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1931
마탄의 사수 외전 (580)
이하가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두 개의 스킬이 지닌 효과가 어디까지 적용되는가, 였다.
‘으로 고정한 대상은 크툴루……. 저건 분명 일반적인 환영이 아니다. 확실하게 나한테 포착되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 그에게 닿지 않은 것인가.
감염체들을 향해 을 쏘아 내면서도 이하는 크툴루에게 발포한 의 움직임을 살폈으나, 일정 거리를 날아간 탄자는 그대로 증발하듯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게 전부였다.
‘하긴, 당연하겠지. 그 정도 스킬로 당할 거였으면 애당초 밀그램이 과거로 돌아오지도 않았을 테니까.’
적어도 ‘현시점’을 기준으로 이하 자신이 보유한 모든 스킬은, 크툴루를 포함한 ‘위대한 옛 존재’들에게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나 직접적인 공격 효과를 내는 스킬이라면 더욱 그러할 터.
“흐흐, 기습 공격을 하길래 기습으로 한 번 갚아 주려 했더니, 역시 이런 걸로는 꿈쩍도 않는군.”
크툴루의 레이저에 직격될 뻔했던 복수를 간단하게나마(?) 갚아 주었음에도 크툴루는 응답이 없다.
응답이 없다면, 응답할 때까지 그를 자극하면 되는 것.
“좋아, 그럼 본격적으로 가 봅시다.”
이하는 비릿한 미소를 띠었다.
* * *
그것은 을 통해 바라보던 미들 어스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일반 유저들과 NPC들의 눈을 휘둥그레 만드는 장면이었다.
“믿어……지십니까, 여러분. 지금 제가 보고 있는 게……. 지금 제가 보고 있는 게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게 말이 되는 거야?”
본격적으로 전투를 시작한 이하를 보며 누군가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것이 ‘말이 되는가’라는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음을, 이미 주변의 또 다른 유저들은 알고 있었다.
“그럼 아까 그 ‘허연 거’는 말이 되고? 캐슬 데일에서…… 캐슬 데일에서 죽을 똥을 싸면서 랭커들이 막아 왔던 감염체가 도대체 얼마나 죽었는지―.”
“그, 그건 기습 공격이었잖아! 하이하가 기습했으니까 성공한 작전이었겠지! 애초에 얘기가 끝나 있던 거 아닐까? 아무리 하이하라도 혼자서 그러는 게 말이 되냐고.”
“아까 키드랑 루거 표정이 그렇게 보였음? 블라우그룬이 눈물 콧물 다 흘리던 게 ‘이미 얘기가 끝난 작전’대로 행동한 것처럼 보임?”
을 통해 보여 주었던 압도적인 화력.
캐슬 데일에 있던 랭커들조차도 그 정도로 이하의 수준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듯 눈이 휘둥그레지거나 놀란 표정들을 보여 주지 않았던가.
“작전은 아닐 듯. 작전이었으면 굳이 그렇게 할 필요도 없었을뿐더러―.”
“작전이 아니었으니 위대한 옛 존재들이 아직도 충격 먹고 못 움직이고 있는 걸 테니까. 크툴루만 이제 겨우 꾸물럭거리고 있는 거 보면…….”
하물며 과타노차, 보크루그, 다곤의 움직임은 여전히 없다.
멈춰 버린 ‘위대한 옛 존재’들 중에서 그나마 이하를 목전에 둔 크툴루만이 반격을 해 보지만 그의 레이저 공격마저도 일반 유저들은 존재 여부조차 모르는 따위로 완벽하게 피하며 반격하는 이하의 모습이라니!
“하이하가 진짜 쩔긴 쩌네.”
을 통해 보는 모든 유저가 같은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평소 같으면 게임 할 맛 안 난다고 하겠지만…….”
“오히려 이렇게까지 하니까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리고 이하의 분전이란 랭커들을 ‘기득권’ 취급하며 미들 어스의 랭킹이 자주 바뀌어야 함을, 자신들도 그들과 같은 능력을 가져야 한다며 불평을 터뜨리던 유저들의 생각조차 바꿀 정도였다.
“응원할 수밖에 없지! 응원하는 게 당연하지!”
“그, 그니까, 미친! 이거라고! 내가 보고 싶었던 게임은! 이런 거라고!”
“하이하! 하이하!”
자신들의 응원이 이하에게 닿지 않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속 이하를 보며 외쳤다.
사실상 미들 어스에 접속 중인 유저들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었음을 보여 주고 있을 때.
이하도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시작했다.
분명 유저들은 화면 속 이하를 응원하고 있었건만 조금 전서부터 이하의 모습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으니까.
“카메라로 못 좇아 간다고?”
“아니……. 저번에 키드랑 신나라가 잠깐 그런 느낌을 보여 준 적은 있지만―. 그래도 그건 ‘티’라도 났잖아. 하얀 선처럼 움직인다든가, 키드의 경우는 아예 스킬로 사라져 버린 것 같았지만…….”
