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190
189화 오행신력 체험판
영약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거기서 조금만 더.]그냥 시키는 방향으로만 움직이면 됐다.
서왕모 님에게 미리 지시라도 받았는지 청조가 대략적인 위치를 알려주었고, 상세한 장소는 천마 사부가 설명해주셨다.
[그래, 거기다.]사람들의 눈이 닿지 않은 곳에서 영약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게 적령초다.]잡초처럼 보이는 무성한 풀을 파헤치고, 흙을 헤집은 뒤에야 붉은 약초가 모습을 보인다.
뿌리 형태의 약초다.
나는 조심스럽게 약초를 채취했다.
잔뿌리 하나 다치지 않게 약초를 캐내는 일은 찾는 것보다 더 까다로웠다.
“후우…….”
반 시진 가량을 씨름한 끝에 적령초를 얻을 수 있었다.
이화가 준비한 상자에 적령초를 담았다.
“다 모았네.”
적령초, 영환주, 불하선과, 천년하수오.
하나만으로도 무림을 들썩이게 만들 영약들을 모으는 데는 반나절이면 충분했다.
“알고 계셨던 겁니까?”
종 노인이 무척이나 황망한 얼굴로 넌지시 물었다.
뭐라 답해야 할지 잠깐 고민했지만, 내 사람이나 다름없는 이들에게 굳이 복잡하게 돌려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하늘이 가르쳐주셨지요.”
“오오오오!!”
뒤에 시립해있던 천마수신위들이 탄성을 터트렸다.
아무래도 천마 사부가 영약을 점지해주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뭐, 아주 틀리지는 않다. 여기까지 위치를 안내해 주신 건 천마 사부이기 때문이다.
‘사실 영약을 점지해 준 쪽은 서왕모 님이시고, 이들이 떠받드는 천마 사부는 하급 말단 신선 신세지만…….’
진실은 잔혹한 법이다.
굳이 분위기를 깰 생각이 없기에 쓸데없는 말은 삼갔다.
‘감사합니다, 서왕모 님.’
나는 감사의 인사를 대신해서 청조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화답이라도 하듯 청조 역시 날개를 쭉 펴며 고개를 숙였다.
핵심적인 재료를 모두 모으자 욕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혹시 이 녀석 등에 탈 수 있다면…….’
“너 혹시 천산 바깥으로도 나갈 수 있니?”
만약 이 녀석을 타고 하늘을 날 수 있다면, 삼양현 본가까지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당장 집으로 돌아가 약을 제조할 수 있을 것이다.
제조한 약으로 설아 누나를 고통에서 해방시켜줄 수 있다.
꾸륵.
허나 내 기대와는 달리 청조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
아쉽게도 이 녀석은 천산 바깥으로는 나갈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마교의 일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갔을 때야 영약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아쉬움을 삼키고 있을 무렵.
“……음?”
강한 기세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잠시 후 한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억에 있는 사람이다.
곤륜파 장문인 천원진인의 옆에 있던 노인이다.
“천경진인입니다. 조심하십시오.”
노인의 얼굴을 확인한 임아형이 주의를 주었다.
“조심해야 하나?”
“성격이 과격한 것으로 알려진 고수입니다. 지금 같은 때에 기세를 숨기지 않고 접근해 온다는 것부터가 쉬이 생각할 수 없는 행동이지요.”
임아형의 설명을 듣고 나니 일리가 있었다.
지척까지 다가온 노인, 천경진인이 사나운 미소를 보였다.
“굳이 내 소개는 필요가 없겠구먼. 옆에 있는 녀석이 다 이야기한 듯싶으니 말일세.”
“하긴 했습니다. 경고에 가까웠지만요.”
“그럼 제대로 했구먼.”
“하아…….”
선의로 오지 않았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이걸 순수하다고 해야 할지, 무모하다고 해야 할지.’
곤륜파에서 진인 소리를 들을 정도면 상당한 고수겠지만, 내 주변에 있는 전력 역시 평범하지 않다.
이 전력을 상대로 시비를 걸러 왔다면 무모한 것이 맞다.
청경진인은 스스로의 무모함을 고려하지 않는지 되는대로 말을 풀었다.
“도박판에서 제일 나쁜 짓이 뭔지 아나?”
