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182
181화 뜻밖의 방문자들(1)
외부의 인사들이 오가기도 하고, 정착하는 사람도 늘어나다 보니 조용하던 삼양현은 매일매일 활기가 가득 찼다.
당연히 소란도 발생하고, 사건 사고도 늘어났지만 그만큼 마을이 번영해 나가는 증거이다 보니 그에 대한 반발이 크진 않았다.
정착하는 이들 대부분이 무림인이고, 얼마 전에는 산적떼(?)가 몰려오기도 해서 자칫 민심이 흉흉해질 수도 있었지만, 백가표국의 국주 백진성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분란은 가볍게 해소되었다.
백가표국에 대한 삼양현의 신뢰는 무척이나 굳건했다.
다만, 기존의 작은 마을이 가지는 특징 한 가지는 확실하게 사라졌다.
예전이라면 금방 눈에 띄었을 이질적인 존재감을 가진 이들. 외지인이 마을을 거닐고 있음에도 그들을 주목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부진 체격을 보면 무인임이 분명한 사내 셋은 주변을 날카롭게 살폈다.
“여기란 말이지?”
“같이 조사한 일이잖나. 조사대로라면 여기가 맞겠지.”
“작고 어수선한 곳이군. 이런 곳이 뭐가 좋다고. 쯧!”
기본적으로 온화한 성격들은 아니다. 게다가 은연중에 이곳 삼양현에 대한 적개심 같은 것이 묻어 있었다.
그 기색을 읽었는지, 그나마 셋 중 가장 침착한 인상의 인물이 엄중히 경고했다.
“사고 칠 생각일랑 하지 말게. 시선을 끌어서 좋을 게 없어.”
“쳇!”
그렇게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내 셋이 삼양현을 맴돌았다.
***
“다들 바쁘네.”
사람이 늘어 마을이 활발해지면서 다들 정신없이 바빠졌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 줄어들었다.
예를 들자면 당사연 소저.
‘좀 심하긴 했지.’
여러 가지 사정들이 꼬이긴 했지만, 너무 방치해 둔 감이 없지 않았다.
나름 쌓인 것이 많은지 파릇파릇한 처녀가 술주정하는 꼴을 봐야 했다.
약을 다루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힘든 일인 줄은 몰랐다.
뭐랄까, 술 먹고 꼴아버린 모습이 살짝 부자연스럽게도 느껴지긴 했지만.
‘백가표국은 바쁘다 못해 혼돈의 도가니고.’
지금 백가표국은 그야말로 마굴이다.
오죽하면 백무호가 호북의 표국들이 모였을 때가 차라리 편하다며 하소연을 할까.
가끔 찾아와서 일 좀 도우라며 멱살잡이하는 것이 일상일 정도다.
범각이라도 있으면 백무호가 쏠쏠하게 부려먹었겠지만, 그놈은 영리하게도 명운표국으로 튀어버렸다.
무엇보다 설아 누나도 요즘 무슨 일이 있는지 얼굴 보기가 힘들다.
이화 역시도 마찬가지다.
‘이화는 어쩔 수 없나?’
이경천을 따라온 산적들 중 일부는 마교에 근본을 둔 마인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중원에서 마공을 접했다가 산으로 도망쳐 산적이 된 경우들이다.
즉, 마인이지만, 마인이 아닌 것이다.
정신 교육이 필요한 작자들이라는 거다.
종 노인이나 천마수신위가 나서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일선에서 뛰는 실무자들답게 이런 일에는 미숙했다.
덕분에 이화가 고생할 수밖에 없었다.
장문경 선배나 장소월 소저는 명운표국에 자리를 잡은 것 같았지만, 외출이 잦았다.
그러니 범각 녀석이 명운표국으로 튄 것이기도 하고.
범각의 말에 의하면 혈교와 관련된 정보를 쫓는 느낌이라고 했다.
어떤 은원이 있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함부로 물어볼 내용이 아니라 자제했다.
덕분에 나 역시도 개인 수련과 천마신공 수복에 집중할 수 있었다.
“장삼풍 사부.”
[왜?]“달마 사부한테 뭔 일이라도 있어요?”
이렇게 마음 놓고 사부님들이랑 편하게 대화도 나눌 수 있고 말이다.
장삼풍 사부가 피식 웃으셨다.
[왜? 곤륜 가자고 보채냐?]“예.”
