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1884
마탄의 사수 외전 (533)
연둣빛이 쉼 없이 반짝거리며 이 계속 떠들어 댔지만 혜인의 머릿속에는 그 목소리가 미처 들리지도 않을 지경이었다.
“하, 하이하 씨! 뭐야, 무슨―. 뭐 한 겁니까!? 뭐예요?!”
혜인은 그 순간만큼은 스킬을 사용한 신나라와 비슷한 속도로 이하에게 돌격했으니까.
이하는 두 손을 높이 치켜들며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은 없었다.
“어? 아, 아니, 뭐 이상한 건 아녜요! 그냥―. 저기, 뭐냐……”
“섞었어? 재료―. 조합한 겁니까? ?”
이하의 뒤편에서 나는 굉음과 알 수 없는 빛의 분출은, 이미 몇 개의 아이템을 이하가 마음대로 집어 그것을 섞고 조합하는 스킬을 발동시켰다는 뜻이었으니까.
이하는 으로 자신의 머리통을 후려치려는 혜인의 기세에 가까스로 입을 열었으나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한 것인지 100% 설명할 시간은 없었다.
“말하자면 크래프팅 비스름한 그런 건데―.”
“뭐랑 뭐를―. 무슨 비율로―. 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까지 내가 얘기한 걸 뭘로 듣고 도대체 그런 행동을―.”
────, ────, ────!
혜인이 말을 하는 와중에도 비밀 연구소 내에선 연보랏빛이 세 번 번쩍거렸기 때문.
“어라? ‘아이템 사용 알람’이 왔길래 혜인 씨가 뭘 알아냈나 해서 와 봤더니…….”
“부흐흐흐흐, 무슨 미친 짓거리를 한 거지? 이곳에 있는 모든 아이템은 ‘공용 재산’으로, 사적 사용 적발 시 그 모가지를 내놓기로 했을 텐데, 혜~인?”
당연히 그들은 이 비밀 연구소에 출입 권한을 지니고 있는 자들이었다.
알바와 삐뜨르에 이어 프레아가 이하를 보며 싱긋 웃곤 말했다.
“우리 혜인 씨가 그냥 사용했을 리는 없을…… 텐데, 어머나? 하이하 씨? 결혼식 이야기……를 물어보고 싶었는데, 우선 눈에 들어오는 건 그 뒤에 있는 거네요? 반짝거리는 거, 그거 뭐예요?”
이하의 결혼식은 세 사람 모두 알고 있었지만 프레아조차도 그 일에 관심을 둘 수는 없었다.
그녀가 지적하기 무섭게 삐뜨르와 알바의 눈이, ‘혜인 이상으로’ 휘둥그레졌으니까.
“어?! 어어어! 뭐야, 뭐야? 설마 하이하 씨 마음대로 뭘 만지게 둔 건 아니죠, 혜인 씨?”
유저 중 무언가를 만들고 조립함에 있어 가장 권위가 있다고 봐도 좋은 자, 알바는 그 작은 체구로 곧장 이하에게 달려들었다.
“그, 그게―.”
“취소! 취소하세요, 하이하 씨! 은 중간에 취소라도 하면 아이템 30%씩은 돌려줄 텐데! 아니, 도대체 뭘 얼마나 집어넣고 돌렸길래 아직도 [조합 중]의 소리가 나는 건데요? 이런 소리가 나는 거면 재료끼리만 넣고 순수 [반응]의 이라는 이야긴가?”
일반적인 스킬은 아이템과 아이템을 섞어 손수 하나의 아이템을 만든 후 그것에 이름을 붙였을 때 사용되기 마련이다.
먼저 조잡하나마 자신이 가진 기술과 지식을 사용해 일종의 수류탄 형태를 만들어 그것이 ‘수류탄’으로 시스템상 인정이 된다면, 그 이후에는 굳이 직접 조물거릴 필요 없이 재료들을 보유한 채 스킬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수류탄이 만들어진다는 뜻.
그러나 그것은 특정한 아이템을 만들 때의 이야기로, 비예미가 독약을 만들거나 사제 직업군이 포션 등을 만들 때, 즉, [화학적 반응]이 필요한 재료 아이템을 섞을 때는 조금 달라지기 마련이었다.
“어, 뭘 넣었냐 하면 그게, 그러니까―. 이쪽에 있던―.”
“우왁!? 재료! 우리 재료 열둘, 열셋―. 열세 개를 섞은 거예요? 그런 미친 짓을!? 비율을 어떻게 맞추는지나 알고?”
이하는 그의 앞을 슬쩍 가리며 막아섰지만 알바는 이하의 다리 사이를 통하여 이미 뒤에 있던 물질을 확인한 상태였다.
지금까지 말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아, 내가 열세 개나 섞었어요? 그렇게 많이 넣은 줄은 몰랐―. 크읏!”
[묘오오옹―!]이하 자신도 무엇과 무엇을, 어떤 식으로 섞어 을 사용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그 발언은 결국 ‘선’을 넘어 버린 셈이 된 것이었다.
