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422
421화 이건 X나 아플 거다
콰쾅! 콰콰쾅!
‘큭! 끝이… 없어…….’
깨부순 강환이 몇 개인지 모르겠다.
어느 순간부터 세는 것을 포기했다.
대략 일천 개는 넘는 것 같다고 추정할 뿐이다.
혈마가 뿌린 강환 세 개에 쩔쩔매던 시절을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긴 하다.
하지만 지금은 스스로의 성장에 뿌듯해할 때가 아니다.
지금까지 수련해온 모든 것을 쏟아 부어 결과를 내야 할 때다!
문제는 딱히 활로가 없다는 점이다.
내 가장 큰 장점 중에 하나인 공령, 무한한 내공은 멸천회주를 상대로 딱히 이점이라 할 수가 없다.
멸천회주가 쏘아댄 강환의 개수를 생각하면 아무리 천년 동안 내공을 쌓았다고 해도 바닥을 드러냈어야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강환을 쏘아 날린다는 것은 멸천회주 또한 공령을 이룬 자라는 의미다.
지금까지 수많은 강적들과 싸워왔지만, 그중 공령을 이룬 상대는 혈마가 유일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혈마와의 싸움은 단기결전으로 끝을 보았다.
그 외의 강적들은 내 어린 나이를 보고 쌓아온 내력이 일천할 것이라 방심하다가 쓰러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렇듯 천지간의 내공을 무한하게 끌어와 쓸 수 있다는 것은 내 큰 이점 중 하나였다.
허나, 그것은 멸천회주 또한 같은 조건이다.
이대로라면 지지부진한 싸움이 계속될 뿐이다.
멸천회주가 태산에 준비한 유사봉신대결계가 서문대성의 희생으로 비틀렸다면, 시간은 나의 편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쿠르르르릉!
지진이라도 일어나는 듯 땅이 흔들린다.
어떤 흐름을 만들어내는 여파가 흔들리는 밑바닥을 넘어 지상위로 솟구쳐 오르는 느낌이다.
막힌 혈이 뚫리기라도 한 듯 뻗어나가 일주하는 힘이 강렬한 공진을 일으킨다.
그 공진이 만들어내는 여파가 높게 솟구치는 순간, 나는 내 안에 있는 무엇인가가 흐릿해지는 상실감을 느꼈다.
[어? 뭐야?] [왜 지직거려?] [연결… 흐릿…….]천상에서 들려오던 목소리가 흐릿해졌다.
‘봉신대결계가 완성된 건가?’
지상과 천상의 연결을 끊어낸 이유라면 그것뿐이다.
내가 느낀 것을 멸천회주라고 모를 리가 없다.
멸천회주의 얼굴에 화색이 번진다.
“하하하! 그럼 그렇지! 태산의 제단에 바친 인과가 얼마인데! 그걸 고작 인간 따위가 비틀 수 있을 리가 있나! 하하하하하!”
‘이렇게 끝난다고?’
이를 막기 위해 목숨을 던졌던 수많은 희생들이 헛된 것이었단 말인가!
지독한 자괴감이 배 속 깊은 곳에서 치솟아 오른다.
“이제 내 진정한 힘을 보여주마!”
멸천회주가 지금까지 보았던 것과는 다른 유형의 힘을 끌어올렸다.
의념의 힘을 구사해오긴 했으나 작고 정교하게 힘을 구사하던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멸천회주의 몸에서 검은 먹구름 같은 것이 자욱하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먹구름 같은 암운의 사이사이에서 바지직거리는 뇌전이 아른거린다.
“현천무극공(玄天無極功)의 진수를 보아라!”
동아줄 굵기의 뇌전이 몸을 부풀린다.
순식간에 거룡의 몸통처럼 굵어진 뇌전의 줄기가 튀어나올 준비를 마쳤다.
나도 모르게 힐끔 뒤편을 살폈다.
강시들과 뒤엉켜 싸우고 있는 무림맹 무인들이 보였다.
“막는다!”
의지를 하나로 모은다.
타고 날던 심검이 내 앞에 방패처럼 펼쳐진다.
그 뒤에서 세분 사부님의 절초를 하나로 모아 뻗었다.
콰릉!
대기를 가르며 뻗어 나온 벼락이 심검으로 만든 방패를 꿰뚫고 들어와 내가 뻗는 일격에 닿는다.
굉음과 함께 둥글게 뻗어나가는 후폭풍이 일대를 뒤흔든다.
콰아아아아앙!!
“크윽!”
벼락은 소리보다 빠르다.
출수를 인지하고 주먹을 뻗었다면 늦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온연하게 상쇄시킨 것은 아니다.
“쿨럭! 컥!”
제대로 된 어검이다.
더 이상 편법을 이용한 소통과 구현을 통해 쓰는 것이 아니다.