[빚쟁이 신세가 다 그런 거지 뭘.]“……뭔가 무서운 걸 들은 기분인데요.”
천상에도 염왕채가 있나?
천상이란 곳은 정말 알면 알수록 무서운 곳이다.
‘달마 사부가 누군가에게 빚이라도 졌단 소리 같은데…….’
왠지 장삼풍 사부는 그 대상이 누구인지 알고 계실 것 같다.
그리고 달마 사부의 언행이나 천상의 구조를 생각하면 단순한 채권 채무 관계는 아닌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달마 사부 말처럼 곤륜으로 여행 한번 떠나볼까요?”
[나쁘지 않지. 엄연히 서왕모 님의 권역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니까. 네게 이것저것 챙겨주길 좋아하는 분이시니, 보물 몇 개 안겨 주실 수도 있고.]“아하…….”
단순히 알고 있는 정도가 아닌 것 같다.
‘이 정도면 장삼풍 사부도 관련된 것 같은데?’
천상은 관료들의 뇌물 수수 혐의를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지만, 이내 치워버렸다.
지금 알아봐야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나중에 천상에 올라서 사부님들과 같이 일하게 됐을 때 휴가 협상을 위한 재료로 써먹는다면 모를까.
일단은 고이 접어두자.
‘그래도 달마 사부보다는 낫네. 적어도 내가 얻을 수 있을 법한 이득을 제시하면서 약을 파시는 거니까. 그래 봐야 이류 수준이긴 하…….’
[곤륜은 영산이라고 불리는 만큼 영약의 보고이기도 하지. 어지간한 성질의 영약은 다 구할 수 있으니까. 당연히 반도를 영단으로 만들 때 필요한 재료들도 제법 있을 거다.]‘……정정. 아주 제대로 된 일류 약팔이시네.’
내 급소라 할 수 있는 부분을 제대로 찔러 오셨다.
어쩌면 처음부터 사부님을 떠보려 했던 내 의도를 눈치채신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덕분에 한 번은 가 봐야겠단 쪽으로 생각이 꽤 기울어졌다.
“곤륜이라…….”
곤륜산이라면 사천 너머에 있는 청해에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것도 청해 끝자락쯤에 위치해 있는 수준이다.
사천까지의 여행길도 길고 험난했는데, 곤륜산은 그보다 더 험하고 먼 여정이 될 거란 소리다.
생각이 꽤 기울어지긴 했어도 즉각 결단을 내리지 못한 건 그 때문이다.
그렇게 마을 외곽을 산책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낯선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못 보던 얼굴인데?”
최근 마을에 사람이 늘면서 낯선 사람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저들은 명백하게 이질적인 존재였다.
‘마인.’
천마무겁수를 익히면서 마공을 익힌 마인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구분이 됐다.
아무리 마공 특유의 기질을 감추려 해도 분명하게 느껴졌다.
종 노인과 함께 자리 잡은 마인들과 이경천 휘하의 마인들 등, 삼양현엔 이미 많은 마인들이 있다.
아마 마교 본단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마인들이 몰려 있는 곳일 것이다.
문제는 저 마인들은 처음 본다는 점이다.
‘수상한데…….’
일단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에 그들에게 다가갔다.
눈치가 없어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의 시선이 매서워졌다.
‘위압?’
고수의 시선에는 힘이 실린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줌을 지리게 만들 수도 있다.
대놓고 살수를 펼치지는 않았지만, 적대 행위라고 해도 무방한 행동이다.
겉으로 보이는 수상함만큼이나 반응이 거칠다.
‘이경천의 부하들은 아니군.’
내가 이경천의 부하들을 몰라볼 수는 있어도, 이경천 휘하의 마인들이 나를 몰라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물며 이경천의 부하들은 현재 이화에게 정신 교육을 받는 중이고, 가장 최우선적인 교육이 지역사회에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다.
“외지에서 오신 분들입니까?”
내게 기세를 뿌리던 자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마치 무시라도 당한 사람의 반응 같다.
법이란 것이 통용되지 않는 야생의 땅에서 온 사람을 보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대답하는 말에는 타지의 방언이 섞여 있다.
견문이 짧아 어느 지역이라고는 확정 지을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호북, 호남 지역 사람은 아니다.
[서쪽 애들 방언이네. 굳이 분류하자면 서장 부근 쪽?]‘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나와 달리 견문이 넓은 장삼풍 사부는 바로 알아차리셨다.
‘가만? 서장 부근? 마공을 익힌 마인? 설마?’