“부흐흐흐……. 하이하, 신혼부터 죽음을 겪고 싶나 보지? 이 일이 잘못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네 놈이 지금 선택한 이 막돼먹은 짓이 실패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견하지 못하고 있나? 이 빌어먹을 슬라임 치워.”
삐뜨르는 순식간에 이하에게 접근하여 그 목에 손톱을 들이 대었다.
당연히 그에 반응한 젤라퐁의 촉수 또한 날카롭게 변해 삐뜨르의 갈비뼈를 후벼 파고 들어갈 준비를 마친 상태였지만, 그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자신이 다치더라도 이하를 죽여 버리겠다는 마음.
모든 것을 장난스럽게만 대하던 삐뜨르의 이러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하는 옅은 미소를 지어야만 했다.
혜인의 팀에 합류한 것만으로도, 의 단장이 이곳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가 정말 열과 성을 다하여, 자신의 진심을 나타내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건만.
이러한 태도라면 믿을 수 있다.
따라서 이하는 그런 삐뜨르와 눈을 마주치며 겨우 표현할 수 있었다.
“잘못되면 그, 글쎄……. 서프라─────이즈인가?”
이럴 때야말로 장난을 치고야 마는 그 마음을.
“뿌히히히, 정녕 죽고 싶어서―.”
“으아아아, 안 돼! 그러진 말고! 후회할걸!? 혜인 씨! 내가 아무런 생각 없이 이럴 놈입니까? 우리 홍콩에서 이미 말했잖아요! 내가 말했잖아요!”
이하는 그 도발에 곧장 후회 아닌 후회를 하며 혜인을 불렀다.
어차피 자신의 도움을 받기 위해 홍콩까지 왔던 게 아니냐.
지금 이하가 이곳에 있는 이유도 혜인 스스로가 이하 자신을 소환했기 때문이 아니냐.
혜인은 그 말을 들으면서도 고개는 끄덕였으나 미간은 찌푸러져 있었다.
“……이런 이야기까지는 듣지 못했습니다만…….”
분명 도와달라고 한 것은 맞지만 아무 아이템이나 만지작거리며 섞어 달라는 말은 한 적이 없었으니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삐뜨르의 손톱이 이하의 목을 조금 더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하는 마지막으로 외쳤다.
“몰빵했다니까! 제가 ‘그동안 모아 왔던 모든 것’을 때려 넣었어요!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합니까?”
이하 자신이 봐도 막무가내인 줄 알면서도 이러한 행동을 한 원동력은 무엇인가.
삐뜨르와 알바 그리고 프레아가 정적에 입을 다물었다.
슈우우우우우───────!
고요 속에서 아이템의 조합 소리가 더욱 가열차지는 가운데 혜인의 머릿속에 이하의 귓속말이 닿았다.
―제 스탯 포인트 전부를 [행운]에 투자했다는 말입니다. 100, 200포인트 따위가 아니라…….
이하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
이곳에 소환되기 10분 전까지 스탯 정리를 완료했다는 뜻이었다.
―아, 근데 엄밀히 말하면 전부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지금 마무리를 하면~!
이하는 여전히 삐뜨르에게 멱살을 잡힌 채 무언가를 했다.
그러자 삐뜨르의 손아귀는 맥없이 힘을 잃고야 말았다.
* * *
“어디 보자……. 시티 가즈아랑 캐슬 말티제 일은 잘 되어 있는 것 같고.”
이하 자신이 대략적으로 지시해 놨던 것에 더하여 람화연의 섬세한 ‘터치’가 가미되어 있다.
당분간은 성주인 자신이 특별한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세입/세출과 관련된 자금의 흐름은 별다른 문제가 없을 터.
그렇다면 이하에게 10분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일은 역시나 하나밖에 없었다.
‘흐흐, 스탯을 안 찍었단 말이지……. 캐릭터 창!’
오직 레벨로만 결정되는 ‘랭킹’의 최고 위치에 있는 이하였으므로 레벨이 자주 바뀔 수는 없다.
미들 어스에서 가장 힘든 건 어떤 의미로는 스탯을 상승시키는 것보다 레벨 그 자체를 올리는 거니까.
‘그래도 오리엔탈 드래곤 관련 퀘스트 하면서 50% 정도 먹었으니 엄청난 거긴 하지. 내 레벨의 50%면 아마 300레벨에서 단숨에 305레벨까지 오를 정도의 경험치일 텐데.’
따라서 지금까지 캐릭터 창을 봐도 별다른 흥미를 못 느꼈던 이하였지만 지금만큼은 달랐다.
