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291
290화 공동파 무공은 살짝 미쳐줘야 하거든
[공동파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있느냐?]천사대선의 물음에 바로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어이구, 병신아. 이러고도 구파 무공을 뜯어고친다고 했냐…….’
천상에 계신 사부님들을 믿고 질러버린 일이지만, 생각이 없었다는 부분은 통렬하게 반성했다.
그나마 널리 알려진 부분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사나움……일까요?”
[사납다?]“예. 소림의 권이 빠르고 무겁다면, 무당의 검은 유려하며 장중하고. 화산의 검이 화려하고 변화무쌍하다면, 공동의 검은 사납고 매섭다…… 그리 들었습니다.”
[엣헴!] [허허!]세간의 평을 읊었을 뿐인데, 유려하며 장중하신 분과 빠르고 무거운 분이 좋아하신다.
[거기, 잡담 꺼라!] [엣헴! 장중한 신선이 참아야지.] [허허! 나는 입도 무겁지요.]내가 저분들 제자다.
솔직히 좀 민망하다.
[하여간 후임이라는 새끼들이 빠져 가지곤……. 씁!]천사대선께서 아니꼬운지 결국 한소리 하셨다.
그러더니 이내 내가 듣고 있음을 깨달았는지 거하게 헛기침을 하셨다.
[크흠! 뭐, 틀린 말은 아니겠구나.]“……예.”
왠지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느낌이다.
[공동파의 대표적인 무공에 대해서는 알고 있느냐?]“복마검법(伏魔劍法)이라 알고 있습니다.”
화산파를 언급할 때 매화검법을 떠올리는 것처럼 명성 높은 무림 문파에는 대표하는 무공들이 있다.
[깨달음은 앎에서 시작된다. 복마(伏魔), 마를 굴복시키는 검이다. 허면 마를 굴복시킨다는 것은 무엇에서 시작하겠느냐.]사부님들보다 윗줄의 신선.
가볍게 느껴지던 목소리에 무게가 실린다.
덩달아 나도 진중해졌다.
‘앎에서 시작한다……. 마를 굴복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
“마를 안다?”
[그래. 그게 복마의 시작이다.]모르면 알 수 없고, 알면 바로 옆에 있다.
마를 안다.
마를 가까이한다는 의미다.
얼핏 들으면 위험한 소리다.
‘선(仙)을 이루기 위한 검(劍)을 마(魔)로 벼린다……. 천마 사부와 같다고 할 수 있겠지?’
도(道)에 이르는 길은 하나가 아니다.
정사마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지금 시대의 관점에서 보면 이해받기 어려운 사상이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세 분 사부님의 예가 있기에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왜 공동파의 검이 사납다고 하는지 알 것 같네.’
사나운 것이 당연하다.
마의 사나움을 굴복시키기 위해 더 사나운 검도를 추구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허면 공동파 무공은 마도에 가까운 것입니까?”
[내가 전한 도맥이 온전하게 이어졌다면 그렇겠지. 사실 본래의 복마검법은 강신무(降神武)에 가깝다. 무격이 신령을 몸에 받아 힘을 발휘하는 것처럼, 외부의 신을 몸에 두르는 단계도 있었으니까. 뭐, 지금 시대에는 술가의 맥이 끊어져 무도만 남은 듯싶지만.]“어… 음…….”
이건 좀 세다.
‘아니, 생각해보면 도사라는 게 원래 그런 거긴 한데…… 이게 맞나?’
귀신을 쫓는다든가, 상시를 부린다든가 하는 술수들도 따지고 보면 도가에서 시작된 술법들이다.
옛 도문의 맥을 이어 술법에 능한 도사라면 무공에 신령을 담아 부리는 수법이 있어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 같긴 하다.
모르고 있던 고대의 비사를 듣고 있자니,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읽어주시던 무림비사를 듣는 것 같아 흥미진진했다.
그러다 문득 걸리는 단어가 있었다.
‘……내가 전한?’
문득 장삼풍 사부와 달마 사부의 반응에 유난히 아니꼬워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어걱! 공동파 시조였어?’
말하는 것을 보면 그런 것 같지만, 또 달리 생각해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아니, 잠깐? 시기가 안 맞지? 뭣보다 공동파 도맥의 시작은 고대 선인인 광성자시고?’
시조라고 하긴 어려워도 상당히 윗줄에 이름을 올리고 계신 분이실 것이다.
