이
-꼴교라뇨 탑교입니다
-이번엔 진짜 다르다고 아 꼬우면 한번 막아 보라고 ㅋㅋㅋㅋㅋ
마교와 정파가 채팅창에서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정파가 화력에서 밀리고 있었다.
원래 패자는 말이 없는 법이기 때문.
[‘정파의대변인’님이 10,000원 후원!] [이번 판은 다를 것입니다.]근데 후원이 울렸네.
“후원 감사합니다. 뭐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거긴 한데 말이죠.”
서준은 웃으며 말했다.
“게임부터 잡는 게 먼저 아닐까요?”
맵에는 계속해서 단 하나의 닉네임만 떠올라 있을 뿐이니.
[천마14]-아
-아무도 안 와요!
-아무도
-아무도 안 온다고요! ㅋㅋㅋㅋ
-진짜 쫄았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자 선수 입장. 뭐? 선수가 도망갔다고?
* * *
[어우정]-갈 사람 없어?
자존심 상하는 한 문장이었다.
그리고 그 채팅을 친 한푼만은 뻘쭘하게 주변을 둘러봤다.
다들 딱히 할 말은 없는 듯 보였다.
다행이다. 그걸 지고 오냐고 뭐라 하지는 않네.
아무튼 결국 랭커 14명을 추가로 투입해야 서준이 이룬 승리로 인해 기울어진 저울을 다시 원상태로 복구할 수 있다.
그것도 그 14명이 전부 이긴다는 가정을 해야 하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어쨌든.
전장은 팀 게임이다.
-앞으로 마교가 중요할 듯
‘맞지.’
도대체 서준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움직인 걸까.
무엇을 바라보고 있을까.
그 스트리머의 마지막 게임이 잡힌다.
랭커는 없었다.
그리고 동시 다발적으로 맵에 빨간 표시가 떠오른다.
‘진짜 시작이다.’
한푼만은 전장의 맵을 주시하며 최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사파 애들하고 마교하고 서로 공격한다. 다른 지역
-우리도 마교 쪽 하나 가볍게 찌르자
정파의 전략은 항상 같다.
정도.
적이 먼저 움직이길 기다린 다음 대처하는 방식이다.
세 세력 중 가장 전력이 강한 정파이기에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정도였다.
-마교 몇 명 천마와 같은 지역 공격 중
-방어해?
한푼만은 상황을 보다 채팅을 쳤다.
-포기하고 그 자원으로 차라리 다른 곳을 가져가자
-사파도 우리 건드는 중
-거긴 방어하고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서로 이곳저곳 찔러보며 내줄 곳 내주는 정도.
그렇게 서로 간을 보다가 12일 차의 전장이 마무리되었다.
결과는 내일 나온다.
‘무비 소프트 악질 같은 놈들.’
결과가 바로 나오면 미리 내일을 준비할 수 있고 그건 게임을 지루하게 만들 수 있으니 그냥 다음날 시작할 때 공개하는 것이다.
임기응변을 보려고.
그리고 그렇게 해야 실수가 많이 나와서.
실제로 어이없이 전장을 지는 경우도 꽤 나왔으니 재미 면에서는 합격이긴 하다.
다음 날.
한푼만은 7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6시 반에 켜진 서준의 스트리밍을 주시하면서.
[어차피 우승은 마교]서준의 방제였다.
‘우승은 무슨.’
방제를 보고 웃으며 한푼만은 초대된 개인 채널에 입장했다.
유저들이 모인다.
“왔어?”
“응.”
“오늘 핫 픽스 봤어?”
핫 픽스는 긴급 패치를 뜻한다.
원래 일주일에 한 번 정기적으로 패치를 하는데 버그나 다른 오류가 나타나면 그걸 수정하기 위해 정기적인 날이 아니어도 패치를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핫 픽스.
“응.”
“명성치에 따른 매칭 시스템을 손봤다는데 딱 봐도 천마 저격이지?”
“그럴 것 같지.”
자세한 내용은 설명 안 해주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4 대 1이 되려나? 어떻게든 막을 수 있게.”
한푼만은 동료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 동료처럼 얘기했지만 한푼만의 생각은 달랐다.
점령전에서 3 대 1은 애초에 밸런스상 말이 안 되는 거였다는 걸.
많은 사람이 서준의 승리 때문에 착각한다.
싸움이 아닌 점령전의 승리란 게임의 측면에서 봤을 때 3 대 1은 3쪽이 명백히 유리하다.
어제는 그들은 실수를 했고 적은 대처를 잘했을 뿐이다.
‘이걸 무비 소프트가 모를 리가 없지.’
그래서 만약 매칭 시스템이 천마한테 유리하게 바뀌었다면.
“음.”
골치 아파진다.
[오늘도 바로 갑니다. 어디 가냐고요? 당연히 정파죠. 제가 전생에 정파였거든요.]스트리밍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귓전을 울리고 한푼만은 뒷목을 잡았다.
‘도대체 뭔 상관인데.’
그나저나.
[전 직진입니다. 한 번 막아 보시죠. 정파 여러분들.]천마를 어떻게 막느냐가 이번 전장의 향방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든 한푼만은 미간을 좁혔다.
본격적인 전장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