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92)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92화(92/431)
제92화
13일 차 7시.
12일 차 전장의 결과가 나왔다.
“마교한테 점령된 지역 하나. 점령한 지역도 하나. 사파도 한 개씩 교환이고.”
마교하고 사파도 서로 지역 하나씩 점령에 성공시켰다.
“무난한 결과군.”
세 세력 다 전체적으로 방어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지역을 가져가? 그러면 나도 하나 가져갈게. 이거 내놔.
이런 식으로 약간의 교환만 이뤄졌다.
다만 세세한 결과를 따져보면 마교와 정파가 교환한 땅의 가치는 동일하지 않았다.
마교가 가져간 땅은 북쪽의 끝부분으로 정파의 본거지에 일직선으로 다가갈 수 있는 땅이지만 가치는 높지 않다.
반대로 마교에서 빼앗아 온 땅은 중간에서 사파와 마교를 동시에 접하는 땅이다.
이런 땅은 가치가 크다.
그리고 세 세력이 서로 맞대고 있는 땅들은 두 세력이 합공하면 쉽게 잃는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합공해서 점령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두 세력 중 더 높은 기여도의 세력이 차지하기에 웬만해선 합공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특징 또한 존재해 단점이 그렇게 크게 부각되진 않는다.
그 말은 웬만해선 잘 방어가 되는 땅이라는 듯.
그런 지역 중 하나를 먹었으니 정파 입장에선 유리한 교환이었다.
[어우정]-바로 게임 돌리는 것 봐
-상도덕이 없어
-이래서 마교 놈들이란 에잉 쯧!
한푼만은 채팅을 확인하고 지도의 빨간불을 살폈다.
어제와는 달리 여러 빨간 표시들이 떠올라 있었지만 확인할 곳은 하나.
‘어제 먹은 걸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이거지.’
이걸 진짜 공격 해오네.
본거지를 노리는 건가?
모르겠다.
같은 마교 놈들이랑 상의는 안 된 것 같은데.
“막긴 해야 해.”
그가 중얼거리자 옆의 동료가 그걸 듣고 그의 어깨를 탁 쳤다.
“그래. 일단 막자. 천마가 이번에도 점령하고 들어오면 본거지까지 한 지역밖에 안 남는다.”
그 정도도 여유라면 여유지만 원래 하나씩 양보하다가 먹히는 거다.
2차 세계대전 직전의 독일에게 하나씩 양보하던 영국이 어떻게 되었는가.
그 유명한 ‘우리 시대를 위한 평화’가 되풀이될 수 있었다.
-그래서 누가 갈래?
하루 지났고 충분히 대비했기에 가겠다는 사람이 많다.
전날 노협에서 가장 많이 이루어졌던 토론이 바로 어떻게 천마를 점령전에서 3 대 1로 이길 수 있는가다.
그걸 보면서 한푼만은 더더욱 핫 픽스가 천마에게 유리하게 적용됐다고 확신할 수 있었지만, 일단은 아닐 수도 있으니깐.
까본다.
-내가 가서 작전 짬
그가 친 채팅은 아니었다.
한푼만은 천마랑 더 싸우고 전투하는 것 자체가 싫었다.
-가보자
-4명 돌려보고 3 대 1 매칭 되면 상황에 맞게 가 보자
-ㅇㅋ
용자들이여.
파이팅.
한푼만은 처연하게 채팅창에서 맵으로 시선을 옮겼다.
붉은 표시가 생긴 지역의 리스트가 추가된다.
마교의 인원은 넷.
그새 반응했는지 닉네임이 올라와 있었다.
‘얘들도 비슷하게 생각한 것 같네. 지원을 온 것도 그렇고 세 명이나 온 거 보니.’
물론 서준이 랭커 한 명분은 아닐 텐데.
[천마14] [산적왕] [당소] [단색이좋아요]정파도 넷.
[악마는브라더를입는다] [노고수] [천살성] [훈수둬봐]천살성 쟤는 무한 트라이냐.
그렇게 지고도 대단하다.
12연승이 떠오르자 열이 뻗치지만 한푼만은 머리를 홱홱 돌려 열을 식혔다.
‘게임이 어떻게 잡힐지에 따라서 달라지겠지.’
그는 앞으로의 대처를 생각한다.
이번 전장의 목표는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천마를 막아라.
그 혼자만의 직감이었지만 그의 직감은 때때로 일을 아주 잘한다.
[잡혔네요. 정파 잡으러 갑시다.]재수 없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나 덕분에 이긴 거네.] [개소리 하지 말거라 당소야.] [하. 내 지원이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 것 같나.]한푼만은 그들의 대화에 헛웃음을 흘렸다.