이름: 하이하 / 종족: 인간
직업: 마탄의 사수 / 레벨: 343 (71.612%)
칭호: 죽음을 초월한 / 업적: 313개
HP: 18,390(12,873)
MP: 28,505
스탯: 근력 921(+836)
민첩 32,033(+2,100)
지능 731(+481)
체력 503(+353)
정신력 2,384(+237)
카리스마 1,010(+10)
행운 10
“행운! 10! 캬, 겨우 10밖에 안 되는 스탯이 이렇게나 가슴을 뛰게 할 줄은 몰랐단 말이지.”
카리스마 아래에 새롭게 생긴 ‘귀여운 숫자’의 새로운 스탯 분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행운을 보며 이하가 두근두근하는 마음을 억누를 때, 의 목소리가 이하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큭큭…… 운에 의지하려 하는가, 각인자여. 믿을 것은 오직 자신의 힘. 자신의 능력뿐이다.=
“아, 그것도 당연한 말씀! 블랙, 너 은근히 스탯에 집착한다?”
이치에 맞는 말임을 이하도 물론 인정할 수 있었지만 지금의 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한 말인지 또한 이해했기에 이하는 헛웃음과 함께 답했다.
현재 이하의 각종 보정치를 더한 민첩은 32,033.
하지만 아이템/업적 등에 의한 가중치와 전체 스탯의 10%씩이 증가하는 기존 보정치 등을 고려한다면 실질 민첩 스탯은 29,933이다.
즉, 실질적으로 67포인트만 더 민첩에 투자한다면 ‘순수 민첩’이 30,000에 도달하는 상태이니 가 욕심을 내는 것도 당연한 일!
=이것은 집착이 아니라 당연한 욕망이 아닌가……. 큭큭.=
“하긴. 네 녀석은 사실상 내 에 연동되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니……. 알았어, 걱정 마. 지금 당장이야 시끌벅적해질 테니 안 건드리겠지만, 어쨌든 그 포인트는 남겨 둘게. 그럼 됐지?”
=좋다.=
물론 이하 또한 그 상황을 즐기고 싶었지만 ‘보나마나’ 월드 알림이 뜰 것 같은 업적을 당장 건드릴 수 없었으므로 67포인트를 제외한 나머지 포인트의 정리를 하고자 한 것이었다.
“자, 그러면 내 포인트는……!”
남은 스탯 포인트: 2,525
“에이, 이번에는 얼마 안 되네.”
다른 유저가 들었다면 버그라고 신고할 수치였음에도 이하에게 성이 차지 않는 것은, 역시나 스탯 포인트 3천을 초과한 상태에서 투입했던 적이 두 번이나 더 있기 때문일까.
그럼에도 이하 또한 2천을 초과할 때까지 모아 둔 적이 그리 많지 않았으므로 투덜거리는 건 입뿐이요, 표정은 싱글벙글일 수밖에 없었다.
‘흐흐, 좋아, 좋아. 그럼 여기서 67포인트를 미리 빼 두면…….’
이하의 손이 천천히 허공으로 이동되었다.
목표는 행운 스탯 ‘몰빵’.
“흐으으으으읍!”
2,458번의 클릭을 목표로 이하의 손가락이 지진이 난 듯 움직였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이하는 몇 번이나 당황스러움을 느껴야 했다.
빠밤―!
“행운 500배” 업적을 획득하였습니다.
행운 500을 넘어서자마자 획득하게 된 업적.
“어, 어? 업적이 뜬다고? 그것도 무슨 이상한 소리를―.”
어쩐지 인터넷에서 유사한 ‘밈’을 본 적이 있다는 생각에 당황스러웠지만 이하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빠밤―!
천 개의 종이학이 뜻하는 바 업적을 획득하였습니다.
그리고 행운이 1,000에 도달하기 무섭게 또 하나의 업적이 발생했다.
“종이학 천 개? 종이학 천 개가 뭐지? 무슨 뜻―.”
여유롭게 업적을 읽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행운이 1,500을 돌파하는 순간 또 다시 업적 팡파르가 울려 퍼졌으니까.
빠밤―!
행운밖에 난 몰라 업적을 획득하였습니다.
‘이상하다. 무, 물론 특정 스탯에 과다 투자를 하면 업적이 뜨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 당장 내가 민첩 3만을 기대하고 또 걱정하는 이유도 그거긴 한데―.’
간격이 짧아도 너무 짧다.
500포인트가 투자될 때마다 업적이 뜨는 스탯 유형이 지금까지 있었던가?
의문을 가지면서도 이하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행운은 어느새 2,000을 돌파한 상태였다.
빠밤―!
뉴 밀레니엄 ― 새로운 기준 업적을 획득하였습니다.
그리고 잔여 스탯 포인트는 67이 되었다.
이하는 자신이 몇 번이나 행운을 눌렀는지 알고 있었다.
“정확히 2,458번……. 그 말은 결국―.”
이번 업적 중 보상으로 ‘스탯 포인트’를 주는 업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보상으로 ‘스탯 포인트’를 주지 않는다면 해당 업적들의 보상은 무엇이었을까.
이하는 자신의 행운 수치를 살폈다.
“과연…….”
그러곤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거려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