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217
216화 압도적인
‘상화 얘를 어찌해야 할꼬…….’
나를 통해서 세상을 보고 느끼는 만큼 현실감이 옅다는 부분은 감안해야 할 것이다.
날 때부터 제 몸이 아닌 곳에서 자랐으니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하지만, 납득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상화 어머니가 간곡히 부탁까지 하고 갔는데, 이대로라면 애 교육 잘못 시켰다며 천상에 올라가자마자 정강이부터 까일지도 모른다.
교육 잘 시켜 놔야겠다.
뭐, 이건 이후 차차 고민할 일이고.
‘점검은 이 정도면 되려나?’
지금 내가 펼치고 있는 이기어검의 장단점을 정리해봤다.
확실히 하나하나의 위력은 일반적인 이기어검보다 못하다.
질보다 양을 내세워야 한다.
이후 운용법에 관해 연구를 더 해봐야겠지만, 일단 당장의 평가로도 한 가지는 분명히 자신할 수 있다.
‘대인전, 특히 집단전에서 나는 전장의 신이 될 수 있다.’
전신(戰神)이라는 별호는 확실히 무림인이라면 욕심을 가져 볼 만하다.
물론 일개 인간이 신에 비유된다는 건 지나치게 과하다.
언제나 천상의 존재들과 접하고 있는 내가 가장 잘 안다.
허나 이기어검 백 개쯤이면 전신이라는 별호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계속되는 수련으로 몸이 출력을 감당할 수 있게 된다면 들어 올릴 수 있는 이기어검의 수도 늘어날 것이다.
한꺼번에 운용해야 하는 검의 수가 늘어난다면 상화의 제어가 힘들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 걱정은 금방 사라졌다.
상화의 근본은 천상의 보물인 도화 나무의 정이다.
날 때부터 모든 것을 초월해 천상과 맞닿아있는 존재다.
몇 년 뒤의 상화라면 이기어검 백 개쯤은 수다 떨면서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차라리 그 많아진 이기어검들이 단체로 내게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걱정해야 할 거다.
속사정을 모르는 놈들은 적들을 도륙한 피 묻은 무기를 제 몸에 문지르는 미친놈으로 보겠지.
‘교육이 필요해…….’
그러한 미래만큼은 피해야 한다.
어쨌든, 마침 눈앞의 상황은 집단전이다.
찢어버리면 된다.
탁!
땅을 박차며 앞으로 쭈욱 나아갔다.
세 번이나 연거푸 내 약점을 찌르려다 역으로 당한 탓인지 천마혈족 장로들은 한 박자씩 반응이 느렸다.
내 옆과 뒤로 아홉 자루의 검과 대가리 깨기 딱 좋은 철퇴가 따라붙었다.
나라고 해도 정면에서 이걸 봤으면 정신줄을 놨을 것 같긴 하다.
실전에서 정신줄을 놨다면 돌아오는 것은 죽음뿐이다.
콰앙!
“크억!”
정면으로 때려 박는 일권.
무극권의 일초가 주춤하는 천마혈족 장로를 후려갈겼다.
가까스로 두 팔을 교차해 무극권을 막긴 했지만, 그 충격을 다 감당하지 못하고 뒤로 튕겨 나갔다.
필사적으로 몸을 수습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이건 막으라고 펼친 초식이기 때문이다.
푸푸푹!
“으아악!”
순식간에 달려든 검이 충격으로 경직된 몸에 틀어박혔다.
내 공격을 어설프게 대응했다간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이다.
스가각!
몸에 박힌 세 자루의 검이 움직이자, 천마혈족 장로는 순식간에 토막이 났다.
“정면으로 놈과 부딪치지 마라!”
“놈은 손이 열 개가 넘는 괴물이라 생각하며 싸워!”
“일거에 사방에서 몰아쳐!”
그렇게 또다시 피를 보고 나서야 다른 천마혈족 장로들이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다급히 움직였다.
빠르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대응법을 찾는다.
적어도 상황을 살피는 눈은 쇠하지 않은 것 같다.
나이를 헛먹은 것은 아닌지 상황 판단이 빠르다.
실제로 지금의 나는 손발의 합이 열넷이나 되는 괴물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하나를 막는다고 해도 나머지 공격을 감당할 수 없다.