앞뒤를 맞춰보면 이게 제일 합당한 결론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자 다른 부분이 걸렸다.
‘이분 괜찮나?’
광성자라면 삼황오제의 하나인 황제에게 가르침을 내렸다는 대선인이니 시기를 따져볼 때 천사대선이란 분은 아무래도 그분보단 끗발이 떨어질 것 같다.
아마도 천사대선 역시 그쪽 도맥을 이은 분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무공을 논하는 것이라면 자신이 더 나을 거라 했으니, 이건 자기 윗줄의 신선을 깐 거가…… 맞지?
아니나 다를까.
[여보쇼.] [왜? 강의하느라 바쁜데.] [방금 공문 하나가 내려왔는데, 공문 내린 윗분께서 일 다 마치면 면담 좀 하자시네?] [아니, 일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뭘 꼰대 같이…….] [아, 공문 하나 더 내려왔다. 보자, 으음…… 면담할 때는 꼭 칼 챙겨서 서쪽 연무장으로 오라고 하시네? 자신하는 무공 좀 점검하시겠다고?] [X벌!]상사의 상사의 상사라고 해야 할 것이다.
새삼 한 계파의 시조님들과 사조님들이 죄다 몰려서 고이는 동네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인식이야 하고 있었지만, 아는 것과 실감하는 건 다른 문제다.
세대교체가 없는 세상이라니.
나도 저곳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온다.
[들었냐?]“뭔가 많이 듣긴 했습니다만…….”
[내가 이런 신선이다!]‘아, 예.’
패기 넘치는 저 말에 울먹임이 섞여 있지만 않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나만 콱 믿으면 된다!]고인물이 고여 있는 곳에서 고여 있는 탓일까?
아무래도 저쪽 분들은 다들 머리에서 중요한 부분을 하나씩 빼고 다니는 느낌이다.
나는 언제쯤 저 높은 선계의 신선들께 대한 존경심을 되찾을 수 있을까?
***
그 뒤로도 위쪽은 많이 시끄러웠다.
옛날 어르신들은 어떤 고풍스러운(?) 욕을 사용했는지 체험하는 시간이었다고 할까.
어떻게 해야 척추를 접어버리겠다는 말에서 고풍스러움을 찾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대로 있다간 윗분들 고래 싸움에 끼일 것 같아 얼른 공동파 장로분을 찾아 나섰다.
“오! 왔는가?”
다행히 금방 공동파 장로분을 찾을 수 있었다.
오문이라는 도명을 쓰는 분이셨다.
오문도장께서도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크게 반기셨다.
“후배가 가르침을 내린 무당파 제자들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네.”
“그러셨습니까.”
“그래, 믿지 않을 수가 없겠더군.”
사실 내가 보이는 행보는 무척이나 비정상적이다.
무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구파 무공에 미진한 부분이 있는 것 같으니 그걸 보완해주겠다.
미친 소리나 다름이 없다.
허나 그럼에도 오문도장께선 흔쾌히 나를 반겨주셨다.
구파 체면이나 자존심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과하게 반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쉽게 응한다는 것은……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과연 오문도장께서 그만큼 트인 사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어쩌면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런 내 짐작과 무관하게 오문도장은 흥미로운 눈으로 나를 살폈다.
“어떤 느낌인가?”
“예?”
“후배가 그렇게 무공을 간단히 받아들이는 감각 말일세. 진인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막 본질이 보이나? 보는 즉시 보완해야 할 점들이 머릿속에 팍팍 떠오르고?”
‘머리에서 팍팍 튀어나오기는 하죠. 저어어어기 높은 곳에서 대단한 분들이 때려 박아주시는 거지만.’
그렇다고 선계의 신선들께서 알려주는 거라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내 답 역시 정해져 있다.
“예, 뭐…… 비슷합니다.”
“천재구먼! 허어! 무종이란 별호도 후배에겐 가벼운 것일지 모르겠어.”
“아하하…….”
얼굴에 금칠을 해주신다.
아니, 금칠 수준이 아니라 대놓고 퍼붓는 수준이라 심히 부담스럽다.
오문도장께서 말하는 그 능력이 온전히 내 것이었다면 부담감이 덜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난처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 오문도장께서 크게 웃으셨다.
“내가 너무 띄워주니 부끄러운가?”
“예. 많이요.”
“허허! 겸손하구먼!”
오문도장은 내 대답을 기꺼워하셨다.
다시금 기분 좋게 웃은 그분께서 다가와 내 어깨를 다독이셨다.
