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1765
마탄의 사수 외전 (414)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드넓은 공간을 두고 방 한곳에 모여 있었다.
비듬은 기본이고, 며칠쯤은 씻지도 못해 완전히 뭉쳐 헝클어진 머리.
땀으로 젖었다 말랐다 하여 자국까지 생긴 옷에서는 악취가 스멀스멀 피어나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모여 있던 모두가 비슷한 상황이었다는 것.
유사한 상태가 된 사람들이 모여 있었으므로 청결에 대한 지적은 누구랄 것 없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충혈된 눈으로, 숨까지 죽여 가며 모니터를 바라보던 사람들의 표정은 한순간에 바뀌었다.
그들이 바라보고 있던 모니터에 새로운 문구가 뜬 직후였다.
[ 시나리오 진행 승인] [현시점 시나리오 진행 난이도: 127.7]“ 키워드 전부 불출 되었습니다! 에즈웬 교국 관련 정보까지 주요 유저들에게 전달 완료!”
그들은 구플사社의 통합 운영 관리실 소속 운영팀, 그중에서도 모니터링을 전담하는 직원들과 그 팀장이었다.
“후우우, 됐어, 됐다!”
“최악은 막은 거죠? 일단―. 일단 최악은 피한 거죠?”
환호하는 소리와 함께, 기쁨을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해 책상을 쿵쿵 두드리는 인원까지 발생한 사건!
몇몇 직원들은 눈가가 촉촉하게 젖을 정도였다.
“아아, 근데 하필 냐……. 다른 쪽 시나리오로 빼는 게 더 나았을 텐데!”
“닷새를 집에 못 가 놓고 그런 불평이 나옵니까? 전 일단 무슨 시나리오라도 승인 뜬 게 다행인 것 같은데.”
“나도 그, 그렇기는 한데!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안 그렇습니까, 팀장님?”
몇 날 며칠간 미래인과 관련된 정보 수집 및 [절망의 미래] 관련 시나리오 진행 콘텐츠 리더Leader를 확인하느라 퇴근조차 하지 못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미들 어스에 대한 이해가 깊은, 선임 직원과 후임의 차이는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당장 기쁨의 포효까지 내지르는 것은 역시나 입사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직원들이었지만, 운영팀장에게 질문한 선임 직원을 비롯한 몇몇은 절반의 기쁨만을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겠지. [미래인]에 너무 시선을 빼앗긴 점은 아쉽지만……. 그래도 시나리오면 나쁘지 않아. 더 나쁜 시나리오들에 비하면 훨씬 낫지.”
운영팀장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런 운영팀장을 바라보던 또 다른 직원 한 명이 주뼛거리며 물었다.
“죄송합니다만 운영팀장님, 100점을 초과하면 클리어 자체가 불가능한 거 아닌가요? 분명―. 인수인계 받을 때 그렇게 들었는데……. 지침서에도 그렇게 적혀 있었고요.”
이곳으로 배치된 지 얼마 안 된 직원으로서는 당연한 의문이었다.
운영팀장은 씁쓸한 웃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100점을 초과한 시나리오 라인은 클리어할 수 없지. 보통은.”
“그, 그러면…… 기뻐할 일이 아니지 않나요? 왜 여러분들께서 이러시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데…….”
운영팀장의 수긍에 직원은 더욱 당황하여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를 제외하곤 대다수가 이곳에 배치된 지 1년 이상이 된 직원들이다.
신입인 자신도 알고 있는 점을 주변의 직원들이 모를 리 없건만, 어째서 즐거워한단 말인가.
“우리 신참이 아직 뭘 모르는구만. 저건 어쨌든 ‘현시점’이란 말이지, ‘현시점’. 가면 갈수록 나아진다~ 이 말이야.”
“하지만…… 시나리오 난이도 점수는―. 1점 떨어뜨리는 것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그렇지. 실제로, 크흠, 당시에 《마탄의 사수》 시나리오 루트도 그랬으니까.”
선임 직원은 신참에게 어깨동무하며 웃었다.
주변에 있던 타 직원들도 어느새 운영팀장과 유사한, 씁쓸하면서도 안도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때도 진짜 장난 아니었죠. 몇 점이었더라?”
“111점. 조마조마해서 잠도 안 왔었다니까. 클리어 직전에 겨우 99.8점에 도달했던 것 같은데.”
“휘유, 그러고 보니 지금이 더 높긴 하네. 111점과 127점이면, 체감 난이도는 거의 두 배 아닙니까, 팀장님?”
