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96)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96화(96/431)
제96화
“이게 진짜로 되네.”
삼장로는 얼떨떨하게 말했다.
진짜로 정파를 이렇게 수세에 몰아넣을 줄은 몰랐다.
사실 수세에 몰아넣는 것 자체는 그냥 할 수 있다. 모든 걸 내던지고 정파랑 전면전을 벌이면 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속도였다.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것이 중요하고 그들은 사파를 잘 끌어들여 목적을 거의 다 이룰 수 있었다.
“내가 말했지 않았나! 된다고!”
옆에서 당소가 말했다.
“님 덕분 아니잖아요.”
“뭐라는가. 다 내가 와서 마교가 잘 된 것이네.”
“네.”
삼장로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파에 있던 빌런이 이곳까지 와서 난리다.
처음에는 랭커가 한 명 더 추가된 게 좋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당소 하나쯤은 없어도 될지도?
“그나저나 살벌하네요. 무서운 형 같으니라고.”
삼장로는 현재 대련장에서 싸우는 두 사람을 산적왕과 당소와 함께 지켜보고 있었다.
산적왕이 말했다.
“그래도. 서준 형이 잘 패……. 아니, 잘 가르치시긴 해.”
대련장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은 서준과 천하제1검객.
방송도 안 켜고 서준은 훈련이란 명목하에 검객을 패는 중이었다.
삼장로가 떨떠름하게 물었다.
“잘 가르치신다고요? 저게?”
“어…….”
그냥 스트레스, 감정 해소용 샌드백 아닌가?
삼장로는 힐끗 옆을 봤다.
산적왕의 눈이 약간 촉촉해져 있었다.
“저게 은근히 효과가 있더라고…….”
그걸 어떻게 알아요?
왜인지 본인도 알고 싶지 않았다는 눈빛이었다.
삼장로는 그 전말을 알 수 없었지만 왜인지 섬뜩한 느낌에 몸을 떨었다.
한편 산적왕, 아니 이동수는 속으로 생각했다.
‘분명 방송 컨텐츠 용으로 훈련 시켜 주는 거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은 방송도 안 켠 상태다.
생각해 보면 체육관도…….
참으로 고약한 성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실력이 좋아지고 있어…….’
이동수는 절망스럽게 하늘을 잠시 올려다봤다.
‘나도 마찬가지고.’
구단 내부에서는 자체적으로 여러 가지 신체 상태와 실력들을 테스트하는 프로그램들이 여러 개 있다.
당연하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가상현실 시장의 최고의 구단 중 하나였으니.
그리고 그 테스트 결과가 요즘 미미하지만 계속해서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다.
-신체가 아직 성장하고 있는 건가?
-반응 속도도 좋아지고 있네요
감독님과 코치들은 그 원인에 대해서 분석을 시도했고.
그 이유에 대해서 짐작 가는 게 없냐는 감독님의 물음에 그는 서준에 대해서 말했다.
-저랑 스파링하는 형이 있는데 꽤 실력이 괜찮아서 제가 종종 상대해 주고 있어요.
-그 스트리머?
-네.
-그냥 싸우는데 실력이 좋아진다고?
-게임 하시는 거 감독님도 보셨잖아요
-그래? 근데 지금 같은 게임 한다며?
-네.
-좋다! 자유시간이다!
확실한 결과를 보여줘서일까?
실력이 향상된다면 감독으로서는 서준과의 교류를 막을 이유가 없었다.
자유시간이라고 해 봤자 쥐꼬리만큼이고 필수적인 스케줄은 다 소화해야 하지만 어쨌든 그 덕분에 전장에 이렇게 참여하고 있었다.
여담으로 이동수는 자존심 때문에 항상 맞고만 있다는 말은 안 했다.
“흠. 저게 효과가 좋단 말이죠?”
“좋긴 한데……. 그……. 응. 좋아. 참 좋지.”
원래 저점일수록 그 상승 폭이 큰 법이다.
천하제1검객의 실력이 날이 갈수록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걸 그들은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었다.
“그럼, 저도 한번 부탁드려 볼까요?”
이동수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
뭔가 하고 싶은 게 많은 눈빛에 삼장로는 몸을 흠칫 떨었다.
“그……. 나쁘지 않긴 한데…….”
이동수, 그가 계속해서 맞는 이유는 프로 정신 때문이었다.
뇌는 파업을 선언했는지 아무리 서준에게 맞아도 뭔가 배운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몸은 기특하게도 맞다 보면 알아서 체득해 주는 것 같아서 맞으러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효과라도 없으면 피하겠는데.’
무엇보다 서준은 잘 때린다.