적어도 서넛 정도는 더 처리한 다음에야 제대로 된 대응법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천마신교 장로 자리를 투전으로 딴 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역시 시야가 좁아.’
너무 내게만 신경을 쓰고 있다.
당장 저들이 당면한 적이 나만 있는 것은 아닌데.
“크앙!”
퍼억! 콰직!
“흑서어어엉!”
혈교가 어떤 방법으로 망가트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동물적인 본능만 남아있는 흑성마제는 순천파의 아군이 아니다.
위기감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흑성마제가 빈틈을 보자마자 걸리적거리는 천마혈족 장로의 머리통을 가차 없이 날려버렸다.
종 노조차 애를 먹을 정도로 빠른 놈들이다.
그런 놈을 상대로 빈틈을 보였으니 죽을 수밖에 없다.
“이 배신자 노오오오옴!”
천마혈족의 장로가 악다구니를 썼다.
‘섭섭하네. 그렇다고 또 나를 무시하면 안 되잖아?’
푸푸푸푸푹!
상화가 특별히 배려를 했는지, 아니면 상화 본능이 판단할 때 확실하게 허점이 드러났는지, 다섯 자루나 되는 이기어검이 날아들어 그 천마혈족 장로를 벌집으로 만들었다.
그사이 흑성마제가 네 발로 달리며 이 자리를 피하려 했지만!
“어딜 도망가느냐!”
종 노가 흑성마제를 따라잡더니 목 뒷덜미를 낚아챘다.
하나라면 저만한 속도도 대응해 따라잡을 수 있나 보다.
그런데 종 노의 다음 행동이 참으로 의미심장했다.
평소라면 그대로 모가지를 부러트리든가, 사지를 박살 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느 쪽도 아니었다.
“흡!”
종 노는 짐승이나 다름없는 흑성마제를 천마혈족 장로들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던져버렸다.
“크아아악!”
흑성마제 역시 천마혈족 장로를 죽인 원수다.
원수가 투척 되어 날아오니 손을 안 쓸 수가 없다.
던져진 흑성마제 역시 살아남기 위해 죽기 살기로 싸워야 했다.
반쯤 포위된 상태로 몰려버린 흑성마제는 본연의 기량을 십분 발휘하기가 힘들었다.
때문에 머릿수가 많은 천마혈족 장로들이 유리했다.
그럼에도 흑성마제는 천마혈족 장로 하나에게 부상을 입히고 어떻게든 싸움판에서 몸을 빼냈다.
“어딜 도망가느냐고 했다.”
하지만 종 노가 다시 붙잡더니 천마혈족 장로들이 있는 곳으로 던져버렸다.
“이놈들이 정말!!”
결국, 다시 치열하게 싸움이 벌어졌다.
‘종 노 인성질 보소…….’
아무래도 양쪽 모두에게 쌓인 게 많았던 것 같다.
고지식한 인상이 강해 정공법만 쓸 것 같았던 사람이 저런 행동을 보이니 뭔가 살벌해 보였다.
천마혈족 장로들 역시 크게 놀란 것 같다.
‘한눈팔면 안 된다니까.’
제어는 상화에게 맡겨둔 상황이지만, 상화가 세상을 인식하는 것은 나를 통해서다.
내가 안다는 건 상화 역시 안다는 거다.
푸푸푹! 푸푹!
“크억!”
“아악!”
당황해 있던 천마혈족 장로 두 명이 상화의 먹잇감이 됐다.
‘이거 무섭네.’
이기어검의 특성만 생각을 했었는데, 실전에서 활용해보니 다른 부분이 특히 두각을 드러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일반적인 이기어검과 달리 검의 유지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것이 진짜 무서운 점이었다.
그냥 박고 부서지라는 식으로 운용해도 된다는 이야기다.
죽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펼치는 동귀어진의 수법은 공격에 모든 것을 걸기 때문에 무서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 무차별적인 공격을 안전한 위치에서 무한으로 때려 박을 수 있다는 소리다.
일반적인 이기어검이라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내가 펼치는 이기어검(?)은 가능하다.
한순간에 거리를 좁혀 나를 공격할 만한 기량을 갖춘 상대가 아니라면 나를 절대 이길 수 없다.
이기어검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단점 몇 가지만 생략되었을 뿐인데, 난공불락의 무공이 되어버렸다.