이하의 움직임은 화면으로도 좇기 힘든 수준이었다.
일반적인 시선보다 조금 더 광각으로 잡히는 중이었으므로, 시야각보다 더 넓은 화면이 잡히고 있건만, 그 화면의 끝에서부터 끝까지 사실상 스킬처럼 이동하고 있는 저 속도를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게다가 지금의 하이하는 도대체 뭔데! 불? 물? 얼음? 전기? 저 총은 무슨 마법의 총이냐고!”
그나마 이하의 움직임을 잔상으로나마, 미약하게나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이하가 사용한 스킬 덕분이었다.
단순히 탄환만 토해 내는 게 아니라 온갖 종류의 스킬을 섞어 가며 감염체들을 공격하고 있었으므로, 어두컴컴한 상공에서 번쩍이는 부분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이하를 보고 있었던 것!
움직임은 물론 그 공격 방식까지 신출귀몰한 이하를 힘겨워 하는 건 그저 바라보는 유저들만이 아니었다.
“감염체들도 하이하를 못 보고 대가리만 까딱까딱하는 거 아냐?”
“무슨…… 하루살이 쳐 죽이는 것도 저것보다 더 힘들겠다. 화면만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 감염체만 벌레 시체처럼 툭툭 떨어지는 모습이라니…….”
[절망의 미래]로부터 넘어온 대응 난이도 극악의 몬스터들.‘상성 우위 변화’ 때문에 제대로 된 공략조차 힘들어 몇 개 속성의 유저 그룹들이 가까스로 힘을 합해야만 했다.
그나마의 ‘조합’도 그들에게 읽혀 버리고 난다면 그다음부턴 같은 패턴의 공격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감염체들의 학습 능력은 빨랐고, 변화무쌍한 그들의 모습 때문에 뭇 유저들은 공포에 떨었어야 했던 게 아닌가.
“그, 그래도 쫓아가고 있어. 감염체들은……. 하이하의 움직임에 반응은 하고 있다고.”
그 와중에도 감염체들의 끈질기고 또 지능적인 공동 대처는 유저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역시 수준이 높다고나 할까, 그 와중에도 공중에서 포위망처럼 하이하를 향해 좁혀 들어가는 모습은―.”
투콰아아아───────……!
“아, 그 포위망 찢어졌다.”
다만 그런 것조차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의미가 없을 뿐이다.
에 의해 또 얼마나 되는 감염체들이 죽어 나갔을까.
마침내 유저들이 보는 홀로그램 속에서도 감염체들의 본격적인 대응이 시작되었다.
[스스스스……. 물리적 공격 주 속성 확인.] [외피 및 방어 강화의 상성으로 대응 불가, 피격 회피 속성으로 전환.] [속성 전환, 속성 전환.]“오호, 그래도 머리가 아예 없진 않구만. 일부러 스킬들 섞어가면서 화 속성, 수 속성, 전격 속성 전부 써 본 건데…….”
몇몇 감염체들이 물리 방어 강화를 우위 속성으로 생각하고 변했을 때는 일부러 공격하지 않으며 그러한 변화를 유도하기도 했다.
그들이 물리 방어를 제아무리 강화한들 의 상상을 초월한 데미지를 견뎌 낼 수는 없었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투콰아아아───────……!
새로이 한 발의 탄환을 쏘아 보지만 지금까지처럼 잿빛으로 변해 추락하는 감염체는 나타나지 않았다.
=큭큭큭…… 안개나 모래 따위의 형태라니. 각인자, 그대의 힘이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저 수증기 한 방울이나 모래 한 알에만 스쳐도 놈들을 찢어 삼킬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
이하의 물리 공격에 직접적인 피격 자체를 회피하는 방식으로의 변화.
의 이빨이 되어 줄 이하 자신의 12.7×99mm NATO와 같은 방식의 탄환으로는 저런 상태를 가격하여 피해를 줄 수는 없을 것이다.
머스킷의 기존 쇠구슬 탄환을 아무리 잘게 쪼개 ‘포도탄’ 형식으로 만든다 해도 그것은 마찬가지.
결국 감염체들은 원거리 딜러들이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상성으로 변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건만.
“으음, 그건 나도 아쉬운 점이야. 나름대로 내 스탯 포인트에 자부심을 갖고는 있었는데…… 역시 권장 레벨 440의 콘텐츠는 다르긴 달라?”
이하의 표정은 딱히 변하지 않았다.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는 정도가 유의미한 변화일까.
효과: 대상의 일시적 무적 효과 관련 스킬 및 버프 무시
(방어/흡수/반탄/무효 등 모든 일시적 무적 효과 스킬 포함)
대상의 피격 부위와 무관하게 ‘즉사’ 효과 적용
(단, 대상의 전체 스탯 포인트 합이 자신의 전체 스탯 포인트 합의 80% 미만 시 적용)
스킬―초월의 문 사용 가능 (1회)
“놈들의 스탯 포인트가 조금만 더 낮았어도 그냥 아무 데나 슝슝 구멍 뚫고 지나가면서 깡그리 죽였을 텐데.”
