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425
424화 이야기의 끝
선계의 신선들은 자오경을 통해 연청운과 멸천회주의 격돌을 지켜보았다.
살이 터진다.
뼈가 부서진다.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간다.
그 모습을 보며 무언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오래전 그들의 몸에도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진 어떤 것.
피와 살을 연료삼아 불타오르던 그 무엇.
“좋은 이야기군.”
자질이 있지만 이를 깨우칠 방향을 모르던 청년이 기연을 만나 성장을 거듭해온 이야기.
그 이야기의 끝이 보인다.
연청운의 주먹이 멸천회주의 가슴에 구멍을 뚫었다.
“그렇지!”
장삼풍이 환호했다.
함께 지켜보던 신선들도 양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기뻐한다.
봉신대결계가 가동될 때만해도 끝났다고 생각했다.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인가? 후회되기도 했다.
하지만 연청운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제 모두 잘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하지만 그 환호는 오래가지 못했다.
도주하는 멸천회주.
한계를 넘어선 힘을 끌어 쓴 탓에 지친 몸을 이끌고 뒤를 쫓는 연청운.
그리고 이어진 것은 봉신대결계의 완성을 포기한 멸천회주가 자포자기하며 지상의 용맥을 폭주시키는 모습이었다.
저 광대하게 이어진 지상의 용맥이 폭주한다면?
지상은 절대 멀쩡할 수가 없다.
땅위에 살아가는 모든 것들이 죽어 없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설마…….”
“하늘의 뜻이라는 게…….”
연청운이 폭주하는 태산의 제단을 보며 알아차린 사실을 신선들이 모를 수가 없다.
“지랄하지 마!!”
장삼풍이 하늘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천마는 당장이라도 자오경을 부숴버릴 것처럼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내가! 내가 이딴 결과를 보자고! 내가! 우리가! 저 녀석을 키운 줄 알아!!”
머리 한 번 쓰다듬어 보지 못한 거울 밖의 존재였다.
하지만 저 어린 것을 그 어떤 제자들보다 정성들이고 보듬어 키웠다.
수많은 난관과 어려움을 겪는 것을 가슴 졸여라 지켜보며 여기까지 키워냈다.
그 천신만고 끝의 결과가 세상의 평안을 위해 목숨을 바쳐라?
[사부님들도 아셨을까?]“X발…….”
제자의 심정이 비수처럼 꽂혀왔다.
그 말에 누구보다 깊숙하게 찔린 장삼풍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천마는 끊어지기 직전인 이성을 움켜쥐기라도 하듯 두 주먹을 파르르 떨었다.
다른 신선들 또한 다르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환호하며 바라보던 자오경을 지켜볼 엄두가 나질 않았다.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연청운이 날릴 비난과 욕설이 두려웠다.
그런 연청운의 입이 열렸다.
[원망하지 않습니다.]순간 자오경 일대가 고요해졌다.
고개를 숙이며 외면하던 신선들이 멍한 눈으로 자오경을 바라보았다.
제자는 제단을 향해서,
아니,
자신들을 향해서 절을 올렸다.
[재능 없고 부족했던 제가 사부님들의 가르침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장삼풍이 처음 인연을 맺었던 그날처럼.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없었다면 분명 많은 이들이 괴로워했겠지요. 지금까지와 같이, 지금도, 이후에도, 오래오래.]이 절의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한 이는 없었다.
[그렇게 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연청운이, 제자가 내린 결심을 알아차리지 못한 이는 없었다.
[뒤가 걱정되긴 하지만… 씨앗은 많이 뿌려뒀으니까요. 신승 어르신, 허도진인 어르신, 입천신마존, 천경진인, 당천기 가주, 장문경 선배… 무호…… 그리고 설아… 누나…… 모두가 올바르게 다음 세대로 이어나갈 길을 열어줄 겁니다. 반드시요.]제자는 절을 올리면서 울었고, 웃었다.
[감사하고… 감사합니다.]미안함과 감사를 담았다.
[이 한 몸으로 천하의 평안을 기원하니.]잠시 멈췄던 절이 이어졌다.
[부디 굽어 살피소서.]구배가 끝났다.
[곧 뵙겠습니다…… 사부님.]마음을 정한 제자는 마지막 불꽃을 피우며 제단을 향해 나아갔다.
“이… 멍청한… 제자 놈이!!”
억눌리고 비틀린 소리를 내지르며 장삼풍이 분연히 일어났다.
저 멍청한 제자놈은 지가 하려는 일의 결과를 알지 못했다.
저 방대한 인과를 인간의 몸으로 감당했다간, 그저 목숨을 잃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영혼마저 소멸되어 흔적도 남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이렇겐 못 보낸다… 이런 식은 아니야!!”
구배를 올리며 각오를 다진 연청운처럼, 장삼풍 역시 모든 것을 버릴 각오를 하며 태극을 움직였다.
