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308
307화 미끼를 문 것 같은데?
정파 무공은 기본을 중시한다.
빈틈없이 부족한 부분들을 고루 수련하기에 처음엔 성취가 낮더라도 꾸준히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그중 소림 수련법은 유난히 혹독한 면이 있다.
생살이 찢어질 때까지 바위를 깨부순다든가, 손톱이 뽑힐 때까지 구운 모래를 찌르고 내리친다든가.
사람의 몸을 한계까지 내몬 다음 소림의 비법으로 만든 약물과 내공심법으로 치유한 뒤 다시 또 한계까지 내몬다.
여기에서 단련되는 것은 육체만이 아니다.
손을 내지른다면 지독한 고통이 뒤따를 것을 알면서도 이를 극복해낸다.
그리고 기어이 손을 내지른다.
그리고 한 번 더.
또 한 번 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몸과 정신을 담금질한다.
그렇기에 소림의 무공을 수련한 자는 온몸이 흉기와 같다 평하는 것이다.
자칫 병신 되기 딱 좋은 수련법이지만, 내공심법과 영약 그리고 스승의 엄격한 지도로 이를 보완하는 것이다.
연청운이 소림으로부터 선물 받았던 현유보신고(玄幽補身膏) 같은 영약이 대표적인 것이다.
연청운 또한 다르지 않았다. 다만, 소림 특유의 영약을 구하거나 직접 만들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기에 땅의 신력으로 대체했을 뿐이다.
여기에 연청운의 몸 상태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달마가 지도하였기에 소림 무승 이상으로 극한까지 몸을 단련했다.
하지만 달마는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연청운은 소림 무승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극한으로 단련했던 것이다.
“현 소림은 옛 수련법을 따르는 이가 많지 않나 보이.”
“기교에 치중했다는 건 나를 이기는 길보다 상대를 이기는 길을 택했다는 것이지. 쉬운 길을 택한 녀석들이 그런 고련을 꾸준히 이어갈 리가 있겠는가. 그저 가끔이라도 하면 다행이겠지.”
“그럼 중토신공에 성취를 보는 아이들도 적겠군.”
“뭐, 예상했던 부분 아닌가. 그러니 청운이에게 알려준 중토신공에 그런 조치도 해놓은 것이고.”
그 말대로 달마는 중토신공에 한 가지 안배를 해뒀다.
애초에 제자가 청한 것이기도 했다.
간단한 것이었다.
“소림의 수련법에 충실했던 자라면 성취를 보겠지.”
중토신공은 하단전의 공능을 극대화시키는 신공이다.
상단전이 정신을, 중단전이 마음을, 하단전이 육체에 관련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토신공은 육체적인 능력을 끌어올림에 있어 최고의 신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청운이 무리한 초식이나 무공을 구사하면서도 몸이 버텨내는 것에는 그런 연유가 있었다.
그 부분이 바로 맹점이었다.
“적절한 판단이었네. 쉬운 길을 찾아 혈교의 대법을 받은 놈들이 충실하게 소림의 고련을 수련했을 리가 없으니까.”
혈교의 대법은 타인의 생명력을 이용하여 육체적인 모든 재능을 높여준다.
마공처럼 기운을 이용하는 방식이 아니기에 쉬이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 낌새가 있는 수단이라면 애초에 혈교의 대법을 받은 자들은 구파 무공 자체를 배우지 못했다.
혈교의 기운을 느끼는 연청운이 특이한 것이고, 그런 연청운조차 근접한 상황에서 무공을 사용할 때가 아니라면 이를 알아채기가 어렵다.
문제는 이를 증명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혈교의 대법을 받은 자들을 어떻게 찾아낼까 고민하던 중 생각을 달리했다.
그 높아진 재능을 구분해 보자고.
“재능이 있어 성취가 빠르지만, 중토신공을 통해서는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들을 찾으면 그만이라……. 다시 생각해봐도 절묘하단 말이지. 허허허.”
아무리 쉬운 길을 찾았더라도 소림의 수련법은 익혀나가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고련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 고련을 소홀히 했으면서도 성취가 높다?
혈교의 대법을 받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를 달리 생각한다면 혈교의 대법을 받아 쉽게 무공을 익힌 악적들은 굳이 정통파의 혹독한 수련법에 매진했을 리가 없다.
소림의 고통스러운 고련은 그저 시간과 몸을 축낼 뿐인 미련하고 쓸모없는 방법으로 치부했을 것이다.
“어디 지켜보세나. 우리 제자가 어찌 해결하는지.”
장삼풍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닭다리를 씹으며 황주를 들이켰다.
반면 그리운 소림의 모습을 지켜보는 달마의 입가에는 쓴웃음이 걸렸다.
“어쩌겠느냐. 정도(正道)는 어렵고 힘든 길인 것인데.”
***
범각과 혜원 스님, 혜정 스님이 신승 어르신의 거처에서 중토신공을 전수받은 뒤 며칠이 지났다.
신승 어르신의 거처 주변은 이전과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많네요.”
“그러게 말이다.”