“뭡니까?”
“일방적으로 따고 튀는 거야. 인간미 없게 그러면 쓰나.”
“곤륜파와 도박을 한 적은 없습니다만.”
“하지만 위신에는 칼질을 했지.”
곤륜파 장문인에게 곤륜의 도를 물은 일.
곤륜파 제자들에게 검선지학을 논한 일.
청경진인은 이 일들이 내가 곤륜의 위신에 흠집을 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나서라. 어디 대곤륜에 소리칠 만한 자격이 있는지 봐야겠다.”
상대는 구파의 장로. 그것도 장문인의 옆자리를 지킬 정도의 고수다.
“우스운 도발이구나, 천경진인. 세월의 차이를 생각해라.”
종 노인이 내 앞을 막아서며 눈을 부라렸다.
“금강철마존, 그대는 빠져라. 그대의 자격을 묻는 자리가 아니다.”
역시 마교와 오랜 세월 대치해 온 곤륜답게 종 노인을 바로 알아본다.
그럼에도 천경진인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나서야겠다면?”
“나이가 어린 천마는 천마가 아닌 건가?”
“…….”
“인정하겠다면 물러나지.”
천경진인이 이죽거리자 종 노인의 미간에 주름이 깊어졌다.
종 노인의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일 것이다.
물러나자니 내가 천경진인을 감당하기 어려워 보이고, 물러나지 않자니 천마의 위엄을 본인의 손으로 상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왜 이러는지 알겠네.’
천경진인은 내가 곤륜파의 위신에 칼질을 했다고 했다.
그러니 내 천마로서의 위상에 칼질을 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짜증 나네.”
어떻게든 곤륜에 뭔가를 주려고 하는 중인데, 곤륜에서는 체면과 위신만을 생각하며 발목을 잡고 있다.
내 생각 같아선 다 때려치우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니면, 저 늙은이를 박살 내든가.
“……이길 수 있을까요?”
[네가 저 아해를? 꿈 깨라. 지금 네 수준으론 어림도 없다. 본연의 올곧음을 잃어버린 곤륜의 공부라 한들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적공은 얕지 않아.]세월의 격차를 생각하면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그냥 참고 넘기는 건 싫다.
[뭐, 방법이 아주 없진 않지만.]천마 사부치곤 쓸데없이 말이 길더라니.
뭔가 있긴 있는 모양이다.
믿고 있었습니다!
“뭡니까?”
[청조의 힘을 빌려봐라.]순간 천마 사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대신…… 싸우게 하라고요?”
[멍청한 녀석! 천상에 반쯤 발을 걸치고 있는 놈이란 말을 뭘로 들은 것이냐!]천마 사부가 버럭 야단을 치셨다.
[청조는 천 년 이상의 세월 동안 녹지 않는 천년설에 둥지를 틀고 살아왔지. 허면, 이 녀석이 쌓아온 힘의 본질이 무엇일 것 같으냐.]천년설에서 힘을 쌓아 키웠다.
천상에 한 발을 걸치고 있는 존재다.
청조가 쌓은 힘.
“얼음(氷)…… 수(水)의 신력…….”
[금모후 때처럼 네 안에 온건히 자리 잡을 정도는 아니어도, 잠시나마 오행신력을 이룰 정도의 힘은 빌릴 수 있을 것이다.]부족한 세월의 힘을 채울 수 있는 방법.
오행신력을 이뤄 상생상극의 힘을 온전하게 틔울 수 있으면 천경진인을 이길 수 있다.
“오행신력이라…….”
신력은 수련 기간이 얕은 내가 무림의 고수들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게 해준 힘이다.
그것이 완전하게 균형을 이뤄낸다면 능히 천경진인을 상대할 만하다.
“물의 신력이 필요해.”
종 노인이 천경진인과 대치 중인 사이 나는 청조에게 도움을 청했다.
“힘을 빌려줄래?”
삐이이이이!!
내 요청에 호응하듯 이마를 맞대오는 청조에게서 서늘하고 청량한 기운이 흘러들어왔다.
움찔움찔.
상화가 미간을 통해 흘러들어온 청량한 힘을 유도하며 기존에 자리 잡고 있는 신력들과 화합시켰다.