심검이 깨지며 심령에 타격이 갔고, 다 해소시키지 못한 뇌전의 기운이 내부를 흔들었다.
의념의 힘으로 뇌전을 흩어내고 몸을 회복시켰으나, 자칫했으면 그대로 절명했을 가공할 위력이었다.
[지직! …운아!] [포기하… 봉신대결계는 완전… 않다!]‘사부님?’
목이 터져라 소리치는 장삼풍 사부의 목소리다.
흐릿하고 끊어지고 있어 명확하게 들리진 않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강한 감정만은 분명히 내게 닿았다.
‘봉신대결계가 완전하지 않다?’
뭘 이야기하시고자 하시는지 알겠다.
봉신대결계는 천상과의 완전한 단절을 노리는 것이다.
만약 봉신대결계가 완전했다면 지금 선계에서 들리는 목소리들도 완전히 차단되었어야 옳다.
하지만 여전히 사부님들의 말은 내게 닿았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다.
봉신대결계가 발동은 했지만, 제대로 된 것이 아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아직 패한 것이 아니다.
기회는 있다.
“그걸 받아낸다고?”
반대로 멸천회주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방금 일격으로 나를 박살낼 수 있으리라 여겼던 확신이 무너진 모습이다.
“또 무슨 수작을 부린 거냐?”
“받아낼 만했으니 받아낸 거지. 너는 남 탓밖에 할 줄 모르냐, 찌질한 새꺄!”
“노오오옴!!”
멸천회조의 얼굴이 한층 더 강하게 일그러진다.
얼굴에 주름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구겨졌다.
왠지 찌질하다는 단어에 유독 크게 반응하는 느낌이다.
꼬여있는 멸천회주의 본질을 찌르는 말이라도 되는 듯하다.
“그러게 잘 좀 만들지 그랬어. 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공을 들인 게 고작 이정도야? 능력 부족이네. 고작 이런 실력으로 선계에 들어갔다면 그게 오히려 입시비리(入試非理)지.”
“……곱게 죽이진 않겠다!”
움켜쥔 주먹을 부르르 떠는 놈의 몸에서 뇌전의 다발이 수백 갈래로 일어나며 번들거린다.
괜히 도발한 건가 싶은데 사부님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연결은…… 건가. 다행이군. 힘이 부족했어. 서문대성이란… 지직… 희생은 무가치한 게 아니었다. 태산의 제단에서 일어났어야 할 힘이 흩어진 게야.] [그것뿐이었다면 부족했을 터인데, 아마도 어딘가에서 구멍이 난 게 분명하다. 위에서 흐름을 … 지지직… 화산에서 문제가 생긴 것 같더구나.]서문대성과 공손 어르신.
두 사람의 희생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
“하하…….”
[물러서지 마! 달려들어!]늘 그래왔다.
가르치는 것은 사부님들의 몫.
이를 행하는 것은 나의 몫.
지금까지 나는 단 한 번도 사부님들의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다.
그것은 누구에게도 밝히지 못한 나만의 자랑이었다.
가슴 속에 담긴 그 마음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거침없이 입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나의 이름은 연청운!
납탑도인 장삼풍의 직계이며!
보리달마의 계승자이고!
초대 천마께서 인정한 당대의 천마다!
사부님들의 명을 받아 무림 뒤편에서 암약해온 천년의 적을 벨 것이니!
어디 이 자부심도 꺾어봐라!!”
동하는 의지에 따라 몸이 앞으로 튀어나간다.
멸천회주의 의념이 나를 꺾기 위해 덮쳐왔다.
콰콰콰쾅!
상화가 그것을 막기 위해 의지를 불태우는 것이 느껴진다.
나는 그런 상화에게 지시했다.
“앞으로!”
팔다리가 꺾여도 좋다.
뼈가 으스러져도 상관없다.
모든 의념을 앞으로 돌진하는 것에 쓴다.
그러자 발에 날개가 달린 듯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몸이 움직였다.
우득!
방어를 도외시한 돌격이나 다름없다.
멸천회주의 의념에 무방비로 노출된 어깨뼈가 으스러지고, 발목이 뒤틀린다.
‘수복!’
청조를 회복시키는 걸 포기하며 모아둔 인과다.
천하를 위한 싸움으로 인해 반병신이 된 무림맹 무인들을 보았음에도 아껴두었던 인과다.
그것들을 모조리 쏟아 부었다.
살이 터지고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과 부상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몸은 빠르게 수복되었다.
창자가 꼬이고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에 당장이라도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참고 참았다.
참는다!
내가 가장 잘 하는 것이다.
조금씩 거리를 좁혀오는 나를 향해 멸천회주가 이를 갈았다.
“오냐, 정히 죽고 싶다면…….”
멸천회주의 손에 모여든 뇌전이 다시금 굵직해졌다.
그것도 하나둘이 아니라 수십 다발이나 되었다.