“하핫! 실제로 《마탄의 사수》 루트보다 위험하긴 하죠! 그때보다 남은 기간은 훨씬 짧은 데다― 그때는 다른 시나리오 라인도 동시 진행 중이기도 했고요.”
그런 얼굴로 주고받는 대화를 들으며 신입 직원은 더욱 오싹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가 얼마나 아슬아슬했는지는 입사할 때부터 들었던 이야기가 아니던가.
“그, 그런데 웃음들이 나오세요? 설마 이직할 곳을 벌써 정해 놓으셨다거나?”
그런데 그때보다 더욱 악조건인 상황에서 안도하고 있다?
선임 직원은 곧장 고개를 저었다.
“흐흐, 그건 아니지. 여기만큼 급여 센 곳도 별로 없고.”
“그러면 어째서……?”
신입 직원의 말에 웃고 떠들던 직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었다.
그것은 운영팀장도 마찬가지였다.
“그거야…….”
그는 눈앞에 있는 대형 모니터를 향해 턱을 까딱거렸다.
[시나리오 리더: NPC 밀그램 → 이전 개시]또 다른 문구가 출력된 모니터 아래에, 유저들의 이름이 주르륵, 적혔다.
[이전 대상 유저: 하이하, 키드, 루거…….]“이걸 하는 인간들은 보통의 인간들이 아니거든. 저 인간들을 믿는 거지.”
운영팀장은 그 이름들의 면면을 살펴보며 미소 지었다.
조금 전까지의 씁쓸한 미소와 달리, 안도와 환희가 섞인 기쁨의 미소였다.
“팀장님이 저렇게 말씀하셔도, 몇 달 전까지는 영 안 믿으셨거든. 관리실장님이나 총괄이사님에 비하면―.”
“야, 야! 분위기 깨기는!”
선임 직원은 그 와중에 농담 삼아 한마디를 툭, 던졌다가 괜히 호통을 들어야만 했다.
주변 직원들의 웃음과 맞바꾼 호통이었으므로 선임 직원도 딱히 주눅이 들지는 않았다.
민망해진 운영팀장은 헛기침을 하며 다시금 목소리를 높였다.
“크흠, 어쨌든! 시나리오 진행 건으로 실장님, 이사님께 보고서 올려야 하니까 바로 준비들하고! 시나리오 리더 관련 대상 유저 집중 모니터링 및 타 시나리오 진행 가능성 있는 유저들, 특히 S급, A급들 철저 관리합시다! 자리로 복귀!”
대형 모니터 앞에 있던 직원들이 순식간에 자신의 자리로 복귀했다.
마침내 [절망의 미래]를 막기 위한, 현시점에서 유일한 시나리오가 미들 어스에서 가동되기 시작했다.
* * *
현실에서 구플사의 직원들이 겨우 한숨을 돌리던 그 시각, 이하는 광산 인근에 설치된 천막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 희생에 대한 규모는 정확히 모르고?”
“응. 귓속말로 말해 준 것처럼……. 밀그램 씨도 ‘해 봐야 안다’ 수준으로밖에 알 수가 없다고 하더라.”
에즈웬 교국에서의 [3차 미래인 회합]은 끝이 난 상황이었다.
그 후 이하는 실시간 중계를 해 주었던 람화연에게 찾아와 다시금 마지막 대화를 곱씹고 있던 중인 것이다.
“으음…… 에즈웬 교국이 통째로 희생해야 한다……. 교황이 다시 한 번 교체될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건가.”
람화연이 중얼거리는 것을 들으며 이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러니까. 나도 그 얘기는 해 봤는데, 이라는 게 도대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감이 잡혀야 말이지. 에즈웬 교국 전역이 날아가는 건지, 교황청과 교황청 광장이 날아가는 건지, 아니면 화연이 네 말처럼 단순히 땅이 아니라 인간이 희생되어야 하는 건지.”
밀그램은 에즈웬이 희생되어야 한다고 했지만, 그 자신도 의 범위와 수준에 대해서는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누가 또는 무엇이.
어느 정도로 또는 얼마나.
해야 로 가는 길이 열리는 것인가.
“해 봐야 안다는 건…… 진짜 말이 쉽지. 새삼 ‘미래의 우리들’이 두 번째 조건을 내 걸었던 이유를 알겠어.”
람화연도 이하를 따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두 번째 조건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친분이나 소속이 아니었다.
‘정치 공작’이라는 표현으로 바꿔서 쓸 정도로, 긴 시간에 걸쳐 많은 일을 해 놓아야만 하는 게 아닌가.