“감히 천마의 제자라는 놈이…….”
그 의지를 깨달은 천마가 장삼풍의 옆에 섰다.
혼돈과 태극의 뜻을 모았다.
지상의 허술한 것과는 비할 바가 아닌 천상의 봉신대결계에 얼마나 간섭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지만, 두 사부는 의지를 굳혔다.
오행의 힘이 없는 상황이기에 무의미한 발버둥일지도 모르지만, 사부로서 이대로 묵과할 수는 없었다.
“여가 도울 것이니라.”
서왕모가 나섰다.
자오경 앞에 모여 있던 다른 신선들에게도 결의가 자리하기 시작했다.
이미 하늘의 뜻을 거역했다가 멸천회주라는 변곡점을 만든 현천상제만이 침통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그때였다.
“그대들이 나설 자리가 아니다.”
모두가 놀라 목소리의 주인을 쫓아 고개를 돌렸다.
선계의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는 와중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던 존재.
옥황상제가 나타난 것이다.
현천상제의 실각 이후 하늘의 뜻을 대변해온 실권자인 옥황상제의 등장에 무모한 짓을 저지르려던 이들이 긴장했지만, 상제의 모습을 보고 당황했다.
“상제?”
“그 모습은…….”
옥황상제의 모습은 누가 봐도 좋지 않았다.
심해의 밑바닥을 걸어오는 듯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몸을 휘청였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끔찍한 기운을 온몸에 휘감고 있다.
마치 이 세상의 모든 악의를 홀로 짊어진 듯한 모습이다.
“인과?”
“응당 짊어져야 할 짐을 짊어졌을 뿐이다.”
“위치가 달라지면 시야가 달라지고, 시야가 달라지면 행동도 달라져야 하는 법이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자로서 옥황상제는 늘 그 자리에 있었음을 이야기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것을 짊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한걸음, 한걸음 힘겹게 나아간 옥황상제는 쥐고 있던 일곱별의 검, 철성검(七星劍)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제 그대의 과오를 마무리 지을 차례요.”
칠성검의 본래 주인인 현천상제는 옥황상제가 내민 칠성검을 받아들며 분연히 몸을 일으켰다.
“카카카카! 옥황 그대가 갑자기 날 왜 부르나 했더니, 이런 거였소? 카카카카!”
화안금정의 원숭이.
투전승불 제천대성이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며 나타났다.
“카카카카! 봉신대결계를 부수길 바라는 것이오? 카카카카!”
“구멍 정도면 된다. 그대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 땅의 정과여.”
“그렇기는 하오. 카카카카!”
봉신대결계에 작은 구멍을 내기 위해서 천마는 모아두었던 모든 인과는 물론, 자오경을 엿볼 수 있는 기물을 팔며 얻은 인과까지 모조리 털어 넣어야 했다.
허나 제천 대성은 아예 봉신대결계를 깨부순 전력이 있다.
물론 그로 인해 크게 낭패를 보긴 했지만, 저지른 일에 비하면 사소한 수준에 불과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제천대성의 태생적인 부분에 의거한 바가 크다.
제천대성은 땅의 정이 과를 얻어 태어난 존재다.
오행의 일각인 토(土)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천리의 주체인 하늘과 양극을 이루는 땅, 그 정수의 형상이라 할 수 있다.
그야말로 변칙성의 극을 이루는 존재라는 의미이다.
그렇기에 봉신대결계를 부수고 날뛸 수 있었던 것이다.
“카캌! 좋소! 저 연청운이란 꼬맹이는 나도 마음에 들었으니까! 카카카카!”
제천대성이 금빛으로 빛나는 봉을 뽑아들었다.
“자! 여의금고봉아! 카캌! 네 이름에 걸맞은 일을 할 차례다! 카카카카!”
여의(如意).
뜻하는 대로 이뤄진다.
제천대성의 의념을 받아들인 여의금고봉이 주인의 뜻을 따라 몸집을 부풀렸다.
콰르르르릉!!
천장에 구멍이 뚫리며 봉신대결계의 파편이 떨어져 내렸다.
신선들은 다시금 자오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폭주하는 지상의 용맥을 진정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고 있는 연청운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그런 연청운은 혼자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함께했던 수많은 인연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연청운의 뒤를 받쳤다.
이를 지켜보며 신선들이 피식 웃었다.
“뭐, 그럭저럭 볼 만은 했어.”
“옜다, 이야기 값.”
“내 인과를 이만큼이나 빨아먹었으면 당연히 행복한 결말로 끝나야지. 뒷맛이 찜찜한 이야기는 별로라고.”
“쉰 소리 그만들 하고, 얼른 인과나 털어 넣으셔.”
“써그럴, 한동안 가난뱅이 신세를 면키 어렵겠네.”
“그래도 재미있었으니까.”