신승 어르신의 초옥 앞 좁은 마당은 인산인해를 이룬 소림제자들로 인해 미어터질 지경이었다.
“범각이 일을 잘했네요.”
범각이 자신을 괴롭히던 동기 둘을 압도적으로 털어버렸다는 소문이 소림에 쫙 퍼졌다.
아마 여기 모여 있는 소림제자들 대부분이 그 소문을 듣고 찾아왔을 것이다.
사흘 만에 무공이 괄목상대(刮目相對)할 정도로 성장했다면 나 같아도 찾아볼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이는 대단한 결심이다.
소림 제일의 큰 어른이면서도 방장에게 눌린 이유는 기본적으로 신승 어르신이 현 소림을 이끌어나가는 세대에 영향력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정확히는 경원(敬遠)시 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소림제자들이 모여들어 가르침을 구하고 있다.
“영향력을 높이는 것만 본다면 이미 해결된 거나 다름없겠는데요.”
“약은 녀석들이지. 이번에도 쉬운 길을 찾으려는 게야.”
하지만 신승 어르신은 순식간에 태세를 전환한 소림제자들이 영 마뜩잖으신 것 같다.
확실히 현 소림제자들이 쉬운 길을 찾아 정통파의 수련을 멀리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 상황을 순수하게 기뻐하시는 건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이 정도는 너그럽게 받아 주시죠. 중토신공의 원전에도 쓰여 있지 않았습니까. ‘바른 법을 찾아 헤매는 이들이 많음을 알았으니, 깨달음에 목말라 하는 구도자들을 위해 이 글을 남긴다.’라고요.”
[허흐흠!!]감추고 싶은 흑역사를 언급해서인지 달마 사부의 헛기침이 바로 내리꽂힌다.
“그래, 그것도 그렇구나.”
반대로 누가 달마 사부 맹신자가 아니랄까 봐 신승 어르신은 중토신공에 적힌 원전을 인용하니 바로 생각을 바꾸셨다.
대신, 이번 기회를 제대로 이용할 계획인지 입가에 진득한 미소가 그려졌다.
“앞으로 길을 잘 닦아야겠지. 그것이 내 말년의 숙업이 되겠구나. 흘흘흘.”
어째 내 귀에는 모조리 조져버리겠다는 말로 들린다.
확실히 이번에 전수한 중토신공의 요체가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를 생각한다면…… 어우!
한동안, 아니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욕을 처먹을 것 같다.
“……천천히 하세요, 천천히.”
급격한 변화는 반발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하물며 그것이 현세에 있는 지옥으로의 초대라면야.
하지만 신승 어르신은 고개를 저었다.
“내 현세대 소림제자들의 성취를 주시해봤다. 다들 한 가지 공통점이 보이더구나.”
“아…….”
나 역시 한동안 신승 어르신과 함께 중토신공을 전수했다.
그 공통점이 뭘 말하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벽에 너무 빨리 부딪혔다는 것 말이시죠?”
“정통파의 수련법을 거쳤다고 해서 벽에 부딪히지 않는 것은 아니나, 너무 이른 시기에 벽에 부딪힌 아이들이 너무 많아. 이게 다 기본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야. 다시 말해 제대로 된 수련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고. 내 이번 기회에 그 기본을 채워 줄 생각이다. 중토신공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
왠지 귓가에 욕으로 점철된 곡소리가 들리는 기분이 든다.
잠깐 오한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휘휘 저으며 털어냈다.
욕이건 원한이건 들어주면 그만이다.
천상에서.
꼬우면 천상까지 올라오면 될 일이다.
그 정도까지 성취를 보인다면 까짓것 욕 좀 먹어준다.
그렇게 오늘도 전교(?)를 하는 가운데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오! 유명한 분이 오셨네?”
다가오는 범각을 보고 알은척을 했다.
내 말에 범각이 경계하듯 주변을 휘휘 둘러봤다.
“여기, 많이 달라졌다?”
“네 처지가 달라진 것도 한몫하겠지.”
“부정은 못 하겠네.”
최근 소림에서 나 못지않은 유명인사가 바로 범각이다.
“사냥꾼 앞에 놓인 사슴이 된 기분이야.”
“적당한 비유네.”
중토신공을 배운 지 사흘 만에 기량이 일취월장하고 있다는 소림에 퍼진 소문의 산증인.
벽에 부딪혀 성장이 멈춘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어쩌면 혈교의 대법을 받은 작자들 중에는 범각을 제물 삼아 먹고 싶어 하는 놈이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렇게 생각하니 방금 범각이 말한 비유가 너무도 적절했다.
“그래, 괄목상대한 성과에 대한 답례로 녹용이라도 바치러 왔냐?”
“머리털도 없는데 녹용은 개뿔.”
반들반들한 머리를 문지르며 범각이 투덜거렸다.
그리고 본론으로 들어가는지 얼굴색을 싹 바꾸며 말했다.
“날 괴롭히던 녀석들 있잖아.”
“게네들? 왜? 또 한 판 뜨자고 해?”
“아니. 그 녀석들이 와서 그러더라고. 사숙님들이 좀 보자고.”
“누군데?”