“그렇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NPC를 포섭해 놔야 할까? ‘어퍼 어스로 가기 위해 에즈웬 교국을 좀 희생시켜야 하겠습니다~’라는, 말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제안을 듣고 ‘오케이’ 사인이 나오려면―.”
“추기경단 회의에서 과반―. 아니, 과반도 아니지. 모르긴 몰라도 3분의 2 이상의 동의에다가 교황 성하의 허가도 있어야 할 거야. 게다가 그 근거라고는 밀그램 씨가 가져온 홀로그램 영상뿐……. 아마 [미래인]이라는 개념조차 믿지 않으려 하는 추기경 NPC들에게 그런 걸 들이밀어 봐야 아무 소용도 없을걸?”
람화연은 냉정하지만 정확하게 분석했다.
희생의 범위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에즈웬 교국 인원들에게 희생해 달라는 부탁은 통할 리가 없다.
더군다나 그런 일이 고작 50% 이상의 동의만 가지고 될 것도 아닐 터.
[미래인]이라는 개념을 순순히 받아들일지에 대한 의문까지 고려하자면, 66% 이상의 동의까지, 어쩌면 4분의 3에 달하는 동의율을 만들어 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설 정도가 아닌가.람화연은 잠시 이하의 눈치를 보다 말했다.
“그리고 밀그램 씨가 NPC라는 건 알지?”
“응. 앞서 ‘포섭 작업’ 등을 미리 해 놨다고 해도…… 결국 추기경단 회의에서 그들 모두를 설득해야 하는 건 유저의 몫이겠지. 미들 어스는 어쨌든 NPC의 힘만으로 돌아가질 않으니까.”
“그럼 그 ‘유저’가 누가 될지도 알고 있을 테고?”
람화연은 눈썹을 씰룩거렸다.
이하는 풋, 하며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당초 에 가야 한다는 주장을 가장 먼저 꺼내었고, 그 방향성에 대해 밀그램에게 확인한 사람이 누구인가.
“나지.”
이하 자신밖에 없다.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찾아올, 미들 어스의 역사를 건 회의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내비치고 그들 모두를 설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만 앞서서 될 게 아니다.
《마탄의 사수》이긴 하지만 그것이 ‘르뤼에’ 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에즈웬 교국의 인물들도 알고 있을 터.
‘확실하게. 크툴루를 비롯한 ‘위대한 옛 존재’들을 확실하게 조져 버릴 실력이 있다는 걸 보여 줘야 돼.’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미 명확하게 알고 있다.
그리고 다행이라면, 그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건 이하 한 사람만이 아니라는 것.
“키드 씨랑 루거 씨는?”
“갔어. 카르카노, 엔정, 데베베치 세 놈 데리고.”
미들 어스에서, 특히나 이러한 사실을 알아야만 하는 유저들 모두의 노력과 향상이 필요하다.
물론 랭커 또는 아웃사이더급 유저에게만 통하는 일은 아니다.
“게임 내에서의 공표는―. 그 두 사람이 한다고?”
“응. 라르크 씨랑 나라 씨가 하기로 했어. 인터넷 커뮤니티로는 화연이 네가 도와준다고 하니까 다들 안도하더라.”
“피제이 그 인간도 일은 해야지. 샤즈라시안 연방 선거 끝난 이후부터 딱히 한 일이 없으니까.”
로 가는 것 또한 하나의 단계일 뿐, 그 전의 전투는 분명히 있을 테니까.
앞으로 펼쳐질 날들에 대해 생각하며 이하는 를 움켜쥐었다.
=큭큭…… 재미있지 않은가, 각인자여. 드디어 낯선 것들의 피를 마셔 볼 수 있겠군.=
또한 읽어 낼 수 있는 것처럼 전투는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보어만이 복귀한 직후에 펼쳐질 [절망의 미래] 너머의 감염체들과 로페 대륙 남부 해역에서부터 찾아올 4기의 ‘위대한 옛 존재’들을 상대하는 시점.
‘그때다. 그 전까지 내가 기술을 습득해 내서, 성공적인 1차 방어가 끝난다면―.’
를 위한 에즈웬 교국의 희생에 설득력이 생기리라.
눈을 빛내는 이하를 람화연은 대견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다 마침내 물었다.
“그래서? 오빠 그 옷이랑 무기는 어떻게 된 건데?”
“아, 이거? 흐흐, 드래곤 허물들 좀 멕인 건데…… 보여 줄까?”
현시점의 이하가 불과 며칠 만에 얼마나 ‘스펙 업’을 했는지에 대한, 질문.
이하는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템 창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