멸천회주에게 닿기 위해서는 저것을 깨부숴야 한다!
의지를 굳히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화륵!
저 뇌전의 줄기만큼이나 커다란 불꽃이 일어나며 새파란 뇌전을 감싼다.
붉은 불꽃과 푸른 뇌전이 뒤엉킨다.
힘의 열세는 분명하지만, 꿈틀거리는 뇌전 속에서 끈질기게 버텨내는 불길이 갈가리 찢겨지는 와중에도 결사적으로 항전한다.
“이화?”
순간 고개를 돌려 아래를 바라보았다.
이곳을 뚫어져라 직시하고 있는 이화의 모습이 보였다.
입과 코는 물론 눈과 귀에서도 울컥울컥 피가 쏟아지며 이화는 스스로의 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임에도 꼿꼿하게 서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주인님은 죽지 않아요.”
“이화가 막을 겁니다.”
마주친 이화의 눈에는 모든 것을 바치고도 후회 없이 웃을 수 있는 긍지가 있었다.
[집중해! 병신같이 굴지 마! 저 아이가 걱정된다면 당장 저 새끼 대가리를 부숴!]지금까지 흐릿하게 들리던 선계의 목소리가, 천마 사부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들린다.
“X발!!”
모두가 열어준 길이다.
“X바아아알!!”
앞으로!
더 앞으로!
그 의지에 따라 내 몸이 한 번 더 가속한다.
달라붙어 있는 이화의 불꽃을 거추장스러워하는 벼락을 향해 돌진했다.
콰아아아아아앙!!
격돌하는 순간 눈앞이 아찔해졌다.
신경이 불타오르는 것 같다.
눈알이 녹아내릴 것 같다.
이빨 사이로 수없이 많은 쇠침이 찔러대는 것 같다.
멸천회주의 뇌기가 거칠게 나를 밀어내려한다.
온 몸을 잘게 갈아도 이보다는 덜할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몸은 버텼다.
수복을 거듭한 이유도 있지만, 강건한 육신이 버텨냈기에 가능했다.
[버텨라! 네 육신은 무너지지 않는다. 이 사부가 전한 힘은 강하다!]이 육신의 강건함을 만들어주신 달마사부의 확신이 닿아온다.
그럼 틀릴 리가 없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기합인지 비명인지 구분할 수 없는 울부짖음과 함께 모든 힘을 끌어올렸다.
만물과 소통하는 대라조화심결이 내부를 헤집는 뇌기와 교류한다.
자신의 영역 안에서 신이 되는 천마무겁수가 대라조화심결을 돕는다.
중토신공이 무너지지 않는 굳건함으로 그 모두를 지탱한다.
그 모든 것이 하나로 귀일하기 시작했다.
등 뒤에 떠올랐던 후광이 다시 몸으로 스며들어와 내 안에서 자리를 잡고, 두 손에는 얼룩처럼 번져가는 심유한 어둠이 자리한다.
내부를 갉아내던 멸천회주의 뇌기가 하나로 귀일하는 힘의 흐름에 빨려들며 스러진다.
이화가 약화시켰던 뇌력이 힘을 잃는 순간.
촤아아악!
나는 살아있는 생명처럼 꿈틀거리는 뇌전의 줄기를 반으로 찢어버렸다.
그 너머로 불신감으로 가득한 멸천회주의 얼굴이 뚜렷하게 보인다.
“뭐, 뭐냐! 불가능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금 전까지 신이라도 된 것처럼 초월적인 힘을 휘두르던 멸천회주가 장법을 펼친다.
의지만으로 사람을 죽이는 심즉살의 힘을 구사하고, 손짓 한 번에 태산도 무너트릴 것 같던 뇌력을 휘두르던 자가 직접 몸을 움직인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웃음이 났다.
몸에는 여전히 뇌기가 남아있어 고통스러움에도 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사람으로 격하된 것 같은 멸천회주의 모습 때문이다.
“어설프잖아.”
강철을 단번에 끊어내는 보검도 처박아둔 채 관리하지 않으면 녹이 슨다.
멸천회주의 출수는 분명 현묘한 묘리를 담고 있지만, 그 묘리를 운용하는 멸천회주의 손짓은 정형화된 딱딱함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마치 수백 년 동안 허수아비만을 상대로 무공을 연마한 애송이 같은 모습이다.
“이게 ‘태극권’의 전사경이라는 거다.”
단번에 상대의 허실을 읽어낸 나는 가볍게 손목을 비트는 것으로 회전력을 만들었다.
멸천회주의 일장을 비스듬히 흘려 튕겨냈다.
멸천회주의 당황한 얼굴이 고스란히 들어왔다.
“이건 X나 아플 거다, 개X꺄!”
세 영역과 함께 하나로 귀일하기 시작한 사부님들의 힘.
뭐라 명명해야 할지 모를 그 힘을 주먹에 담아 내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