당소 쟤는 여전하네.
결과부터 말하자면 매칭은 3 대 1이 아닌 3 대 2가 되었다.
왜 4 대 3이 아닌지 자세한 사정은 무비 소프트만 알겠지만, 대충이라면 그도 알 것 같다.
밸런스가 꽤나 적절하다.
결국 서준을 한 번이라도 죽이면 게임을 쉽게 풀어갈 수 있는 적절한 밸런스.
‘그게 정말 가능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당연히 이겼지.] [뭘 담담하게 말하는 거냐. 이 몸이 있어서 마교가 지금 우승의 기회가 생겼는데.] [당소야.] [왜 부르는가.] [닥치고 이제 게임에서 나가자꾸나.]참 한결같네.
아무튼.
앞으로 모든 매칭이 3 대 2로 잡힌다면 게임으로 천마를 막는 건 정말 힘들 거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냥 동료들에게 맡길까?
-3 대 2일 때 만약 거점을…
-아니 그렇게 하지 말고 차라리…
열심히 토론 중인 다른 랭커들을 한푼만은 믿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는 손 놓고 남이 해주길 기다리는 성격은 아니었다.
어떻게든 머리를 굴리고 방법을 찾아서…….
“아.”
한푼만의 눈매가 순간 좁혀졌다가 펴지길 반복했다.
* * *
서준은 목을 풀었다. 과연 최대한 현실과 같은 컨디션을 구현하려는 가상현실답게 뚜둑 소리가 나고 약간의 시원함이 목에서부터 전신으로 퍼졌다.
차례차례 손도 풀어 준 서준은 게임에서 나왔다.
“정파는 왜 한 번만 간을 보고 말까요?”
13일 차가 끝났다.
10시가 되어 모드가 닫힌 것은 아니다. 그냥 오늘은 더 이상 그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뜻이다.
-넘겨줄 거냐!
-이대로 가면 본거지임ㅋㅋ
-다 생각이 있겠지
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보고 근처의 의자에 앉고 벽에 등을 기댔다.
개인 채널이라 한적하다.
눈을 굴려 가며 게임 메시지와 단체 대화방 그리고 커뮤니티를 살피며 상황을 파악한 그는 나직하게 말했다.
“이제 방송 종료해야겠네요.”
갈고리를 수집한다.
-?
-왜?
-??
-가지마
-칼방종이 또 도진 것인가…!
그들의 말대로 빨리 끝내는 게 맞긴 하다.
평소였다면 시청자들이 가져온 영상을 보며 웃고 소통하고 말싸움도 했겠지만.
“친구 놈이랑 약속이 있어서요.”
오늘은 이유가 있었다.
-ㅋㅋ
-친구 없는 척했으면서 뭐?
-수상하다. 수상한 냄새가 나 혹시 여친?
-이거 가능성 있다
-여친이야 나야 선택해
과연 음해의 장인들답게 시작부터 나가도 너무 나간다.
“그런 거 아닙니다.”
서준은 단호하게 끊고 스트리밍 종료를 눌렀다.
만 이천 명의 시청자들을 더욱 붙잡기 위해서라도 방송을 오래 하면 좋긴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있었다.
-잘가 ㅠㅠ
-트바
이후 캡슐에서 나온 서준은 빠르게 씻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만날 친구가 어디 있다고.
‘그건 좀 슬프긴 하네.’
서준은 지난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협을 위하여 공식 홈페이지를 검색했다.
그리고 사이트에 들어가 왼쪽에는 전장의 맵을, 오른쪽에는 대화방을 띄웠다.
[어우마]전장 속에서 어떻게 유저들이 움직이는지 정확히 파악해두고 싶었다.
방송 중에 확인하려면 꽤 귀찮은 작업을 수행해야 할 뿐만 아니라 온전히 집중을 할 수도 없다.
다 끝나고 보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지켜 보며 이러한 판단이 나온 배경에는 어떤 심리가 작용했는지 현장에서 직접 겪는 게 가장 효과적이란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마교의 1차적인 목표는 정파의 본거지를 날리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모든 움직임과 그 의도는 목표를 들키지 않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사파 쪽이 공격해 오는데 우리도 적당히 반격해야 할 듯
-정파는 오늘 여러 곳 찌르려는 듯
-근데 섬서 방어는 안 하나?
섬서는 오늘 서준이 점령을 시도한 지역을 말한다.
그 지역이 그렇게 시스템상으로 이름이 명명되었다거나 정확한 섬서의 위치에 있는 건 아니다.