조금 전까지 봉신대결계를 깨부술 기세를 보이던 신선들이 현천상제가 쥐고 있는 칠성검에 준비했던 인과를 불어넣었다.
과분할 정도로 막대한 인과가 칠성검에 모여들었다.
“가라.”
현천상제가 선계의 인과를 가득 담은 칠성검을 지상으로 던졌다.
***
폭주하는 용맥의 흐름을 가라앉히는 일은 거센 격류 속에서 이를 제어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나마 천지간의 운행과도 소통하여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대라조화심결의 공능을 발휘하여 나와 용맥의 흐름을 누르고 있는 세 영역을 합일시킬 수 있었다.
오행, 태극, 혼돈이 땅의 용맥과 공명하며 톱니바퀴처럼 돌아갔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힘을 안정화시키려니 이를 유지하는 나라는 존재 자체가 마모되어가는 것 같았다.
산채로 갈려나가는 느낌이다.
아마 무사히 용맥을 진정시키는 단계에 이를 쯤 내 힘과 의식이 모두 갈려나갈 것이다.
이게 하늘의 안배라면 그렇게 끝이 날 것이다.
“힘을 모으세요. 제가 중재해보겠습니다.”
입도 열 수 없을 정도로 집중해있던 와중에 이화가 무모하게 끼어들었다.
이미 내가 세상과 하나의 흐름을 만들며 제어하고 있는 것을 알아보았을 텐데도 개입하려 한다.
“주인님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 무엇 하겠습니까. 단 일 푼이라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면 당연히 이 목숨을 바칠 것입니다.”
이 길의 끝이 내 죽음으로 귀결 될 것임을 알아본 것 같다.
“어차피 맹주께서 실패하시면 용맥의 폭주로 모두 죽을 상황이니,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면 뭐든 해야겠지요.”
제갈 군사다.
말려야 할 사람이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죽어도 함께야. 무조건.”
설아 누나도 어느새 힘을 쏟고 있다.
“들리냐? 나 여기서 죽으면 총각귀신이다. 인간적으로 총각귀신은 좀 아니지 않냐?”
백무호 놈이 분위기 파악 못 하고 미친 소리를 하고 있다.
“다 같이 천마를 뵈러 간다? 그것도 재미있겠군.”
나를 대신해 후대 천마를 키워주길 바랐던 입천신마존도 덩달아 맛이 간 소리를 한다.
“허어! 태극이라… 이를 극복하면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군.”
“치사하게 혼자서만 재미 보려고 하시오?”
허도진인이, 장문경 선배가 그리고 그 외에 나와 인연을 맺었던 많은 이들이 힘을 보탰다.
갈려나가는 것은 여전했지만, 그래도 한결 편안해졌다.
‘일단, 이것도 힘은 힘이니까, 어떻게든 대라조화심결로 집어삼켜 돌릴 수 있지 않으려나?’
가능할지는 확신할 수는 없다.
흐름을 제어하기 위해 상화까지도 전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실패를 용납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다면 오기로라도 해내야 한다.
한계 따위는 이미 질릴 정도로 마주했었다.
그 한계가 내 소중한 사람들을 해하는 장벽이 된다면, 부숴버릴 것이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내 사람은 지킨다.’
내가 짊어져야 하는 업.
내가 받은 사명.
격렬하게 끓어오르는 의지가 마음 속 한가운데 절대 부러지지 않을 기둥을 세운다.
콰르르릉!
그 순간, 하늘에서 떨어진 무언가가 내 앞에 있는 제단에 꽂혔다.
손에 쥐라고 말하는 듯한 신검(神劍)이 요동치며 날뛰는 용맥의 흐름을 내리 눌렀다.
나는 홀리듯 그 검을 손에 쥐었다.
처음 보았음에도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신검에는 나조차 가늠하기 힘든 거대한 힘이 담겨있었다.
“아…….”
검을 손에 쥐자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나를 지켜보며 응원해주었던 분들의 목소리다.
“하하하…….”
그 목소리를 듣자 자신감이 차올랐다.
넘쳐나는 힘을 용맥의 흐름에 쏟아 부었다.
홍황심련결!
내가 구축한 무도가 나의 힘과 함께 용맥 속으로 녹아들었다.
콰아아아아아아!!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거대한 힘이 위를 향해 치솟았다.
찬란하게 빛나는 빛의 기둥이 땅에서 솟아 하늘과 이어지기 위해 뻗어나갔다.
그렇게 솟구치는 기둥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자 뭔가 보이는 것 같았다.
빛의 기둥 사이에 보이는 누군가.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 굉장히 흡사한 모습들을 보며 나는 밝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거센 힘의 격류와 함께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나는 사부님들께 감사를 표했다.
[잠깐, 아니. 잠깐만. 뭔가 빠진 것 같지 않아? 나는? 나는!]그 사이 뭔가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