아프게, 그러나 치명적이지는 않게.
“저번에 서준 형이 저분한테 어떻게 했었는지 기억하냐?”
이동수는 일단 대가부터 상기시켜주기로 했다.
“음. 패링을 쳐 보라고 강공격으로 죽도록 팼었죠?”
참고로 검객은 단 한 번도 패링을 성공시킨 적이 없이 죽도록 맞기만 하고 끝났다.
“그러면 지금은?”
“어.”
삼장로의 시선이 정면에 닿는다.
이번엔.
반대로 강공격으로 공격해 보라고 하고 지가 패링을 치네.
‘와.’
순간 삼장로는 감탄했다.
진짜 양심 없나.
패링을 친 이후엔 가차 없이 검객을 공격한다.
마치 너가 실패했으니 한 대 맞는 거야, 라는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 같은데. 아니, 랭커들하고 3 대 1을 하는 사람한테 일반 유저가 어떻게 성공시킨다고!
사탄도 저러진 않을 것 같다.
저런데도 실력이 오르는 게 신기하다.
“역시.”
“그렇지?”
이동수와 삼장로는 눈빛을 교환했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지금 검객의 위치에 들어간 본인을 상상하고 있겠지.
“하하, 부탁드린다고 트레이닝 해주시겠어요? 바쁘신데. 그러니 그냥 묻지도 말아야지.”
“…….”
이동수는 그것만큼은 확실하게 답할 수 있었다.
샌드백이 느는 걸 싫어할 사람은 아니라고.
물론 삼장로의 합리화를 방해할 생각은 없었다.
“하. 차라리 나한테 배우게나.”
옆에서 대화를 듣던 당소가 말했다.
둘은 자연스레 무시했다.
“그나저나 오늘 안에 정파를 못 밀 수도 있겠지?”
이동수가 삼장로에게 말했다.
“사파니깐요.”
어제 서준은 정파의 본거지를 공격할 수 있게 됐으나 본격적인 싸움을 하지는 않았다.
섬서를 빼앗겨 여전히 연결이 끊긴 상태에 사파도 본거지에 도달하기까진 한 지역 남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 상황을 보고 선택을 내리려 했는데 정파는 산서를 공격하지 않고 그저 방어만 했다.
산서까지 빼앗긴 이상 결국 다른 수작도 부릴 수 없을 테니 그냥 시간을 끌지도 않고 한번 붙어보자고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오늘 정파의 본거지는 섬서를 다시 찾아 연결된 마교와 밀고 들어 온 사파를 맞대게 된다.
그럼에도 오히려 정파는 끌려다닐 때보다 더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왜냐하면.
“정파는 사파를 믿고 있는 거겠지.”
“맞아요.”
정파가 왜 사파를 믿냐고?
당연히 사파는 공격을 안 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역시 사파는 사악해. 믿을 게 못 되는 족속들이야.”
그 말을 들은 삼장로는 황당한 눈으로 이동수를 쳐다봤다. 시선이 아이디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이동수의 머리 위로 이동한다.
[산적왕]전장 시작 전만 해도 녹림에서 산적질하고 있던 분이 그런 말 할 거면 닉네임이라도 바꾸던가.
“네……. 뭐, 사악하죠.”
“그에 비해 우리는 얼마나 정정당당한지.”
그것도 좀…….
삼장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
7시가 되기 1분 전.
서준의 방에는 어마어마한 시청자들이 모였다.
‘2만 명도 찍겠는데?’
아마 정파로 밀고 들어간 상징 같은 존재로 자리잡아서 그런 것 같았다.
-진짜로 정파를 보내는 거냐
-설레서 잠도 못 잤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정파 ㅈ됐네ㅋㅋㅋㅋ
[‘ㅇㅇ’님이 10,000원 후원!] [아니 이러면 재미없지. 니들처럼 우승을 포기하고 한 세력 망하게 게임하면 전장이 잘 돌아가겠냐고. 이번 건 좀 실망이다.]“후원 감사합니다.”
억울할 수도, 실망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한 세력이 다른 세력에 악의를 품고 게임을 하면 금방 재미없어지는 게 전장이란 컨텐츠다.
그래서 아직은 별 논란이 안 되었지만, 정말로 정파가 전장에서 아웃 된다면 성난 정파 사람들은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
이를 주도한 마교는 욕을 먹을 테고 서준도 마찬가지였다.
이를 피할 방법은.
“아니, 도대체 누가 우승을 포기했다는 거예요? 방제 안 보셨어요?”
사실을 말하는 거다.
왜냐하면 정말로 악의를 가진 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어차피 우승은 마교]-ㄹㅇㅋㅋ
-방장에게는 다 계획이 있다고!