대충 섬서 근처에 지역이 그렇게 나뉘어 있으니 편의상 섬서라 부르는 거다.
그가 어제 점령한 감숙은 섬서의 서쪽에 있었고. 동쪽으로 가면서.
오늘 공격한 섬서.
그 동쪽에 산서.
마지막으로 정파의 본거지가 있는 하북으로 지역을 부르고 있다고 보면 된다.
-방어 안 하려나 본데?
-나중에 끝나갈 때 투입할 수도
-이럼 좀 그런데. 우리가 섬서를 노리는지 확실히 확인하고 싶어서 낚는 건가?
-먼저 더 투입해서 공격하면 안 될 듯
정파가 가만히 지켜보는 것처럼 보이자 수많은 해석이 오간다.
서준이 어느 정도 따로 논다는 약간의 혼란을 주면서 천천히 다가가는 게 목적이라 대놓고 섬서를 공격할 수는 없다.
“재밌네.”
-노고수 사파 쪽 출현
-무명도 호남 남쪽에 떴다
집단적으로 하는 땅따먹기. 심리전. 혹은 무언가.
이들이 고인 이유를 알 것 같다.
“협을 위하여에 신규 유입은 충분하다고 했지?”
그럼에도 고였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는 아마도 이렇게 전장을 한 번 하고 난 이후에는 신규 유저라도 서로를 모르기가 웬만해선 어렵기 때문일 게 분명했다.
‘역시 재밌네.’
서준의 입꼬리가 만족스럽게 올라간다.
띠링.
삼장로에게서 개인 메시지가 왔다.
[삼장로: 천마님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천마14: 감사합니다. 근데 안 끝난 거 아니에요?] [삼장로: 그렇긴 한데. 정파가 영 미적지근하네요.]널널하다는 건가.
[천마14: 오늘 섬서 점령이 실패할까요?] [삼장로: 정파가 지금 인원을 아끼고 있는데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적이 전부 섬서 방어에 투입하면 우리도 오늘 본색을 드러낼 겁니다.]전략의 노출을 감수해서라도 오늘 섬서를 먹겠다는 건가.
[천마14: 그렇군요.] [삼장로: 그나저나 천마님. 님 따라 움직이는 유저의 양이 상당한 것 같아요.] [천마14: 그건 무슨 소리죠?] [삼장로: 대화방에 있는 사람들 말고 일반 유저들 중에서 게임을 좀 많이 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삼장로: 그 사람 중 상당수가 서준 님 따라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요.]게임을 조금 깊이 있게 즐기는 유저들 같은 경우 방송이나 커뮤니티를 보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리고 마교 유저들 상당수는 이런 반응을 보였다.
[이번 전장. 천마만 믿고 따라갈 마붕이면 ㅋㅋ 알지? 추천 내놔] [천마께서 정파를 없애주겠다고 했다. 나는 그걸 따를 뿐이다.] [의심하지 않는다.] [고금제일인의 행보에 작은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만족할 뿐…]서준은 이런 글들을 보고 웃고 넘어갔지만, 삼장로의 생각은 달랐나 보다.
삼장로가 말하길 전날 계산상으로는 분명 사파에게 안 빼앗길 지역을 빼앗겼다고 한다.
그 이유야 당연히 일반 유저층의 부재가 아닌 이상 설명이 안 되고 이런 경우야 비일비재하지만.
이번 경우는 좀 널널했기에 충분히 의심이 가는 상황이다.
일반 유저층의 부재는 서준에게 사람이 쏠려서 생긴 거라고.
그들에게 필요한 건 세밀한 분산과 조율은 아니었으니 좋은 소식일 수도 있었다.
‘그나저나 오늘도 무난하게 가는 건가?’
이렇게 쉽게 섬서를, 본거지와 가까운 지역을 정파가 아무 대처도 안 하고 내줄 리가 없는데.
-쟤네 뭔 생각이냐
-찔리는 곳만 방어로 대응하고 공격은 아무 곳도 안 하는데?
-힘숨찐이군
이윽고 8시 40분이 되었을 때 정파의 목표를 알게 된 마교의 랭커들이 일제히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파 떴다!
-개 많음. 남겨뒀던 전력 다 투입할 작정인 것 같다
-이러려고 기다리고 있던 거냐!
-연결 끊겨요
정파의 랭커들이 매칭을 잡은 곳은 예상과는 달리 섬서가 아니었기 때문.
섬서가 아닌 그 서쪽.
마교가 전날 점령한 감숙.
섬서를 방어하는 대신 역으로 감숙을 점령해, 다음 날 마교의 지역이 된 섬서를 고립시키는 게 정파의 노림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