“그 마음을 소중히 여기시게. 재능이 있고 실력이 뛰어나다면 좀 오만해도 문제가 없긴 하네만, 오만함은 반감을 사기도 쉬운 법이라네. 홀로 무림을 떠돈다면 별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후배는 많은 사람들 위에 설 인재이지 않은가.”
막 인생의 여정에 한 발 내딛는 핏줄에게 베푸는 조언 같다.
나는 예를 취하며 공손히 조언을 받았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사람 좋게 웃으시는 오문도장께서 비무장의 빈 곳으로 향하셨다.
“그런 생각도 했을 게야. 너무 쉽게 공동의 검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고.”
정곡이다.
하지만 나는 대답 대신 멋쩍게 웃었다.
오문도장 역시 내 웃음에 맞장구를 치며 말을 이었다.
“사실 후배가 순수한 무당파 제자였다면 나도 이리 쉽게 공동의 검을 보여주진 않았을 것이라네. 하지만 후배는 이미 소림의 무공도 이은 몸이 아닌가. 그렇다면 딱히 문제는 없을 듯싶더군.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고.”
그러고 보니 구파 무공을 하나로 모으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들었다.
구파공동제자.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선례가 있었기에 이번 결정의 문턱을 낮춰준 모양이다.
“뭐, 다른 이유도 있긴 하네만…….”
물론 그뿐만은 아니겠지만, 쉽게 꺼내기 힘든 내용인지 말끝을 흐리는 오문도장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 부분은 다음에 이야기함세.”
“예.”
궁금하긴 하지만, 함부로 캐물을 일은 아닌 것 같다.
내심 털어놓고 싶어 하는 것 같으니, 해야 할 말이라면 알아서 꺼낼 것이다.
일단은 공동파의 현재를 봐야 한다.
나는 눈앞의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오문도장은 검을 뽑아 들며 물었다.
“어느 쪽인가? 비무? 투로?”
내가 무당파 제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는지 들은 것 같다.
“설득이 필요하다면 대련이겠지요.”
“하하하! 그것도 나쁘진 않겠네만, 일단은 지켜보도록 하게나.”
진지하게 기수식을 취하는 오문도장의 기세가 변했다.
사람 좋은 어르신은 없고, 검을 든 한 명의 검사만이 자리에 있을 뿐이다.
쉭! 쉬쉬쉭!
이윽고 검을 휘두르자 주변에 칼바람이 일었다.
“사납구나.”
변화무쌍하지만 화산파와는 궤를 달리했다.
화산파 무공이 생기 넘치는 봄을 떠올리게 한다면, 공동파 무공은 거칠게 날뛰는 한겨울의 삭풍이다.
사납고 사납다.
얼핏 보면 구파 무공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다.
마를 굴복시키기 위해 마보다 더 사나워지는 검.
그럼에도 깊이만큼은 뚜렷이 느껴지는 것이 신기하다.
‘이걸 어떻게 조언해야 하나…….’
사부님들의 훈수가 있기 전에 내 나름대로 조언할 부분을 떠올려 봤지만 미진한 느낌이 들었다.
[어이구, 알맹이 다 빠진 순한 맛이구만.]‘저기요? 저게 순한 맛이라고요?’
잠깐 귀를, 아니 머리를 의심해야 했다.
천사대선 이 양반이 척추가 접힌 김에 머리까지 돌아버린 게 아닌가 싶었을 정도다.
저게 순한 맛이면 진짜 공동의 검은 대체 뭐란 말인가.
내 의문을 이해하셨는지 천사대선께서 추가설명을 해주셨다.
[원래 공동파 무공은 살짝 미쳐줘야 하거든.]‘솔직히 말해 봐요. 댁도 천마 사부처럼 마로 등선한 마선이지?’
눈앞에 오문도장이 없었으면 진지하게 문의했을 것이다.
그사이 검세를 가라앉힌 오문도장께서 내게 다가왔다.
“어떻던가?”
대체 뭐라 답해야 좋을까?
덜 미친 채로 검을 휘둘러 심심한 맛이라고 해야 하나?
어지간하면 답을 피하고 싶다.
하지만 해야 한다.
적어도 저쪽 동네 양반이면 무공에 관해선 헛소리를 할 리는 없을 테니까.
‘하아…….’
참 좋은 분인데, 그런 어르신의 입에 아주 나쁜 것을 동이째로 쏟아부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