-며칠째 저 제목인데
“그리고 둘이서 한 명을 패다니요.”
서준은 진짜로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윽고 7시가 됐다.
-ㄷㄱㄷㄱㄷㄱ
-진격하라!
-최후를 지켜봐 주지
모두의 예상대로 마교와 사파는 정파의 본거지 바로 앞에 도달했다.
그야말로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이라 할 수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정파의 본거지에는 싸움의 표시가 안 떠올랐다.
오히려 마교와 사파의 접견지에서 사파의 랭커들이 게임을 잡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달려드는 세력들의 총력전을 기대한 이들은 물음표를 띄웠다.
-어? 사파 쟤들 뭐 하냐
-ㅁㅊ
-역시 ㅋㅋㅋ
-이제 와서 배신을 때린다고? 왜?
-이럴 줄 알았다.
반응이 나뉜다.
서준은 그럴 줄 알았다는 쪽이었다.
아마 전장 경험이 많은 쪽은 배신을 예상했을 것이다.
“사파는 우리를 통해 정파를 계속해서 제압하고 싶어 할 거예요. 이 대치 상황이 계속되면 가장 좋은 건 사파니깐요.”
즉, 사파는 정파가 방어에 성공하기를 원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어떻게 할지 알아차린 거겠죠. 우리가 정파를 보낸 다음 타겟은 자신들이 될 테니. 마교의 전략은 적들의 본거지를 전부 밀어버리는 거거든요.”
서준은 마교의 전략을 말했다.
이제는 숨기는 건 의미 없다.
-진짜 그거였음? ㅋㅋㅋㅋㅋ
-설마설마 했는데 이렇게 공언 해주네ㅋㅋㅋㅋ
-다들 어느 정도 예측은 했었지만, 그래도 진짜로 밀어붙일 생각을 했었던 게 레전드ㅋㅋㅋㅋ
-그럼 왜 사파는 니네를 도와주고 정파의 입구까지 온 거임?
-뉴비를 위해 설명좀
“애초에 이러려고 협력한 거예요. 우리도 이럴 걸 알면서도 끌어들인 거고.”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마교는 본거지를 미는 전략을 세웠다.
그런데 섬서를 점령했을 때, 정파의 노림수 때문에 시간이 끌리게 생겼다.
시간이 길어져도 정파의 본거지는 날릴 수 있다.
그러나 정파를 이탈시키는 게 오래될수록 사파의 본거지를 날릴 시간이 충분치 않게 된다.
그래서 서준은 사파를 끌어들이기로 했다.
당시 사파는 지역을 많이 점령한 상태였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2, 3등이 1등을 견제하기 시작하면 또 다른 1등이 생기고 그들은 다른 3등과 함께 새로운 1등을 또 견제해야 할 테니.
전장이 하루밖에 안 남았다면 모를까, 압도적인 우위가 아닌 이상 언제든지 판세는 뒤집힐 수 있다.
그러던 그때 마교가 자기들을 도와서 정파를 노리자고 한다.
그때 사파는 어느 정도 마교가 뭘 노리는지 깨달았을 것이다.
정파를 이탈시키고, 다음에는 사파를 이탈시킨다.
그럼에도 협력한 이유는.
“그러면 정파란 경쟁자를 확실히 제거할 수 있죠. 또한 이렇게 판이 짜인 지금부터, 낙오된 정파가 버텨준다면.”
마교도 함께 낙오될 테니.
“사파가 우승하겠죠.”
정파는 뒤늦게 깨닫고 어차피 뒤집을 수 없으니 한번 밀어보라고 벼리는 중이고.
그게 현 전장의 상황이었다.
-오 ㅋㅋㅋㅋㅋㅋㅋ
-전장 생각보다 복잡하네
-그니깐 마교하고 사파는 서로의 의도를 읽고 서로를 이용한 거네
-캬
-재밌다 ㅋㅋㅋ 이게 협위지! 이게 전장이지!
-그래서 어떻게 할까요 마스터?
설명을 마친 그때 장난스러운 채팅이 하나 보였다.
어떻게 하냐라.
앞으로 할 건 명확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묻는 건 직접 듣고 싶다는 거겠지.
시청자가 듣고 싶은 것을 말해주는 건 스트리머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냐고요? 간단하죠. 오늘은 정파를 잡고.”
그래서 서준은 어느샌가 2만 명까지 불어난 시청자 앞에서 입을 열고.
“내일부터는 사파를 칩니다. 그거면 돼요. 그러니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씨익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우승은 마교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정파의 본거지가 있는 지역, 하북에 붉은 표시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