피격되는 족족 사망에 이르긴 하지만 안개나 모래 형태로 변한 이후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건 결국 자신의 ‘칭호 효과’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뜻!
이하는 눈앞의 적들을 보았다.
‘확실히 랭커라 해도 등골이 서늘해질 만한 적이긴 하겠어. 아니, 랭커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의 나’였어도 이런 몬스터들을―. 그것도 이렇게나 많은 개체 수를 상대하기는 어려웠겠지.’
그러곤 씨익, 웃었다.
얼마 전의 이하 자신도 감당할 수 없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는 걸 이미 자각하고 있었으니까.
이럴 수가, 도대체 당신은 어떤 싸움을 하고 다니는 건가요!? 몬스터들은 대체로 자신의 영역을 가지고 있으며, 설령 집단생활을 하는 몬스터라 할지라도 보유하고 있는 속성은 일반적으로 한 개 또는 두 개 남짓으로 알려져 있건만! 당신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서로 다른 666개 이상]의 특성을 지닌 몬스터 무리를 소탕하며 그들의 특성을 [흡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특성을 복사하는 종류의 몬스터가 발견된 적도 있지만 개별 생활을 하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을 텐데요? 아니, 그 이전에 특성을 복사하는 몬스터가 ‘우연히’ 666여 기 넘게 모여 있었다 해도 그들이 복사한 특성일 것이므로 결국 서로 다른 특성만으로 존재할 수가 없었을 텐데요?! 그것마저도 ‘우연히’라 할지라도 그러한 몬스터 666여 기를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모두 죽이는 건 또 어떤 방식으로 이뤄 낸 것인지, 특성 흡수라는 상위 기술을 어찌 그들 모두에게 적용시킬 수 있었던 것인지……!
놀라운 것은 지금부터 일어나게 될 변화겠지요. 그 모든 특성을 겪고, 상대했으며 심지어 흡수까지 한 당신에게 더 이상 그러한 ‘특성’은 ‘특별하게’ 취급되지 않을 테니까요. 미들 어스는 또 한 번의 새로운 경지에 오른 당신의 힘에 경의를 표합니다.
보상: 스탯 포인트 375개
‘소탕한 특성’에게 피격 시 받는 데미지 +10%
‘소탕한 특성’을 활용하여 가격 시 추가 데미지 +5%
(666개를 초과하는 특성 수에 따른 추가 보너스 획득)
(초과 특성 수: 3,722개)
(가격 시 추가 데미지 적용 보너스 +372%)
‘푸핫, 특성이 이렇게 많은지도 처음 알았는데. 666개에 3,722개면―. 한 방으로 죽인 감염체들이 서로 다른 특성 4,388개를 사용해서 캐슬 데일을 공격하고 있었다는 뜻인가?’
심지어 명예의 전당 등재가 없는 업적도 아니다.
업적의 첫 번째 등록자입니다.
업적의 세 번째 등록자까지 명예의 전당에 기록되며, 기존 효과의 200%가 추가로 적용됩니다.
효과: 스탯 포인트 750개
‘소탕한 특성’에게 피격 시 받는 데미지 +20%
‘소탕한 특성’을 활용하여 가격 시 추가 데미지 +10%
‘게다가 왜 명예의 전당에는 저 보너스라는 게 안 붙는 건데? 하여튼 이놈의 미들 어스…….’
구시렁거리면서도 이하의 표정이 밝은 이유는 당연히 일반 업적에 붙은 ‘보너스 옵션’이 말도 안 될 정도로 좋기 때문.
명예의 전당 등재로 인하여 피격 시 데미지가 30% 증가했다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가격시 데미지는 이하 자신의 능력으로 인하여 무려 387%나 증가하게 되었는데!
[스, 스스스…….] [우리들의 몸 안에서…….] [그 뼈와 살을 모두 녹여 주리라…….]의 데미지가 전부 살아나는 게 아님에도 관련 스킬로 감염체를 대거 죽일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업적 때문이었다.
그리고 O-급 업적이자 4천여 개 이상의 특성 보유 생명체를 일격에 지워 버린 이하에게 주어진 보상은 그것만이 끝이 아니었다.
철컥―!
이하는 노리쇠를 당기며 또 하나의 보상을 살폈다.
효과: 스킬― 사용 가능
“으로 너희들 정리하는 데 몇 분이나 걸렸을 것 같아? 내가 이나 다른 스킬로 너희들 정리하는 데 몇 분이나 걸릴 것 같아?”
그러곤 중얼거리며 웃었다.
그 미소를 본 감염체들이 잠시 움찔거릴 정도의,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