“혜인 사숙이랑, 혜성 사숙 그리고 혜질 사숙.”
혜자 돌림인 걸 보면 범각의 사부인 혜원 스님과 동배분인 것 같다.
“그래, 그 인, 성, 질, 들께서 왜?”
“농담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나열해서 부른 건 너잖아. 노린 거 아니었어?”
“아니거든!”
극구 부정하는 범각이다.
수상쩍긴 하지만 그렇다고 치자.
“뭐가 걸리는 게 있냐?”
“그 양반들은 사부님과 그리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거든.”
“너 괴롭히던 녀석들을 동원한 걸 보면 너와도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겠고.”
“그렇지.”
사이가 좋기는커녕 험악한 쪽에 가까운데 굳이 부른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그런지 냄새가 좀 난다.
“혜인, 혜성, 혜질이라……. 들어본 것 같긴 하네.”
그러고 보니 중토신공을 배우러 온 소림제자들 중에 그 이름들이 있긴 했다.
내가 가르친 쪽은 아니라서 바로 기억이 나진 않았지만, 신승 어르신께 중토신공을 배웠던 이들 중에 그런 이름이 있었던 것 같다.
“같이 가줄래?”
확실히 말하는 투로 보아 의심하지 않는 쪽이 이상한 쪽이긴 하다.
‘아무래도 미끼를 문 것 같은데?’
범각의 부탁은 나로서도 기꺼운 것이다.
어지간한 녹용보다 더 좋은 보답이다.
“그래, 같이 가줄게.”
나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순간 범각이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와 씹! 너 방금 되게 소름 끼쳤던 거 알아?”
잘 대해주면 오히려 싫어하는 성격이었나?
‘너무 잘 대해주면 안 되겠네.’
아무래도 이 일은 기억해둬야 할 것 같다.
***
지난 며칠 사이에 많은 이들이 중토신공을 배웠다.
신승을 꺼리는 이들 중에는 한 다리 건너서 중토신공을 배운 사람도 있었다.
다만 공통점이 있다면 사흘 만에 괄목상대한 범각의 성취가 자신에게도 일어나리라고 기대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어느 누구도 범각과 같은 성취를 이뤄내진 못했다.
그렇다고 중토신공이 무용했던 것은 아니다.
일부는 분명 성취가 있었다.
수년간 막혀 있던 벽을 허물고 앞으로 나아간 이들도 있었다.
각자의 차이가 있긴 했지만, 고작 며칠 만에 벽을 허무는 이들이 나올 정도라면 중토신공은 분명 대단한 신공이 맞았다.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많은 이들이 호평하며 중토신공의 수련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모두가 호평하는 것은 아니었다.
콰앙!
“X발! 이게 말이 돼?!”
벽에 목탁을 집어 던진 소림제자가 씩씩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 수준 떨어지는 새끼들도 성취가 있다는데!”
화를 내는 소림제자는 중토신공을 익히고도 아무런 성취를 내지 못한 쪽이었다.
젊은 시절부터 천재 소리를 들으며 자라온 그에게는 너무도 수치스러운 결과였다.
“분명 신승 그 늙은이가 선별해서 무공을 가르친 거야! 정통파 수련을 열심히 한 흔적이 있는 녀석들만 골라서 뭔가 더 가르친 게 틀림없다고!”
확실히 가장 타당한 결론이긴 했다.
모종의 방법으로 늘린 재능이긴 하지만, 이처럼 뛰어난 재능이 고작 구세대의 무공 하나 습득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하물며 어리석은 둔재들도 성취를 보았으니 다른 까닭이 없다고 여겼다.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그게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아.”
“망할 늙은이 같으니라고. 지금 같은 시국에 정치질이나 하다니.”
끼리끼리 논다고 하던가.
성을 내며 날뛰는 그에게 다른 둘이 동조했다.
그렇게 분노를 표출하던 이들이 내놓은 해답은 간단했다.
“범각, 그 녀석을 추궁해 보면 뭔가 나오겠지.”
중토신공으로 가장 크게 득을 본 범각을 털어보면, 신승이 가르쳐주지 않은 비의가 쏟아져 나올 것이 분명했다.
다만 그 와중에도 신중함을 잃지 않은 자도 있었다.
“화제의 중심에 있는 아이인데, 괜찮겠는가?”
대놓고 건드렸다간 신승을 자극할 수도 있다.
안 그래도 최근 소림의 분위기는 신승에게 많이 기울어져 있는 상황이다.
주의를 함이 옳다.
그러나 성을 내던 소림제자는 피식 웃으며 넘겼다.
“못 들었나? 도연 사숙께서 방장께 권한 하나를 얻었네. 중토신공으로 시끄러워진 탓에 잠시 기회를 보고 계시지만, 그분이 움직이면 모두 해결이 된다네.”
도연대사를 언급하는 그의 말에 다른 소림제자들이 눈을 번뜩였다.
“그분께서?”
“그래. 마침 딱이지 않은가. 수상할 정도로 빠른 무공 성취. ‘그것’에 대한 일을 뒤집어씌울 명분으로 충분하지 않겠나?”
그들도 나름 계획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