내 안에 자리 잡은 신력 중에는 물의 신력과 친한 것도 있지만, 사이가 나쁜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 안에 자리 잡은 물의 신력이 상생상극의 흐름에 따라 움직였다.
‘흡?!’
몸 안에서 무언가가 폭발적으로 확장해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평소와 완전히 다른 흐름이라 자칫 제어하지 못할 뻔했다.
[어떠냐? 좀 다르지?]“확실히…… 그렇긴…… 하네요.”
확실히 달라졌다.
이전까지의 신력들은 하나하나가 개성이 강한 힘들이었다.
모난 구석이 있다고 해야 할지, 하나로 뭉치면 도리어 큰 구멍이 도드라져 보이는 녀석들이었다.
꼭 어딘가 돌출된 부분이 있어 제멋대로 움직이려는 기색이 강했다.
지금은 다르다.
상생상극의 묘리에 따라 다섯 신력이 매끈한 흐름을 만들었다.
반듯한 원의 흐름이 내 몸 안에 자리 잡아 갔다.
일륜.
서로가 맞물리며 각이 없어진 오행신력은 더 이상 불필요한 구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거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오히려 시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몸이 근질근질해졌다.
마침 시험해볼 상대까지 눈앞에 떡하니 준비되어 있는 상황이다.
“종 노. 물러나요.”
“……예.”
내 명령에 종 노인이 옆으로 물러났다.
얼굴에는 나를 걱정하는 마음이 엿보였지만, 내 지시를 무시하지 않았다.
“자격이 있는지 봐야겠다고?”
“갑자기 자신감이 넘치는군. 이상한 거라도 먹었나?”
내 기세가 전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본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천경진인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 같은 건 없었다.
세월의 차이는 명백하다. 쌓은 내공의 크기도, 무공의 깊이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얼굴이다.
‘저 얼굴에 주먹 한 방 꽂아주면 기분 째지겠네.’
조만간 있을 일이다.
피부가 간질거리는 기분을 참으며 조용히 기운을 끌어올렸다.
“선수는 양보하지.”
“허헛!”
고수가 하수에게 하는 전형적인 말.
도발을 당한 천경진인이 느릿하게 검을 뽑아 휘둘렀다.
장난처럼 뻗는 검격이지만, 검에 담겨있는 힘은 절대로 가볍지 않다.
‘놀리시겠다?’
이 검을 어설프게 쳐내다 낭패를 당하면 비웃으려는 것이다.
이런 장난질도 못 막느냐고.
‘부숴주마.’
익숙한 무공이 자연스럽게 내 손에 어렸다.
달마 사부의 극강격!
달마 사부의 무공에 오행신력의 기운이 실리는 순간 어마어마한 흐름이 만들어져 뻗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아, 그리고 지금부터 네가 펼치는 무공들은 좀 다를 거다.]‘흡?!!’
매끈하게 다듬어진 신력들의 흐름은 급격하게 속도가 높아진 만큼 멈추고 제어하는 것도 힘들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네가 배운 무공들은 천상의 무공이다. 너를 위해 적은 힘으로도 움직일 수 있게 다듬어진 간이판이지. 하지만 오행신력을 이룬 순간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지금부터는 무공 자체의 특성들이 명확하게 드러날 거다.]콰아아아!
“크흡!”
냅다 후려갈긴 일격이 장난스럽게 뻗어오는 검격을 때리는 순간, 천경진인의 몸이 크게 젖혀지며 뒤로 튕겨졌다.
어떻게든 간신히 몸을 수습하며 바닥을 구르는 창피만큼은 면했지만, 천경진인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 이게 무슨……!”
청경진인이 기함을 하며 떨리는 손과 나를 번갈아 보았지만, 놀란 건 나도 마찬가지다.
상상 이상의 위력이다.
이게 무공 자체의 특성이라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 힘으로 펼치는 천마 사부의 무공은 과연 어떨까?
쿠웅!!
내 의지에 따라 움직인 힘이 내가 서 있는 자리를 중심으로 힘의 동심원을 퍼트렸다.
천마군림보의 힘이 대지를 강타하며 존재감을 피워 올렸다.
그 존재감과 함께 떠오르는 힘.
“……천마?!”
내 등 뒤로 무언가 형상을 갖춰가는 힘의 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