출신에 대해 들으니 짚이는 것이 생겼다.
“왜?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도 궁금하신가?”
그것보다는 왜 여기에 왔는지가 궁금해졌다.
그런 내 생각이 얼굴에 드러난 걸까?
“뒈져!!”
갑자기 살벌한 표정을 짓고 있던 사내의 얼굴이 크게 보였다.
단순한 서술적 표현이 아니다. 말 그대로 얼굴이 크게 보였다.
그만큼 가깝게 접근했다는 의미다.
퍼억!
다짜고짜 근거리에서 몸을 들이받았다.
어깨는 심장을 노렸고, 함께 내민 머리는 인중을 노렸다.
제대로 맞았다간 그 자리에서 죽었을지도 모를 살수다.
하지만 이미 태극선으로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기에 어깨 공격은 흘려내고, 인중을 노리는 박치기는 박치기로 받아내며 몸을 뒤로 빼 충격을 해소했다.
족히 다섯 걸음쯤 뒤로 물러난 나는 욱신거리는 이마를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
“은근히 머리 써먹을 일이 많이 생기는 걸 보면, 철두공 수련도 받아볼 걸 그랬나 봐요.”
[달마 그 양반에게 전해두마.]짱돌 일천 개쯤 부수면 입문이라고 했던가?
설마 소림승들이 머리카락을 깔끔히 밀어버린 이유가 철두공 수련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아니겠지?
두발 건강에 대해 고민하는 사이 마인들의 언성이 높아졌다.
“뭐 하는 짓이야!”
“저놈, 눈치챘어! 딱 보면 알아! 눈치챈 얼굴이었다고!!”
흥분해서인지 말이 짧다. 주변에 인적이 없는 것도 결정에 영향을 주었는지 거침이 없다.
“눈치챘으면 죽여야지!”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몸을 날리더니 공격을 뻗어왔다.
그런데 그 공격이 좀 생소하다.
‘주(肘: 팔꿈치)?’
상대와 이마가 맞닿을 정도의 근접 박투에서는 팔꿈치나 무릎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다섯 걸음 이상의 거리를 좁혀오며 뻗어내는 공격이라면 보통은 온전히 팔을 뻗어내는 무공이 효과적이다.
‘도끼질 같네.’
순식간에 쏟아지는 공격을 피해 내며 받은 느낌이다.
뭐든 정면으로 패서 쪼개버리겠다는 의지가 풍겼다.
‘그쪽’ 출신의 무공답게, 역동적이면서도 패도적인 투로는 구파의 무공과는 다른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몸의 균형이 안정적인 것을 보면 저 무공 역시 오랜 세월 다듬어져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칠게 놀아보자 이거지?’
그렇다고 정파 무공이 뒤떨어진다는 소린 아니다.
구파 무공에도 격렬하고 역동적인 무공은 존재한다.
빡! 뻐억!
나 역시 팔꿈치를 세워 정면으로 부딪쳤다.
하지만 이쪽은 단순무식하게 부딪치는 것이 아니다.
‘연금강이라고 들어봤냐?’
부딪치는 순간 연금강의 수법이 충격을 흡수한다.
재차 부딪칠 때는 흡수한 충격을 풀어내며 더 강하게 후려친다.
나는 받은 충격을 해소하고 반탄시키는데, 상대는 몸으로 때우고 있는 것이다.
교전이 길어질수록 우위를 점하는 것은 내 쪽이 될 수밖에 없…….
‘……어라?’
팔꿈치 부근이 황톳빛으로 물드는 나와 마찬가지로, 상대의 피부 역시 검은 먹물이라도 뿌린 것처럼 전체적으로 검게 물들어 갔다.
빠각! 빡!
이 역시 몸을 단단하게 하는 특유의 강체법인지, 수의 교환이 이뤄지는 격돌음이 질을 달리했다.
‘이것 봐라?’
단순무식하게 날뛰는 놈이 아니다.
상대 역시 그것을 알아차렸다.
빠악!!
격돌의 반동으로 뒤로 물러난 마인이 눈을 부라리며 나를 노려봤다.
“소림 제자군.”
“알면 까무러칠걸?”
내 정체를 다 파악했다는 듯 말하는 마인의 언급에 나는 피식 웃었다.
‘지금부턴 제대로 해 보자고.’
노는 건 여기까지다.
나는 저들이 깜짝 놀랄 힘을 끌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