사실상 천마혈족 장로들을 포위해 놓은 상태에서 무차별적으로 두들겨 패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으아아아아!”
답답한 상황에 천마혈족 장로 하나가 고함을 내지르며 뛰쳐나왔다.
푸욱!
그렇게 만들어진 빈틈을 상화는 놓치지 않았다.
위아래로 꼬챙이 꿰듯 꿰뚫어버린 일격에 장로의 몸이 축 늘어졌다.
휘익!
상화는 검에 꿰인 시체를 다른 천마혈족 장로에게 던졌다.
어째 종 노의 인성질을 따라 하는 것으로 보였다.
나쁜 걸 빨리 배워버린 느낌이 든다.
퍼억!
던져진 시체를 깨부숴버린 천마혈족 장로가 피를 뒤집어썼다.
피에 흥건한 채 눈이 뒤집혀 버린 그 모습은 흡사 야차 같았다.
“이 모기 같은 검을 모조리 깨부숴!”
모기 같다.
비하하는 외침이었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최고의 칭찬이 아닐까 싶다.
사람 빡치게 만드는 데 모기만 한 것도 드물기 때문이다.
‘드디어 돌아버렸군.’
내가 볼 땐 가장 멍청한 판단을 내린 것과 다름이 없다.
그렇게 당해놓고도 아직 내가 펼치는 이기어검의 본질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검을 부수는 건 해결책이 아니다.
나를 눌러놔야 한다.
감정적으로 내린 판단이다.
‘차라리 호신강기를 두른 채로 돌격해왔다면 상대하기가 까다로웠을 텐데.’
압도적인 방어력을 앞세운 채 거리를 좁혀와 타격을 가할 수 있다면 내가 펼치는 이기어검을 깨부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든다면 금강철마존이라 불리는 종 노를 들 수 있겠다.
‘종 노라…….’
종 노가 내가 펼치는 무공의 천적이라 하니 뭔가 기분이 묘하다.
뭐, 종 노가 상대라면 나도 방법을 달리해야 할 것이다.
몇 가지 창의력을 발휘해본다면 지금 펼치는 이기어검을 다른 방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구상에만 머물러 있기에 실제 가능할지의 여부는 해 봐야 하겠지만.
‘그런 상대는 안 만나는 것이 최선이겠지.’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에 천마혈족 장로들이 사납게 날뛰며 허공에 떠있는 검들을 공격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천마신공의 일각을 익혔던 만큼 무시할 수 없는 일격이 검을 부쉈다.
푸푸푸푸푸푸푹!!
“크악!”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으아악!”
하지만 그뿐이다.
위력이 큰 초식은 그만큼 빈틈도 커진다.
검이 부서졌어도 새롭게 떠오른 검이 그 자리를 대체하며 빈틈을 노렸다.
오판을 내린 결과는 죽음뿐이었다.
“끝났네.”
천마혈족 장로들은 순식간에 정리당했다.
마지막 남은 것은 흑성마제뿐.
종 노가 홀로 남은 흑성마제에게 다가갔다.
천마혈족 장로들에게 포위당해(?) 몰매를 맞은 흑성마제는 이미 멀쩡한 사지가 없었다.
그가 자랑하던 쾌속함도 한쪽 다리가 반쯤 잘려 나가면서 사라진 상황.
“네 할 일은 이제 끝이다.”
종 노는 흑성마제의 목을 가볍게 비틀어버렸다.
우득!
***
천마혈족 장로들과 미쳐버린 두 마제의 주검을 남겨둔 채 빠져나오면서 나는 등이 따가울 정도의 시선을 느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나를 보는 시선에는 경외가 가득할 것이다.
‘미친놈 보는 듯한 느낌도 살짝 섞여 있긴 하지만…… 뭐…….’
이유라면 짐작이 갔다.
역시 날 잡아서 상화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밖으로 나오니 탁 트인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였다.
삐이이이이!!
허공에서 청조의 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가끔 내게 병아리마냥 삐약거리기는 하지만, 이런 식의 경고는 좀처럼 없었다.
나도 딱 한 번 들어봤을 뿐이다.
‘입천신마존?’
곤륜에서 천마신교로 향하던 곳에 입천신마존이 있던 것을 경고했을 때 내던 소리다.
그리고 그런 청조를 향해서 아이 머리통만 한 크기의 붉은 덩어리가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강환(罡丸)?!’
콰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